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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미댬의 서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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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미댬
작품등록일 :
2024.06.01 23:27
최근연재일 :
2024.09.08 06:20
연재수 :
78 회
조회수 :
26,860
추천수 :
766
글자수 :
395,020

작성
24.07.14 06:20
조회
177
추천
3
글자
11쪽

Lv. 53 붉은 바위의 도시 페트라 (6)

DUMMY

Lv. 53 붉은 바위의 도시 페트라 (6)


락툼은 기나긴 이야기를 시작했다.

몇천 년이 넘는 세월을 홀로 버텨오며 쌓아왔던 이야기를 담담한 말투로 정한에게 풀어냈다.

정한은 묵묵히 그의 이야기를 경청했다.

진호도 처음에는 그의 말에 귀를 기울였으나, 얘기가 길어지자 어느새 정한의 다리에 기대 꾸벅꾸벅 졸기 시작했다.


“······물론 내 아집이고 고집일 수 있네. 하지만 내가 이대로 포기해 버리면 저들은 어찌 되겠는가. 안식을 얻지 못한 영혼은 그저 구천을 떠돌 뿐이라네. 그러니 이렇게라도 붙잡고 있을 수밖에······.”

“그렇다면 그들에게 안식을 주는 게 차라리 낮지 않겠습니까?”

“물론 그게 맞는 말일세. 그렇게 하는 게 맞는 행동일 테지. 하지만 백성들마저 떠나버리면 나와 이곳엔 뭐가 남겠나······.”


락툼이 이를 악물고 지금의 상태를 유지한다 한들, 이곳은 절대 낙원이 될 수 없었다.

락툼에게도, 그의 백성들에게도.

시간이 흐를수록 락툼의 정신은 계속해서 무너질 테고, 통제력을 읽은 영혼은 오염되어 원혼이 될 뿐이었다.

종래엔 락툼의 영혼마저 타락해 버리겠지.

아무리 희망 회로를 돌려봐도 결과는 정해져 있었다.


이곳에 온 지 몇 시간 되지 않은 정한도 알고 있는 사실을 락툼이라고 모를 리 없었다.

그는 그냥 미련하게 고집을 부리고 있는 것뿐이었다.

과거의 영광으로 눈을 가리고 자기 자신을 합리화 하면서, 그렇게 속부터 썩어들어가고 있는 것이다.

락툼은 수천 년을 봐왔으면서도 여전히 미련이 철철 넘치는 눈으로 알현실 너머의 페트라를 응시했다.


“나는 우리 붉은 드워프들의 미래가 보고 싶었네.”

“이곳에 미래는 없습니다.”


횃불 사이로 나타났다 사라지기를 반복하는 영혼들을 보며 정한이 말했다.

냉정하게 들릴 수도 있는 얘기였지만, 사실이었다.

죽은 자들에게 미래는 없다.


“그래. 그렇지. 알고 있네. 하지만 알고 있는 것과 받아들이는 것은 다른 법일세.”


정한은 락툼에게서 동질감을 느꼈다.

정한도 알고 있었다.

그도 가족의 죽음을 받아들이기까지 꽤 오랜 시간이 필요했으니까.

사실, 십 년이 넘게 흐른 지금도 완전히 받아들이지는 못했다.

하지만 정한이 자의에서든 타의에서든 어쨌든 앞으로 나아갈 수밖에 없었다고 하면, 락툼은 제 자리에 멈춰버렸다.

시간의 흐름이 반영되지 않는 이곳에서 제 육신과 영혼을 이곳에 가둔 채 과거만 되새김질하고 있었다.


“하지만, 괴로워하는 백성들을 보고 나니 알겠더군. 내가 얼마나 미련한 짓을 하고 있었는지. 내 고집 때문에 나의 백성들이 얼마나 고통받고 있었는지 말일세. 그래서 이제는 받아들이려 하네. 그리고 감사의 인사를 하고 싶구먼.”


락툼은 자리에서 일어나 정한에게 허리를 숙였다.


“이방인이여, 그대는 우리 붉은 드워프의 은인일세. 고맙네.”


