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ㅋㅋㅋ

호리병 속 선인

웹소설 > 일반연재 > 무협, 판타지

치맥세잔
그림/삽화
치맥한잔
작품등록일 :
2024.04.03 10:29
최근연재일 :
2024.05.19 13:35
연재수 :
43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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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6,541
추천수 :
962
글자수 :
199,300

작성
24.04.03 1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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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1쪽

냇가에서(1)

DUMMY

“으악!”


한줄기에 불과한 진기를 소모했다.


단전이 말라붙으며 몸이 덜덜 떨려왔다.



진원진기


선천진기[先天眞氣]라고도 부르는 이 기운은 인족이 기운을 부양시키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것이었다.


사람에게는 삼단전이 존재하는 데, 평범한 무인을 비롯하여 수련자들 또한 몸에 반드시 필요한 기운이 있었다.



선천진기는 자연의 기운과 동화하는 특성이 있었다.


세상의 모든 것들은 기운을 품고 있었다.


연기기에 도달하기 위해서는 자연의 기운을 끌어와 자신의 것으로 만들어야 했다.



선천진기가 적은 자는 태생적으로 자연의 기운을 끌어오기 힘들었다.


선천진기의 적고 많음에 따라 수련의 성과가 달라지기도 했다.


극단적으로 순수함을 잃지 않기 위해 누정을 막고 동자(어린 모습을 간직한 채)로 수련을 하는 자들도 있었다.



수련을 거듭할수록 자연스레 늘어나기도 하지만 그 순수함이 오히려 지나쳐 사람이 인위적으로 조절하기 힘들었다.


그 순도는 풀잎에 맺힌 이슬처럼 맑기 그저없기에 수련자들에게 최고로 치는 기운이기도 했다.


하지만 풀잎에 맺힌 이슬처럼 그 양이 매우 적어 모으는 데 어려움이 컸다.


그리고 어렵게 모은 그 이슬과도 같은 한방울의 기운을 자신의 자질을 배양하는 데 소모한 것이었다.


석호는 그 한방울의 선천진기가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보물이라는 것을 모르고 있었다.


영력이 그의 자질을 바꾸고 벌모세수와 같이 하루하루가 다르게 육신의 자질을 바꾸어나가는 것이었다.


하지만 육신의 자질을 바꾸기도 전에 근본이 되는 기운이 소모되었다.


통제력을 잃은 자연의 기운이 몸속에서 어지럽게 나뒹구는 것이었다.


매우 순수해진 석호의 육신에 저항이라는 것이 존재하지 않았고, 자연의 기운이 손쉽게 이곳 저곳을 헤치고 다닐 수 있었다.


12경맥 뿐만 아니라 임독양맥을 제외한 기경팔맥이 어느정도 개통되어 있었다.


항상 기운이 흐르기 때문에 거침이 없었다.


하지만 그것은 어느 정도 개통이 된 것이지 임독양맥이 완전히 개통되었다는 소리는 아니었다.



쾅.


임독양맥을 향해 자연의 기운이 날아와 부딪혔다.


하지만 단단하게 막혀있는 양맥은 뚫린 기미조차 보이지 않았다.


아직 하단전초자 여물지 않은 그가 양맥을 뚫을 수 있을리 만무했다.


꿈속에서 배운 경문으로 자연의 기운 즉 영기를 모을 수 있었지만, 운기에 대해서 배우지 못했던 석호는 고통에 어쩔 줄 몰라할 뿐이었다.


이유를 모른 채 석호는 고통을 이기지 못하고 바닥을 뒹굴었다.


호흡조차 곤란할 정도의 통증에 옷이 지저분해지는 지도 모르고 말이다.


옆에 서 있던 강산이는 어쩔 줄 몰라 발만 동동 굴렀다.



-후...


그러자 호리병 안에서 누군가의 짙은 한숨소리가 새어 나왔다.


그 소리는 석호에게 밖에 들리지 않았다.



-멍청한 것.


누군가의 짙은 질책이 섞인 한숨소리가 들려왔다.



꿈에서 보던 노인의 목소리와 비슷했다.

아니다. 청년이었던가?

목소리가 탁하고 울렁이는 탓에 누구라고 특정지을 수가 없었다.


-기껏 모은 기반을 이렇게 허비할 줄이야.


호리병에서 한줄기의 기운이 아지랑이처럼 흘러나오더니 석호의 단전으로 회오리치며 스며들었다.


그것은 곧 단전에 소주컵보다 작은 크기의 그릇으로 변했다.

그릇으로 변한 기운에 자리를 잡지 못해 오장육부를 뒤집고 다니던 영기가 자신의 집이라도 되는 듯 자리를 잡았다.


오장육부를 쥐어짜는 듯한 고통에서 벗어자나 석호의 움직임이 거짓말처럼 멈췄다.



-졸립군... 좀 쉬어야 겠어.


호리병 속 존재는 무척이나 피곤한 듯 보였다.


