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ㅋㅋㅋ

호리병 속 선인

웹소설 > 일반연재 > 무협, 판타지

치맥세잔
그림/삽화
치맥한잔
작품등록일 :
2024.04.03 10:29
최근연재일 :
2024.05.19 13:35
연재수 :
43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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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6,506
추천수 :
962
글자수 :
199,302

작성
24.04.14 2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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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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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
글자
12쪽

첫번째 비무대회(1)

DUMMY

석호를 비롯한 비무대회 참가자는 장교가 일러주는 길을 따라갔다.

길은 직선이 아닌 곡선의 형태를 띠고 있었는 데, 참가인원이 많다 보니 둥근 길 모양을 따라 나갈 수 있도록 복도를 꾸민 것이었다.


그 길을 따라 쭉 걸어 들어가자 이내 새하얀 빛이 새어 나오는 출구를 발견할 수 있었다.


그 빛의 너머를 보자 관중석이 보였다.


참가자들은 사방에서 들려오는 함성소리에 깜짝 놀랐다. 저들은 비무에 참여하는 제자들을 독려하고 있었다.


호승심이라고 불리는 감정이었다.

젊은 마음에 피가 끓어오르는 것을 느꼈다.

흥분한 나머지 길을 찾지 못해 사방을 두리번대는 제자들도 있었고, 발을 헛디뎌 비틀거리는 제자들도 있었다. 석호는 움찔거리는 그들을 뒤로하고 계단을 타고 내려가는 데 집중했다.


참가자들은 비무대와 가장 가까운 맨 앞줄에 마련된 의자가 앉았다.

내문제자는 그들 중에서도 가장 상석에 자리를 잡았고, 외문제자는 그 뒤에, 비무대회에 참여 했는 지 조차 모를 잡역소속의 제자들은 외문제자의 뒤편에 자리를 잡았다.


“꼴깍.”

잡역제자들은 저들이 수련을 위해 평생을 힘써왔다는 사실만 들어봤지, 그들의 몸에서 풍기는 기운을 직접적으로 느껴본 적이 없었다.


수천에 달하는 수선자의 몸에서 뿜어져 나오는 기세에 압도되어 땀을 흘렸다.


그나마 종리세가에서 온 쌍둥이들은 무가였기 때문에 기세에 대한 면역이 컸지만, 그러한 경험이 없는 자는 크게 주눅들어 있었다.


그중에서 강산은 큰 충격을 받았다.

연기 제자들의 비무대회라고 해서 고작 수십명이서 하는 조그마한 격투대회 수준으로 생각했다.


연기의 제자들 사이에 수준차이가 나 봐야 얼마나 나겠냐는 생각에, 오로지 이날을 위해 연기에 들자마자 하급 영단을 모으고 그것을 팔아 하급공법과 검술을 배워 수련을 했건만, 자신은 그저 우물 안의 개구리에 불과했다.


평소에는 만날 일도 없고 자신보다 경지가 높은 자들이 기세를 보일 일이 없어서 그러려니 했지만, 잡역 제자들 중에 수준이 가장 높은 자는 연기 7성이었고, 그나마 쌍둥이 형제들은 6성에 머물러 있었고, 강산과 석호는 겨우 4성 턱걸이에 진입해 있었다.


나름 주변에 보이는 자들에 비해 자신의 경지가 높았고, 수행속도가 빠른 편에 속했기 때문에 자만심을 가진 적도 있었다.

하지만 내,외문제자의 벽은 높았다.


저들 중 경지가 뛰어난 자들은 축기에 들어설 수 있음에도 내문제자로의 승격과 비경에 출입할 수 있는 자격을 얻기 위해 축기에 들어서지 않고 무려 십여년의 세월을 감내 한 것이었다.

연기 대원만의 제자들 중 단연 독보적인 경지를 가진 자는 지약이였으며, 그녀와 마찬가지로 대원만의 경지에서 올라가지 않고 버티던 세명의 제자들이 더 있었다.


그들 또한 검을 쓰고 있었지만, 축기에서 상위권에 들 자신이 없었고, 운이 없으면 하웅산이나 소무영과 같은 절세기재와 64강에서 만나기라도 한다면 두 번의 기회를 잡기 힘들 것임을 알고 있었다.


