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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의가위 님의 서재입니다.

루시퍼의 비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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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의가위
작품등록일 :
2023.06.15 18:07
최근연재일 :
2023.07.09 21:14
연재수 :
23 회
조회수 :
323
추천수 :
0
글자수 :
81,468

작성
23.06.28 21: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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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쪽

13회

DUMMY

"일단 테이블 앞에 선 이후로는 서로간에 카드의 교환이 불가능하다. 다 섰으면 각자 가지고 있는 카드를 테이블 위에 숫자가 보이게 올려놓도록."


우리는 한명씩 테이블 위에 자기가 가지고 있었던 카드를 올려놓는다.


"그 다음에 자신의 카드와 맞은편 사람의 카드를 비교한다. 만약, 자신의 카드 숫자가 더 크면 이기는 것이고 더 작으면 진다. 그리고 숫자가 같으면 비기게 된다."


나는 앞사람의 카드를 바라본다. 숫자 4가 프린팅 되어 있다. 그렇다면 진 것이다.


"조원들의 승패를 비교하여 최종적으로 이긴 사람이 더 많으면 그 조는 이긴 것이고, 진 사람이 많으면 진 것이다. 물론 무승부도 가능하다. 이것으로 한 게임이 끝난다. 같은 방식으로 게임을 20회 반복한 후, 최종적으로 더 많은 승을 거둔 쪽이 이기게 된다."


뭐라고!? 그게 끝이야? 우리는 서로 얼굴을 마주보면서 황당함을 금치 못한다. 대체 어떤 게임일지 심각하게 고민을 해왔는데, 고작 이런 숫자 겨루기 게임이라니. 맥이 확 풀리는 기분이다.


지금까지 괜히 고민을 했던건가···. 이거야 원. 갑자기 시시해지려고 하는군.


···아니야! 잠깐. 생각을 해 보자. 지금 이 상황에서는 게임 종목따위가 중요한 게 아니다. 중요한건 여기서 지게 되면 그 뒤에 어떤 인생이 기다리고 있을지 모른다는 사실이다. 게임이 어렵고 쉽고 간에 목숨을 걸고 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고스톱만 놓고 봐도, 점당 10원짜리의 게임은 재미로 할 수 있지만, 점당 1만원쯤 된다면 똑같은 종목이지만 더 이상 장난이 아니게 된다. 하물며 지금 우리가 걸고 있는 것은 인생이다. 그렇다면 종목이 재미있건 재미없건 간에 심각하게 임할 수밖에 없다.


바보같은 실수를 할 뻔했어. 오히려 단순하니까 그만큼 운이 좌우하게 되는 것이고, 그렇다면 체력이고 두뇌고 심리전이고 뭐고 상관없이 '랜덤'에 인생을 걸어야 한다는 뜻이다. 오히려 '실력'이 좌우하는 게임인 쪽이 더 나았을지도 모른다.


검은 정장은 추가로 설명을 덧붙인다.


"기본 룰은 여기까지다. 추가로 두 가지만 덧붙이면. 첫째로, 카드를 배분하는 시간은 5분이다. 5분동안 어떤 카드를 누가 가질지에 대해 결정하도록. 화장실에 다녀오는 것도 그 시간을 이용해라. 둘째로 게임을 20회 반복하게 되는데, 테이블에 서는 순서는 지금 서있는 이 자리 그대로다. 중요한 건 카드의 위치일 뿐이니 쓸데없이 우왕좌왕하는 건 시간 낭비니까."


즉, 5분 동안 카드 배분. 그 후 테이블 앞에 선다. 서로의 숫자를 비교. 게임 1회 종료. 다시 5분 동안 카드 배분. 이런 식으로 진행이 된다는 말이다.


"모두 이해했을테니 이제부터 본격적인 게임을 시작하겠다. 지금부터 5분 동안 카드 배분 시간을 가질테니 각자 모여서 카드를 나누도록. 5분 동안 결정하지 못하면 그 게임은 실격패다."


그리고 그는 차고 있던 손목 시계의 버튼을 조작한다. 알람이라도 맞추는 모양이다.


우리는 상대조에게 카드 분배를 들키지 않도록 테이블에서 떨어져서 둥글게 모인다. 우리는 광채에게 다시 카드를 돌려준다. 광채는 그저 맨 처음에 남자에게서 카드를 받았을 뿐인데, 마치 원래 그의 것이었던 것처럼 너무나도 자연스럽게 카드가 넘겨졌다. 광채는 내키지 않다는 표정이었지만, 할 수 없이 카드를 받아든다.


"카드는 어떤 식으로 배분하지?"


아무래도 광채는 승부의 열쇠를 쥐고 있다는 사실에서 굉장히 부담을 느끼고 있는 것 같았다.


"적당히 나눠 갖지 뭐. 저쪽에서 뭘 낼지 알 수 없으니 어차피 운 아냐?"


