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ㅋㅋㅋ

호리병 속 선인

웹소설 > 일반연재 > 무협, 판타지

치맥세잔
그림/삽화
치맥한잔
작품등록일 :
2024.04.03 10:29
최근연재일 :
2024.05.19 13:35
연재수 :
43 회
조회수 :
46,321
추천수 :
947
글자수 :
198,425

작성
24.04.13 23:04
조회
1,031
추천
23
글자
12쪽

비무대회를 기다리는 이들(3)

DUMMY

“여기에 모인 자들 모두가 수선자라니.”

석호는 어이가 없다는 표정으로 사람들을 바라봤다.

시시각각으로 모여드는 수많은 수선자들이 비행법보를 타고 속속이 도착했다.

평소에는 사람이라고는 이삼백명 남짓밖에 되지 않아 모든 종문들이 그러하겠거니 생각했지만, 그것은 착각이었다.


비무대회장 주변에서 인사를 나누거나 좋은 자리를 차지하기 위해 나선 자들만 하더라도 그 수가 거의 삼천에 육박했다.

그들 중에는 정말로 천라종 소속의 수도사도 있었지만, 비무대회가 있기 때문에 교류 차원에서 오는 후기지수들도 더러 있었다.


“비록 내가 연기에 불과하지만 수련자원이 이렇게나 많이 필요한 데, 저 많은 사람들이 한곳에 모여 수련한다면 아무리 곳간이 풍족하다 하더라도 금세 동이 날 거야.”

때가 되면 하산시키기도 하고, 명성을 쌓기 위해 수행을 나가기도, 명절 때 고향에 보내기도 한다.


다만 한번 하산하게 되면 다시 입문하여 수련하기란 요원한 일이었다.


한번 수선계를 떠난 제자들은 다시금 들이는 법이 없었다.


그것은 불문율과도 같은 일이었다.

그래서 한번 하산한 제자들은 다시 입문을 하러 찾아오는 일은 흔치 않은 일이었다.


또한 종문에서 하산한 제자들이 종문을 찾지 않는 이유는 간단했다.

그들에게 필요한 건 수련할 수 있는 자원과 명성 그리고 뛰어난 공법이었기 때문이다.


그들이 아무리 날고 긴다 한들 종문에서 가지고 있는 공법은 한계가 있었고. 자신의 경지와 익히는 공법이 맞아떨어지지 않는다면 상승경지로 나아가기란 요원한 일이었다.


사람마다 생각이 다르기에 가고자 하는 방향도 서로 다른 법이었다.


“저 사람은 누구길래 갑옷을 입은 거지? 옆 사람은 황금으로 몸을 덕지덕지 치장했군.”

석호는 화려하게 꾸며진 갑옷과 장신구를 입고 있는 수선자들을 보며 신기한 듯이 쳐다봤다.

태어나서 한번도 본 적이 없는 복장이었다.


그들 중에는 장사치도 있었고, 한 나라의 장군을 여김하는 자도 있었다.

같은 무게의 영석만큼의 가치를 지닌 것이 황금이었다. 다만 황금은 땅을 파면 나오지만 영석은 소모품이었기 때문에 항상 수요가 모자랐다.


그들은 신체를 화려하게 치장한 것과는 달리 만나서 대화하는 이들은 그것의 격과 어울리지 않았다.

겉은 화려해 보일지 몰라도 그들의 출신성분을 숨길 수가 없었다.


성골은 성골이고 천민은 천민이었다.

그들의 권세가 속세에서 하늘을 찌를 지언정 여기서는 그저 잡부의 신분인 게 대부분이었다.


외문제자 이상의 신분부터는 최소 축기에서 결단의 수행을 갖추게 되는 데, 그들은 더 높은 경지를 원하기에 속세에 나가 왕노릇을 하기 보다는 수선을 이어가고자 하는 마음을 담아 수행계에 남아 더 높은 경지를 추구했다.


잡부들을 관리하던 연기 후기의 수선자가 한곳에 모인 제자들을 향해 외쳤다.

그는 다름 아닌 석재였다.

석호가 잡역에 들어오자 호통을 지르던 바로 그 사내였다.


“삼십년 이하의 제자들은 모두 여기 모이도록!”

석재의 말에 삼십년 이하의 제자들이 한곳에 모였다.


“너희 중 비무대회에 참가하고 싶은 자들이 있나?”

그의 말에 서른명 남짓한 제자가 손을 번쩍 들었다.


“이중에 연기 4성 이상만 손 들어 봐.”

“연기 4성이 무엇인가요?”

