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ㅋㅋㅋ

호리병 속 선인

웹소설 > 일반연재 > 무협, 판타지

치맥세잔
그림/삽화
치맥한잔
작품등록일 :
2024.04.03 10:29
최근연재일 :
2024.05.19 13:35
연재수 :
43 회
조회수 :
46,430
추천수 :
962
글자수 :
199,302

작성
24.04.03 10: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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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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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
글자
13쪽

자질을 측정받다

DUMMY

짐승들은 네발로 땅을 걷지만, 새들은 하늘을 날아다닐 수 있었다.


그들은 날개가 있기 때문이다.


하늘을 날 수 있는 것은 오로지 새들 뿐이었다.


곡식을 쪼아 먹고 도망가는 새를 잡을 수 있는 것은 오로지 덫뿐이었다.


하지만 영리한 새들은 덫도 무용지물이었다.



반년을 고생해서 수확한 곡식을 말리는데 새들이 와서 쪼아 먹으니 이보다 억울한 일이 또 어딨을까?



사람이 날 수 있다면 저 새들을 모조리 잡을 수 있지 않을까? 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난생 처음 경험하는 활공은 그리 유쾌한 기분이 아니었다.


오금이 저리고 눈앞이 어지러울 지경이었다.



수많은 숲과 산맥들이 눈앞을 스치듯 지나갔다.


음속보다 빠른 속도로 날아가고 있음에 세찬 바람이 얼굴을 가격했고, 말은커녕 숨쉬기조차 힘들 지경이었다.



앞에서 날아가는 세 명의 선인들은 그저 덤덤해 보였지만, 뒤에서 따라오는 아이들은 죽을 맛이었다.


차가운 바람에 온몸이 얼어붙을 지경이었다.


하지만 어느 누구하나 신경을 쓰는 이는 없었다.


그들은 오로지 앞만 보고 날아갈 뿐이었다.



그들이 향한 곳은 산맥의 어느 높은 산이었다.


위험하기에 마을을 떠나 본 적이 없는 아이들은 구름이 걸려 있는 산봉우리를 보고 놀란 나머지 입을 다물기 힘들 지경이었다.



가장 선두에 서 있던 사내가 품에서 보패를 꺼내 들고 “개문!”이라고 외치자 구름이 걷히며 거대한 문이 모습을 드러냈다.


사내가 문을 열고 들어가자 거대한 공터에 수 천 명은 되어 보이는 아이들이 모여 있었고, 공터 위에 놓인 무대에 그들을 인솔한 어른들이 곳곳에 섞여 있었다.



“도착했다.”


“여기가 어디에요?”

정신을 차린 아이들 중 가장 덩치가 큰 소년이 사내에게 물었다.



“천라종 내가 속한 종문의 이름이지.”


사내는 덤덤한 표정으로 말을 이었다.



“이곳은 오로지 선택받은 자들만이 존재하는 곳, 자질만 확실하다면 앞으로 신선이 되기 위해 수련을 할 수 있지.”


“천라종...”


“너희는 저 아이들이 있는 곳에 서도록 해라. 그리고 너 또한 마찬가지지. 보패를 가지고 있다고 해도 자질이 부족하면 말짱 도루묵인 것을 염두 해라. 자질은 저 옥석이 판단해줄 테니 너희 또한 자질을 검사받도록 해라.”


“네...”


아이들은 이곳에 도착하고 신선이 될 수 있는 수련을 할 수 있다는 기대감에 부풀었지만, 저 많은 아이 중 자질이 있는 자는 몇 되지 않는 듯 보였다.



수 천에 달하는 아이 중 밝은 빛이 뿜어져 나오며 통과한 아이는 손으로 꼽을 만큼 적었다.



“통과! 삼영근 하 등급!”


석호가 마을 아이들과 함께 줄을 설 무렵이었다.


열댓 명의 통과한 아이들은 떨어진 아이들의 무리와 다르게 종문의 장교들이 인솔하고 있었다.



떨어진 아이들은 다시 한번 측정할 수 있도록 기회를 달라고 했지만, 감독관의 표정은 냉담했고 칭얼대며 우는 아이를 저 산맥 밑으로 잡아 던지는 것이었다.


