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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미댬의 서재

지구 서버 최강 플레이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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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미댬
작품등록일 :
2024.06.01 23:27
최근연재일 :
2024.09.08 06:20
연재수 :
78 회
조회수 :
26,856
추천수 :
766
글자수 :
395,020

작성
24.07.16 06:20
조회
164
추천
4
글자
11쪽

Lv. 54 시스템 오류 (1)

DUMMY

Lv. 54 시스템 오류 (1)



규태는 산 정상의 회색 바위 위에 널브러진 채 거칠게 숨을 몰아쉬었다.

스킬까지 써가면서 전력 질주를 한 덕에 겨우 탈출에 성공할 수 있었다.

벌써 두 번째다.

이쯤 되니 레벨이고 뭐고 다 때려치우고 싶었다.


“허억허억. 와 씨. 진짜 뒤지는 줄 알았네.”

“안 죽었잖아. 그리고 던전 가서 레벨이랑 숙련도 많이 올렸으니 오히려 이득이지.”


규태는 멀쩡한 얼굴로 태연하게 미친 소리를 내뱉는 정한을 쳐다봤다.


“야이씨. 죽게 생겼는데 그딴 게 무슨 소용이야?”

“먹고 죽은 귀신은 때깔도 좋다는데, 혹시 알아요? 레벨 올리고 죽으면 뭐라도 있을지.”

“그게 뭔 개소리냐. 진호야. 너 혹시 아까 거기서 대가리에 돌 맞은 거 아니지? 안 되겠다. 이리 와봐. 확인해 보게.”

“으아악! 형님 잘못했습니다. 농담, 농담이었어요!”


규태가 진호의 머리를 겨드랑이에 끼고 힘을 주자 진호가 다급하게 규태의 팔을 쳤다.


규태와 진호가 서로의 친목을 더 깊이 도모하고 있을 때, 주드와 락툼의 첫 대면도 이루어졌다.


“이곳이 은인, 그대의 세상인가? 페트라와는 정말 하늘과 땅 차이구나! 이런 곳이 있었다니······.”


바위산 지하도시에서만 살아오던 락툼에게 산 정상에서 내려다보는 지구의 모습은 신세계나 다름없었다.

락툼은 감탄을 금치 못했고, 주드는 그런 락툼을 보며 경악을 금치 못했다.


“으아아악! 플레이어님! 플레이어님의 오른쪽 어깨는 제 자리라고요! 어떻게 이런 하등한 드워프 따위에게 내어주실 수가 있는 거죠?”

“넌 날아다니면 되잖아.”

“이이이익! 저는 인정할 수 없습니다! 단세포 덩어리와 같은 높이에 있다는 것도 수치스러운데 이제는 이 짜리몽땅한 드워프에게 제 자리를 내어주어야 한다니요!”



어느 정도 싫어하리라 예상은 했지만, 생각보다 주드의 반항이 심했다.


“무엄하구나! 감히 내가 누군 줄 아느냐!”

“뭐라는 거냐. 이 하등한 종족아. 내가 아니었으면 ‘엘리시온’의 인형으로 전락했을 녀석이!”


그러고 보면 락툼이 정한의 펫이 된 건 순전히 주드의 퀘스트 때문이었다.


‘이렇게 싫어할 거였으면 애초에 그런 보상을 넣질 말지······.’


결국 제 팔자를 제 손으로 꼬아버린 셈이다.

애초에 정한은 제 어깨에 무슨 의미가 있다고 저렇게 화를 내는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열변을 토하며 주변을 날아다니는 주드와 제 어깨에 딱 붙어서 주드를 슬슬 약 올리는 락툼.

정한에게 있어 이 둘은 여름철 매미와 모기 같은 환장의 조합이었다.


*


이른 새벽.

정한은 시끄러운 소리에 잠에서 깨어났다.

육감 패시브 덕에 몬스터의 기척을 읽을 수 있게 된 정한은 정신을 집중해서 주변을 확인했다.

다행히 주변에 몬스터는 없었다.

계속 들려오는 소리가 신경 쓰였던 그는 전용 출입구인 2층 테라스를 통해 조용히 밖으로 나갔다.

열심히 차에 짐을 나르고 있는 규태가 보였다.


“형. 뭐해?”

“뭐하긴. 집에 갈 준비하지.”

“벌써 가게?”


짐을 차에 싣던 규태가 움직이던 것을 멈추고 허공을 바라보며 한참 생각에 잠겼다.


“······어차피 내일 출근하잖아. 지금 출발해도 서울 도착하면 오후야.”


읏차.

수십 마디의 말을 기합 소리로 대신한 규태가 멈춰있었던 시간을 만회하려는 듯 바삐 움직였다.

자연스럽게 짐 옮기기에 합류한 정한은 규태의 눈치를 살폈다.

뭐라 콕 집어 말할 순 없지만 평소와는 확실히 달랐다.

물론 눈치를 본다고 할말을 안 하진 않았다.


“그래도 강원도까지 왔는데, 던전이라도 하나 더 돌고 가는 게 낫지 않아? 여기만큼 레벨 맞는데 찾기도 힘들 텐데······.”


