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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월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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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등록일 :
2018.11.12 19: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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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27,138

작성
19.01.03 17: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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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8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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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
글자
12쪽

19장 1막. 파천검과 흡마공

DUMMY

“이것 참··· 뭔가 착각하나 본데? 당신들 아니더라도 죽지는 않았을거야.”

“그걸 어떻게 자신하지?”

혜미가 냉랭한 표정으로 다가오자, 이설아는 도도한 얼굴로 대답했다.

“뻔뻔하군요. 당신들 뭐에요? 뭔데?”

“그보다 그 물건은 찾았나?”

동혁이 뜬금없이 던진 말에 이설아의 얼굴에 흠칫하는 표정으로 바뀌었다.

“무슨 소리죠?”

“지난 번에 어떤 마물을 만났지. 근데 희안하게도 놈한테서 술탄의 향기가 나더군. 아, 물론 술탄은 아닐거야. 고작 그런 놈이 그 대단한 술탄일 리는 없을 테니까. 듣기로는 어느 술탄은 영생을 꿈꾼다 하던데 이상하게 권능이 비슷하더군. 혹시 요즘 술탄도 애완 동물을 키우고 뭐 그러지는 않겠지?”

이설아는 흐릿한 눈빛으로 말 끝을 흐렸다.

“그, 그걸 어떻게 당신이 알아?”

“아, 됐어. 그냥 호기심에 물어 본거야. 뭐야 그 눈빛? 왜? 우와, 잘못하면 한 대 치겠는데?”

“·········”

“천주께서는 잘 계시지?”

“···설마 천주님과 아십니까?”

갑자기 말투가 공손하게 바뀌었다. 이설아가 비록 고귀한 혈통을 이어 받았다 해도, 천주 天主 앞에서는 아무 것도 아니기 때문이었다. 그만큼 그들에게 천주가 주는 호칭의 힘은 가히 대단했던 것이다.

“그게 지금 이 시점에서 중요한가?”

“그보다 당신 정체가 뭐죠?”

“그걸 알아서 뭐하게? 어차피 다시 볼 사이도 아니고···”

“하지만 이대로 떠나면 천주님께 뭐라고 전해야 할지···”

이설아는 급해졌다. 지닌 바 능력도 능력이지만, 천주와 만약 아는 사이라면 큰일이기 때문이었다.

“됐어. 아가씨, 가던 길 서로 가자고.”

냉랭한 모습으로 동혁은 고개를 돌렸다. 그러면서 기이한 미소가 얼굴에 번졌다.

‘아직 중요한 것은 안 바뀌었어.’

이번 질문은 꽤 많은 것을 함축하고 있었다. 두 번 째 전생. 과거의 기억 조각은 이제 꽤 많이 떠오른다. 그런데 문제는 조금씩 과거와 달리 현실이 뒤틀리고 있다는 것이다.

물론 그 이면에는 그 때와 다르게 움직였던 자신의 선택이 한 몫했음은 분명하다.

허나, 조금 전 질문을 알게 되었다. 가장 중요한 기본적인 흐름은 변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루트.

천주를 모시는 이 세계의 절대자들. 이 땅의 배덕자 혹은 이단아들.

허나, 그런 그루트조차 초창기에는 최강은 아니었다.

훗날 알게 된 사실은 이들이 ‘그것’을 얻은 후에 모든 것은 변하게 된 것으로 기억한다.

이설아는 천주 휘하에 있는 다섯 명의 술탄 Sultan 중 하나인 광명성인 光明聖人인 칼리프의 딸이다.

아마 악마의 성채에 나타난 그 괴물은 불령성인 佛領聖人이라 부르는 술탄 하무르의 무법기 武琺器 중 하나일 것이다. 다행히 그 때는 영겁의 동면에서 깨어난지 얼마 되지 않아 그 틈을 이용해서 제거했지만, 본신의 힘을 다 사용할 수 있었다면 꽤 고생을 했을 것이다.

인간이면서 인간이 아닌 존재. 선도 악도 아니면서 스스로 ‘성인聖人’이라 부르지만, 아무튼 이들은 꽤 독특한 존재들이다.

동혁 일행은 다시 초룡을 만났고, 역시 마찬가지로 초룡을 제거하고는 휴식을 취하면서 대화를 나눴다.

“방법이 없을까요?”

바란은 마땅치 않다는 듯 머뭇거리며 인상을 찡그렸다.