그들 대부분이 입문 공법만 배웠고 마땅한 스승조차 없었기에 기본적인 교육조차 되지 않았다.


“이런 젠장. 내가 그것까지 설명해 줘야 해?”

석재가 짐짓화난 표정을 지으며 말하자, 찍 소리도 못한 채 움츠러 들었다.


“죄... 죄송합니다.”

“연기 4성부터는 몸속에 영근이 자라기 시작한다. 심상으로 자신의 내면 깊은 곳을 관조하다보면 파뿌리 같이 생긴 무언가가 자라는 게 보일 거다. 사람마다 영근의 크기와 길이는 제각각이다. 하지만 내면을 관조해도 알량하게 보이는 것도 없고, 똥꼬가 근질근질한 게 없다 싶으면 조용히 손을 내리도록.”

그들의 말에 다섯명만 빼고 모두 손을 내렸다.

석호가 그들의 얼굴을 찬찬히 살펴보았다. 한명은 강산이었고, 나머지 셋은 임무방과 식당에서 높은 공헌도를 받으며 일을 하던 자들이었다.

강산이 또한 용케도 연기 4성에 들어선 듯 보였고 얼굴에 자부심이 묻어 있었다.


잡부들 중 생각보다 연기 4성의 경지에 든 자들이 많은 것을 보며 놀랍다는 반응을 보였다.

“연기 4성부터 비무대회에 참여할 수 있는 건 종문의 방침이지만 애초에 이정도의 경지로 순위 안에 들기란 요원한 일이다. 그저 좋은 경험을 했다 생각하고 몸 성히 돌아오도록 해라. 비록 우리가 잡부의 신분일지언정 세상에 할 수 있는 일은 많으니 말이다. 저기 선배들 보이지?”

“예!”

“저분들 또한 우리 잡역에서 유명한 분들로 하산하기 전에 비무대회에 출전해 16강에 들으셨던 분들이다. 다만, 마땅한 스승을 모시지 못했고 더 이상의 진전도 없었지만, 세상에 나가 무법을 연마하던 도중 축기에 성공하신 분들이야.”

“?!!”

그들은 축기에 성공했다는 말에 화들짝 놀랐다.

스승의 도움 없이 축기에 오른다는 게 얼마나 힘든 일인지 다들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바로 눈앞에 보이는 관리자만 하더라도 연기 후기에 머물고 있지 않는가?


사내들 중 한명이 뒷짐을 진 자세로 잡부 소속의 제자들을 보며 격려의 말을 이었다.


“너희가 이번 세대의 후배들이구나. 이번 세대의 제자들은 우리 세대들 보다 뛰어난 듯 보이네. 다음에 언제 볼지 모르지만 너희와 만나게 되어 기쁘다. 선연이 있어 더욱 높은 경지에 오를 수 있으면 좋겠지만, 그렇지 않더라도 너무 좌절하지 말거라. 비록 우리의 출신이 미천하다 하지만 종문 내에서만 그러할 뿐, 세상에 나가게 되면 우리 또한 지고한 자들이니. 비록 종문에서 자원을 지원받지 못할 지언정 우리 스스로의 힘으로 이루면 되는 것이야. 자, 이것은 만남의 선물이니 하나씩 받아가도록.”

“감사합니다. 선배님!”

그는 진정으로 후배를 아끼는 마음이 있는 듯 단약이 담긴 병 하나를 나눠주었다.

그 안에서 향기로운 약재 냄새가 흘러나왔는 데, 나름 뛰어난 수준의 단약이 들어 있었다.

비록 그것이 하급보다 조금 더 높은 수준의 단약에 불과 할지 언정, 연기기 수련자들이 수련함에 있어서 큰 도움이 되는 것은 사실이었다.


받는 자는 모르지만 주는 자는 그것을 위해서 얼마나 많은 노고가 들어갔는지 오로지 본인만 알 것이었다.

단약을 받아든 강산이 포권을 취한 자세로 바로 인사 올렸다.


“안녕하십니까 선배님. 후배 금강산 인사드립니다.”

“저는 구양종리이라 합니다.”

“저는 구양승이라 합니다.”

“저는 종리양이라 합니다.”

그들은 기다렸다는 듯이 앞에 나가 인사를 했다.

석호는 얼떨떨한 상황에 앞에 나가 인사를 하지 못했다.

사내가 앞에 서 있는 구양종리와 구양승을 보더니 그들의 어깨를 다독였다.


