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화 - 아트 플리퍼
팜비치와의 경기는 준의 복수로 인해 험악한 분위기 속에서 결국 4대 1의 스코어로 포트마이어스의 승리로 끝났다. 준의 타구에 맞고 병원으로 실려간 선수에 대한 말도 들려왔다. 지금 거동은 불편하지만 다행히도 무사히 후손은 볼 수 있다고 했다.
샘은 경기가 끝나고 나서 준을 따로 불렀다. 우연으로 치부하기에는 타석에 들어섰을 때 준이 상대 투수를 향해 배트를 겨눈 것이 마음에 걸렸던 것이다.
똑똑
“보스. 준입니다.”
“들어오게.”
“저를 부르셨다고 들었는데요?”
“그래. 물어볼 것이 있어서 불렀네.”
“뭐가 궁금하신가요?”
“혹시 자네 일부러 상대방 투수를 맞춘 건가?”
샘이 날카로운 눈빛으로 준을 바라보며 물었다. 준은 그런 샘의 눈을 마주보면서 덤덤하게 말했다.
“네. 정확하게 노려서 치지는 못하지만 투수 방향으로 타구를 보내려고 했죠. 물론 그런 곳에 맞을 줄은 전혀 몰랐어요.”
당당하게 대답하는 준을 보며 샘은 얌전하다고 생각한 이 동양인 친구가 의외로 악동기질이 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왜 그랬는지 이유를 물어봐도 되겠나?”
“투수의 꽃은 삼진이고, 타자의 꽃은 홈런이죠. 투수가 삼진을 잡고 나서 어떤 액션을 취하든 아무도 기분 나쁘다고 보복을 하지 않죠. 그런데 왜 타자가 홈런을 치고 배트 플립을 하면 기분 나쁘다고 하면서 보복성 빈볼을 던지는 겁니까.”
샘은 뒤통수를 망치로 한대 맞은듯한 기분이 들었다. 분명 그러했다. 투수에게는 관대하지만 타자에게는 인색한 이 이상한 불문율. 이상하지만 누구나 당연하게 생각해 왔던 것이었다. 그런데 이 당돌한 루키는 그 불문율에 의문을 던지고 불만을 표현하기 시작했다.
이상하다고 생각하긴 했지만 구단이 기대하고 있는 이 동양인 애송이가 모난 돌이 되어서 언론의 뭇매를 맞는 것을 바라지 않았다. 그래서 일단 누를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다.
“이건 오래 전부터 내려온 메이저리그의 불문율이야. 물론 이상하게 생각할 수 있겠지. 하지만 이건 많은 사람들의 머리 속에 아주 깊숙이 박혀있는 관념이라네. 쉽게 깨어질 수 없는 일이지. 그래서 난 자네가 다음부터는 좀 더 조심하길 바라네.”
“아뇨. 저는 이왕 홈런치고 나서 별거 아닌 배트 플립에도 보복 당할거, 그냥 시원하고 멋있게 배트 플립을 하고 보복 당하겠습니다. 그리고 나에게 보복해오는 모든 투수들을 똑같이 노리겠습니다.”
준의 말을 들을 샘은 벙 쪄버렸다. 세상에 애매하게 배트 플립 했다가 보복성 빈 볼을 맞았다고 어짜피 맞을 거 멋지게 배트 플립을 하겠다니.
“더 하실 말씀 없으면 나가보겠습니다. 좋은 밤 되세요.”
“그, 그래.”
‘좋은 밤은 개뿔. 이제 준이 홈런을 못 치는 걸 바래야 하는 건가?’
샘은 자신의 제안을 당당하게 뿌리치고 나간 준 때문에 앞으로 더 골치가 아파질 거라고 생각했다.
야구선수 그리고 프로 리그는 팬들의 관심과 사랑을 양분으로 큰다. 팬들은 아주 자극적인 것들을 좋아한다.
누구도 마이크 트라웃이 최고의 선수 중 한 명이라는 것을 의심하지 않는다. 하지만 그의 점잖은 모범생 같은 행동은 팬들의 관심을 끌어오지 않는다.
