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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리병 속 선인

웹소설 > 일반연재 > 무협, 판타지

치맥세잔
그림/삽화
치맥한잔
작품등록일 :
2024.04.03 10:29
최근연재일 :
2024.05.19 13:35
연재수 :
43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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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6,513
추천수 :
962
글자수 :
199,302

작성
24.04.03 1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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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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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
글자
12쪽

기초 공법을 얻다

DUMMY

숙소의 방은 딱히 정해진 것이 없었다.

잡부들끼리도 서열은 존재했지만, 그중에서도 개잡부에 속하는 그들은 먹고 살기도 팍팍했다. 살갑게 대해주는 이들은 서로의 무리들 뿐, 자신의 수련자원도 벌기 바쁘기에 챙겨주는 이들이 없는 까닭이다.


숙소를 찾지 못해서 헤매던 도중 밖에서 나와 기다리던 강산이를 발견할 수 있었다.


“여기야!”

손을 흔들며 자신을 부르는 반가운 얼굴에 석호도 웃으며 그를 향해 손을 흔들었다.


“무슨 일 있었어? 옷은 또 왜 그러고?”

석호가 찢어진 옷을 만지더니 어깨를 으쓱였다.


“강에서 씻고 있는 데 이상한 것들이 칼을 들고 덤비지 뭐야. 다행히도 도망치는 데는 성공했지만, 너도 조심해. 여기는 이상한 사람들이 많은 거 같아.”

“헉? 칼을 들고 덤볐다고?”

강산의 두 눈이 휘동그래지며 석호의 온몸을 더듬었다.

석호의 옷에 핏물이 굳어 듬성듬성 갈색으로 물들어 있었다.


“미쳤어? 칼에 베였으면 바로 치료해야지.”

강산이가 품에 넣어두고 있던 반합을 열었다.

그 안에는 바를 수 있는 연고가 들어 있었는 데, 짙은 쑥 냄새를 풍기고 있었다.


“아냐 괜찮아. 오면서 다 나았어. 그 정도 상처는 침 바르면 나아.”

“그럴리가!”

강산이 상처를 더듬었다.

하지만 어디에도 피딱지는 커녕 칼에 베인 흔적조차 찾을 수가 없었다.


“거봐 내 말이 맞잖아.”

“이상하네... 그게 나을 리가 없잖아!”

“나도 몰라. 어릴 때부터 저랬어.”

석호가 으쓱였다.


“그런가? 어쩌면 너라면 가능할 지도 모르겠다.”

같은 또래 아니 성인을 넘어서는 근력을 보니 그 바탕이 끊임없는 생명력에서 비롯되었는지도 모를 노릇이었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그게 아니었다.


“그건 그렇고 우리 방은 어디야?”

“으응. 여기로 가면 돼.”

강산이가 안내한 곳으로 갔다.

그곳은 네명이 묵을 수 있도록 침구가 놓여있는 방이었다.

간단한 짐을 놓을 수 있도록 장궤가 놓여져 있었는 데, 그곳에는 간단한 옷가지들과 생필품들이 들어있었다.


방에는 이미 두명의 아이들이 누워 있었지만 쉽게 잠들지 못하는 듯 보였다.

강산이를 보자 서로 인사하는 모습을 보니, 이곳에 오기전부터 알고 지내던 사이 같았다.


석호가 자신의 자리에 가서 장궤를 열어보았다.

석호의 장궤에도 똑같은 물품들이 들어 있었다.


“왜 옷이 들어있어?”

“아 이거? 청라종에서 새로 사람이 들어왔다고 전부 준비해 둔거라고 하더라고. 집에서 입고 온 것들은 잘 정리해서 넣어두고 이 안에 있는 옷으로 갈아입으면 돼. 만약에 크기가 맞지 않으면 포목방으로 가서 바꾸면 된대.”

“그래? 다행이네. 옷을 사려면 공헌점을 얼마나 더 벌어야 할지 걱정했는 데 말이야.”

