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희망의가위 님의 서재입니다.

루시퍼의 비극

웹소설 > 일반연재 > 일반소설

희망의가위
작품등록일 :
2023.06.15 18:07
최근연재일 :
2023.07.09 21:14
연재수 :
23 회
조회수 :
321
추천수 :
0
글자수 :
81,468

작성
23.07.04 19:25
조회
21
추천
0
글자
7쪽

18회

DUMMY

잠시 후 우리는 점심 식사를 먹고 2차전을 하기 위해 지정된 장소로 향한다.


"배가 부르니 잠이 오는데···."


옆에서 걷던 광채가 졸려보이는 표정으로 중얼거린다. 이런 상황에서 잠이 오다니. 대범하다고 해야할지, 무신경하다고 해야 할지···.


이번 장소는 1번 게임과 같이 3층에 위치한 J-1번 방이었다. 대진표를 보니 상대인 20조는 J-2번 방이었다. 아무래도 이번 게임은 방을 따로 사용하는 종목인 모양인데, 서로를 마주보지 않고 어떻게 게임을 할 수 있는지는 짐작조차 할 수 없는 일이었다.


방으로 들어가보니 안에는 아무도 없었다. 방의 크기는 아까 게임을 했던 I방의 절반 정도였다. J-1, J-2라는 이름에서 짐작했듯이 방 하나를 둘로 나눈 것 같다. 그렇지만 어설프게 커튼 같은 것으로 막아놓은 것이 아니라 하얀색 벽으로 확실하게 막혀있다. 이래서야 건너편에 상대편이 있는지 없는지 조차 알 수가 없다.


방 가운데에는 원형 테이블이 있었고, 테이블 주변에 의자 6개가 빙 둘러져 놓여 있었다. 테이블 위에는 마이크 스탠드에 거치되어 있는 유선 마이크와 종이 다발, 그리고 볼펜이 6개 있었다.


"대체 무슨 게임을 할지 감도 안 오는군."


방안을 두리번거리던 광채가 인상을 찌푸리며 말한다.


"벽으로 막혀 있고 마이크가 있다는 것은 소리만 사용하는 게임이라는 건가?"


내 의견은 지극히 당연하기 때문이었는지 아무도 반응하지 않았다. 하긴, 그 소리를 사용하는 게임이라는 게 대체 무엇인지가 중요하니까.


그나저나 이 서진선이라는 여자는 마치 아까 협력을 약속했던 것은 다른 사람이라도 되는 것처럼 조별로 모이고 나서 부터는 한 마디도 하지 않고 있다.


'우리가 협력하기로 한건 당분간 비밀로 해요.'


마지막에 그런 말을 했었는데, 아마도 그것 때문인 것 같다. 갑자기 분위기가 바뀌어 친한 듯이 이야기를 나누면 조원들이 이상하게 생각할 테니까.


조별 내의 또다른 협력이니 만큼 비밀로 해두는 게 좋을지도 모르지.


"모두들 모인 것 같군요. 시작하겠습니다."


그때 어딘가에서 남자의 목소리가 들려온다. 저건가···. 방마다 설치되어있는 동그란 방송용 스피커에서 들려오는 것 같다.


"자. 모두들 자리에 앉아 주세요. 아. 방 문은 닫아주시고요."


그나저나 이번 진행자는 기묘할 정도로 정중한 태도로군. 예의를 갖춰주는 건 고맙지만, 이 악독한 자들이 이러니까 그것도 기분 나쁘네.


"이번 게임은 아주 간단합니다. '빙고' 라는 게임입니다. 젊은 친구들은 학생 시절에 한 번씩 해본 경험이 있을 거에요?"


뭐? 빙고? 또 황당한 종목을 들고 왔군. 그래서 펜이랑 종이를 놓아둔 거였군.


"다만 여러분이 알고 있는 것과는 룰이 조금 다릅니다. 아니. 많이 다르지요. 이른바 OX빙고입니다."


그야 그 룰 그대로 가는 것은 아무래도 무리가 있겠지. 나는 룰을 받아적기 위해 종이 한 장과 펜을 집어든다. 이런 게 놓여져 있는데 써먹지 않을 수 없지. 룰을 더 많이 이해한다면 그만큼 게임을 유리하게 이끌어나갈 수 있다.


"자. 지금부터 하나씩 설명할테니 잘 들어 주세요. 우선 5x5 사이즈의 25칸의 사각형을 만듭니다. 여기까지는 잘 알겠죠? 그 후 1부터 25까지의 숫자를 마음대로 적어주세요. 그 외의 숫자는 안 됩니다? 다 적었으면 그때부터 게임을 시작합니다. 서로 숫자를 번갈아 부르는데, 여기서 중요한 점. 자기가 부른 숫자는 O를 쳐주시고, 상대방이 부른 숫자는 X를 쳐주세요. 일반 빙고처럼 무조건 O를 그리는 게 아닙니다."


그렇군. 그래서 OX빙고라는 건가.


