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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미댬의 서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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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미댬
작품등록일 :
2024.06.01 23:27
최근연재일 :
2024.09.08 06:20
연재수 :
78 회
조회수 :
26,855
추천수 :
766
글자수 :
395,020

작성
24.07.05 06:20
조회
207
추천
6
글자
11쪽

Lv. 49 붉은 바위의 도시 페트라 (2)

DUMMY

Lv. 49 붉은 바위의 도시 페트라 (2)


‘저 새끼, 저거. 사람 맞아?’


거대한 바윗덩어리를 무 썰 듯 자르는 정한을 보고 규태는 자신도 모르게 주먹을 꽉 쥐었다.

규격을 넘어선 존재에 대한 경외. 혹은 공포.

그 사이에 자리 잡은 미묘하고 복잡한 감정이 슬며시 고개를 내밀었다.


“오빠! 뭐해?”


희주의 외침에 퍼뜩 정신을 차린 규태가 활을 겨눴지만, 눈으로 좇기 힘든 정한과 분신의 움직임에 조준이 흔들렸다.

규태가 미처 활시위를 놓기도 전에 허무하게 쓰러져 버린 바위 정령 주변으로 붉은 흙먼지가 피어올랐다.

그와 동시에 나타난 세 마리의 바위 정령.

그들은 마치 기다렸다는 듯이 규태의 시야를 완벽히 차단하는 흙먼지 속으로 빨려 들어가듯 모습을 감췄다.


“젠장!”


흙먼지를 겨냥하던 규태가 결국 조준을 포기하고 인상을 찡그리며 짓씹듯 내뱉었다.


그 사이, 정한은 무엇하나 제대로 가늠되지 않은 먼지 속에서 오로지 감각만을 활용해 바위 정령을 상대하고 있었다.

무용지물이 되어버린 시각을 대신해 극도로 민감해진 그의 기감이 보이지 않는 적의 공격을 정확하게 읽어낸 덕분에 피하는 것 자체는 그리 어렵지 않았다.


쉬익! 쉭!

캉! 카캉!


기감을 사용하는 데 익숙해질수록 반격하는 횟수가 점점 늘어나기 시작했다.

정한은 바위 정령의 공격을 이리저리 피해 가며 적들을 베어냈다.

마침내, 세 마리의 바위 정령 중 한 마리를 쓰러트린 순간 붉은 흙먼지 사이로 새로운 알림창이 떠올랐다.


[패시브 ‘육감 Lv. 1’을 습득합니다.]

[육감 Lv. 1]

[감각의 결손에도 불구하고 동물적인 본능으로 적을 쓰러트린 모험가는 오감을 뛰어넘는 여섯 번째 감각을 터득합니다. 사물의 본질을 직감적으로 깨닫습니다. 예측하지 못한 공격에 대응할 수 있습니다.]


새로운 패시브가 생겨남과 동시에 희뿌연 먼지 사이로 바위 정령의 몸을 타고 흐르는 마력이 희미하게 눈에 보이기 시작했다.

바위 정령의 몸 전체에 혈관처럼 뻗어있는 마력이 모여 있는 중심.

유난히 선명한 중심을 본 순간,


‘저기다!’


정한은 본능적으로 알 수 있었다.

일체의 망설임도 없이 내지른 단검이 바위 정령의 마력이 한데 뭉쳐있는 곳을 꿰뚫었다.


쩌적. 쩍. 쩍!

와르르르르르-.


가슴에 꽂힌 단검에서부터 서서히 갈라지기 시작하던 바위 정령은 이내 무수히 많은 돌멩이가 되어 무너져 내렸다.

두 번째 바위 정령에 이어 세 번째 바위 정령까지 일격에 해치운 정한이 드디어 밖으로 모습을 드러냈다.

붉은 흙먼지를 약간 뒤집어썼을 뿐 생채기 하나 없는 모습으로 나타난 정한에게 진호가 달려갔다.