호리병의 색이 전과 다르게 거무죽죽한 빛으로 말라비틀어졌다.


하지만 그와는 별개로 석호의 안색은 붉게 상기되어 있었고, 다시금 넘치는 힘에 상쾌한 기분까지 느끼고 있었다.



하지만 별개로 석호는 몸에서 나온 이물질로 인해 코를 싸매어야 했다.


옆에서 어쩔 줄 몰라하던 강산이가 코를 싸매고 도망갔다.


마치 온몸에 오물이라도 묻힌 것마냥 지독한 냄새가 풍겼기 때문이다.



“조심해야겠어.”


생명의 위험을 느꼈던 석호는 함부로 행동을 해서는 안된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자신에게 변화가 생겼고 그것이 조그마한 것이 아님을 깨달은 것이다.



“나를 도와주었던 사람은 누굴까?”

석호는 낮은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석호는 모르고 있었지만 그는 호리병 속 존재로 인해 연기기 1성에 도달해 있었다.


하지만 자신의 수준을 측정할 방법이 없었기 때문에 아직 모를 뿐이었다.


석호는 냄새나는 몸을 씻기 위해 얼른 가까운 시냇가로 향했다.


물속에 몸을 담그는 순간 근육이 풀어지며 오늘 느꼈던 피로가 풀리는 것을 느꼈다.


마치 개구쟁이 어린아이가 된 것 마냥 물장구를 치며 놀았다.


그러더니 이내 물속에서 고개만 빼꼼히 내밀고 하늘을 봤다.


이른 저녁이지만 해가 저물고 달이 떴다.



별들이 반짝인다.



“종문에서 보내는 첫날밤이구나.”


설렘보다는 앞으로의 일이 걱정이었다.


원하는 바를 이루려면 얼마나 오랜 시간이 걸릴까?



“지금까지 잘 해왔잖아. 넌 분명히 잘 해낼 수 있을 거야.”


석호는 스스로 자신을 북돋았다.


벽곡단이라는 것을 먹으면 몸에서 냄새가 나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우연찮은 상황에 몸에서 불순물이 흘러나와 몸에서 냄새가 났지만, 그것은 일시적으로 생긴 부작용이라 생각했다.


“꾸준히 먹고 수련을 하다 보면 부모님하고 살 수 있는 날이 머지않아 오게 될 거야.”


석호는 자신을 향한 굳건한 믿음을 되새겼다.



부스럭.


풀숲을 가로지르며 누군가 오는 소리가 들렸다.



“응?”


석호는 낯선 인기척에 놀라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물속으로 자신의 몸을 숨겼다.



숲에서 한 무리의 사람들이 걸어왔다.


그들은 총 세명의 여인이었다.



그녀 중 둘은 흰 허리띠를 차고 있었고, 한명은 허리춤에 파란색 띠를 메고 있었다.


연기기에조차 오르지 못한 수련자는 흰색의 허리띠를 차지만 연기기에 오른 수련자들은 파란색 허리띠를 차게 된다.



그녀가 허리에 차고 있는 허리띠는 연기기 수련자를 의미하는 색이었다.


아름다운 외모에 몸매가 도드라진 옷을 입고 있던 여성과 그녀의 옆에서 오디오가 쉬지 않고 말을 걸어주는 여자 둘이 붙어 있었다.



그녀들은 시종일관 ‘꺄르르’ 하며 간드러진 웃음을 짓고 있었다.



“꺄르르르. 언니도 참. 저런 놈들이 뭐가 좋다고 웃어주고 그래요?”


“남자들은 하나같이 바보라니까. 언니가 한번 웃어줬다고 한달에 한번 주는 공헌도를 다 줘버리는 바보가 어딨어요.”


“맞아. 남자들은 다 똑같아. 성욕에 눈이 먼 짐승들이에요.”


옆에서 하얀 허리띠를 차고 있던 여인들이 파란 허리띠를 차고 있는 여인의 옆에서 호감을 사기 위해 선물을 주던 남자들을 비방했다.


파란색의 허리띠를 차고 있는 여인은 무척이나 도도해 보였다.


“소미야. 우리는 그저 그들에게 이득만 취하면 돼. 마음까지 줄 필요는 없어. 그리고 그들 또한 알고 있는 사실이야.”


“그게 참 신기해요. 알면서도 그러니 말이에요.”


“아름다운 여인은 존중받기 마련이야. 수도사들 세계에서도 말이지. 나는 꼭 원영기의 노조가 될거야.”


“언니는 천라종에서 제일가는 후기지수에요. 원영기에 올라 꼭 일문의 노조가 되실 거에요.”


“언니 다리 아파요. 우리 잠시 냇가에서 쉬다가요.”


“그럴까?”


그녀들은 신발을 벗고 냇가에 앉았다.



“푸핫.”


