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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미댬의 서재

지구 서버 최강 플레이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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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미댬
작품등록일 :
2024.06.01 23:27
최근연재일 :
2024.09.08 06:20
연재수 :
78 회
조회수 :
26,858
추천수 :
766
글자수 :
395,020

작성
24.07.18 06:20
조회
153
추천
3
글자
11쪽

Lv. 55 시스템 오류 (2)

DUMMY

Lv. 55 시스템 오류 (2)


정한은 떨어지는 주드를 향해 급하게 손을 뻗었다.

깃털만큼이나 가벼운 주드의 몸이 정확히 정한의 손바닥 위로 안착했다.

정한은 여전히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있는 주드를 보며 혀를 찼다.


‘아무리 정보 제한을 넘어서는 말을 좀 했기로서니, 제 수족을 이렇게까지 만들다니······.’


정한은 좀처럼 정신을 차리지 못하는 주드는 제 앞주머니에 넣었다.

소환을 해제하는 방법도 있었지만, 왜인지 그러고 싶지 않았다.


‘위험하다, 라······.’


정한은 주드가 의식을 잃기 전 자신에게 주의를 주던 모습을 떠올렸다.

80레벨까지는 올려놓고 싶은 욕심이 있었지만, 주드의 상태를 봐선 나중에 하는 게 나을 것 같았다.

정한은 사냥을 멈추고 파티원이 있는 곳으로 향했다.


“형님? 무슨 일 있으십니까?”

“아니. 일은 무슨. 이제 그만하고 집에 가야지.”

“어······. 가, 같이 가요! 형님.”


새벽부터 이미 짐을 다 차에 실어놓은 규태 덕에 이들은 빠르게 펜션을 벗어났다.

몬스터가 지구에 나타난 지도 한 달이 넘었다.

정식 서비스 오픈 때문에 사람들이 잠깐 주춤했던 시기를 제외하면 세상이 변했는지 모를 정도로 사람들은 평소와 별반 다를 바 없었다.

그 말인즉슨.

그들은 고속도로 위 교통체증에 시달리고 있다는 얘기였다.

여름휴가 시즌을 맞아 가족 단위, 혹은 친한 사람들끼리 여행을 나온 이들로 인해 고속도로는 자동차들로 가득 차 있었다.


“와. 요즘에도 놀러 다니는 사람이 있구나.”

“여름이잖아. 사람들 몰릴만한 데는 군부대가 와서 한번 싹 다 밀었다더라.”

“그래도 위험하지 않나?”

“겁대가리를 상실한 거지. 지방은 서울처럼 참사가 벌어지는 곳이 별로 없었으니까.”


정한은 얼마 전 제가 목격한 지하철 참상을 생각하니 입이 썼다.

아직도 그의 인벤토리 한구석에는 꼬맹이의 이름표가 남아있었으니까.


“형님, 형님! 얼마 전에 성남 난리 난 거 보셨어요?”

“말도 마라. 그때 그거 현장 영상 돌아다니는 거 봤다가 하루 종일 밥도 못 먹었잖아.”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이나, 부산 같은 인구가 많은 도시는 여전히 몬스터들에 의한 피해가 종종 발생하는 중이었다.


“저 그때 아버지 회사에 있을 때라서, 거기 지원 하러 갔었거든요?”

“길드에서 지원도 가?”

“공식적인 건 아니고, 아버지 아시는 분이 책임자셔서······. 아무튼. 근데 거기 나왔던 몹들 다 완전 쪼랩이었단 말이에요? 그 왜 우리 잡았었던 물 정령 같은 정도?”

“근데 그렇게 당했다고?”


규태가 황당하다는 듯 룸미러로 진호를 쳐다봤다.

정한이야 사람들 레벨이 보이지만 다른 이들에게는 보이지 않으니, 규태가 놀라는 것도 당연했다.


“형. 생각보다 사람들 레벨 낮아. 민규 씨도 형이 내준 숙제 아니었으면 아예 레벨 올릴 생각도 안 했을 거라던데?”

“야. 아무리 그래도······. 광화문 참사 다 보지 않았나? 근데 어떻게 그럴 수가 있지?”

“피해자 유족들 반응 보니까 그냥 자연재해쯤으로 생각하는 거 같더라고요.”

“허어. 참나. 말이 되나. 그게······.”


규태는 여전히 이해되지 않는다며 고개를 절레절레 내저었다.


“근데 왜 저희가 잡았던 녀석들은 보통 계속 같은 자리에서 다시 나타났잖아요? 근데 그 녀석들은 한번 다 쓸었는데도 젠이 안 되는 거예요. 그래서 그냥 철수하기도 뭐해서 주변을 수색하는데, 생존자 한 분이 그러시더라고요. 이 녀석들 원래 다른 데 있었던 놈들인데 갑자기 몰려온 거라고.”


움직이지 않는 차 안에서 모두의 시선이 진호에게 집중되었다.


“그래서 그분이 말씀하셨던 장소로 가봤더니 거기에 그놈들이 리젠 되고 있더라고요.”