“형님! 역시 대단하십니다. 힐을 할 필요가 없던데요?”


진호는 정한의 등에 붙은 먼지를 털어주며 제 입도 같이 털었다.


“그러게. 몹 레벨이 그렇게 높진 않은 것 같아. 한 마리씩 땡겨서 잡으면 될 것 같은데?”


무슨 소리냐는 듯 자신을 쳐다보는 규태의 모습에 정한이 오히려 황당하다는 듯 되물었다.


“뭐야? 그럼, 진짜 아무것도 안 하려고 했어?”

“엉. 난 윤 기사가 운전하는 버스 타러 온 건데?”

“나도 사냥 할 거야. 멀리는 가지 말고 근처에서 한 마리씩 사냥해 봐. 가만히 있으면 뭐 해. 운동한다. 생각하고 잡아.”


몬스터들이 언제, 어디서, 어떻게 공격해 올지 모르는 일인 만큼 전투는 생존과 직결되는 문제였다.

자신이 이들 곁에 늘 붙어있을 수 없다.

그러니, 전투에 대한 감을 잃어버리면 안 된다는 게 정한의 생각이었다.

강한 상대와 싸워본 경험이 적으니 분명 도움이 되리라.


정한은 도무지 움직일 생각을 하지 않는 네 사람을 위해 친히 바위 정령 한 마리를 끌고왔다.


“차장님, 얘 잡으시면 돼요. 진호는 힐 잘하고.”

“넵!”


칼 각으로 경례하는 진호와 달리 눈치를 보던 현주가 정한에게 조심스럽게 물었다.


“그냥 때려요?”

“편한 대로 하세요. 스킬을 써도 되고. 어그로만 가져가시면 돼요.”


깡. 깡.


엉거주춤한 자세로 제 팔뚝보다 긴 롱 소드를 휘두르는 현주를 지켜보던 정한이 순간 그녀의 칼날 부분을 맨손으로 붙잡았다.


“괜찮으세요? 왜 그걸 그렇게 잡아요?”


화들짝 놀라며 정한의 손을 확인한 현주는 멀쩡한 정한의 손을 보며 가슴을 쓸어내렸다.


“차장님. 사냥 많이 안 해 보셨죠? 지금 도검류 숙련도가 몇이에요?”

“어······, 정한 씨? 그게 사실 있잖아요······.”


당황한 희주가 정한과 현주 사이에 끼어들었다.


“장인, 장모 모시고 같이 다니느라 저랩 사냥터만 다니면서 쩔받아서 그래. 처제는 사냥 거의 안 했어.”

“하아. 그럴 거면 전사를 왜 시켰어? 차라리 진호처럼 사제나 다른 서포트 직업을 시키지.”

“야이씨. 그럼, 장인이 전사한다고 하는데 어떡하냐? 직업 안 겹치는 게 좋다고 설득하려면 얘 전사시키는 수밖에 없지!”

“그럼, 사냥이라도 좀 시키지 그랬어? 계속 쩔만 해 주면 어떡해?”

“그러려고 했는데, 너가 온 거야. 어영부영하다 보니까 오늘 던전까지 오게 된 거고.”


깊게 한숨을 내쉬며 뒷머리를 벅벅 긁던 정한이 현주를 쳐다봤다.

자신의 시선을 피해 허공을 바라보는 현주에게 제 옆에서 여전히 주먹을 날리고 있는 바위 정령을 가리켰다.


“차장님. 얘한테 어그로 올려주는 써봐요.”

“어, 어그로요? 이건가?”


짧고 굵은 기합 소리와 함께 현주의 방어력이 증가했다.


“그거 말고 설명에 적대치나 위협 수준을 증가시킨다는 내용의 스킬 없어요?”


스킬 창을 살펴보는 건지 허공을 한참이나 들여다보던 현주가 ‘아!’하고 작게 탄성을 질렀다.


“찾았어요! 도발이라는 스킬이 있네요.”