아마도 저 산맥 너머로 나가떨어진 아이들은 목이나 척추가 꺾여 죽거나 운이 좋은 경우에는 뼈마디가 부러진 채로 산 아래로 내려갈 것이었다.


시험에 떨어진 아이들은 모아서 다시 고향으로 데려다 주지만, 기분이 나쁘다는 사실 만으로 인간취급조차 하지 않는 것이었다.


“꼴깍.”


석호는 긴장된 나머지 마른 침을 삼켰고, 이내 식은 땀이 흐르자 몸에서 냄새가 나기 시작했다.



“이게 무슨 냄새야?”


“우엑. 무슨 시궁창 냄새가 나잖아.”


“아. 저 놈한테서 나는 냄새잖아!”


“으악! 밀지 마. 묻는다! 냄새가 묻는 다고!”


석호가 긴장을 하자 몸에서 냄새가 나기 시작했다.



“조용! 감히 여기가 어디라고 떠들고 난리냐!”


장비와 같이 우락부락하게 생긴 사내가 들고 있던 곤봉을 바닥에 내리치며 고함을 질렀다.


그러자 아이들의 숨소리조차 들리지 않았다.


감독관이 인상을 찡그리며 석호를 바라봤다. 그가 가볍게 손을 흔들자 석호의 몸에서 나던 냄새가 씻은 듯이 사라졌다.


아이들은 갑자기 일어난 변화에 놀란 나머지 표정을 숨기지 못했다.

이와 함께 석호 또한 사내가 보여준 능력에 감탄하며 자신도 신선이 되겠다는 의지를 불태웠다.


* * *


시간은 빠르게 흘렀다.


수 천의 아이들 중 자질검사에 통과한 아이들은 고작 40명 남짓에 불과했다.


석호는 아이들이 자질을 측정받을 동안 하염없이 하늘만 바라보고 있었다.



총 다섯 개의 보옥으로 아이들의 자질을 측정하는 데도 불구하고 반나절의 시간이 빠르게 흘렀다.


아이들은 모르고 있었지만, 이곳은 하나의 법칙이 있는 세계였다.


이곳은 일만 개의 수련성 중 하나로, 그곳에 존재하는 하위 종문들 중 하나였다.



수련성이란 하나의 별이었다.


저승조차 존재하지 않는 하나의 순환계였다.



그러하기에 반드시 선연이라는 것이 존재했다.


죽은 자는 반드시 다시 태어나게 되어 있었다.


이곳의 생령은 태어나는 순간 죽어서도 벗어나지 못하는 세계였다.



짐승으로 살다 죽었으나 다시 사람으로 태어날 수도 있었고, 사람이 다시 짐승으로 태어나서 요수나 환수가 될 수도 있었다.


전생에 선인의 길을 걷기 위해 수련했던 자는 다시 수련의 길에 오를 수가 있었다.


하지만 수 백 수 천년이 흘러 인연이 끊기거나 자신의 운이 남에게 넘어 가는 경우에는 수선의 길에 오를 수가 없었다.


따지고 보면 이 수련성의 요수들은 전생에 신선을 목표로 하는 수련자였다.


요괴가 된 자들은 전생의 기억과 선연이 남아 요괴가 되어 신선이 되고자 하는 욕망을 가지게 되는 것이었다.


다만 요괴는 수련성에서 살아남기 힘들었다.


이곳은 인족의 생령을 부흥시키기 위해 존재하는 수련성이었다.


그러하기에 요괴가 수련을 통해 경지를 상승시키기란 요원한 일이었다.



그가 비록 전생에 인간이었고, 선연을 가지고 수련을 하더라도 말이다.


이 세계는 짐승은 하늘의 억압을 받아 영력(영혼 그자체가 지니고 있는 힘)이 발달 하지 못 한다.


하지만 전생에 큰 공덕을 쌓고 영기를 쌓게 되면 혼이 발달하여 환생을 하더라도 남들은 이루지 못한 것들을 이룰 수도 있었다.


그러하기에 가끔씩 요괴들이 출몰했고, 안타까워하지 않으며 토벌하는 까닭이다.


그래서 대부분의 수련자들이 자신의 죽음을 안타까워 하지만 두려워하지 않았다.


다만, 경지가 높아질수록 죽음에 대한 공포는 커졌다.



