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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노케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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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모노케로스
작품등록일 :
2020.05.14 12:56
최근연재일 :
2020.09.11 08:10
연재수 :
194 회
조회수 :
13,561
추천수 :
382
글자수 :
708,088

작성
20.08.07 08:10
조회
27
추천
1
글자
8쪽

텔로스를 향해(13)

DUMMY

생토니스는 보기 드물며 유쾌한 그녀의 입담에 조금씩 빠져들었다. 배가 고파질 무렵 무언가가 그의 등을 스쳐 지나갔다.


생토니스는 등이 간지러운 줄 알고 차를 마시며 참았지만, 허리춤에 총기를 흔드는 통에 에이도가 자신을 잊지 말라고 항의한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카사네가 함박웃음을 띄고 말했다.


"그래서, 친구들이랑 해변도 갔어요. 곱디고운 모래사장이란 게 얼마나 아름답던지. 햇빛을 받으며 걸을 때는 금 위를 걷는 것만 같을 정도로 눈이 부셨어요."


생토니스가 웃으며 말했다.


"그렇다면 수영복도 지참했겠구나."


"네. 두 벌을 챙겨갔어요. 원피스에 팔꿈치랑 무릎까지 가리는 거랑, 아니 대체 어떤 미친놈이 수영복에 코르셋을 끼워 팔아요? 전 그거 너무 불편하던데 이 동네 사람들은 어떻게 참고 사는 거래요?"


"글쎄다. 지금은 그게 예의 있는 복장으로 취급되니 말이다. 그건 그렇고 말이다."


"네?"


"내가 아닌 다른 이가 너와 얘기를 좀 나눠보고 싶어하는데 괜찮느냐."


"네? 그게 무슨 말씀이세요."


생토니스가 에이도란 이름을 뱉자 그녀의 머릿속 발퀘레디움이 당황했다. 공작은 그녀에 대해 간략히 설명했다. 카사네의 표정은 당황과 놀라움이 교차했다.


소개를 끝내고 생토니스가 붉은 페퍼박스 리볼버를 꺼냈다. 손잡이에 묶인 푸른 리본이 눈에 들어오자 카사네가 무심코 말했다.


"여동생이라고?"


생토니스는 말 없이 그녀와 에이도를 쳐다봤다. 손잡이에서 풀려나와 탁자 위를 거닐며 반쯤 고개 숙여 인사하며 말했다.


"안녕, 나는 에이도라고 해."


카사네의 머릿속 발퀘레디움 흥분하여 큰 소리로 말했다.


"우리 막내! 막내라고!"


카사네는 머릿속에서 그를 진정 시켰다. 남의 머릿속에 사는 용이 아무리 크게 소리쳐도 남들은 듣지 못했다. 카사네가 에이도에게 말했다.


"그, 혹시 묻는 건데. 발퀘레디움이 오빠야?"


에이도가 그 말을 듣고 놀란 듯 잠시 말을 잇지 못했다. 생토니스는 그 이름을 어디서 들어본 적 있는지 고민했다. 역사에 의하면 천사의 도시 근방에 똬리를 튼 무서운 용이라고 했던 거 같은데···생토니스가 말했다.


"그 용이 친족인가?"


에이도가 울기 시작했다. 카사네는 기다려 달라 말하며 가슴에 손을 얹고 숨을 깊게 들이켰다. 눈을 감고 집중하더니 이내 그녀의 머리 위로 검은 물이 나타났다. 그것은 재빠르게 긴 목을 가진 용으로 변했다.


긴 날개는 사람의 두 주먹을 합친 것보다 길었고 네 개의 다리는 사람 머리보다 작았음에도 위엄 넘쳤다. 몸에서 서서히 빛을 뿜어냈다. 그 광경을 보며 생토니스는 낯익은 용이라 생각했다.


어디서 봤지? 그가 고민하는 동안 검은 액체로 만들어진 용이 날갯짓하여 탁자 위에 착지했다. 리본에게 다가가 코를 가져다 대고 냄새를 맡고 말했다.


"정말 너구나. 대체 어떻게, 어떻게 살아 있는 게냐."


용은 울먹거렸다. 점차 끓어오르는 감정을 주체하지 못하고 결국 울었다. 에이도가 훌쩍이며 말했다.


"오빠야말로! 죽었잖아. 오빠가 죽어서 모두가 싸운 건데."


발퀘레디움은 생토니스를 슬쩍 쳐다보곤 말하기 꺼렸다. 그러나 이미 지난 사실이라며 말했다.


"바바야가 엄마가 떠나던 날. 나에게 심장을 숨기는 법을 알려줬어. 난 몸에 지니고 있으면 죽기 좋은 상이라면서. 대신 꺼내는 순간, 행복과 고통을 모두 겪으면서 영원히 살아갈 수 있을 거라 했지. 그런데 하필 어떤 미친놈이 내 심장을 훔쳐 가는 바람에 심장마비에 걸려서 에휴···"


심장? 생토니스는 크토스 왕국이 멸망하던 때 있던 거대한 심장을 떠올렸다. 그것을 가져온 놈은 데이슨이 분명했다. 꿈에서 본 용은 발퀘레디움인 게 분명했다.