“무슨 방법이 있어요?”

“·········”

혜미는 손에 쥔 유가 밀법을 몇 번 넘기더니, 바로 내팽개쳤다.

“이딴 게 여기서 무슨 소용이야. 쳇!”

“그래도 혹시 나중에 나가게 되면 도움이 될 겁니다.”

동혁이 의아한 듯 반문했다.

“어차피 다시 또 나타날텐데 필요 없지 않을까요?”

“맞아. 거기다 이젠 다 외웠다고··· 이러다 능력만 엄청 높아지겠어. 그러면 뭘 해? 바깥에 나가지 못하고 잘못하면 평생 여기서 썩다 죽을텐데··· 에휴, 내 팔자도 결혼도 못 해보고 이게 뭐야. 히잉!”

셋 다 말을 못했다. 동혁은 뭔가를 생각하는 것 같더니, 죽은 초룡의 머리에 손을 천천히 가져다 댔다. 흡마공을 시전한 것이다. 파천검은 실전의 효용성 때문에 그동안 꽤 익숙해졌지만, 흡마공은 아직까지 써 본적이 없었다.

“가만 생각하니 우리가 굳이 빨리 갈 이유가 없지 않나요?”

“그건 그렇지.”

“그럼 수련이나 하죠. 어차피 가 봤자 그 마녀한테 죽을텐데 뭣 하러 일찍 가요?”

“하지만, 용암의 바다에서 기다리고 있는 사람들은?”

“아마 두 번의 죽음으로 무한 루프에 빠졌다는 것을 확인했으니 그 놈들도 수련부터 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만약 아니면요?”

“글쎄요. 주작님 생각처럼 우리가 꽤 친해졌다 해도 과연 그럴까요?”

바란의 의미심장한 말.

지금 생각하니 일리가 있어 보였다. 확실히 그럴지도 몰랐다.

두번째 루프야 이게 영원히 계속되는지 확인이 안 되었으니 빨리 관문을 통과했던 것일테고, 지금은 상황이 다르지 않는가?

특히나 카일이나 유시후의 성격을 보면 얻을 것이 전무한 용암의 바다에 빨리 올 이유가 없다. 아마도 그들 역시 이번 기회를 통해서 수련에 매진할 가능성이 높았던 것이다.

“그러고보니 그 사람들도 그 전에 관문에서 얻은 것들에 대해서는 말하지 않았네요.”

“그렇네요. 굳이 그쪽에서 물어보지 않으니 우리도 우리의 패를 꺼내지는 않았지만.”

잊고 있던 사실들.

기물, 법보, 비급 등은 각성자들에게는 목숨을 주어도 안 바꾸는 것들이다.

비록 앞날이 어떻게 될지 몰라도, 그들이 그동안 얻었던 것들을 쉽게 내보인다는 것은 웬만큼 희생정신이 투철한 인간이 아니면 불가능한 일 아닌가.

당장 바란만 해도 클럽 전에 무엇을 얻었는지 알려주지 않았다.

“하지만 만약 일찍 왔다면?”

“그럴 리도 없지만 그럼 그냥 기다리라고 해야죠.”

“꽤 비정한 말이네요.”

“아마 그쪽도 그렇게 생각하고 있을걸요? 거기다 북쪽 대지를 건너려면 동혁이 없으면 안 되니 우리가 키를 쥐고 있는거죠. 뭐 하면 악셀 웜 때문에 힘들더라도 거기서 수련 하고 있겠죠.”

“음, 그런가요?”

동혁은 대화를 듣다가 할 말이 없는지 죽은 초룡을 향해 걸음을 옮겼다.

그리고 초룡의 영혼을 빨아들이기 시작했다.

방금 소멸한 탓에 아직 영혼의 조각들은 적지 않게 남아 있었다.

‘생각보다 많은데?’

초룡과 정신적으로 연결이 되었다.

그리고 바로 거대한 해일이 대지를 덮치는 것처럼 무수히 많은 파편들이 몰려든다.

초룡의 기억.

세상을 처음 본 순간, 하늘을 처음 보던 날이 떠오른다.

어미는 먹이를 잡아 와 새끼가 먹기 편하게 주고 있었다.

어미는 새끼가 자람에 따라 늙어갔다. 어미의 눈과 마주쳤다.

자애로운 눈빛, 따스한 시선.

그래, 웃고 있었다.