"그렇게 해서 25개의 숫자를 모두 부르고 나면 게임은 끝납니다. 게임이 종료했을때 가로, 세로, 혹은 대각선으로 라인을 많이 완성시킨 팀이 이기는 겁니다. 물론 X로 이루어진 라인은 인정하지 않아요. O가 5개 그려진 것만 해당되는 겁니다."


그렇다는 건 상대에게 방해받지 않고 최대한 라인을 많이 완성해야 한다는 말인데.


이것도 결국 운에 좌우하는 종목이 아닌가? 운이 좋게 상대방을 많이 방해하게 된다면 이길 수 있고, 엉뚱한 번호만 계속 부른다면 지게 되는 거다.


"여기에 한 가지. 이 게임에선 총 다섯 번까지 상대방 번호의 위치를 엿볼 수 있습니다. 일명 엿보기 찬스라는 겁니다."


뭐라고? 갑자기 굉장히 파격적인 조건이 나왔다. 그렇다면 빙고가 성립되지 않을 텐데?


"엿보기 찬스는 한 번에 한 칸뿐입니다. 그리고 번호를 지정해서 볼 수 있는 것은 할 수 없고, 어느 위치에 있는 칸이 무슨 숫자인지만 알 수 있습니다. 단, 한 번 위치 파악을 하는데 5천만원을 지불하셔야 합니다."


"뭐!? 5천만원? 뭐가 그렇게 비싸?"


광채가 황당하다는 듯이 소리쳤다. 그야 당연하다. 나나 광채 정도 나이의 사람이라면 1년을 죽어라고 일해도 만져볼 수 없는 금액이 아닌가? 그런 게 고작 위치 파악을 한 번 한 것만으로 한 순간에 날아가게 되다니···.


"물론 필수는 아니니 사용하지 않으셔도 상관이 없습니다. 조원들끼리 잘 상의해서 결정하시길. 이 게임은 선공과 후공으로 나누어져 있습니다. 맨 처음으로 번호를 부르는 팀이 선공. 그 다음에 번호를 부르는 팀이 후공이죠. 해보시면 아시겠지만 후공쪽이 여러가지로 불리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이 엿보기 찬스는 후공은 처음부터 사용할 수 있지만, 선공은 세 번째 공격부터 사용할 수 있습니다. 해보시면 아시겠지만, 그렇다고 해도 후공이 유리하다고는 할 수 없을 겁니다."


"선공, 후공은 어떤 식으로 결정하죠?"


얌전히 듣고만 있던 진선씨가 마이크에 얼굴을 가져다 대고 말한다. 질문을 들은 게임 진행자는 어쩐지 기뻐하는 것 같았다.


"오. 방금 좋은 질문이 들어왔습니다. 선공 후공의 결정권에 대한 질문이군요! 그것은 제가 동전 던지기로 공평하게 정하겠으니 전혀 걱정 안 하셔도 됩니다!"


동전 던지기라고? 뭐가 공평하다는 거지? 어차피 이쪽에서는 저쪽이 보이지도 않으니 진짜로 동전을 던졌는지 입으로만 던진 건지 알 길이 없잖아. 그냥 주는 대로 받아라. 라는 뜻이로군.


"게임은 총 몇 번이나 하는 거지?"


이왕 질문 타임이 된 차에 나도 물어보기로 했다.


"물론 게임은 한 번뿐입니다. 당연한 일입니다. 인생이란 원래 한 번뿐이죠! 그러니까 게임에 신중하게 임해주세요."


설마 했는데 정말 한 번 뿐이란 말인가? 좋지 못하군. 얼핏 생각해 봐도 선공, 후공 여부에 따라 난이도가 완전히 달라질 게 분명하다. 이런 식으로 운에 운명을 맡기는 것은 원하지 않는 상황인데···.


"자. 더 이상 질문이 없다면 이제 선공, 후공을 결정하겠습니다. 질문이 없으신가요?"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루시퍼의 비극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23 23회 23.07.09 6 0 7쪽
22 22회 23.07.08 8 0 9쪽
21 21회 23.07.07 8 0 8쪽
20 20회 23.07.06 9 0 8쪽
19 19회 23.07.06 9 0 7쪽
» 18회 23.07.04 22 0 7쪽
17 17회 23.07.03 13 0 9쪽
16 16회 23.07.02 10 0 8쪽
15 15회 23.07.01 11 0 7쪽
14 14회 23.06.29 11 0 7쪽
13 13회 23.06.28 11 0 8쪽
12 12회 23.06.27 11 0 7쪽
11 11회 23.06.26 16 0 8쪽
10 10회 23.06.25 13 0 11쪽
9 9회 23.06.24 14 0 7쪽
8 8회 23.06.23 12 0 7쪽
7 7회 23.06.21 13 0 11쪽
6 6회 23.06.20 16 0 7쪽
5 5회 23.06.19 20 0 8쪽
4 4회 23.06.18 19 0 7쪽
3 3회 23.06.17 13 0 7쪽
2 2회 23.06.16 19 0 7쪽
1 1회 23.06.15 38 0 12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