“그게 무슨 소리야? 그러니까 몹들이 인간들을 공격하러 돌아다닌다는 건가?”

“그건 저도 잘 모르겠어요. 그래서 일단 저희가 녀석들을 한 번 더 다 쓸어버렸거든요? 그랬는데 그 이후에는 계속 같은 자리에서만 젠 되더라고요. 저희가 잡았던 그 물 정령들처럼.”


생각해 보면 그날 지하철 참사를 일으킨 녀석들도 정한이 돌아갔을 때는 감쪽같이 사라진 뒤였다.


‘인간들만 죽이고 사라진다고? 몹들이 그 정도의 지능을 갖고 있는 것 같지는 않았는데······.’


사실 돌이켜 생각해 보면 이상한 게 한두 가지가 아니었다.

그날 승강장으로 들이닥친 몬스터들은 원래 종합운동장 주변에 항상 있던 녀석들이었다.

애초에 공격적인 성향을 가진 녀석들도 아니었고 레벨도 낮은 녀석들이었다.

그래, 지금 진호가 말했던 그 물의 정령들처럼.


정한이 요즘에도 종종 들어가는 커뮤니티에서도 종합운동장역 근처는 꽤 유명했다.

그 주변에 자리 잡고 레벨을 올린다는 사람들의 인증 글이 제법 자주 등장했기 때문이다.


그런 녀석들이 뭐에 홀린 것도 아니고 갑자기 사람이 많은 시간대의 지하철역에 떼거지로 들이닥친다?

현실에서도 게임에서도 상식적으로 말이 안 되는 일이었다.


‘‘엘리시온’이 게임이라는 시스템을 표방하고 있다면 더더욱.’


오히려 버그나 이벤트에 가까운 현상.

이벤트라면 필시 미리 공지나 알림창을 띄웠을 거라는 게 정한의 생각이었다.


‘그때는 솔직히 충격받아서 딱히 생각해 보려고 하지 않았지만······.’


정한은 평소라면 아는 척하며 제 옆에서 떠들어대고 있었을 주드가 아쉬웠다.

주드는 여전히 정한의 손바닥 위에 죽은 것처럼 누워있었다.


‘빨리 일어나서 너 잘하는 잘난 척이라도 좀 해 봐.’


정한은 손가락으로 조심스럽게 주드의 잠자리 같은 날개를 만지작거렸다.


그때,

갑자기 지축을 뒤흔들 정도로 거대한 소리가 울려 퍼졌다.

쿵-. 쿵-. 쿵. 쿵. 쿵. 쿠쿠쿠쿠쿠궁.

소리와 진동은 빠른 속도로 가까워 지더니 이내 고속도로 양옆에 있는 산에서 동시에 새들이 날아올랐다.

그리고 산 사이로 빼꼼 고개를 내민 거대한 거인형 몬스터.


“뭐, 뭐야?”

“꺄아아악!”

“괴. 괴물이다!”


순식간에 아수라장이 된 고속도로는 차를 버리고 도망치는 사람들로 인산인해를 이뤘다.


‘잘못하면 저 네 분이 처분 대상이 될지도 모른다고요!’


순간, 정한의 귓가에 절규하듯 소리치는 주드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환청. 혹은 착각.

하지만 분명한 건.

지금 상황이 결코 우연은 아닐 거라는 막연한 확신이었다.


“미친······. 저게 뭐냐?”


규태가 운전대 너머로 고개를 들이밀고 하늘을 올려다봤다.


“그 왜, 애니메이션 진직의 거인에 나오는 거인같이 생겼는데요?”

“직진의 거인이면 일본에나 갈 것이지 왜 우리나라에 오냐고!”


규태가 손바닥으로 거칠게 핸들을 내리쳤다.

정한도 창문을 내리고 고개를 밖으로 내밀었다.

거대한 몬스터의 머리 위로 떠오르는 녀석의 이름표와 상세 정보.


[Lv. 80 직진의 거인]

[생명력-75K / 속성-자연 / 공격력-580/ 특징-모험가와 비슷한 모습을 하고 있으나 크기가 거대한 개체이다. 주로 인간이나 동물을 먹고 삽니다.]


80레벨의 필드 보스급 몬스터가 한두 마리도 아니고 떼거지로 고속도로에 출몰했다.


‘한 마리였다면 진호 힐 받으면서 어떻게든 해 보겠는데······.’


아무리 정한이어도 자신보다 높은 레벨의 필드 보스, 그것도 여러 마리를 한 번에 잡는 건 무리였다.


“형. 우리도 도망가야 될 거 같은데?”

“야이씨. 당연하지. 너 저거랑 싸우려고 했어?”

“한 마리면 어떻게 비벼 볼까, 했지.”


트렁크에 있던 짐을 인벤토리에 쑤셔 넣던 규태가 정한을 미친 사람 보듯 쳐다봤다.


“너도 진짜 제정신은 아니다.”

“농담이야. 먹을 것도 챙기자. 어떻게 될지 모르니까. 진호야. 네 인벤토리에도 좀 넣자.”


정한에게 건네받은 짐을 제 인벤토리에 차곡차곡 넣던 진호가 문득 생각난 듯 물었다.