얽히며 꼬였던 실로 만든 퍼즐이 풀어졌다. 생토니스는 놀란 표정으로 카사네를 쳐다봤다. 그렇다면 그녀는 크토스와 연관이 있다는 건가? 천사는 투사의 권리를 받았다고만 했는데. 생토니스가 카사네를 보며 말했다.


"미안하지만, 묻고 싶은 게 있구나. 병실에서 루카리엔과 대화할 때 말이다."


그녀는 어느새 소파 끝자락에 앉아 공작과 가까워졌다. 그녀가 목소리를 낮춰 두 용을 배려하는 한편 공작에게 항의했다.


"네? 아, 그 기억 없을 때라면···맞아! 아저씨 그때 고자질했잖아요! 숙녀랑 말한 걸 막 그렇게 주위에 덥석덥석 말하고 다니면 어떻게 해요. 쪽팔리게!"


그가 헛기침하고 말했다.


"그래도 덕분에 호기심은 풀리지 않았느냐. 그때 네가 찾은 게 무엇이냐."


"발퀘레디움의 영혼이요. 찾았다기보단, 심장의 두근거림에 이끌려서 만났죠. 맨 처음에 막 제 몸도 멋대로 가져다 쓰고. 그래서 얼마나 고생했는데요. 도시와 약속을 지켜야 된다면서요."


생토니스가 끄덕이며 두 용을 쳐다봤다. 둘은 서로를 끌어안고 울며 서로의 이야기를 풀어갔다. 그러던 중 하녀가 문을 두드리고 고개 숙이며 들어와 말했다.


"말씀 중에 죄송합니다. 공작님. 점심 식사가 준비되었습니다."


"그래. 금방 가마."


생토니스가 자리에서 일어나며 말했다.


"에이도, 발퀘레디움. 우린 잠시 밥을 먹으러 가겠다."


발퀘레디움은 착잡한 듯 혀를 차며 그를 쳐다봤다. 자신의 여동생이 사랑하던 이의 후손. 그러나 그녀를 죽인 자의 핏줄. 지금이라면 물어 죽일 수 있다. 어떤 마법과 불과 화염, 총도 먹히지 않는 진정한 언데드가 되었으니.


그러나 그녀가 슬퍼할 걸 알고 있기에 그만두었다. 그저 좋게 생각하기로 마음먹었다. 그녀를 부활시키고 우연이지만 둘의 만남을 주선해주었으니. 발퀘레디움이 리본이 되어 흔들리는 에이도를 쳐다봤다.


"그래."


생토니스가 먼저 문으로 향했고 카사네가 뒤늦게 일어서며 말했다.


"금방 올게."


"도움이 필요하면 부르거라."


발퀘레디움의 대답을 듣고 그녀는 생토니스를 따라갔다. 공작이 먼저 앞으로 걸어가자 카사네가 빠른 걸음으로 쫓아와 그의 왼편에서 걸으며 말했다.


"설마. 이런 일이 있을 줄은 몰랐어요. 어쩐지 아저씨가 왔다고 했을 때 발퀘가 엄청 들떴거든요. 그래서 목욕한다고 할 때. 아."


그녀는 자기 입을 양손으로 틀어막으며 공작을 쳐다봤다. 생토니스도 그녀를 쳐다봤다. 둘의 눈이 마주쳤다. 그 순간 둘은 발걸음을 늦췄고 카사네는 급히 숨을 멈췄다. 생토니스가 말했다.


"목욕?"


생토니스는 그녀를 뚫어지게 쳐다봤다. 그의 흔들림 없는 눈빛은 그녀를 지킬 때와 다르지 않았다. 생토니스가 카사네의 입을 가린 손을 잡고 내리며 말했다.


"왜 말을 멈추느냐."


그녀는 애써 눈을 피하며 말했다.


"아니에요. 그냥, 목욕하실 때 기다리느라 지루했다구요. 손은 계속 잡고 있을 거에요? 빨리 가요. 배고프다고 뱃골이 울려요."


그녀는 자신의 손을 잡은 공작의 손을 당기며 앞장섰다. 둘은 처음으로 맞잡은 손의 뜨거운 온기를 나눴다. 생토니스는 그녀의 손아귀 힘에 놀라는 한편 자신과 비슷하게 손바닥에 굳은살이 박힌 게 느껴졌다.


카사네 또한 굳은살에 놀라는 한편 그의 진중한 목소리와 흐트러짐 없는 금발 머리, 또렷하게 자신을 쳐다보는 흑단 눈을 볼 때마다 그가 해준 한마디가 떠올랐다.


'내가 너를 지켜주마.'


소녀가 숙녀로 변했음에도 그 기억만큼은 또렷하게 간직했다. 루카리엔을 제외하고 자신을 멋지게 지켜준 사람은 생토니스 뿐이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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