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이되어 이계로 -285.드래곤이라면-
두명의 용병을 아주 가볍게 죽여버린 바칸은 뭐가 그리 좋은지 싱글벙글이었다.
“클클.. 정말 오랜만이군? 인간을 죽여본 지가..”
살인을 즐기는 살인귀의 표정이 저러할까?
그러했기에 바칸을 바라보는 상인과 용병들은 자신도 모르게 두려움에 바들바들 떨고 있는 것인지도 몰랐다.
- 비니시우스님. 저런 녀석은 혼구녕을 내 줘야 하는 것 아닌가요?
보다못한 드워프 포니가 비니시우스를 향해 텔레파시를 보냈다.
헌데 돌아온 답변은 여태껏 그가 알던 비니시우스의 답변이 아니었다.
- 크흠.. 나로썬 불가능하다. 저 녀석은 내 능력 밖이거든..
예상치못한 답변에 포니가 화들짝 놀라며 비니시우스를 향해 물었다.
- 네에..?! 비니시우스님은 ‘신들의 전쟁’때 마족들도 때려잡으셨다면서요?
- 그 당시에 내가 잡은 녀석은 하급마족 중에도 제대로 싸울줄도 모르는 녀석들이었다. 허나 저녀석은 최상급마족이란 말이다. 드래곤 로드조차도 상대할 수 없는 녀석을 내가 무슨 수로 이긴단 말이냐?
그제서야 상황파악이 된 포니였다.
포니가 걱정스런 표정으로 물었다.
- 그럼 이제 어쩌죠?
- 어쩌긴 뭘 어째. 상황봐서 도망가는 수 밖에..
그것 말고는 달리 방법이 없었다.
하지만 도망치는 것도 쉬운 일은 아닌 듯 싶었다.
- 어떻게요? 마족이라면 텔레포트로 도망치더라도 충분히 따라올 수 있을텐데..?
텔레포트를 시전하면 일시적으로 마나의 흔적이 남기 때문에 추적을 당할게 뻔했던 것이다.
비니시우스가 굳은 결심을 하며 말했다.
- 크흠.. 어쩔 도리가 없겠군? 죽을 때 죽더라도 저녀석과 싸우다 죽는 수 밖에..
어차피 죽게 될 운명이라면 바칸의 뺨이라도 한 대 후려갈기고 죽고 싶었다.
하지만 드워프 포니는 죽고 싶은 마음이 눈곱만큼도 없었다.
그가 바칸을 가리키며 비니시우스에게 물었다.
- 정말로 저 녀석에게서 도망칠 방법이 없단 얘긴가요?
- 그렇다니까..
- 정말 싸우실건가요? 어차피 싸워도 진다면서요..?
- 죽을 때 죽더라도 발악은 해 봐야겠지. 아무것도 해보지 않고 죽고 싶지는 않거든...
이미 자신이 바칸에게 죽을 거라는걸 어느정도 짐작한 비니시우스였다.
비니시우스와 포니가 텔레파시를 주고받는 와중에도 절반이 넘는 상인과 용병들이 죽어나가고 있었다.
그들을 무자비하게 죽이던 바칸이 비니시우스를 향해 비릿한 미소를 지어보이며 말했다.
“크흐흐.. 네 녀석이 꾸물거릴수록 더 많은 인간들이 죽는다는 사실을 기억하거라.”
그는 이미 비니시우스와 포니가 텔레파시를 주고 받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던 것이다.
“크윽.. 어차피 내가 네 녀석과 싸우더라도 이곳에 있는 인간들을 모두 죽일 생각이지 않느냐?”
비니시우스가 바칸을 향해 물었다.
어차피 결과는 매한가지였던 것이다.
바칸이 의외라는 듯 비니시우스를 바라보았다.
“드래곤인 네 녀석이 보잘 것 없는 인간들의 생사를 걱정할 줄이야..?”
바칸은 드래곤들이 인간들을 하찮은 존재라고 여긴다는 걸 잘 알고 있었다.
물론 드래곤들도 인간들이 귀찮게 군다면 당장에 죽여버릴 수도 있었다.
비니시우스도 인간이 죽건말건 별로 아쉬울 건 없다는 말이다.
“어차피 결과는 똑같을 것이 뻔한데 내가 먼저 싸우던 나중에 싸우던 그건 내 마음이지 않겠나?”
비니시우스의 물음에 싱글벙글거리던 바칸이 한쪽 입꼬리를 올리며 대답했다.