“네가 구양세가의 쌍둥이 형제구나. 네 아버지가 서신을 보내 알고 있었지. 비록 예전 일이기는 하지만 네 고조할아버지하고 동문수학 하던 사이였지. 비록 네 고조할아버지가 먼저 등선한 것을 아쉬운 일이지만.... 그건 그렇고.”

사내의 관심이 석호에게로 향했다.


“저기 있는 후배의 이름은 무엇인가?”

사내는 유독 석호에게 관심이 있는 듯 보였다.


“저는...”

“선배님 저 후배는 석호라고 합니다. 제 친한 벗이자, 제자들 중 가장 노력하는 자입니다.”

강산이 석호의 말을 가로챘다.

한마디의 말이라도 더 걸며 인연을 맺고 싶어하는 것이 눈에 보였다.

하지만 그럴수록 사내의 시선에서 멀어졌다.


“허어 그래?”

사내가 석호의 육신을 살펴봤다.

떡벌어진 어깨와 6척 장신의 결코 작지 않은 키를 가지고 있었다.

무법을 익히기에 이보다 적절한 육신은 찾기 힘들었다.

지금도 장군감이라 불려도 손색이 없지만 놀랍게도 석호는 계속 키가 자라는 중이었다. 그가 만약 이 속도로 키가 자라게 된다면 9척장신이 되는 것도 예삿일은 아니었다.

땅딸만한 키를 가진 강산이와 같이 서 있자 석호의 존재감이 유난히 두드러져 보였다.


사내는 호기심을 느끼며 주먹으로 그의 복근을 두드렸다.

주먹에서 느껴지는 탄력은 스스로 탄성을 내지르게 만들었다.


“놀랍군 놀라워. 자네의 경지가 고작 연기에 불과하다는 게 의아할 뿐이야.”

“그렇습니까?”

“만약 수련에 한계를 느끼거든 내게 찾아오게. 비록 왕후장상의 자리를 줄 수는 없어도 일인지하의 자리에 오르게 해주겠네.”

사내의 말에는 깊은 호감이 섞여 있었지만 석호는 쓴 웃음을 지으며 답변을 했다.


“감사합니다. 선배님. 하지만 저는 뜻이 있고 그것을 이루는 대로 가족 곁으로 돌아갈 생각입니다.”

에둘러서 거절의 의미를 보였지만, 사내는 아닌 듯 보였다.


“가족? 가족들을 모시고 오게나. 내 친히 그대들을 받아주겠네.”

“예. 만약에 기회가 되면 그곳으로 방문하겠습니다.”

“좋아 좋아. 그게 바로 내가 듣고 싶었던 말이지. 그럼 자네들의 무운을 빌겠네. 나 또한 만나볼 사람이 있어서 먼저 자리를 옮기도록 하겠네.”

“감사합니다 선배님! 조심히 가십시오.”

그들은 기연을 선물해주고 간 사내를 보며 감사의 인사를 전했다.

사내가 호탕한 웃음을 짓더니 다른 무리들이 있는 곳으로 향했다.

저들 또한 좋은 자리를 앉기 위해 서둘로 이동하는 듯 보였다.


“이제 곧 비무가 시작되니 우리도 비무대회장으로 이동하자!”

“예, 선배님.”

평소라면 선배라는 말에 화를 냈지만, 연기 4성에 이르는 재목들이었기에 석재는 흐믓한 미소로 지금 이순간을 즐길 뿐이었다.

비무대회장 아래로 난 비좁은 길로 향했다.

그러자 내부가 텅 빈 지하 대기실이 나타났는 데, 거대한 지하 공동에 등불과도 생긴 무언가가 스스로 발광하며 빛을 내뿜고 있었다.


그곳이 비록 지하였지만 대낮을 연상할 만큼 매우 밝았다.

그들 앞에는 두 개의 방이 나뉘어져 있었는 데, 한곳은 축기 제자들이 출입하는 대기실이었고, 맞은편은 연기 제자들이 모인 대기실이었다.

석재는 서둘러 잡부의 제자들을 데리고 대기실로 들어갔다.


“늦었군.”

“헤헤. 죄송합니다. 길을 찾느라 잠시 헤멨습니다.”

앞에 서 있던 장교가 말을 마치자, 눈치가 빠른 석재가 이쪽에 서라며 손짓을 했다.


“모두 모였으니 이야기를 하도록 하겠다. 이번 비무는 총 128명이 진행을 해야 정상이지만, 착오로 인해 인원이 늘어난 관계로 한번에 40명 내외로 짝을 지어 4번의 비무를 진행할 것이다. 한 무대당 네명의 승자만 올라갈 수 있는 데, 총 16명이 선별되고 나면 다음날 16강 8강의 경기가 진행되며, 마지막날 4강과 결승이 진행된다. 조는 너희가 앞에서 뽑은 공에 적힌 글씨에 따라 나뉘게 되니 참고하도록. 궁금한 점이 있는가?”

