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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노케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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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모노케로스
작품등록일 :
2020.05.14 12:56
최근연재일 :
2020.09.11 08:10
연재수 :
194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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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557
추천수 :
382
글자수 :
708,088

작성
20.08.17 1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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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쪽

텔로스를 향해(30)

DUMMY

현관에 스무 명의 사람으로 북적였다. 모두 정복을 입고 손에 자그마한 유리잔을 들고 술을 마시며 대화를 나눴다. 그중 귀네볼로스와 알렉스에겐 다른 이들이 먼저 다가오지 않았다.


필라 쿼커스 5세가 가장 늦게 도착했다. 그는 검은 머리에 손과 얼굴에 주름이 가득했다. 머리를 짧게 깎았고 흰색과 검은색이 공존했는데, 흰색의 영지가 검은색을 압도하여 검은 땅은 앞머리뿐이었다. 키는 생토니스보다 작았지만, 바른 자세로 왼손에 지팡이를 쥐고 걸어왔다. 늙은 몸임에도 체격은 젊은이 못지않았다. 그가 지팡이에 의존해 공작에게 허리를 숙이며 말했다.


"이런 경사스러운 날 축하드립니다."


그는 신랑을 보며 말했다.


"얼마 되지 않지만, 선물을 좀 챙겨왔습니다. 마차 뒤에 있으니 하인을 시켜 내리면 될 겁니다."


생토니스가 화답했다.


"고맙네."


알버트는 하인을 불러와 물건을 옮겼다. 생토니스는 쿼커스 5세와 함께 안으로 들어갔다. 쿼커스가 말했다.


"공작님. 어째서 반란을 일으킬 조짐이 있는 자들을 그냥 내버려 두시는 겁니까?"


늙은 사내가 생토니스를 쳐다봤다. 그는 움직이는 탓에 계속해서 오른쪽으로 무게가 쏠려 몸이 흔들렸다. 생토니스가 말했다.


"나의 결혼에 대해 불만을 품은 자들 말이냐."


그는 무언가 결심한 듯 계속해서 말했다.


"그렇습니다. 또한 반란을 부추긴 테레시 코바에게도 응당 벌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생토니스가 발을 멈추고 늙은 사내를 쳐다봤다.


"지금 무어라 했나."


"테레시 코바를 반역죄를 물어야 한다고 했습니다."


그는 창과 같이 우직하게 자신의 의사를 표현했다. 그가 한 말은 틀리지 않았다. 그러나 생토니스는 그 누구도 처벌할 생각이 없었다. 생토니스가 자기 생각을 말하고 한마디 덧붙였다.


"모든 일에 마침표를 찍을 시간이 올 테니. 조금만 참고 기다려라."


필라 쿼커스 5세는 대답이 만족스럽지 않았다. 그러나 현관 안으로 들어서자 사람들의 시선이 몰렸다. 그 탓에 쿼커스는 더는 얘기를 꺼내지 못했다. 그가 마지막으로 한마디 했다.


"끝나고 서재에서 뵙겠습니다."


생토니스는 고개를 끄덕였다. 한숨을 쉬고 싶었다. 2층 복도에서 열 명의 사람이 일렬로 서서 각자 악기를 들고 노래를 연주했다. 가장 중심에 피아노와 바이올린이 보였다. 피아노 옆에 바이올린을 사람 크기만큼 키운 듯한 덩치의 콘트라베이스가 눈에 들어왔다.


양옆으로 금색 빛을 뽐내는 관악기가 눈에 들어왔다. 그중 복잡하게 꼬여 있는 호른이 보였다. 나팔 모양 출구에서 입구까지 둥근 원을 그렸다. 거대한 원 안에는 복잡하게 얽힌 금빛 줄이 보였다. 정체를 알 수 없는 둥근 버튼을 누르며 계속해서 숨을 불어넣자 청명하고 또렷한 소리가 났다.


이름 모를 다른 악기도 보였지만 곳 사람들에 둘러쌓여 구경하지 못했다. 그들과 간략한 대화를 나누며 시간을 보냈다. 틈틈히 카사네가 있는지 찾아봤다. 그녀는 보이지 않았다. 십 분이 지나고 구두를 신고 뛰는 소리가 들렸다. 3층 계단에서 빠르게 내려오는 카사네가 보였다. 그녀는 검은 드레스를 입고 있었다.


그녀는 알버트에게 다가가 무어라 속삭였다. 알버트가 손님들에게 결혼식이 시작될 거라 말했고 사람들은 밖으로 나갔다. 생토니스가 밖으로 나가며 주위를 둘러봤다.