“훗,,! 네 녀석의 마음이 아니라 내 마음이겠지. 내가 아직 네 녀석을 상대하지 않았으니..”
바칸의 말이 정답이었다.
그가 무작정 비니시우스를 향해 공격을 강행한다면 비니시우스는 싸우기 싫더라도 그와 싸워야할 입장인 것이다.
바칸의 말은 사실이었기에 비니시우스의 인상이 절로 찌푸려졌다.
그때였다.
그의 귓가로 누군가의 텔레파시가 들린 것이..
- 정말이오?
목소리의 주인공은 다름아닌 데니안 왕자였다.
- ...?
비니시우스의 시선이 자동적으로 데니안 왕자를 향했다.
- 당신이 정말로 위대한 존재란 말이오?
그가 드래곤이냐고 묻는 것이다.
원래 인간이 유희중인 드래곤을 향해 정체를 묻는 것은 크나큰 실책이었다.
허나 어차피 죽게 될 마당에 비니시우스는 데니안 왕자의 실수를 별로 신경쓰지 않았다.
오히려 직접 자신이 드래곤이라고 밝혀 주기까지 했다.
- 크흠.. 그렇다. 난 블루드래곤 비니시우스라고 한다.
- 비니시우스가 본명이오? 드래곤들은 유희를 할 때 가명을 쓴다고 들었는데..?
- 어차피 내 이름을 아는 인간이 없는데 본명을 쓰던 가명을 쓰던 상관없는 일 아닌가..?
허나 데니안 왕자가 하고 싶은 말은 그게 아니었다.
- 그럼 이들과 함께 텔레포트로 도망칠 수 있겠소?
데니안 왕자의 물음에 비니시우스가 고개를 가로저으며 대답했다.
- 지금 당장은 도망칠 수 있지만 금방 붙잡혀 버릴게 뻔하다.
이미 모든 것을 포기한 비니시우스에게 데니안 왕자의 말은 뜻밖이었다.
- 내가 어떻게 해서든 시간을 끌어보겠소.
잠시 놀란 표정으로 데니안 왕자를 바라보던 비니시우스가 이내 코웃음을 치며 말했다.
- 훗..! 드래곤인 나도 상대할 수 없는 저 녀석을 인간인 네 놈이 상대하겠다는 말이냐?
- 내겐 타이탄이 있소.
황궁을 빠져나오기 전 몰래 타이탄 한 대를 가져나온 데니안 왕자였다.
애석하게도 비니시우스는 타이탄의 존재를 아직 모르고 있었다.
- 타이탄? 그게 뭐지?
- 인간의 능력을 10배까지도 늘려주는 기계요. 그것만 있다면 어떻게든 저 녀석의 시간을 끌어볼 수 있을 것이오. 그 틈에 도망가시오.
비니시우스의 얼굴엔 놀라움과 실망감이 동시에 나타났다.
- 능력을 10배까지도 늘려줄 수 있다고..? 하지만 네 녀석이 10배로 강해진다고 하더라도 본체로 변한 나보다도 약할텐데..?
드래곤의 능력을 제대로 알지 못했던 데니안 왕자가 경악하며 물었다.
- 위대한 존재들의 실력이 그 정도란 말이오?
- 그렇다. 우릴 너무 우습게 보고 있었나 보군..?
자신의 생각이 무모했다는 걸 깨달은 데니안 왕자였다.
- 크윽.. 그럼 저녀석의 실력은 대체 어느정도란 말이오?
데니안 왕자의 물음에 비니시우스가 어림잡아서 대답했다.
- 아마 저 녀석은 내 능력의 10배는 될 거야.
그 순간 비니시우스의 뇌리에 무언가 떠올랐다.
‘가만..? 10배라고..?’
그리곤 데니안 왕자를 향해 다급히 말했다.
“혹시 그 타이탄이란걸 내가 사용할 수도 있는가?”
다급한 그의 목소리에 데니안 왕자가 얼떨결에 대답했다.
“아직 타이탄과 임시 계약한 상태라 가능은 하겠지만...? 아! 그렇구려..?”
데니안 왕자도 비니시우스의 의도를 깨달았다.
드래곤인 그가 타이탄에 탑승한다면 어쩌면 최상급마족인 바칸을 이길지도 몰랐던 것이다.
그들이 무슨 대화를 주고받는지 알수 없었던 바칸은 그저 싱글벙글 거릴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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