체격 좋은 남자가 그렇게 말한다. 되는 대로 말하는 것 같지만, 어떻게 보면 이 말이야말로 진리다. 고민해봤자 이길 수 있는 방법이 있는 것도 아니라면, 쓸데없이 시간 낭비할 필요 없이 빨리빨리 정하는 게 상책이다.


"하긴, 나도 그쪽이 나을 것 같아. 어차피 고민한다고 해도 변할 것도 없을 테니까."


내가 동조하고 나서자 광채도 의욕이 생기는 것 같았다.


"그럼 우선 내가 무작위로 나눠주겠어. 다른 사람들도 괜찮죠?"


"으, 응."


우두커니 있던 중년의 아저씨는 그제서야 우리에게 목소리를 들려준다. 여성 조원도 묵묵히 고개를 끄덕인다.


광채는 카드를 대충 섞더니 우리에게 한 장씩 나누어 준다. 내가 받은 카드는 또 3이었다. 어쨌든 약한 카드는 아니니 나쁘진 않지만···.


그나저나 이렇게 카드 배분이 순식간에 끝나버리니 남은 4분 동안 굉장히 지루한 시간이 될 것 같다. 이걸 20번이나 반복해야 한단 말인가. 1~2분이면 끝날 일을 왜 5분이나 배정한 건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


하긴 카드를 정하는데 5분, 테이블로 가서 제출하는 데 1분이라고 쳐도 6분. 20게임을 하는 데 120분이면 충분하니···. 점심까지 남는게 시간이다. 게임이 지나치게 빨리 끝나서 남는 시간이 많아질수록 이들로선 그동안 통제하기가 번거로울 뿐이겠지.


그 남는 시간동안 생각이나 좀 해보자. 이 게임에서는···그렇군. 다섯명 모두 이겨서 5승으로 완승하는 건 불가능하다. 운이 좋아야 4승 1패까지. 4승 1패가 되기 위해선 1을 낸 상대방에게 2를 제출. 2를 낸 상대방에게 3을 제출. 그런식으로 해서 5를 낸 상대방에게 1을 제출해야 하는데···. 얼핏 생각해봐도 이쪽은 굉장히 확률이 낮을 것이 분명하다. 그렇다면 결국 2승 3패, 혹은 3승 2패 정도로 결판이 나겠지.


아니다. 무승부도 가능하겠군. 예를 들어 서로 3을 제출한 뒤에, 나머지 1,2 와 4,5가 서로 엇갈리게 되면 2승 1무 2패가 되어, 그 게임은 무승부가 된다.


그렇다면 게임 전체가 무승부로 끝날 수도 있다는 거로군. 연장전이 있을지도 모르지만, 저 검은 정장이 그런 말은 하지 않았으니 무승부도 있다고 생각하는 게 좋겠다.


월드컵을 생각해보면 4개의 팀으로 이루어진 조별 리그에선, 첫 번째 경기에서 이기는 쪽이 훨씬 유리하게 이끌어갈 수 있다. 그걸 생각해보면 무승부보단 이기는 쪽이 훨씬 좋을 것이나, 반대로 생각해보면 비기는 한이 있다 할지라도 절대로 져선 안 된다.


저쪽 조를 바라보니 아직 카드 분배를 시작도 하지 않은 것 같았다. 딱히 전략이랄 것도 없는 게임에서 뭘 그렇게 고민하는 건지 모를 일이다.


나는 5분의 시간이 지날때까지 혹시라도 있을지 모르는 승률을 높일 방법을 떠올려 봤으나 아무리 생각해도 별다른 방법이 떠오르지 않았다.


"자. 시간이 됐다. 다들 테이블로 모여."


길고도 짧은 5분이 지나갔군. 우리는 아까처럼 테이블로 모여 서로 마주보고 선다. 그나저나 이 거추장스러운 의자는 대체 왜 있는 걸까? 점심 식사 후에 있을 2차전때 쓰는 건가?


"카드를 올려라."


남자의 말에 따라 우리는 카드를 테이블에 올려놓는다. 내 앞에 선 남자의 카드는 1. 이번에는 내가 이겼다.


좌우를 둘러보니 2승 2무 1패로, 최종적으론 우리의 승리였다. 좋아. 스타트는 좋은 편이다.


"18조 승리. 현재 17조는 1패. 18조는 1승이다."


결과를 확인한 검은 정장의 남자가 말한다. 현황까지 말해주다니···이상한 부분에서 친절하군. 하기야 20번이나 반복하다보니 자칫하다간 서로 혼돈에 빠져 우왕좌왕 할 수도 있는 일이다. 그러다가 서로 자신에게 유리한 쪽으로 주장이라도 하면 더욱 복잡해지는 일일테고.


"카드를 회수해라. 5분 후에 2차전을 시작한다."


그 남자의 지시에 따라 우리는 각자 카드를 들고서 다시 한쪽에 모인다. 이대로 무사히 이겨나가게 된다면 좋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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