“무대가 너무 작아서 그곳에 40명이 채 서 있기도 힘들 거 같습니다.”

“억울하면 장로님께 찾아가서 따지도록. 다음!”

이곳에 모인 자들 중에 반론을 하는 자는 없었다.


“그럼 바로 조를 편성하도록 하겠다. 맨 앞에 서 있는 사람부터 명패를 뽑아가도록.”

그들은 밑동이 가려진 막대기를 하나씩 뽑아갔다.

막대기에는 1부터 4까지의 숫자가 적혀 있었다.

그들이 하나씩 물건을 뽑아가자 백여개에 달하는 물건이 순식간에 동이 났고, 사람들 사이에서 한숨이 섞인 신음소리가 새어나왔다.

이번 비무대회가 이런 식으로 진행 될 것을 알았던 제자들은 신속히 서로의 막대기를 교환했고, 소리소문 없이 이 모든게 신속히 진행되었다.


아무것도 모르는 석호나 외문제자들 중 일부만이 멍하니 자신의 이름을 조편성 종이에 적을 뿐이었다.


석호는 4번이라 적힌 막대기를 들고 있었다.


“비무대회가 바로 있을 예정이니 1번이 적힌 자들부터 속히 밖으로 이동하도록 하라!”

장교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1번 막대기를 든 제자들은 하나의 무리를 이루며 밖으로 나갔다.

1번의 무리가 나가고, 2, 3번의 무리가 뒤따라 나갔다. 그리고 4번에 속했던 석호가 밖으로 나가려는 순간 이어지는 큰 함성 소리와 함께 비무대회가 시작됨을 알렸다.


작가의말

분량조절에 실패했습니다.TT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4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호리병 속 선인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공지 헉헉. 어제 수정하다가 잠듬! NEW 22시간 전 30 0 -
공지 2분기 공사도 끝나 가네요. +2 24.05.15 56 0 -
공지 팬아트 그려주셔서 감사드립니다. +2 24.04.15 145 0 -
공지 분량이 많지 않아서 죄송합니다. +8 24.04.08 1,559 0 -
43 대운종의 셋째제자(2) +4 24.05.19 396 18 10쪽
42 대운종의 셋째제자(1) +8 24.05.17 478 15 9쪽
41 오대 종문의 제자들과의 혈투(2) +8 24.05.15 577 18 11쪽
40 오대 종문의 제자들과의 혈투(1) +2 24.05.14 577 16 7쪽
39 혈호[血虎]! 서쪽 산의 제왕!(2) +10 24.05.12 636 20 15쪽
38 혈호[血虎]! 서쪽 산의 제왕!(1) +5 24.05.10 663 19 9쪽
37 혈요비경[血妖秘境](2) +2 24.05.08 702 19 11쪽
36 혈요비경[血妖秘境] +4 24.05.06 753 18 15쪽
35 문지기의 시험(2) +6 24.05.05 698 17 9쪽
34 문지기의 시험(1) +5 24.05.05 689 15 11쪽
33 비경으로 향하다(3) +4 24.05.02 814 18 7쪽
32 비경으로 향하다(2) +2 24.05.01 770 16 10쪽
31 비경으로 향하다(1) +2 24.04.29 798 16 12쪽
30 16강. 열양지기와 검수 +4 24.04.23 892 15 8쪽
29 상선약수(上善若水)(2) +7 24.04.22 849 18 13쪽
28 상선약수(上善若水)(1) +5 24.04.21 902 17 10쪽
27 네번째 비무대회(2) +4 24.04.20 960 17 12쪽
26 네번째 비무대회(1) +4 24.04.18 909 16 13쪽
25 세번째 비무대회(1) 두번째 생략 +2 24.04.17 952 16 10쪽
24 첫번째 비무대회(2) +2 24.04.15 942 17 8쪽
23 첫번째 비무대회(1) +5 24.04.14 1,006 18 12쪽
» 비무대회를 기다리는 이들(3) +4 24.04.13 1,032 23 12쪽
21 비무대회를 기다리는 이들(2) +6 24.04.12 1,045 22 5쪽
20 비무대회를 기다리는 이들(1) +4 24.04.11 1,106 22 9쪽
19 무법을 배우다(3) +3 24.04.10 1,151 24 8쪽
18 무법을 배우다(2) +8 24.04.10 1,125 23 9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