브라이스 하퍼 역시 의심할 수 없는 최고의 선수다. 같은 최고의 선수지만 팬들의 관심은 트라웃 보다는 하퍼에게 더 많이 가있다. 왜냐하면 그는 항상 거리낄 것 없이 말하고 자신감에 넘쳐있기 때문이다. 누구보다 오만하지만 그 오만을 환호로 바꿀 수 있는 실력과 스타성이 있다.
만약 준이 메이저리그의 MVP급 실력을 가진 선수가 되고 배트 플립을 아주 멋지게 하는 타자가 되어 있다면 그 또한 아주 멋진 일이 될 것 같았다.
“훗. 마음대로 해보라지.”
“오늘의 Man Of the Match를 만나보겠습니다. 안녕하세요 준!”
“안녕하세요. 미라클의 포수 준입니다.”
“아트 플리퍼!!”
“하하 준의 별명을 팬들이 외쳐주는군요. 항상 예술적으로 배트를 던지는 준을 보면 저도 모르게 열광하게 되는 맛이 있죠. 오늘은 어떤 마음가짐으로 배트를 던졌나요?”
“별 다를 것 없었습니다. 다만 역전 홈런을 쳤을 때 그 기쁨을 담아 던졌습니다.”
“역시 마음을 담아서 배트를 던져서 아트 플리퍼라는 별명이 붙었나 봅니다. 지금까지 MOM 이었던 준 리 선수를 만나봤습니다.”
준이 포트마이어스 미라클에서 뛰기 시작한지 벌써 두 달이 지났다. 처음에는 지명타자로 계속 출장을 하면서 타석에 익숙해지는 연습을 했다. 여태까지 겪어보지 못했던 다양한 공들을 눈에 익히는 아주 소중한 시간이었다.
처음에는 2할도 안 되는 타율에 허덕였지만, 점차 시간이 지나자 공이 눈에 익었고 타율도 점점 올라오기 시작했다. 공을 맞춰나가기 시작하자 잘 맞는 공들이 나왔고 홈런의 개수도 늘어났다. 그렇게 두 달이 지난 지금의 준의 성적은 이랬다.
57경기 출장 타율 0.311, 24홈런, 63타점
그야말로 싱글A를 폭격하고 있었다.
한 달이 지날 때쯤부터는 포수로써의 기본기가 갖춰졌다는 샘의 판단 아래 주전포수로도 출장하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리드도 불안하고 블로킹도 불안해서 투수에게 불안감을 줬지만, 한 달이 지난 지금은 꽤나 안정적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었다.
하지만 무엇보다 인상적인 점은 두 달밖에 안 되는 시점에서 포트마이어스 뿐만 아니라 다른 팀의 팬들의 마음까지 준이 사로잡았다는 것이다. 포트마이어스의 경기를 관전하는 사람들은 준의 홈런이 나올 때 마다 다채롭게 날아다니는 배트를 보며 열광했다.
물론 좋지 않게 보는 사람들도 존재하긴 했다. 특히나 배트 플립을 당한 상대 투수는 매우 기분 나빠했다. 예술적인 배트 플립에 대한 응징으로 보복성 빈 볼이 준과 동료들을 가리지 않고 날아들었다. 하지만 그것도 잠깐이었다.
빈 볼에 대한 준의 대처가 모든 투수들이 더 이상 빈 볼을 던질 수 없게 만들었다. 빈 볼이 날아든 경기에서 준은 어떻게든 그 투수에게 타구를 날려 간담을 서늘하게 했고, 결국에는 손가락이 부러진 투수까지 나오게 되었다.
상대편 감독은 아주 무례하고 동업자 정신이 부족한 선수라고 준을 질타했다. 하지만 이어진 준의 인터뷰에 모두가 입을 다물 수 밖에 없었다.