그들에게 있어서 축기 돌파는 식은 죽 먹기와도 같은 일이었다.

하지만 비경에 갈 수 있는 기회는 결코 쉽게 얻을 수 없는 일이었다.


그중에서 강산은 유난히 긴장을 하고 있었다.

이번에 떨어지게 된다면 언제 외문제자에 오를 기회가 있을 지 미지수 였기 때문이다.


“석호야. 너는 몇 번째야?”

“네번째.”

“헉. 네가 가지고 있는 막대 좀 볼 수 있을까?”

강산은 석호가 네 번째라는 말에 깜짝 놀라며 석호에게 말했다.

그러자 석호는 자신이 들고 있는 막대를 보여줬다.

끝에 4번이라는 숫자가 적혀있었다.

강산이 들고 있던 막대기와 같은 번호가 적혀 있었다.


“석호야 우리 임시적으로 동맹을 맺지 않을래?”

“동맹이라고?”

석호가 고개를 갸웃했다.

굳이 너 따위와 동맹을 해야 하겠냐는 의미였다.

여럿이 뭉쳐다지니 않더라도 쉽게 질 자신이 없었던 탓이다.


“응응. 나 꼭 16강 안에 올라가고 싶어.”

“굳이 널 도와줘야 할 이유가 있나?”

석호의 차가운 언사에 강산은 자신의 지난날을 후회했다.

하지만 돌이켜보면 석호에게 속인 적이 없었을뿐더러, 석호 또한 강산에게 서운했던 적이 없다고 하면 말은 되지 않지만 그렇다고 해서 호감이 있지는 않았다.

어찌되었던 간에 종문에서 가장 처음으로 도움을 주고 받았던 자이기 때문이다.


“잉잉. 우리사이에 이러기 있기야? 벌써 6개월동안 동문수학하며 살을 맞대며 살았던 사이잖아. 석호야아아아아.”

이렇게 말을 하며 팔에 달라붙으니 할 말이 없었다.

사내아이가 애교를 부리며 말을 하자 징그럽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기이하게도 달라붙은 강산에게서는 달콤한 향기가 나왔다.

기다란 천으로 덧댄 듯 조그마하지만 단단한 가슴이 팔에 닿자, 석호가 흠칫 놀라며 바로 팔을 뒤로 뺐다.


“음. 대신에 나도 조건이 있어.”

“뭐, 뭔데 말해 봐 이상한 건 아니지?”

강산의 미묘한 표정변화에 기분이 살짝 나빠질 뻔했다.


“만약에 내 도움을 받고 싶으면 선금으로 축기 선배에게 받았던 단약을 선불로 줘.”

“그... 그건.”

강산은 흠칫 놀라며 몸을 뒤로 뺐다.

약병에서 나는 향기로 미루어 보았을 때, 한달에 한번 보급받는 영단보다 더 높은 수준의 단약임에 틀림이 없었다.


“싫어? 나는 글을 배우기 위해 너에게 매달 한알의 영단을 줬어. 이런 일로 굳이 너에게 강요할 이유는 없지.”

강산은 단약을 주기 아까워서 머뭇거렸지만 이내 이를 악물었다.


“... 그래 알았어. 대신에 꼭 도와주기다.”

“내 옆에서 떨어지지 마라.”

“응.”

강산은 동아줄이라도 잡고자 하는 심정으로 석호에게 말했고 석호 또한 그의 제안에 승낙했다.

그것을 본 구양형제와 종리양은 경멸하는 듯한 표정을 지으며 강산을 째려봤다.


“별 볼일 없는 애들끼리 뭉치는 꼴이라니.”

“보는 눈이 없어. 저 애는 덩치는 컸지만, 경지가 매우 일천 해. 아무리 무력이 대단하다 한들 경지가 일천하면 그 공극은 메꾸기 힘들지. 도움을 요청하려면 최소 7성 이상의 경지인 내게 부탁했어야지.”

커험.

종리양은 기회를 잡고 싶으면 알아서 단약을 받치라는 손짓을 했다.

하지만 강산은 그들을 보며 콧방귀를 뀌었다.