석호의 눈앞에 여인들의 발이 불쑥 나타나자 깜짝 놀라며 물속에서 몸을 일으켜 세웠다.


이 세계는 여인의 맨발을 보는 것이 금기시 되는 사회였다.


여자의 알몸을 보는 것과도 같은 행동이었지만 석호는 그저 눈앞에 발이 튀어나오자 깜짝 놀랄 수밖에 없었다.



“웬 놈이더냐!”



챙.


허리춤에 차고 있던 검을 뽑아들며 석호를 향해 일검을 날렸다.



“헉!”


난데없이 날아온 검에 놀라며 허리춤에 차고 있던 도끼를 휘둘러 그녀들이 휘두른 검을 쳐냈다.


석호는 엉겁결에 검들을 걷어냈지만, 그녀들의 검을 쳐낸 것을 보자 놀란 것은 오히려 그녀들이었다.



흰색의 허리띠를 차고 있는 여인들은 그렇다 쳐도, 파란색의 허리띠를 차고 있던 여성은 다름아닌 연기기 10성이었고 곧 축기에 도달할 예정이었기 때문이다.



“다짜고짜 칼을 날리면 위험하잖아요!”


석호는 창졸간에 쳐내며 그녀들과 거리를 벌렸다.


석호의 젖은 옷이 몸에 달라붙어 민감한 부분이 그대로 노출되었다.



석호의 젖은 몸을 보던 여인들이 얼굴을 붉혔다.



“이 악적! 죽어라!”


“으악!”


창졸간에 펼친 공격을 막아내고 동물적인 감각으로 그녀들의 공격을 피하고는 있었지만, 정식으로 검술을 배운 그녀들의 합공을 막아내기는 힘들었다.



씻고 있다가 사람이 오는 기척 소리에 놀란 것도 본인인데, 악적이라는 소리까지 들으니 온몸의 피가 거꾸로 솟는 기분이었다.



“보자보자 하니까 이 미친것들이!”


석호는 자신이 언제 이런 기운을 쌓았는지 모르지만, 역발산의 기세를 뿜어내며 그녀들의 검을 일격에 두조각으로 쪼갰다.



“헉!”


“물러서!”


그녀들을 화들짝 놀라며 뒤로 물러났다.


연기기에 오른 그녀가 검에 푸른 기운을 뿜어내며 석호의 도끼를 쳐냈다.



“커억.”


그저 검에 닿았을 뿐인데, 석호는 내장이 진탕되는 듯한 통증을 느끼며 누런 위액을 뱉어냈다.


하지만 그것은 일시적이었을 뿐, 석호가 숨을 크게 들이쉬자 처음 느꼈던 통증이 빠르게 사그라들었다.



하지만 놀란 것은 그뿐만이 아니었다.


검에서 느껴지는 반발력이 생각 이상이었던 것이었다.



그녀는 고운 미간을 찌푸렸다.


그녀는 연기기 수련자들 중에 저런 인물이 있었는지 떠올렸지만, 딱히 떠오르는 이는 아무도 없었다.



“다짜고짜 칼질이라니. 너무 위험한 거 아니에요! 그러다 베이기라도 하면 어쩌려고 했습니까!”



“흥, 언니의 발을 본 것은 죽어도 억울하지 않을 죄야.”


“넌 죽어도 싸다고.”


석호는 어이가 없었다.


어느 누구의 것이던 지간에 자신의 목숨은 소중한 것이었다.



“그까짓 발을 봤다고 사람을 죽여도 된다고? 미친 거 아니야?”


석호는 그동안 쌓였던 울분을 뱉어냈다.


상하 관계가 확실한 종문에서 절대로 해서는 안되는 행동이지만 자신은 떳떳하다고 생각했다.


이곳은 종문이었고 규칙이 있는 곳이었다.


자신은 당당히 합격하여 종문에 들어온 제자였다.


이곳에 오는 자들 또한 자신과 처지가 별반 다를 바 없다고 생각했던 까닭이다.



“방금... 본녀를 모욕한 것인가?”


“첫날부터 이런 미친 것들을 만나고, 씨발. 운수 조졌네.”


평소에는 내색하지 않던 말을 내뱉었다.


여인 또한 난생 처음 들어보는 욕설에 당황한 듯 보였고, 표정이 싸늘하게 식었다.



“너는 살아서 돌아갈 생각 하지 마라.”


작가의말

24. 5. 21. 22:24 수정완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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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 비경으로 향하다(2) +2 24.05.01 775 17 10쪽
31 비경으로 향하다(1) +2 24.04.29 804 17 12쪽
30 16강. 열양지기와 검수 +4 24.04.23 898 15 8쪽
29 상선약수(上善若水)(2) +7 24.04.22 854 19 13쪽
28 상선약수(上善若水)(1) +5 24.04.21 906 18 10쪽
27 네번째 비무대회(2) +4 24.04.20 964 18 12쪽
26 네번째 비무대회(1) +4 24.04.18 914 17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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