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꽃
오늘 한 다발의 꽃을 받았습니다.
딱히 나를 위한 꽃다발은 아니었고, 아들이 받았던 꽃다발을 집으로 가져 왔기에 결국 그 꽃다발은 내 것이 되었습니다.
“엄마 해. 나는 이런 거 필요 없어.”
그 꽃다발을 안겨준 사람이 들었다면 우울했을 말을 내뱉으며 무심히 건네주는 아들의 꽃을 나는 좋아하며 받았습니다.
화병에 담겨진 장미와 안개꽃.
꽃에 관심을 크게 두지 않고 살았던 탓에 이름도 모르는 꽃들.
뿜어져 나오는 향기는 내게 미소를 짓게 합니다.
사람의 정성이 꽃 색깔만큼이나 화려해 보입니다.
나를 위해서 만들어 진 게 아니어도 보고 있자니 너무나 좋습니다.
이런 기분을 얼마 동안 잊고 살았을까 하는 생각에 기억을 다시 돌려 봅니다.
졸업을 할 때도.
연애를 할 때도 나는 품에 꽃다발을 안고 있었습니다.
아련함 속에서 그때의 향기가 느껴집니다.
기억 속에 있는 꽃다발은 기쁨이었고, 사랑이었습니다.
꽃이란 참 신기한 것 같습니다.
아무런 힘도 없는 연약한 것이 색과 향기로 본인조차 잊고 있었던 기억들을 꺼집어내 주니 말입니다.
나는 이꽃 저꽃 꿀을 찾아다니는 꿀벌처럼 냄새를 쫓고 있습니다.
맡아도 맡아도 질리지 않습니다.
향기들이 나를 꽃들로 가득한 벌판을 유유히 걸어다니게 합니다.
자연스럽게 눈이 감기고 내 몸은 향기 속에서 잠깁니다.
잠시 잊고 싶은가 봅니다.
오늘 저녁은 무슨 반찬을 할까?
내일은 어디를 가서 싸게 장을 볼까?
세제가 남아 있나?
수도세와 전기세. 관리비를 내야 하는데...
나를 꽃에서 멀어지게 했던 생활이라는 이름에서 잠시 그렇게 벗어나고 싶은 내가 꽃 향기 속에서 웃고 있습니다.
자신의 향기를 나에게 마구 전해주는 꽃들에게 감사하고, 이런 꽃 다발을 준 아들의 그 누군가에게 감사합니다.
지금 나는 잠시나마 행복하니까요.
Comment '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