“맞아. 공헌점을 벌기 위해 걱정이 많았는 데, 사실 그렇게 팍팍하지는 않더라구. 첫날이라고 겁을 주기 위해서 신입들에게 일부러 엄하게 대한다고 하네. 밥도 안주는 것처럼 이야기 했지만, 나물하고 주먹밥은 제공해준다고 하더라고. 내일 아침부터 먹으면 된대.”

“그렇구나. 알려줘서 고마워. 방에 있는 애들은 누구니?”

“쟤들은 나와 같은 마을에서 온 아이들이야. 앞에는 한림 맞은 편에 있는 아이는 금명이라고 해.”

“만나서 반가워. 이야기 들었어. 우리는 황하마을 출신이야. 모든 아이들이 떨어지고 우리만 간신히 붙었어.”

“그래. 나도 만나서 반가워. 나는 이가마을이라 불리는 집성촌에서 왔어. 나와 같이 왔던 아이들은... 다들 자질이 좋아서 다른 곳으로 갔지 뭐야.”

석호가 쓴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하지만 이 방의 아이들의 생각은 다른 듯 보였다.


“아 그래? 그래도 부럽다. 걔들이 잘 되면 너한테도 큰 도움이 될 거잖아.”

“그래? 그랬으면 좋겠어.”

석호는 쓴 웃음을 지었다.

아무리 생각해보아도 그들이 자신에게 도움을 줄 리 만무했기 때문이다.

그들과 석호는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며 밤을 보냈다.


날이 밝음과 동시에 산 중턱에서 타종(종을 울리는)소리가 울려 퍼졌다.

종문에서 아침을 알리는 종소리였다.


그것은 종문의 내노라 하는 법보 중 하나였다.


제마의 기운과 미약하지만 세수(몸을 정화시킨다는 뜻)의 기운이 섞여 있었다.

중급 상급자질을 가진 제자들은 매일 아침마다 종과 가까운 곳에서 세수를 받으며 육신을 정화시켰지만, 그와 같은 하급제자들은 그런 기회를 받을 리 만무했다.


그저 ‘아침마다 종소리가 울리는가보다’ 라는 생각을 할 뿐이었다.


석호는 다른 아이들과 함께 방에서 나갔다.

그리곤 종문에서 제공하는 간단한 음식을 먹었다.


벽곡단으로 배를 채우다가 주먹밥을 먹으니, 꿀처럼 달게 느껴졌다.

아이들이 식사를 배급받고 배를 채울 무렵 누군가 수레에 한가득 책과 단약을 싣고 왔다.

그들의 시선이 수레로 향했다.


“수련을 처음 시작하였으니, 입문 공법과 하급 영단을 지급하겠다. 순서대로 각기 하나씩 받아간다. 한달에 한번 하급 영단은 꾸준히 배급하지만, 이후에 필요한 자원은 모두 스스로 공헌점을 모아서 구매하도록!”

아이들은 설마 입문 공법과 영기를 느낄 수 있도록 도와주는 하급 영단을 무료로 제공해줄 줄은 꿈에도 상상하지 못했다.


거기다가 한달에 한번씩 꾸준히 보급을 해준다니!


하지만 그들과는 달리 석호는 소름이 돋는 것을 참지 못했다.

저들이 왜 이곳을 벗어나지 못하는 가에 대한 사실을.

노력을 해서 공헌점을 번다고 실력이 늘어나는 것은 아니지만, 최소한 수련을 할 수 있는 자원을 지원해주기 때문에 연기기에 들지 못하고 축기에 실패하지만 놓치 못하는 까닭이다.


평생을 종문에 묶여 살지만 떠날 생각을 하지 못한다.


마치 사법고시를 준비하다 늙어죽는 낭인들처럼 말이다.

기초공법을 받아든 아이들은 하나같이 부푼꿈을 안고 있었다.


시작은 미약하지만 그 끝도 미약하지 않을 것이라는 기대 말이다.

하지만 출발점부터 다른 데 어떻게 동일선상에서 경쟁할 수 있을까?


기대에 차 있는 아이들을 보는 관리의 눈에 희망을 잃고 조금씩 늙어가는 잡부들의 모습이 겹쳐보았다.