자신이 이룬 경지를 포기하기 힘든 탓이다.


그래서 죽더라도 기억을 가진 채로 반드시 환생 하기를 바랬고, 전생의 기억을 가지고 다시 태어나는 경우도 있었다.


하지만 그런 경우는 확률상 매우 희박했고 최소 원영을 잉태한 노조만이 가능했다.


하지만 원영기의 노조가 이런 영기가 희박한 수련성에서 계속 수련을 이어가지 않았다.


자신의 더 큰 도를 이루기 위해 수련성을 떠났다.


여기서 선연이 있는 자들은 십중 팔구는 전생에 수련을 이어가던 자들이었다.


그렇기에 종문의 자원을 지원받아 수련할 자격이 있는 것이었다.


석호가 아무리 좋은 보패를 지니고 있어도, 선연이 없다면 수련을 이어가지 못하는 이유였다.


종문이 그에게 수련의 자원을 지원한다고 해도 결코 연기기에도 들어설 수 없었다.


종문의 입구를 통과하지 못하는 것 또한 선연이 없다는 증거이기도 했다.


석호와 마을 사람들은 조용히 서서 자기 차례가 오기만을 기다렸다.



그들보다 늦게 도착한 무리는 거의 없다시피 했다.



석호보다 늦게 온 무리가 둘 정도 있었지만, 앞에 보이는 수 천의 인파로 하여금 감히 새치기 할 생각조차 하지 못하게 만들었다.



시간이 흘러 해가 질 무렵이 되었다.


선연이 없는 자들은 모두 하산하게 되었고, 자질의 등급에 따라 상 중 하로 나뉜 이들이 종문의 장로와 장교들의 뒤에 일렬로 섰다.


오랜 시간 서 있느라 피곤할 만도 하건만 다른 아이들이 탈락하는 모습에 자부심을 가지는 모습도 보이고 있었다.



이내 석호의 차례가 돌아왔다.


“옥석에 손을 올려라.”


석호는 숨을 크게 들이쉬며 자신의 오른손을 옥석 위에 올렸다.


옥석에서 ‘웅’ 하고 은은하고 청량한 소리가 새어 나오려 했다.


석호는 자신에게도 선연이 있는 듯 해서 기뻐할 찰나, 빛이 점점 사그라들었다.



“아아...”


석호는 사그라드는 빛에 암담한 심정을 느꼈고, 눈앞에 서 있는 장교는 탈락이라 말하고 석호를 돌려보내려 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석호의 허리춤에 차고 있던 호리병이 따뜻한 열기를 뿜어내더니 석호의 자질에 푸른 빛줄기 한가닥을 심어 주었다.


그 순간 석호는 태어나서 단 한번도 느껴보지 못한 청량한 기운을 느꼈다.


그러자 옥석이 다시금 환한 빛을 뿜어내며 한쌍의 잎사귀를 가진 싹 하나를 틔워냈다.


장교는 고개를 갸웃하더니 옥석에서 나타난 푸른 빛의 잎사귀를 보며 말을 이었다.



“일영근, 최하등급. 쯧.”


장교는 저도 모르게 혀를 찼다.



종문에서 편의를 위해 나눈 등급은 상중하 세가지 밖에 없었다.


하지만 정확히 분류를 하면 극상 상 중 하 최하 총 다섯가지 등급으로 나누어져 있었다.



극상과 최하는 나올 확률이 극히 드물었다.


백년에 한번 나올까 말까 한 등급이었다.


그중에서도 최하등급은 옥석으로도 감별이 안될 만큼 자질로서의 가치가 매우 낮았다.


최하등급이란 수련을 하지 않는 편이 나았으며, 대부분이 평생 연기기에 들지 못해 종문에서 노예와도 같은 생활을 하는 자들이었다.



하지만 아무것도 모르는 석호는 자질시험에 통과했다는 사실에 심장을 쓸어내렸다.


여기서 떨어지게 된다면 암담한 심정을 감출길이 없었기 때문이다.


곧이어 나머지 다른 아이들도 자질을 측정하게 되었다.



“일영근, 극상등급, 화속성.”


“오오오.”


옆에서 극상등급이라는 말이 나오자 석호는 자신도 모르게 고개를 돌려 옆을 바라보게 되었다.


그는 이장의 둘째아들이었다.