“측정된 것을 보면 알겠지만 투수들을 향한 내 타구속도의 평균은 고작 80마일에 불과하다. 정확하게 맞추려고 해서 힘이 실리지 않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투수들이 던지는 빈 볼은 90마일을 넘는다.
80마일의 타구에 맞은 투수도 아프고 뼈가 부서지는데 90마일의 공을 맞는 타자는 왜 아무도 생각해 주지 않는건가? 투수들도 공에 맞으면 아프다는 것을 깨달아야 한다.
나는 지금까지도 그래왔고 앞으로도 나를 포함한 내 팀원들을 고의로 맞춰서 아프게 하는 투수가 있다면 나도 똑같이 그 투수도 아프게 해 줄 작정이다.”
괘씸하긴 하지만 구구절절 다 맞는 말이기 때문에 더 이상 어떤 팀도 배트 플립에 대해서 보복성 빈 볼을 던지지 않았다.
덕분에 팬들은 준은 당당한 태도와 팀원을 생각하는 마음, 그리고 예술적인 플립에 대한 별명으로 ‘아트 플리퍼’라는 아주 멋진 별명을 지어주었다. 그렇게 그는 플로리다 리그 최고의 인기선수가 되었다.
비슷한 시기에 미네소타의 육성총괄인 댄 잭슨에게 준에 대한 리포트가 올라갔다. 준의 성적에 대한 자세한 표시와 툴 별 점수 및 의견이 적혀 있었다.
“호오. 생각보다 예상치가 많이 높아졌는걸?”
보고서
이름 : 준 리
20-80스케일은 메이저리그 기준으로 평가함
타격 50 - 공이 눈에 익숙해지면서 지금도 지속적으로 맞추는 능력이 좋아지고 있다. 향후 성장가능성이 남아있음.
파워 80 – 의심할 수 없는 최고의 파워. 작은 체구에서 나오는 힘이라고 믿기지 않을 정도의 파워를 가지고 있음. 유연한 몸과 거기서 나오는 유연한 중심이동이 가진 힘을 100% 쓰게 해주는 것으로 보여짐. 당장 빅리그에 올려놔도 20홈런은 칠 것으로 보여짐.
주력 45 – 체구와는 다르게 생각보다 빠르지 않음. 평균보다 약간 모자람. 빅리그에서 시즌 5개 이하의 도루를 기록할 수 있을 것으로 평가됨.
송구 80 – 빠른 팝타임에서 나오는 91마일 정도의 정확하고 강력한 송구는 최상급. 싱글A에서도 유격수와 2루수의 기록되지 않은 실책으로 3개를 놓쳤을 뿐 13개의 도루저지를 성공시켰음.
수비 45 – 처음의 평가가 너무 높았던 것으로 판단됨. 프레이밍 능력과 반사신경은 뛰어났지만 리드는 둘째치고 포수로써의 머리가 부족한 상태였음. 다른 포수의 조언과 경험이 쌓이자 눈부신 속도로 발전해 왔음. 하지만 싱글A수준으로는 더 이상 한계가 분명해 보임.
결론 : 조속히 상위 리그로 올려서 성장시켜야 한다고 평가됨.
“그럼 준과 호세를 모두 상위 리그로 올려야겠군.”
6월 3일 원정을 앞두고 포트마이어스의 모든 선수가 회의실에 모였다.
“다들 들었겠지만, 오늘 3명의 선수가 우리를 떠나서 뉴브리튼 락 캣츠로 향한다.”
“준과 호세는 분명 포함되어 있을거야.”
“당연하지 그럼 남은 자리는 한 자리밖에 없는데. 누가 될까?”
“아마 잭이 아닐까? 미네소타에서 투수가 부상당했으니까 올라갈 자원도 투수일거야.”
이런저런 추측이 난무하기 시작했다. 더 시끄러워지기 전에 회의장을 진정시켜야 되겠다고 생각한 샘이 앞으로 나섰다.
“조용! 콜업 될 3명을 발표하기에 앞서서 전달할 소식이 있다. 그 동안 우리와 함께 해왔던 카이트가 선수생활을 끝내기로 결정했다.”