새끼에 대한 사랑이다.

다 자라 어미의 품을 떠나던 날.

어미가 바깥으로 나갔다가 피투성이가 되어 돌아온다.

어미는 죽어가면서 새끼를 본다.

새끼는 울기 시작했다.

가지 말라고, 떠나지 말라고. 영원히 함께 살자고.

그 삿된 울음은 너무 구슬퍼서 가슴을 찢어 헤쳐 놓은 듯 하다.

부모에 대한 그리움, 아픔이란 감정. 죽어가는 어미가 걱정했다.


- 앞으로 혼자서 살아 남을 수 있을까?

- 아, 조금만 더 지켜줄 수 있었다면···

- 우리 아가, 우리 착한 아가.


어미는 결국 의식을 잃어갔다.

새끼는 울부짖었다.

외로움, 고독, 쓸쓸함.

무서워. 어떻게 살지?

나 혼자서?

어린 초룡이 처음 어미와 함께 사냥을 하던 기억, 브레스를 배우던 추억이 겹쳐진다.

처음 날개짓을 하던 날 어미는 환하게 웃고 있었다.

그렇게 어미가 떠났다.

그 후, 어린 초룡은 포식자의 눈을 피해 살아야 했다.

점점 더 성장하면서 정처 없는 외톨이처럼 이곳 저곳을 떠돌았다.

초룡의 눈으로 본 인간들에 대한 감정은 무척 부정적이었다.

산야를 황폐화시켰고, 죄없는 동물들을 죽인다.

초룡은 기억한다. 어미의 죽음도 인간들 때문이라는 것을.

그 때문에 각성한 후, 인간을 증오하며 인간을 먹이를 삼았다.

여러 번의 둥지를 옮기던 초룡은 어느 날 이 곳으로 왔고, 그 후로 기억이 완전히 바뀌었다.

동혁이 탄성을 터트린 시점은 그 순간이다.

‘이럴 수가··· 초룡도 모르고 있었어.’

그렇다. 초룡은 마치 반복되는 수레바퀴처럼 적어도 이곳에서 수천년을 산 것이다.

인간을 만난다. 소중한 둥지를 파괴하려는 침입자들.

그들 중에는 태풍을 일으키는 인간도, 대지를 떨게하는 인간도 있었다.

심지어 검으로 호풍환우 呼風喚雨를 만드는 이도 존재했다.

기억은 영사기의 필름처럼 계속 된다.

초룡은 수도 없이 죽었다.

아니, 처음에는 초룡이 이기는 경우가 많았다.

허나, 다시 죽였던 인간은 또 찾아오고는 했다.

인간은 점점 더 강해졌다.

같은 인간, 하지만 초룡은 기억을 못했다.

불과 얼마 전에 만났던 인간임에도 모든 기억을 잊은 것이다.

수십, 수백, 수천 번.

아마 초룡의 둥지에 뒹굴던 비급들은 그들의 것이리라.

허나, 점점 강해지던 인간은 모두 죽었다.

동혁은 신음성을 터트렸다.

‘모두 죽었어. 하나도 남김 없이··· 그것도 자살로···’


- 흐흐, 지긋지긋하군. 매일 똑 같은 공룡 새끼! 툇!

- 하하, 강해졌어. 아마 이대로 세상에 나가면 난 절대자가 될거야.

- 방법을 찾아야 돼. 분명 탈출구가 있을거야.

- 큭큭, 이게 말이 돼? 영원히 빠져나가지 못한다는게?

- 빌어먹을 세상! 가족들이··· 우리 딸이 보고 싶어.


호기심, 탐욕, 분노, 절망이 이어졌다.

마지막에는 현실을 덤덤하게 받아들이며 체념의 단계가 온다.

죽었다.

초룡이 죽인게 아니라, 대부분 자살로.

아니, 끝내 몇 명 나타나지 않은 이들도 있었다. 물론 이들은 공통점이 있다.

계속 무한의 겁을 통해 엄청나게 강해졌다는 것이다.

과연 이들은 어디로 간 것일까?

모를 일이다.

초룡이 알지 못하는 것은 그도 모를테니. 다른 조연들이야 그렇다쳐도 초룡마저 왜 이곳에 온지 모른다고 생각하니 섬뜩해진 것이다.

“우욱--!! 우웩--!!”

동혁은 심하게 구토를 했다.