“차는 통째로 인벤토리에 안 들어갈까요?”

“차는 굳이 말하면 탈것 아니야? 탈것에 등록하면 되려나?”

“근데 탈것 등록하는 창이 있어요?”


허공을 바라보며 손가락으로 이것저것 눌러보는 둘을 향해 규태가 소리를 질렀다.


“미친놈들아 정신 차려!”

“왜요? 솔직히 그게 더 효율적이잖아요. 인벤토리에 하나씩 넣는 것보다.”

“형. 한번 해 보자.”

“그래, 오빠. 한번 해 봐. 밑져야 본전이지. 그거 등록하는 데 오래 걸리는 것도 아니고. 괜히 저 거인한테 밟혀서 망가지면 어떡해. 아직 할부도 남았잖아.”

“······그래서, 탈것 등록은 어떻게 하는 건데?”


결국 규태를 움직인 건, 정한도 진호도 희주도 아닌 자동차 할부였다.


“펫 목록 화면 알지? 거기 옆에 탈것도 있더라.”

“오. 찾았다. 대상······ 선택. 이름? 이름도 지어줘야 돼? 아이씨. 뭐라고 하지?”

“대충 아무거나 빨리 해. 저놈들 이쪽으로 온다.”


희주가 다급하게 규태의 팔을 잡고 흔들었다.


“오! 됐다! 이게 진짜 되네? 그럼, 이제 소환 해제하면 되나?”


규태의 말에 반응하듯 검은색의 대형 SUV가 순식간에 고속도로 위에서 사라졌다.


“다 됐어. 이제 가자!”


그들은 서둘러 거인들이 서있는 고속도로의 반대 방향으로 달리기 시작했다.


레벨을 올리면서 높아진 민첩은 도망칠 때 그 효과를 톡톡히 드러냈다.

다른 이들보다 훨씬 늦게 출발한 정한의 일행은 어느새 그들보다 먼저 도망치기 시작한 선두그룹을 따라잡았다.


“고속도로만 벗어나면 대충 차 별로 없는 도로에서 형 차 소환해서 그거 타고 도망가자.”

“네가 웬일이냐. 도망치는 데 이렇게 적극적일 때도 다 있고.”

“형이 오해하고 있는 게 있는데. 나도 누울 자리 보고 발 뻗는 사람이야. 저런 괴물들을 내가 어떻게 다 상대하냐?”

“한 마리면 비벼 보려고 했다며.”

“그건 한 마리일 때 얘기고. 저건 솔직히 인간적으로 너무 많잖아.”


정한이 대답하며 힐끗 뒤를 돌아봤다.

콰직! 콰지직. 쿵-!

어느새 열 마리가 넘는 수의 거인들이 그들이 있는 곳을 향해 어기적거리며 걸어오고 있었다.

버려진 자동차들은 거인의 발에 무참히 짓밟히거나 차도 밖으로 밀려 떨어졌다.

발밑에서 걸리적 거리는 자동차를 집어던지는 거인도 있었다.


“으아아. 저거 우리나라에 몇 대 없는 엄청 비싼 찬데······.”


진호가 멀리 날아가고 있는 고급 스포츠카를 보며 안타까움이 가득 담긴 탄식을 내뱉었다.


쾅-! 콰광! 펑. 퍼버벙!


하늘에서 떨어진 차와 충돌한 지면에서 거대한 폭발이 일어났다.

이미 거인의 발에 형체를 잃은 차에서 흘러나온 연료 탓에 다른 차까지 불이 옮겨붙었다.

연속적인 폭음이 들려오고 고속도로는 화염에 휩싸였다.

시뻘건 불길이 솟아오르고 매캐한 회색 연기가 피어올랐다.

불길은 빠르게 퍼져 고속도로 양옆에 있던 산까지 화마에 뒤덮였다.


사람들이 빠르게 도망친 덕에 인명피해는 없었지만 어마어마한 재산 피해가 발생했다.

정한이 규태의 팔을 툭툭 쳤다.


“형. 탈것 등록하길 잘했지?”


규태는 말없이 묵묵히 고개를 끄덕였다.


[도움말 : 좀 더 효과적으로 몬스터들을 사냥하고 싶으신가요? 그렇다면 주변의 지형과 지물을 잘 활용해 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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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1 Lv. 70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 (1) 24.08.22 90 2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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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Lv. 55 시스템 오류 (2) 24.07.18 154 3 11쪽
55 Lv. 54 시스템 오류 (1) 24.07.16 165 4 11쪽
54 Lv. 53 붉은 바위의 도시 페트라 (6) 24.07.14 177 3 11쪽
53 Lv. 52 붉은 바위의 도시 페트라 (5) 24.07.11 183 3 11쪽
52 Lv. 51 붉은 바위의 도시 페트라 (4) 24.07.09 198 4 11쪽
51 Lv. 50 붉은 바위의 도시 페트라 (3) 24.07.07 197 5 11쪽
50 Lv. 49 붉은 바위의 도시 페트라 (2) 24.07.05 208 6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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