그들 중에는 일찍이 정신을 차리고 하산하는 이들도 분명 있을 것이다.

연기기에 들기만 하더라도 세상에 나가면 최소 장군 소리를 듣는 용력을 갖출테니 말이다.


아이들은 단약과 입문공법을 받자마자 자신의 방으로 가거나 조용한 인근 숲으로 들어갔다.

어디서 본 것은 있어가지고 조용한 곳에서 명상을 하며 글을 읽을 생각이었다.


석호 또한 설레는 마음을 부여잡으며 책과 영단을 챙겼다.

그리고 책을 펴는 순간 한계에 부딪히고 말았다.


흰 것은 종이요.

검은 것은 글씨였다.


문맹까지는 아니었지만 배우지 못한 언어를 스스로 깨우칠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 .”

석호는 숨이 ‘턱’ 하고 막혀오는 것을 느꼈다.

일상생활에서 쓰이는 기초적인 글자는 알아볼 수 있었지만, 7살짜리 아이들도 배우는 것을 그는 배우지 못했다.


이 세계에도 표음문자가 존재했다.

그것은 언문이라고도 불리는 언어인 데, 대략 오백년 전 옛 신선이 중생들을 가엽게 여기며 전해줬다고 알려준 문자였다.

하늘에서 내려준 문자이기에 대부분의 하층민들이 그 문자를 사용했지만, 정작 고위 계층들은 버러지들이 쓰는 것이라며 경시하는 경향이 있었다.


또한 수련자들은 표의문자를 지향하는 경향이 있었다.

옛 신선들이 쓰는 문자는 표의문자였다.

한자와 비슷한 생김새와 음과 운을 가지고 있었다.


그렇기에 전승이라는 것은 쉬운 것이 아니었다.

문자 하나하나에 뜻을 담아야 했고 단어 하나를 해석하기에 따라 만가지의 변화를 이루어 낼 수 있었다.


그것은 서책에 담긴 내용이 쉽게 외부로 유출되지 못하도록 막는 기능을 했을 뿐만 아니라, 저자의 깨달음이 왜곡되지 않고 어느 시대에 가더라도 전승이 유지될 수 있도록 보호하는 기능이기도 했다.


또한 표의문자는 그 자체로도 수백가지의 도를 아우르고 있었다.

배우지 못한다면 옛 신선들의 가르침 뿐만 아니라 부도[符道]라 하여 부적을 만드는 기술 그리고 필법(筆法)을 이용한 각기 다른 종족마다 가지는 각기 다른 대도의 운율을 차용해 올 수 없었다.


대부분의 자질이 있는 자들은 이곳에 오기 전에 언어정도는 배워오기 마련이었다.

하지만 그들의 대부분은 자질이 미천할 뿐만 아니라 기본적인 교육조차 받지 못한 자들이다.


석호는 이대로 좌절할 찰나, 한참을 서성이던 강산이가 석호에게 다가왔다.


“입문 수련은 잘 돼?”

석호는 강산이의 물음에 고개를 저었다.


“아니.”

“왜? 이해가 안 되는 게 있니?”

“그건 아니고... 그냥 글자를 읽지 못할 뿐이야.”


석호는 덤덤하게 말했지만 속으로는 무척이나 부끄러웠다.

글을 모른다는 게 자랑은 아니었다.


“에이 농담하는 거지? 장난이지?”

입문공법에 수록된 언어는 결코 어려운 수준의 언어가 아니었다.

깊은 내용을 담고 있을수록 깨우치기 힘들뿐더러, 익히는 자의 자질 또한 높지 않으면 더욱 깨우치기 힘들기 때문이다.


석호는 고개를 저었다.


“간단한 언문은 배운 적이 있어. 하지만 이런 꼬부랑 글씨를 배울 기회는 없었어.”

석호는 덤덤한 척 말을 했지만, 몸에서 나는 냄새로 인해 숨어서 아이들이 공부하는 모습조차 지켜볼 수 없었다.

배우고 싶었지만 배울 수 없었다.

그때 못배운 것이 가슴에 사무치게 쓰라렸지만 방법이 없었다.