그는 붉은 카펫을 밟으며 완전히 밖으로 나왔다. 하늘에 떠도는 구름도 많이 보이지 않았다. 화창한 날이었다.


카펫을 중심으로 의자가 나누어져 있었다. 알렉스가 지나가며 말했다.


"사람이 하는 결혼식은 처음 보는데 원래 이렇습니까?"


생토니스가 끄덕였다. 알렉스는 휘황찬란하다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생토니스는 돈이 많거나 직위가 높은 귀족일수록 더욱 크고 화려해진다고 답했다. 그가 말을 끝내고 의자를 향해 걸어갔다. 카사네가 생토니스의 옆에 서며 말했다.


"사르 언니 엄청 예쁘더라구요."


생토니스와 카사네가 함께 카펫을 걸었다. 발소리에 손님들이 돌아봤다. 카사네는 모두의 시선을 받는 게 부담스러운 듯 하늘을 쳐다봤다. 그녀가 재빠르게 왼쪽 맨 앞줄 의자에 앉았다. 그녀의 옆에 귀네볼로스가 있었다. 카사네가 그녀에게 먼저 말을 걸었다.


"안녕하세요. 어머, 붉은 머리랑 드레스가 너무 잘 어울려요."


귀네는 카사네를 빠르게 훑었다. 그닥 화려해 보이지 않는 드레스에 적당한 화장. 사르의 동생 같진 않은데. 귀네볼로스가 말했다.


"제가 좀 예쁘죠. 전 귀네볼로스 그라오데스 소피아라고 해요. 아가씨는?"


"전 카사네 루카리엔인데 편하게 카사네라고 불러주세요."


귀네가 루카리엔이란 말을 듣고 눈썹을 치켜세웠다. 그 괴물이 딸을 낳았단 말은 들은 적 없었다. 귀네가 말했다.


"루카리엔이라면 그 자유도시의 천사 말인가요?"


"네."


"딸이 있다는 얘긴 처음 듣는데."


"친딸은 아니고 양녀에요."


그녀가 아, 라고 가볍게 말을 뱉었다. 두 여자가 대화를 나누는 동안 생토니스가 카펫을 걸어 나왔다. 그는 강단 옆에 섰다. 사제에게 강단에 서 있으라고 부탁했다. 사제는 카펫 끝에 만들어진 강단에 섰다.


사제는 허리춤에 랜턴을 차고 있었다. 오른손에 붉은 가죽으로 만든 책을 들고 있었다. 표지에 불이 그려져 있었다. 그가 준비됐음을 알리자 생토니스가 큰소리로 외쳤다.


"자 그럼 신랑이 입장하겠다."


귀네가 생토니스의 목소리에 야생미가 넘친다고 생각하며 카사네게 말했다.


"저분, 보면 볼수록 왠지 모르게 매력 있단 말이죠."


"네? 아, 그건 맞아요."


"얼굴도 괜찮고 서른 넘었는데 배 좀 봐요. 자기 관리가 얼마나 좋으면 저렇게 평평하겠어요."


"그런가요?"


귀네가 주위를 곁눈짓으로 훑으며 말했다.


"여기 초대되어 온 남자의 반은 서른이 넘었는데 그중에 반 이상은 배가 나왔어요. 주체를 못 하는 거죠. 아닌 사람은 이빨이 모났거나 머리가 빠진 게 보이죠. 나름 가리겠다고 가발을 쓴 사람도 있지만, 가리기 쉽지 않죠."


노래가 바뀌고 신랑 알버트가 입장을 시작했다. 노래는 비장하며 웅장한 느낌을 주었다. 알버트가 강단 오른편에 섰다. 생토니스가 모두에게 들리도록 크게 말했다.


"준비는 됐나."


"네. 공작님."


그가 침을 삼켰다. 생토니스가 고개를 두 번 끄덕였다. 노래가 끝나고 생토니스가 다시 큰 소리로 신부 입장이라고 외쳤다. 아름다운 곡조와 함께 손님들이 현관을 쳐다봤다.


그곳에서 흰 베일에 싸인 사르가 천천히 걸어 나왔다. 길게 늘어지는 드레스의 자락을 두 하녀가 잡아주며 그녀가 천천히 카펫 위를 걸었다. 노래가 끝날쯤이 되어서야 사르가 알버트의 왼편에 섰다.


알버트는 바짝 긴장하여 온몸에 힘이 들어갔다. 그는 흰 장갑을 끼고 있었다. 생토니스가 말했다.


"긴장을 풀거라. 결혼은 속박이 아닌 두 영혼의 물리적인 결합이다."


그곳에 초대된 결혼하지 않은 이들은 가볍게 웃었다. 그러나 유부남들은 쓰디쓴 차를 마시듯 침을 삼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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