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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노케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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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모노케로스
작품등록일 :
2020.05.14 12:56
최근연재일 :
2020.09.11 08:10
연재수 :
194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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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천수 :
382
글자수 :
708,088

작성
20.08.19 0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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텔로스를 향해(33)

DUMMY

생토니스는 저녁을 먹기 전까지 리볼버와 아버지의 소총을 닦았다. 그는 심란한 마음으로 저녁 식탁으로 향했다.


카사네는 생토니스와 별다른 대화 없이 밥을 먹고 먼저 일어났다. 생토니스는 잘 자라고 인사를 했다. 카사네는 네라고 간결히 답했다. 그녀가 풍기는 분위기는 평소와 다르게 느껴졌다. 즐겁거나 쾌활한 느낌은 사라졌고 조그마한 냉기가 차올랐다. 듣는 이의 마음 한구석에 자리 잡았다.


생토니스는 그녀를 보내며 자신이 무슨 잘못을 했는지 생각했다. 답은 나오지 않았다. 그녀가 아픈 게 아닐까? 집을 나서기 전 의사를 부르라 요청하고 가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는 식사를 끝내고 방으로 돌아가 침대에 누웠다.


침대는 평소와 같이 따뜻했다. 그러나 마음속 한켠에 커지는 무언가가 그의 목을 붙잡고 잠을 방해했다. 그게 무엇인지 생각하며 잠을 청하려 했으나 쉽지 않았다. 결국 새벽녘이 되었다. 검은 판초를 입자 떨리던 마음이 안정됐다. 그는 조용히 준비하고 사막 여행을 함께한 직모 가방을 멨다.


그는 집을 나왔다. 아침 일찍부터 일을 하는 하녀를 붙잡고 카사네에게 보낼 의사를 부탁하며 여분의 돈을 주었다.


그는 마차에 탔다. 카사네는 4층 테라스에서 조용히 그 모습을 지켜봤다. 그냥 보내도 정말 괜찮은 걸까? 카사네가 고민하는 동안 마차가 출발했다. 꽃밭을 지나 철문을 지나쳤다. 카사네는 안절부절하며 결국 마차를 쫓아가지 않았다. 그렇게 둘은 헤어졌다.


생토니스가 열차에 오르고 나서 가방을 침대에 누워 가방을 아래 뒀다. 그는 아침을 먹어야겠다고 생각하며 잠들었다.


그렇게 무의미한 일주일이 지났다. 열차는 산을 뚫고 만든 비좁은 통로를 지났다. 그러자 쇠와 재의 냄새가 그를 반겼다. 생토니스가 냄새를 맡으며 고개를 돌리자 창문 밖에 굳건히 세워진 벽이 보였다. 성벽을 기준으로 서쪽에는 거대한 숲이 보였다. 열차는 숲에서 멀어지며 남쪽에 만들어진 기차역에 멈췄다.


생토니스가 침을 삼켰다. 열차에서 내리자 사람들로 북적였다. 대다수의 사내는 체격이 건장했고 거대한 팔근육에 눈에 띄었다. 사내들은 나무로 지어진 기차역을 빠져나와 도시로 향했다. 생토니스는 기차역에서 잠시 주위를 둘러봤다.


가장 먼저 깔끔하게 만든 긴 나무 의자가 보였다. 모난 곳 하나 없이 깔끔한 게 유독 눈에 들어왔다. 생토니스가 의자에 앉아 가볍게 한숨을 쉬었다. 북적이던 사람들이 반으로 줄어 들쯤 한 사내가 다가왔다.


그는 왼손 검지와 중지의 반이 없었다. 손과 이어주는 첫 번째 마디는 뭉툭했으며 굳은살이 박혀 있었다. 그는 모자를 쓰지 않았다. 검붉은 머릿결은 흡사 타오르는 태양과 같았다. 왼쪽 눈에 검은 안대를 쓰고 있었다. 그는 생토니스를 뚫어지게 쳐다봤다. 그와 눈이 마주치자 사내가 천천히 그에게 다가왔다.


그가 다가올수록 주위에서 어슬렁거리던 사람들이 자연스레 길을 비켜주었다. 그의 얼굴은 호감을 끌어내기 어려울 정도로 뒤틀렸다. 희었을 피부 사이에 검은 반점이 눈을 끌었다.


생토니스는 되도록 반점을 보지 않으려 했다. 실례라고 생각했으나 그 사내가 먼저 생토니스에게 다가와 인사를 건넸다.