갑작스러운 락툼의 인사에 정한도 급하게 일어나 그에게 허리를 숙였다.


“어, 엉? 형님?”


옆에서 졸고 있던 진호만 갑자기 날벼락을 맞았다.

눈도 제대로 못 뜨고 주변을 두리번거리던 진호는 정한이 다시 자리에 앉자 자연스럽게 원위치로 돌아왔다.


‘별로 한 것도 없는데······.’


퀘스트 보정 때문인지 락툼의 평가가 후했다.

아직 마지막 퀘스트를 깨지 못한 정한에게는 그의 오해가 오히려 반가웠다.

알아서 좋게 봐주겠다는데 굳이 진실을 알릴 필요가 있을까?

정한은 그 정도로 착하기만 한 사람은 아니었다.

착하기만 해서는 홀로 이 험난한 세상을 살아갈 수 없다는 것을 뼈저리게 겪어왔다.


“이거 너무 내 얘기만 떠들었구먼. 은인이여, 이제 그대의 이야기를 해 보시게. 그대가 사는 곳은 어떤 곳인가?”

“제가 사는 곳은······.”


정한의 이야기는 금방 끝났다.

락툼에 비해 살아온 시간이 짧아서는 아니었다.

그에게는 남들을 즐겁게 해줄 만한 이야기가 없었다.

정한은 자신에 대해 이야기를하는 대신 ‘엘리시온’이 오픈하기 전 자신이 살아오던 평범했던 대한민국에 관해 이야기해 주었다.

휴대전화라거나, 자동차, 비행기 같은 락툼이 좋아할 만한 것들로.

정한의 예상은 적중했다.

락툼은 정한의 이야기에 빠져들었다.

그는 눈을 초롱초롱하게 뜨고 정한의 이야기를 주의 깊게 들었다.


“그런 곳이 있었다니. 정말 쇠로 된 구조물이 하늘을 날고 땅을 접어 달린단 말인가? 그동안 나는 정말 도가니에 담긴 쇳물이었구먼. 좋다! 결정했네! 짐은 은인과 함께 가겠네.”

“그래도 괜찮으시겠습니까? 많은 것들이 바뀔 겁니다.”

“우리 붉은 드워프는 모험 앞에서 절대 물러나지 않는다네!”


락툼이 의기양양하게 옆구리에 차고 있던 망치를 꺼내 들고 외쳤다.

그 순간, 정한이 그토록 기다리던 알림창이 떠올랐다.


[퀘스트를 성공적으로 완료했습니다.]

[퀘스트 완료 보상으로 [락툼 – 펫]을 획득했습니다.]

[퀘스트 완료 보상으로 25골드와 경험치를 받았습니다.]

[Level up. 축하합니다. 모험가님은 Lv. 79 이(가) 되었습니다.]


주르륵 떠오르는 알림 너머로 락툼의 전신이 새하얀 빛을 뿜어냈다.

그의 빛에 반응하듯, 페트라의 내부를 거닐던 영혼들의 몸에서도 밝게 빛났다.

왕궁에서부터 시작된 빛의 파도가 제단까지 이어졌다.

페트라의 내부 전체가 새하얀 빛에 휩싸였다.

빛을 발하던 영혼들은 잘게 부서져 꽃잎처럼 페트라 내부에 흩날렸다.


[펫 목록에 ‘락툼’이 추가됩니다.]

[락툼이 ‘엘리시온’의 지배력에서 벗어납니다.]

[‘엘리시온’의 권역에 ‘아스포델의 들판’이 나타납니다.]

[‘엘리시온’이 ‘아스포델의 들판’에 제재를 가합니다.]

[‘아스포델의 들판’이 @#$%의 중재를 요청합니다.]

[@#$%가 !@#$^의 !@#%에 강림합니다.]


갑작스럽게 떠오르는 알림창은 점점 외계어로 변질되어 나중에는 정한이 알아볼 수 없을 정도가 되자 새로운 알림창이 그의 시야를 가로막았다.


[플레이어의 접근 권한을 초과한 정보입니다.]