조금 전까지 대화를 나누면서 한 번도 정한을 마주하지 않았던 규태가 처음으로 그를 향해 몸을 돌렸다.


“레벨 올리는 거? 숙련도 올리는 거? 다 좋다 이거야. 근데 정한아. 난 목숨까지 걸기는 싫다. 이 정도 레벨이면 내 한 몸 지키고 주변 사람들 지키기에는 충분하다고 본다. 그리고 레벨 더 올리고 싶으면 그냥 서울에서 천천히 안정적으로 조금씩 사냥하면 돼.”


어제 던전에서 겪은 일이 제법 충격이었는지 규태는 단호했다.


“어제 같은 일은 이제 없을 거야. 아마도······.”


사실 정한도 확신할 수 있는 일은 아니었기에 말꼬리를 흘렸다.

던전은 그도 겨우 세 번 가본 게 전부였다.

그중 두 번은 따로 나누기 애매했으니 엄밀히 따지면 이번이 두 번째라고 해도 무방했다.


“네 덕분에 레벨 쉽게 올렸고, 위험한 순간에도 네 덕에 살았어. 그건 고맙고, 감사해. 근데, 너나 나나 목숨은 하나잖냐. 나는 말이다. 나 죽는 것도 싫지만 너나 진호 그리고 내 가족들 잃고 싶지 않다.”

“안 죽으면 되지!”


언제부터 있었던 건지 잠기운 하나 없는 카랑카랑한 목소리가 새벽공기를 뚫고 그들에게 닿았다.

현관에 기대 서 있던 희주가 천천히 그들을 향해 걸어왔다.


“우리 남편이 언제부터 이렇게 겁쟁이가 됐대?”


희주가 규태의 양 볼을 손으로 감쌌다.


“맞아요. 형님. 영화 안 보셨습니까? 원래 그런 말 하는 사람이 제일 오래 삽니다.”


2층 테라스에 몸을 반쯤 내밀고 있던 진호가 크게 하품했다.


“형부. 괜히 플래그 세우지 말고 빨리 들어와.”

“야, 니들 진짜. 너넨 무섭지도 않냐?”

“형님. 저는 최태식이랑 파티하는 게 더 무섭습니다.”


진지한 표정으로 헛소리를 내뱉는 진호 덕에 결국 규태가 푸스스 웃었다.


결국 다 같이 규태를 설득하는 데 성공한 그들은 새벽이슬을 맞으며 산적 소굴로 향했다.


“하아. 하필 와도 여기냐.”


인간형 몬스터를 잡는 게 영 내키지 않는 규태가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다른 데는 너무 레벨이 낮아. 형 지금 벌써 60이잖아.”

“그래. 이제 익숙해질 때도 되지 않았어? 게임할 때는 인간형 몹이 돈 더 많이 준다고 신나서 잡더니.”

“여보야. 그건 게임이잖아.”

“그럼, 형은 눈 감고 해. 내가 잘 피해 볼게.”


육감 패시브가 생긴 정한에게 규태의 화살을 피하는 건 일도 아니었다.

이를 알 리 없는 규태는 정한을 보며 질린다는 표정을 지었다.


“됐다. 그냥 해라. 대신 딜 안 나온다고 뭐라 하지 마.”


규태의 걱정은 기우였다.

80레벨까지 단 1레벨만을 남겨둔 정한은 규태가 화살을 쏠 겨를도 없이 몬스터를 쓸고 다녔다.


“이거 완전 그거 아니냐? 무협 소설 같은 데서 보면, 그가 지나간 자리엔 시체가 산을 이뤘다. 이런 거.”

“오. 그러네요. 뭐, 저희야 편해서 좋죠.”

“근데, 이럴 거면 차라리 남산이 더 나은 거 아니야?”


정한이 이렇게 미친 듯이 사냥하는 데에는 레벨도 레벨이지만 다른 이유가 있었다.

바로 던전 열쇠.

정한은 지난밤 주드와 나눴던 대화를 떠올렸다.


“주드. 페트라는 사라졌잖아? 그럼, 거기 있던 던전 입구는 어떻게 돼? 아예 없어지는 건가?”

“페트라는 던전이 아니랍니다. 제가 ‘엘리시온’의 던전 시스템을 이용해서 다른 세계를 연결한 거예요.”

“네가 연결한 거라고?”

“네. 애초에 던전이라는 것 자체가 ‘엘리시온’에 의해 만들어진 거라고 보시면 되는데, 어제 알림창으로 보셨겠지만, 페트라는 ‘엘리시온’에 속해있는 곳이 아니었거든요.”

“그럼, 원래 거기 있던 던전은······?”

“아직 못 깨신 거죠.”

“그래서 최초 업적 보상이 안 뜬 건가?”

“뭐. 페트라가 던전이 아니기는 합니다만, 파티로 던전을 깨는 게 플레이어님이 처음이 아닐 수도 있죠.”


정한은 주드의 뒷말은 무시했다.

대한민국의 가장 큰 회사인 최성기업에서 지원받는 이들도 아직 던전의 존재를 모르는 마당에.