“우리 석호가 얼마나 대단한 줄 아세요? 쟤가 이래 보여도 나무패는 건 선수라고요. 내가 봐 온 연기 수도사들 중에 힘 하나는 최고예요.”

강산의 말에 종리양이 헛웃음을 터뜨리며 말했다.


“힘만 세다고 능사는 아니지. 힘만 놓고 봤을 때 나 또한 맨손으로 나무를 부러뜨릴 수 있지. 연기란 육신을 수련할 수 있도록 새로이 정련하는 과정이야. 영기란 매우 순수한 기운이야. 속세의 육신으로는 결코 그것을 모을 수가 없어. 때문에 수행이 높을수록 육신 또한 강해질 수밖에 없지. 그는 고작 4성에 불과 해. 하지만 나는 다르지. 영근이 완성되었을 뿐만 아니라 곧 있으면 연기 원만에 오를 것이니 말이야.”

종리양의 말에 석호가 웃는 낯으로 답했다.

영근의 길이는 그저 연기기 제자의 수준을 가늠할 때 쓰는 잣대일 뿐이었다.

석호는 아직도 연기 4성의 경지에 머물러 있었지만, 다른 이의 전승을 받아들이며 본능적으로 경지를 느끼고 있었다.


“저도 잘 알고 있지만, 길고 짧은 것은 대봐야 아는 것이지요.”

“아는 게 일천한 거 같아 일러주려 했건만, 배우려 하지 않을 뿐더러 무척이나 건방지군. 능력이 있는 건지, 미련한 건지 곧 알게 되겠지.”

그의 말에 석호는 어깨를 으쓱일 뿐이었다.

그와 입씨름을 할 시간이 없었다.


무대에 오르는 이들 중 진운이 섞여 있었기 때문이다.


그는 청색의 무복을 입고 있었는 데, 군계일학이라는 모습이 어울릴 만큼 단정한 외모에 강한 기운을 뿜어내고 있었다.


진법으로 이 거대한 비무대회장을 세운 제 삼봉 장로의 직전제자라는 사실 만으로도 다른 이들의 주목을 받고 있었지만, 고작 입문한지 육개월 밖에 되지 않은 제자의 몸에서 일렁이는 기운은 수십년을 수련해온 제자들의 것을 초월하고 있었다.


좋은 자질은 존재하는 것만으로도 다른 이들을 압도하는 것이었다.

다른 이들의 노력을 무색하게 만들었다.


여러 장로들과 동문 선후배들 그리고 외지 사람들이 진운을 바라보고 있었다.

하지만 진운은 그들을 볼 시간이 없었다.

진운의 시선은 오로지 하나, 석호에게 고정되어 있었다.

진운은 오로지 석호와의 대결을 위해 수련을 해 온 것이었다.


첫 번째 비무에 참가한 연기수선자들 중 석호가 있는지 살펴봤지만, 저들 중 석호와 닮은 얼굴은 없었다.


혹시나 싶은 생각에 참가하는 제자들이 앉아있는 관중석을 바라봤다.

석호 또한 그를 바라보고 있었고, 그들은 금세 서로 눈을 마주치게 되었다.

석호를 본 진운은 약간의 실망감을 가졌다.


그의 경지가 육개월의 기간동안 수련을 한 것 치고 매우 낮았기 때문이다.

한 단계 높은 경지에 올랐기에 고작 연기 4성에 해당하는 경지를 알아차리지 못할 이유가 없었던 것이다.


진운이 자신의 기세를 일으켰다.

이게 바로 너와 나의 차이라고.

자질의 차이와 종문에서 주는 자원의 차이로 불과 몇 달만에 이러한 경지의 차이를 보인 것이라고 말이다.


하지만 석호는 덤덤하게 진운의 도발하는 눈빛을 받아넘길 뿐이었다.

비록 공법과 경지는 부족할 지언정, 그의 전의는 꺾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37명이 참여한 제 1조의 경기가 시작되었다.

사람들은 서로 삼삼오오 모여 진을 형성했는 데, 자신이 속해있는 팀이 16강전에 올라가도록 기회를 높이려는 것이었다.


“개미가 아무리 많이 모여 있어도 그저 개미일 뿐이지.”