장내가 조용해지고 모두의 눈이 카이트를 향했다. 비록 화려하진 않고 친근하게 굴었던 선수도 아니지만 다들 자신들도 카이트 처럼 은퇴 할 수도 있다는 사실에 엄숙해진 것이다.
고요를 뚫고 샘의 목소리가 다시 이어졌다.
“그는 여기를 떠나서 배터리 코치로 뉴브리튼 락 캣츠에서 연수를 받기로 했다.”
카이트는 준의 수비실력 향상에 누구보다 많은 도움을 주었다. 처음에는 귀찮아 했지만, 준의 질문에 대답해주고 알려주다 보니 자신이 가르치는데 재능이 있다는 걸 알게 되었다. 그것을 옆에서 지켜본 샘이 카이트에게 코칭스태프로의 변신을 제안했고 그것을 받아들인 것이었다.
“그리고 이제 여기를 떠나게 될 나쁜 놈들을 발표하지. 호세 베리오스, 준 리, 잭 모리슨! 이 세 명은 오늘 내로 짐을 싸서 뉴브리튼으로 향한다. 이상!”
그렇게 별다른 이변 없이 콜업 명단이 불려졌다. 다들 누가 갈 지 예상을 했기 때문에 헛된 기대는 하지 않았고, 올라가게 된 세 명을 진심으로 축하해 주었다.
“올라가서도 우리를 잊으면 안 된다고!”
“못 잊도록 빨리 따라서 올라오면 되잖아.”
“좋아. 곧 따라가도록 할 테니 기다리고 있으라고!”
다들 다음 번에 올라가는 것은 자신이 될 거라면서 전의를 다졌다.
선수들과 헤어진 준과 호세 그리고 잭은 곧바로 기숙사로 돌아와서 짐을 싸기 시작했다. 짐을 다 싸고 나오자 관리인인 조쉬가 아쉬운 표정으로 배웅을 해 주었다.
“다들 잘가요. 나중에 메이저리그에 올라가서 유명한 선수가 되고 절대 다시 이곳으로 돌아오지 마세요. 그래야지 내가 나중에 손자에게 ‘이런 대선수가 우리 팀에 그리고 내가 관리하는 기숙사에 있었어! 내가 그들에게 빵과 딸기잼을 차려줬지.’라고 자랑할 수 있잖아요. 부디 우리 자랑이 되어주세요.”
조쉬의 말은 포트마이어스 미라클의 모든 팬들의 마음을 대변한 것이었다. 선수들이 거쳐가는 곳에 불과한 마이너리그 팀으로써는 빅리그에서 성공해서 뛰는 선수가 우리 구단에서 뛰었었다는 사실이 엄청난 자랑이 되었다.
모두의 기대를 등에 지고 루키 삼인방은 뉴 브리튼으로 향했다.
- 작가의말
비록 예상한 시간보다 40분이나 늦었지만 한편을 올렸습니다!!
원래는 추천이 생각보다 없어서(저도 추천 두자리수 받고싶단말이에요!!!빼애애애애액) 써놓기만 하고 안올리려고 했지만. 1화의 조회수가 300명을 돌파한것이 눈에 밟혀서 도저히 안올릴 수가 없더라구요..
그래서 던져드리는겁니다 흥!!
그런데 조회수를 보다보니 이상한점이 있더라구요 2편보다 3편이 조회수가 작은건 이해하겠는데 4편이 2편이랑 조회수가 비슷하더라구요..다들 3편이 그렇게 재미없으셨나요..ㅠㅠ추천수는 제일 많은데 말이죠..무려8개!
항상 재빨리 읽고 댓글 달아주시는 드넓은하늘님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여러분의 재밋어요(추천)과 선작은 작가의 힘이됩니다!!
오늘도 보셨듯이 3편이나 올라오잖아요!! 팍팍 써주십쇼!!(굽신굽신)
다음편은 대략 내일 오후 6시쯤 올라가지 않을까 싶네요
그럼 모두 좋은 새벽 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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