그는 자신이 극상등급이라는 말에 매우 흥분한 듯 보였다.


그러더니 이내 석호를 보며 차가운 눈빛으로 코웃음을 쳤다.



“하아...”


석호는 그 아이의 서늘한 눈빛을 보자 간담이 시려운 지경이었다.


이장의 둘째아들 뿐만이 아니었다.


마치 짜고 친 것처럼 둘째아들과 친하다는 무리가 중 또는 상등급을 받으며 무리를 지어 합격을 한 것이었다.


그들은 나란히 서서 석호를 지긋이 바라봤다.


석호는 그들과 눈을 마주칠 수 없어 조용히 눈을 내리깔았다.



그가 속한 하등급 또한 서로 자질의 정도에 따라 등급을 나누는 듯 보였다.


석호는 하등급 중에서도 제일 말단에 위치해 있었다.


이내 곧 종문의 자질시험이 마무리 되었고, 그들은 서로의 등급에 따라 무리를 나누었다.



상등급은 총 6명, 중등급은 20명, 하등급은 총 37명에 육박했다.


마지막 시험에 참가한 이들 중 선연이 있는 자들이 집중되었던 탓이다.


60명에 남짓한 인원을 보더니 종주로 보이는 이가 만족한 듯 고개를 끄덕였다.



“종문의 장교들과 장로들은 저들을 각기 다른 숙소로 나누어서 이동하도록 하라.”


“예, 종주님. 너희는 나를 따라서 이동하도록 해라.”


종주에게 인사를 한 장교들은 곧 그들이 묵을 숙소로 이동했다.


장교들은 천천히 걷는다고 생각했지만, 아직 연기기에도 들지 못한 아이들은 땀을 뻘뻘 흘리며 그의 뒤를 쫓기도 버거웠다.



하등급의 무리에 속한 석호는 긴장한 표정으로 장교의 뒤를 따랐다.


몇 개인지 모를 언덕을 넘었다.


조그마한 소로길을 따라 걷자 해가 질 무렵이 되었다.



그들이 고생해서 도착한 곳은 어느 조그마한 마을과도 같은 곳이었다.


그들이 한껏 기대했던 것과는 달리 매우 초라한 마을이었다.


그곳에는 사람들이 땔감을 패고 물을 나르고 빨래를 하고 있었다.


아이들은 멍한 표정을 지었다.


장교는 아이들이 그런 표정을 짓건 말건 서류정리를 하고 있던 사내에게 말을 건넸다.


사내는 화들짝 놀라며 장교를 향해 고개 숙여 인사했다.



“장교 어르신 오셨습니까!”


장교가 가벼운 목례로 인사를 받았다.


“금일 종문에서 인원을 모집했지. 이번에 들어온 아이들이니, 잘 교육시키도록.”


“예! 알겠습니다. 장교 어르신. 조심히 들어 가십쇼!”


사내가 사람 좋은 미소로 실실대며 웃으며 장교의 뒷모습이 사라질 때까지 인사하기를 멈추지 않았다.



하지만 장교가 사라지고 나자 그의 표정을 한순간에 돌변했다.


작가의말

으악 수정을 해도 끝이 없어요!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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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8 혈호[血虎]! 서쪽 산의 제왕!(1) +6 24.05.10 664 20 9쪽
37 혈요비경[血妖秘境](2) +2 24.05.08 705 20 11쪽
36 혈요비경[血妖秘境] +4 24.05.06 755 19 1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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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 문지기의 시험(1) +5 24.05.05 691 16 11쪽
33 비경으로 향하다(3) +4 24.05.02 816 19 7쪽
32 비경으로 향하다(2) +2 24.05.01 772 17 10쪽
31 비경으로 향하다(1) +2 24.04.29 800 17 12쪽
30 16강. 열양지기와 검수 +4 24.04.23 894 15 8쪽
29 상선약수(上善若水)(2) +7 24.04.22 852 19 13쪽
28 상선약수(上善若水)(1) +5 24.04.21 905 18 10쪽
27 네번째 비무대회(2) +4 24.04.20 963 18 12쪽
26 네번째 비무대회(1) +4 24.04.18 913 17 13쪽
25 세번째 비무대회(1) 두번째 생략 +2 24.04.17 956 17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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