진운이 기세를 끌어올리자 내면에 있던 심상의 불꽃이 피어올랐다.

석호에게 졌기 때문에 깨달은 것이 있었다.

아무리 뛰어난 공법이라도 그 의의를 깨닫지 못한다면 그저 거대한 영기 덩어리일 뿐이란 것을 말이다.


진운이 뜨거운 양기를 뿜어내자 화들짝 놀라며 사방으로 흩어졌다.

그가 기세를 끌어올린 것만으로도 주변에 있던 사람들이 뜨거움을 느끼며 화들짝 놀란 것이었다.


마음속의 불꽃을 형상화 하는 것은 축기 수도사들부터 가능한 영역이었다.

하지만 최상의 화속성의 자질을 가지고 있을 뿐만 아니라 오로지 양강지력만을 수련하였기 때문에 가능했던 일이었다.


서로 칼을 맞대며 기회를 살펴보던 자들이 화들짝 놀라며 경지가 높은 이들을 노려봤다.

경기장 중앙에는 내문제자들이 그들의 바깥쪽에는 서로 다른 스승을 모시는 외문제자들이 모여 있었다.


외문제자들은 어떻게 해야 하는지 금세 답을 내렸다. 저희들끼리 싸워 순위를 매긴다 한들 내문제자들이 무사하면 자신들에게 기회가 없음을 말이다.


비무대회가 시작된 지 얼마 지나지 않았는 데, 외문제자 출신들끼리 싸우며 벌써 여섯에 달하는 인원이 낙상(落傷)했다.

내문제자의 수는 고작 3명밖에 되지 않았지만, 어느누구도 그들에게 먼저 덤벼들 생각을 하지 못했다.


“규칙을 어기지 않으면 될 뿐, 우리끼리 싸울 필요는 없잖아!”

한 명의 주동자가 판을 깔자 진운이 서 있는 제자들의 주변으로 수십의 경지가 낮은 자들이 모여 포위망을 형성했다.


“천라검진을 준비하자!”

“우리가 합을 맞출 수 있는 검술은 그거밖에 없어!”

“검진을 모르는 이들은 뒤로 빠져서 기다려!”


작가의말

생에 처음으로 비무하는 장면을 쓰게 되었네요.


부족한 점이 많더라도 재밌게 봐주세요.
감사드립니다.

짧은 주말이었지만 즐거웠습니다.


추신 : 진운을 진소운이라도 잘못썻네요. 왜 헷갈렸지;;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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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 오대 종문의 제자들과의 혈투(1) +2 24.05.14 582 16 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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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8 혈호[血虎]! 서쪽 산의 제왕!(1) +7 24.05.10 670 20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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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 혈요비경[血妖秘境] +4 24.05.06 757 19 1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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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 문지기의 시험(1) +5 24.05.05 693 16 11쪽
33 비경으로 향하다(3) +4 24.05.02 818 19 7쪽
32 비경으로 향하다(2) +2 24.05.01 774 17 10쪽
31 비경으로 향하다(1) +2 24.04.29 802 17 12쪽
30 16강. 열양지기와 검수 +4 24.04.23 897 15 8쪽
29 상선약수(上善若水)(2) +7 24.04.22 853 19 13쪽
28 상선약수(上善若水)(1) +5 24.04.21 906 18 10쪽
27 네번째 비무대회(2) +4 24.04.20 964 18 12쪽
26 네번째 비무대회(1) +4 24.04.18 914 17 13쪽
25 세번째 비무대회(1) 두번째 생략 +2 24.04.17 957 17 10쪽
24 첫번째 비무대회(2) +2 24.04.15 947 18 8쪽
» 첫번째 비무대회(1) +5 24.04.14 1,009 19 12쪽
22 비무대회를 기다리는 이들(3) +4 24.04.13 1,034 23 12쪽
21 비무대회를 기다리는 이들(2) +6 24.04.12 1,047 22 5쪽
20 비무대회를 기다리는 이들(1) +4 24.04.11 1,107 22 9쪽
19 무법을 배우다(3) +3 24.04.10 1,152 24 8쪽
18 무법을 배우다(2) +8 24.04.10 1,127 23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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