[알림창의 기능이 일시적으로 정지됩니다.]


시간이 멈췄다.

정확히는 이 세계에 속한 것들의 시간만 멈췄다.

빛을 뿜어내던 락툼도, 페트라를 거닐던 영혼들도 모두 일시 정지를 눌러놓은 것처럼 멈춰있었다.

반면에 진호는 여전히 꾸벅꾸벅 졸고 있었고 멀리서 규태 일행의 목소리도 들려왔다.


“허어. @#$%까지 강림하시다니······. 이거 상황이 생각보다 커졌는데요?”

“괜찮은 거야?”

“플레이어님과 저는 크게 상관없을 겁니다. 문제는······, 플레이어님의 동료인 모험가 네 분인데······. 저분들은 당분간 몸을 사릴 필요는 있겠네요.”


때마침 나타난 주드가 상황을 설명했다.


“오! 대화가 잘 마무리되었나 보네요.”


주드가 경쾌하게 허공에 손가락을 튕겼다.


[알림창의 기능이 정상적으로 활성화됩니다.]

[@#$%에 의해 ‘엘리시온’이 추방됩니다.]


정한은 떠오른 문자 사이에서 추방이라는 단어를 보자마자 주드를 힐끔 쳐다봤다.


‘쫓아낸 게 대화가 잘 마무리된 거냐?’


역시, 인간 외 존재인 주드에게 정상적인 사고를 바라는 것은 무리였다.


[[붉은 바위의 도시 페트라]가 ‘엘리시온’의 영향력에서 벗어납니다.]

[‘아스포델의 들판’이 문을 개방합니다.]


문이 개방된다는 알림창과 함께 하늘에서 오로라 같은 오색 빛무리가 길을 만들었다.

흩날리던 영혼의 꽃잎들이 일제히 하늘로 치솟았다.

새하얀 꽃잎들이 빛의 길을 따라 하늘하늘 날아갔다.


락툼의 형체를 유지하던 새하얀 빛도 잘게 바스러지기 시작했다.

안 그래도 작달막하던 그의 몸이 점점 줄어들었다.

락툼이 토니와 비슷한 크기로 줄어들 때까지 꽃잎으로 화해 사라지던 빛이 사그라들었다.

투명한 영혼이 아니라 온전한 색채를 갖게 된 락툼이 짧은 다리를 열심히 움직여 정한에게 뛰어왔다.

락툼을 들어 올린 그는 제 오른쪽 어깨 위에 그를 내려주었다.


“오! 눈높이가 정말 높구먼! 이 높이에서 보니 또 기분이 새롭구먼. 새로워! 으하하하하.”


어째 주드만큼이나 시끄러운 펫이 하나 더 늘어난 기분이었다.


락툼이 완벽하게 정한의 펫이 되자, 왕좌가 있던 자리에는 산 정상의 절벽에 있던 던전의 입구와 똑같이 생긴 문이 생겨났다.


‘결국 마지막 보스는 락툼이었던건가?’


주드의 퀘스트가 아니었다면 결국 던전을 클리어하기 위해 락툼을 쓰러트려야 하는 상황이 벌어졌을 것이다.

정한은 처음으로 주드가 꽤 쓸만하다고 생각했다.


[‘엘리시온’에 의해 걸려있던 시간의 제약이 해제됩니다.]

[[붉은 바위의 도시 페트라]의 소멸까지 약 10분 남았습니다.]

[00:10:00]


타이머의 숫자가 빠른 속도로 줄어들고, 도시 전체가 지진이라도 난 것처럼 흔들리기 시작했다.


“플레이어님! 빨리 던전에서 나가셔야 해요!”

“으악! 형님! 이게 다 뭐에요?”

“진호야. 사람들한테 빨리 이리 오라고 메시지 보내!”


주드가 급박하게 정한의 주변을 날아다니며 소리쳤다.

몸을 가누기 힘들 정도의 진동에 천장에서는 붉은 돌가루가 후두둑 떨어져 내렸다.

락툼이 자랑하던 왕궁 벽에는 거대한 균열이 생겨났다.

와장창-.