자신들이 최초가 아닐 리 없으니까.


회상에서 깨어난 정한은 산적들의 소굴 입구에 도착했다.


“겁도 없이 이곳에······ 컥!”

“침입자다! 으헉!”


산적들은 추풍낙엽처럼 정한이 휘두른 칼을 맞고 쓰러졌다.

빠르게 소굴 안으로 진입한 그는 지난번처럼 산적들을 한곳에 모았다.

충격파로 기절한 산적들을 상대로 화려한 검무가 펼쳐졌다.

산개하는 붉은 핏방울 사이로 그려지는 검의 잔상이 마치 한 폭의 매화도를 연상케 했다.


“이건, 뭐. 거의 예술이네요.”

“약간, 상대적 박탈감 들지 않아요?”


현주의 말에 진호가 눈을 동그랗게 뜨고 쳐다봤다.


“왜, 왜요?”

“아! 차장님은 형님을 잘 모르시는구나. 보통 처음 본 사람들 반응이 차장님이랑 비슷하거든요.”

“그, 그런가요?”

“네, 근데 금방 익숙해지실 거예요. 특히 같은 편이면 이만큼 든든한 사람이 없거든요.”


순식간에 소굴에 있던 산적들을 모두 처리한 정한이 인벤토리를 확인했다.


‘오. 이번엔 나왔네.’


정한은 누런색의 열쇠를 보며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었다.


‘어디 업적이나 달성하러 가볼까?’


업적의 효과를 톡톡히 보고 있는 정한이었기에 규태나 진호도 효과를 누리길 바랐다.

그가 자신의 파티원을 부르려는 순간 주드가 눈앞으로 날아올랐다.


“잠깐만요. 플레이어님. 설마 지금 바로 던전에 가시려고요?”

‘응. 왜?’


온몸으로 한숨을 내쉰 주드가 그의 앞을 가로막으며 따지듯 잔소리를 늘어놓았다.


“하아. 어제도 말씀 드렸잖아요. ‘엘리시온’이 저 네 명의 모험가들을 주시하고 있을 거라고요. 그런데 바로 던전에 가시려는 거예요?”

‘애초에 던전은 모험가가 깨라고 만들어놓은 거 아냐? 그게 문제가 돼?’

“‘엘리시온’이 오랜 시간과 공을 들여 한 계획을 방해한 거니까요. 애초에 지금의 저들로는 어제의 페트라도, 지금 가시려는 던전도 깨는 건 무리랍니다.”

‘내가 있으니까, 상관없어.’


정한이 주드를 무시하고 지나치려 했지만 주드는 끈질기게 정한을 막아섰다.


“바로 그게 문제가 되는 거예요. 페트라에서 있었던 일이야 ‘엘리시온’이 확인할 수 없으니 당장 처분을 고려하지 않겠지만, 던전은 달라요. 솔직히 지금도 위험한 상황이라고요!”


주드가 답답하다는 듯이 소리를 빽 질렀다.


“플레이어님께서는 현재 ‘엘리시온’이 인지할 수 없는 대상이세요. 그 말은 플레이어님이 안 보인다는 얘기고요. ‘엘리시온’ 입장에서는 갑자기 몬스터들이 픽픽 죽어 나가는데 이상하다고 생각하지 않겠어요? 분명 심각한 시스템상의 오류라고 생각할 겁니다. 잘못하면 저 네 분이 처분 대상이 될지도 모른다고요!”


순간 주드의 몸이 빳빳하게 굳으며 부르르 떨었다.

허용치를 넘어선 정보를 제공했을 때 ‘아스포델의 들판’이 사도들에게 내리는 제재.

지난번에는 단순히 몸이 굳는 데에서 끝났다면 이번엔 좀 더 강력했다.

허공에 떠 있던 주드가 의식을 잃고 그대로 추락하기 시작한 것이다.


[도움말 : 던전은 일정 시간이 지나면 자동으로 초기화됩니다. 더 빠른 초기화를 원하시면 새로운 열쇠를 사용해 보세요. 그런데 굳이 아까운 열쇠를 소비하면서 그렇게까지 할 필요가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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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2 Lv. 71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 (2) 24.08.25 85 2 11쪽
71 Lv. 70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 (1) 24.08.22 90 2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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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9 Lv. 68 산적 소탕 (4) 24.08.18 90 2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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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7 Lv. 56 시스템 오류 (3) 24.07.21 148 3 11쪽
56 Lv. 55 시스템 오류 (2) 24.07.18 153 3 11쪽
» Lv. 54 시스템 오류 (1) 24.07.16 165 4 11쪽
54 Lv. 53 붉은 바위의 도시 페트라 (6) 24.07.14 177 3 11쪽
53 Lv. 52 붉은 바위의 도시 페트라 (5) 24.07.11 183 3 11쪽
52 Lv. 51 붉은 바위의 도시 페트라 (4) 24.07.09 198 4 11쪽
51 Lv. 50 붉은 바위의 도시 페트라 (3) 24.07.07 197 5 11쪽
50 Lv. 49 붉은 바위의 도시 페트라 (2) 24.07.05 208 6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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