“얘한테 한번 써봐요.”


스킬에 포함된 동작 대로 현주가 그럴싸하게 검을 뽑아 듦과 동시에 ‘팅’하는 볼품없는 소리가 울려 퍼졌다.

현주의 스킬을 튕겨낸 바위 정령은 그녀에게 눈길 한번 주지 않은 채 소녀팬처럼 한결같이 정한을 바라보고 주먹을 휘둘렀다.


“이현주 차장님은 지금부터 제 옆에 서서 계속 몹만 때리세요. 스킬도 재사용 돌아올 때마다 계속 쓰시고요. 진호 너도 힐하면서 몹 공격해. 형이랑 형수는 몹 한 마리 끌고 다니면서 컨트롤 연습하세요.”


정한의 주도하에 지옥의 스파르타 강의가 시작되었다.


동시에 네 마리의 바위 정령을 끌고 오자 희주가 한 마리를 끌고 규태의 옆으로 도망갔다.

한 마리의 생명력이 반쯤 줄어들고 정한이 손짓하자 현주가 몹에게 달라붙어 칼질을 시작했다.

진호는 아주 가끔 정한의 생명력이 조금 줄어들면 그때그때 정한의 생명력을 가득 채워주면서 바위 정령을 공격했다.

한 마리가 죽으면 그다음 바위 정령을.

그 바위 정령이 죽으면 그 옆에 있던 또 다른 바위 정령을.

또 그 바위 정령이 죽으면 또다시 새로운 바위 정령을.

끊임없이 반복되는 사냥에 지칠 대로 지친 파티원들이 하나둘 앓는 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야. 조금만 쉬었다가 하자.”

“차장님. 지금 도검 숙련도 얼마나 올랐습니까?”

“지금 초급 도검 다루기 8레벨이요.”

“요새 밖에 있는 거까지만 다 잡고 쉬죠.”

“와. 저 독한 새끼.”


어느새 옆으로 다가온 규태가 바닥에 털썩 주저앉았다.


“형. 좀 이따가 같이 쉬고 저기 가서 몹이나 끌고와.”


구시렁거리면서 자리에서 일어난 규태는 제법 멀리 떨어진 바위 정령을 끌고 왔다.

거대한 요새 밖에 있던 바위 정령을 모두 처리하자, 때마침 퀘스트 완료를 알리는 네모난 창이 떠올랐다.


[퀘스트를 성공적으로 완료했습니다.]

[퀘스트 완료 보상으로 [붉은 바위 부싯돌]을 획득했습니다.]

[퀘스트 완료 보상으로 25골드와 경험치를 받았습니다.]

[연계 퀘스트가 생성되었습니다.]

====================================

스토리 퀘스트 : 붉은 드워프의 원혼 달래기 (2)

<내용>

‘오염된 붉은 바위 정령’에 의해 목숨을 잃은 붉은 드워프들의 원혼들이 [붉은 바위의 도시 페트라]를 떠돌고 있습니다.

이들이 편히 쉴 수 있도록 영원한 안식을 선물하세요.

<클리어 조건>

붉은 드워프의 원혼 조각 수집(0/30)

<성공 시 보상>

[붉은 드워프의 사념 – 퀘스트 아이템]

25골드.

경험치.

<실패 시 보상>

사망.

====================================

[해당 퀘스트는 스토리 퀘스트입니다. 자동으로 수락됩니다.]


바위 정령을 사냥하며 얻은 경험치와 퀘스트 완료 보상 경험치가 더해지자, 정한의 레벨이 한 단계 더 올라갔다.


‘확실히 혼자 할 때보다는 느리네. 다른 사람들은······.’


정한은 3~4레벨씩 오른 파티원들의 레벨을 보며 그나마 위안을 삼았다.


“확실히 정한이 형님이랑 하니까 편하긴 편하네요. 최태식 씨랑 할 때는 진짜 답답해 죽는 줄 알았는데.”