끼익- 쾅!

쿠당탕!

벽에 세워져 있던 장병기들이 쓰러지고 화려한 샹들리에가 바닥으로 곤두박질쳤다.

반들반들하던 붉은색의 대리석이 갈라지고 불규칙적으로 치솟거나 가라앉았다.

제대로 서 있기조차 힘든 와중에 딛고 서 있던 바닥까지 말썽이다.


이런 혼란스러운 와중에도 의자가 사라진 왕좌는 공고히 제 자리를 유지하고 있었다.


“허어. 저, 저. 선왕께서 가장 아끼던 동상이! 저건 대대로 내려오는 왕족의 망치인데!”


펫이 되어 정한의 어깨 위에 올라가 있던 락툼이 무너지는 궁전 내부를 보며 탄식을 내질렀다.


5분이 지나자, 천장에서 떨어진 거대한 바위에 의해 페트라의 양쪽을 잇는 돌다리가 끊어졌다.

건물이 형체를 잃고 무너져 내렸다.


“진호야, 규태 형한테 메시지 보낸 거 맞지?”

“네, 답장도 받았습니다. 형님!”

“근데 왜 이렇게 안 와? 이제 시간도 얼마 안 남았는데!”


빠른 속도로 줄어드는 타이머를 보며 정한은 초조하게 문 앞을 서성였다.

이윽고 시간이 1분 남짓 남았을 때, 규태 일행이 가까스로 궁전 입구로 뛰어 들어왔다.


“으아악! 야! 여기서 어떻게 나가는 거야?”

“여기 문 열고 나가면 되니까 빨리 이쪽으로 와!”


정한이 규태를 향해 손을 휘저었다.

이제 정말 남은 시간이 얼마 되지 않았다.


“원래 던전이 이런 식이냐?”

“아니. 그냥 여기가 특이한 거야.”


규태는 머리를 손으로 가린 채 어기적거리며 울퉁불퉁 갈라지고 파인 대리석 위를 뛰어왔다.

남아있던 시간이 카운트 다운을 시작했다.

락툼을 위해 마지막의 마지막까지 남아있던 정한도 아슬아슬하게 문을 넘었다.

열린 문 너머로 ‘붉은 바위의 도시 페트라’의 상징인 붉은 바위들이 우수수 떨어졌다.

한 남자의 미련에 의해 수천 년 동안 유지되어 오던 고대 왕국의 마지막 모습이었다.


[도움말 : 스킬 레벨이 최대치가 되면 다음 단계의 스킬로 승급하거나, 상위 단계의 새로운 스킬을 획득하게 됩니다. 그러니 스킬의 숙련도를 올리는 것도 신경을 써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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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5 Lv. 74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 (5) 24.09.01 63 2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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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3 Lv. 72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 (3) 24.08.27 81 2 11쪽
72 Lv. 71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 (2) 24.08.25 85 2 11쪽
71 Lv. 70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 (1) 24.08.22 90 2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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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6 Lv. 65 산적 소탕 (1) 24.08.11 95 2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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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 Lv. 59 서해 2인조 (2) 24.07.28 139 2 11쪽
59 Lv. 58 서해 2인조 (1) 24.07.25 151 3 11쪽
58 Lv. 57 사소한 변화 24.07.23 140 4 11쪽
57 Lv. 56 시스템 오류 (3) 24.07.21 148 3 11쪽
56 Lv. 55 시스템 오류 (2) 24.07.18 154 3 11쪽
55 Lv. 54 시스템 오류 (1) 24.07.16 165 4 11쪽
» Lv. 53 붉은 바위의 도시 페트라 (6) 24.07.14 178 3 11쪽
53 Lv. 52 붉은 바위의 도시 페트라 (5) 24.07.11 183 3 11쪽
52 Lv. 51 붉은 바위의 도시 페트라 (4) 24.07.09 198 4 11쪽
51 Lv. 50 붉은 바위의 도시 페트라 (3) 24.07.07 197 5 11쪽
50 Lv. 49 붉은 바위의 도시 페트라 (2) 24.07.05 208 6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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