흡마공의 부작용. 영혼이 섞이면서 권능도 함께 따라왔다. 허나, 동일 성질이 아니면 반발이 일어나는 것은 당연했다.

온 몸이 수수나무처럼 떨렸다.

“괜찮아?”

혜미가 걱정된 듯 급하게 다가와 등을 두드린다.

“네. 그럭저럭. 그나저나 흡마공이 대단하기는 하네요.”

“그래?”

동혁은 말이 필요 없다는 듯 전방을 향해 손을 살짝 그었다.

그러자 불꽃이 허리어림까지 오는 소철나무 수십그루를 태우는 것이 아닌가.

그것도 예비 동작이나 주문의 딜레이가 전혀 없었고, 무엇보다 허공을 격하고 바로 십여 미터 바깥에서 불이 저절로 생성된 것이다.

“원래 초룡이 가진 브레스의 권능에 공간을 변이시키고, 촉매의 진화를 일으켜 봤어요.”

불꽃은 뜨거웠다. 바란은 이 놀라운 광경을 보면서 중얼거렸다.

“대단하군요. 이게 가능할 줄은 몰랐네요.”

마법의 상식을 뛰어 넘는 권능.

보면 볼수록 대단한 청년이었다.

세상에 불을 다루는 자들은 셀 수 없이 많다. 하지만, 저토록 빠르고, 중간 단계를 생략한 채 직접적으로 원하는 타겟에 발현시킬 수 있다면 대체 누가 저 인간을 상대할 수 있을까?

모든 공격은 그 공격의 파괴력과는 상관 없이 쿨타임 즉 발현 시간이 존재한다.

비수를 날리면 공격자와 방어자 사이에 놓인 공간을 뚫는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 모든 것을 무시한다면?

동혁은 다시 초룡의 사체를 단도를 꺼내서 썰기 시작했다.

“그건 뭐하게? 어차피 돌아가면 다 없어지는데?”

“시험해 보니 제가 가진 무한의 주머니는 예외더군요.”

“그래? 난 책이나 보석들이 싹 다 없어지던데요?”

“그럼, 두 분다 저한테 주세요. 제가 보관해 드리죠.”

“그럴까?”

이 사실을 안 것은 무한의 주머니에 넣었던 플루토 잔해가 아직 남아 있다는 것을 확인했을 때였다.

다른 이들과 달리 무한의 주머니가 여기서는 구속을 받지 않는다는 것을 깨달았던 것이다. 이에 혜미와 바란도 무겁 사원에 들어와 얻었던 것들은 모두 동혁에게 맡겼다.

만약 무겁 사원의 끝없는 윤회를 벗어날 수 있다면 아마 그들은 상당한 부자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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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1 21장 2막. 세상 밖으로 +2 19.01.11 3,695 59 12쪽
70 21장 1막. 세상 밖으로 19.01.10 3,709 66 14쪽
69 20막 5장. 초월의 문 +2 19.01.09 3,720 65 16쪽
68 20막 4장. 초월의 문 +2 19.01.09 3,632 62 13쪽
67 20막 3장. 초월의 문 +3 19.01.07 3,634 63 12쪽
66 20막 2장. 초월의 문 +2 19.01.06 3,679 60 13쪽
65 20막 1장. 초월의 문 +2 19.01.05 3,802 55 14쪽
64 19장 3막. 파천검과 흡마공 19.01.05 3,735 52 12쪽
63 19장 2막. 파천검과 흡마공 +4 19.01.04 3,703 63 13쪽
» 19장 1막. 파천검과 흡마공 19.01.03 3,838 60 12쪽
61 18장 5막. 윤회의 겁 19.01.02 3,703 54 13쪽
60 18장 4막. 윤회의 겁 19.01.01 3,680 54 12쪽
59 18장 3막. 윤회의 겁 19.01.01 3,678 53 12쪽
58 18장 2막. 윤회의 겁 +2 18.12.31 3,850 56 12쪽
57 18장 1막. 윤회의 겁 +2 18.12.30 3,975 54 12쪽
56 17막 2장. 지하 도시 18.12.29 4,018 58 13쪽
55 17막 1장. 지하 도시 18.12.28 4,178 56 13쪽
54 16막 3장. 용암의 바다 18.12.27 4,118 59 12쪽
53 16막 2장. 용암의 바다 18.12.26 4,091 59 12쪽
52 16막 1장. 용암의 바다 18.12.25 4,213 66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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