“뭘 편해. 어차피 다 거기서 거기지.”


진호가 잔뜩 찌푸린 얼굴로 고개를 절레절레 내저었다.


“형님. 말도 마십쇼. 저 파티 사냥할 때 뭐 하고 있었는지 아십니까? 옆에서 힐 하면서 핸드폰 게임하고 웹소설 봤습니다. 일반 몹 잡는데 무슨 정예 몹 잡는 줄 알았다니까요?”

“걔 원래 그래. 전사가 무슨 대단한 권력이라도 있는 줄 아는 애 거든. 힐러는 절대 사냥 못하게 하고, 원딜러가 앞에 나서거나 몹 끌고 오는 꼴 못 보고. 한 마리 잡고 탐하고, 한 마리 잡고 탐하고. 좀 멍청하고 답답한 스타일이야.”


규태가 그럴 줄 알았다며 낄낄거렸다.


“병신이네.”

“병신이죠.”

“병신이지.”


순식간에 병신 3관왕을 획득한 최태식의 이야기를 끝으로 휴식을 끝낸 정한과 그의 파티원들은 [붉은 바위의 도시 페트라] 안으로 발을 들였다.


손재주가 뛰어난 드워프의 도시답게 페트라는 어마어마한 규모를 자랑했다.

바위산 내부를 지하까지 파고 들어간 도시는 최소 10층 건물 높이만큼이나 깊었고, 입구에서부터 양쪽으로 갈라져 있는 길은 끝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길게 뻗어있었다.


그중에서도 정한의 시선을 사로잡은 건 무수히 많은 다리였다.

각각의 층마다 20개는 되어 보이는 다리는 일정한 간격을 두고 어긋난 형태로 배치되어 있었다.

양쪽을 잇는 거대한 다리는 이음새 하나 없이 오로지 바위산을 이루고 있는 붉은색 바위로만 이루어져 있었다.

페트라를 처음 건설할 때부터 다리의 위치와 구도를 설계해 놓고 깎아 낸 것이 아니라면 결코 만들어 낼 수 없는 형태였다.


“와. 여기서 떨어지면 최소 사망이겠는데?”


입구부터 연결된 중앙의 가장 커다란 다리 위에 서서 아래를 내려다보던 규태가 금세 몸을 물렸다.


“진짜 어마어마한 문명이네요. 이런 곳이 하루아침에 멸망하다니······.”

“건물 디테일도 장난 아닌데? 건물마다 다 모양이 달라.”


희주와 현주도 주변을 둘러보며 감탄을 금치 못했다.


[도움말 : 뛰어난 드워프는 놀라운 손재주로 각종 도구와 무구는 물론 건물부터 도시까지 만들어 낼 수 있답니다. 그들의 자부심은 바로 장인정신에서 비롯되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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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2 Lv. 71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 (2) 24.08.25 85 2 11쪽
71 Lv. 70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 (1) 24.08.22 90 2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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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8 Lv. 67 산적 소탕 (3) 24.08.15 90 2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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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6 Lv. 65 산적 소탕 (1) 24.08.11 95 2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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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1 Lv. 60 서해 2인조 (3) 24.07.30 128 1 11쪽
60 Lv. 59 서해 2인조 (2) 24.07.28 139 2 11쪽
59 Lv. 58 서해 2인조 (1) 24.07.25 151 3 11쪽
58 Lv. 57 사소한 변화 24.07.23 140 4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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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6 Lv. 55 시스템 오류 (2) 24.07.18 153 3 11쪽
55 Lv. 54 시스템 오류 (1) 24.07.16 164 4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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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3 Lv. 52 붉은 바위의 도시 페트라 (5) 24.07.11 183 3 11쪽
52 Lv. 51 붉은 바위의 도시 페트라 (4) 24.07.09 198 4 11쪽
51 Lv. 50 붉은 바위의 도시 페트라 (3) 24.07.07 197 5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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