"봄이 다가오는 어수선한 시기에 드디어 왔군."


그는 정복을 입고 있었으나 몸 사이에 쇠와 재의 냄새가 스며 있었다. 생토니스가 말했다.


"나를 아는가."


"안다고 묻는다면 모르고. 모른다고 묻는다면 알지."


그의 이상한 대답에 생토니스가 고개를 돌려봤다. 그의 목소리는 차분했다. 그가 한마디 할 때마다 쇳소리가 들렸다. 모루 위에서 강철에 새로운 생명이 부여되는 굉음이 또렷이 들렸다.


생토니스는 그가 인간이 아닐 거라 생각했다. 사람이 이런 소리를 낼 리가 없다. 다이모니 오데스와 같은 악마인가? 그는 왜 이리 많은 악마가 자신에게 꼬이는지 속으로 생각하며 말했다.


"이상하군. 나를 아는 건가. 나를 모르는 건가."


"둘 다지. 자네의 이야기는 익히 들었지. 사람으로 태어나 병기로 주조된 자. 악켄하르트의 괴물을 무찌르고 사람을 구해냈지. 그저 악귀나 조금 뱉어낼 줄 모르던, 세상에 태어난 지 얼마 되지 않은 연약한 병기를 강인하게 만든 대장장이. 또한 검은 광물을 뒤집어쓰고 자신의 거울을 가리지 않아 저주의 바다에 둘러싸인 투사를 구했지."


생토니스는 대답하지 않고 그의 말을 해석했다. 아버지는 혹시 모를 사태를 위해 자신을 전사로 키웠다. 악켄하르트의 일은 사실이었고, 악귀를 뱉는 자라···미르니아가 분명하겠군. 그러나 옆에 앉은 사내는 무언가 잘못 알고 있었다. 자신이 본 미르니아는 연약하지 않았다. 생토니스가 그 점을 지적하자 그 사내가 쾌활하게 웃었다.


그가 웃을수록 쇳소리가 줄어들었다. 사내가 말했다.


"그래. 바로 그런 점 때문에 난 자네를 알면서 모르는 애매모호한 상태라네."


그가 말을 하는 걸 보자 기이한 점이 눈에 들어왔다. 이빨은 누랬으나 그 안에서 퉁겨지는 혓바닥은 분홍빛이 아니었다. 묵직하게 생긴 검푸른 둥근 소뿔 형태였다. 그것을 보자 생토니스는 모루 앞에 툭 튀어나온 뿔과 닮았다 생각했다. 혓바닥의 뿌리는 널찍했다. 뿌리 끝에 둥근 홈과 네모난 홈이 보였다.


말 그대로 모루 형태의 혓바닥이었다. 생토니스가 말했다.


"넌 누구냐."


"자넨 이 도시의 이름이 무엇인 줄 아나."


"헤파이. 오래전 섬겼던 대장장이의 신을 뜻한다고 들었다."


"잘 아는군. 데이슨이라는 모루 때문이겠지?"


데이슨이란 말을 듣자 생토니스가 그를 째려보며 말했다.


"맞다. 그놈 때문에 알고 있다. 그가 왜 모루지?"


"자네의 삶을 곱씹어 보게. 누가 자네를 쇠로 만들었지."


"나의 아버지다."


"그렇다면 두들기는 사람은?"


생토니스는 이상한 질문에 입이 막혔다. 헤파이가 말했다.


"그건 자기 자신이라고 생각되지 않나?"


"이 모든 건 내가 자초한 일이라고 말하고 싶은 건가."


"그렇지. 하지만 밑바닥에 굳건히 지탱하며 모든 변화를 맞이하게 해주는 게 누구냔 말이야."


"그래서 모루가 데이슨이란 소린가."


"그래."


"강철의 신비함은 모루의 어디에 두고 두드리냐에 따라 모습과 형태가 바뀌는 부분이라네. 뿔에 두드리기 시작하면 둥글어지지. 그러나 둥글기만 하다면 무엇을 할 수 있겠나?"


그의 비유는 생토니스에게 한 가지에 몰입하여 모든 걸 망치고 있다는 얘기로 들렸다. 생토니스가 헛기침을 했다. 생토니스는 그저 마지막 결투를 준비하고 싶었다. 그러자 헤파이가 말했다.


"모든 걸 알맞게 사용하게. 뭔가 잊은 게 있지 않나?"


그 사내가 숲이 아닌 도시의 문을 가리켰다. 그곳에서 한 사내가 가죽 포대를 들고 서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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