그리고 그것 때문에 입문조차 못한다니....


공법 그 자체에 목을 메고 있던 석호에게 청천병력과도 같은 일이었다.

도와줄 사람을 찾는 데 얼마나 많은 시간과 공헌점이 들지 생각만해도 아찔했다.


하지만 하늘은 스스로를 돕는자를 돕는다고 하지 않았던가?

옆에서 장난치지 위해 다가왔다고 생각했지만, 그게 아닌 듯 보였다.


“힘들면 내가 도와줄까?”

“네가?”

강산이 생긋 웃으며 대답했다.


“응. 아버지가 훈장님이셨어. 그래서 삼경정도는 읽을 줄 알거든. 저기... 그런데...”

“그런데?”

강산이 머뭇거리며 말을 햇다.


“나도 네게 글을 알려줄게. 대신에 네가 글을 배울 때까지 하급 영단을 내게 주면 안될까?”

그 말에 석호는 잠시 고민에 빠졌다.

하급 영단의 가치와 글을 읽을 수 있는 능력을 교육받는 것.

하급 영단이야 공헌점을 모아서 사면 된다고 하지만, 글을 배우지 못한다면 앞으로의 수련에도 지장이 생길 것이 분명했다.


“정말로 그거면 되겠어?”

강산이가 웃으며 말했다.


“응. 시간은 좀 걸릴지 모르지만, 공헌점을 모으는 거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지. 어제 벌목하다가 다친 손목이 아직도 얼얼해. 그럴 바에 네 공부도 돕고 나도 수련자원을 모을 수 있다면 나쁘지 않다고 생각해.”

“좋아. 그렇게 하자.”

석호는 고개를 끄덕이며 그에게 글을 배우기로 결심했다.

강산이가 함박웃음을 지었다.

영력을 느낄 수 있게 몸속의 혈도를 세수해주는 하급 영단은 하나가 공헌점 100점에 해당하는 물건이었고, 영기의 결정이라 알려진 영석은 손톱에 붙은 티끌만한 조각이 공헌점 100점에 해당했다.


하지만 석호는 그저 하루에 다섯그루의 나무를 베면 20일이면 충분히 영단 하나를 벌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 것이다.

또한 글자를 익히는 데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을 것이라 생각한 게 가장 컸다.


“언제 배울 수 있을까?”

“나도 수련을 해야 하니 저녁 먹고 자정에 만나서 하도록 하자. 어때?”

“알겠어. 그때 물건을 챙겨서 갈게.”

“그래. 할 일 마치고 그때 보자.”

그들은 서로 헤어졌다.

어제 벌목을 하며 느낀 사실이 자신과 적성이 맞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어차피 글을 모르기에 강산이 해독할 시간이 필요했고, 아쉽지만 석호는 공헌도를 1점이라도 더 벌기 위해 임무를 부여 받고 산으로 향했다.


날이 저물자 오늘 하루의 일과를 마친 석호는 강산이 머무는 곳으로 향했다.

그곳에는 강산 뿐만이 아니라 몇 명의 아이들이 더 모여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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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8 혈호[血虎]! 서쪽 산의 제왕!(1) +7 24.05.10 671 20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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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 혈요비경[血妖秘境] +4 24.05.06 757 19 1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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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 문지기의 시험(1) +5 24.05.05 693 16 11쪽
33 비경으로 향하다(3) +4 24.05.02 818 19 7쪽
32 비경으로 향하다(2) +2 24.05.01 774 17 10쪽
31 비경으로 향하다(1) +2 24.04.29 802 17 12쪽
30 16강. 열양지기와 검수 +4 24.04.23 897 15 8쪽
29 상선약수(上善若水)(2) +7 24.04.22 853 19 13쪽
28 상선약수(上善若水)(1) +5 24.04.21 906 18 10쪽
27 네번째 비무대회(2) +4 24.04.20 964 18 12쪽
26 네번째 비무대회(1) +4 24.04.18 914 17 13쪽
25 세번째 비무대회(1) 두번째 생략 +2 24.04.17 957 17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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