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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미댬의 서재

지구 서버 최강 플레이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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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미댬
작품등록일 :
2024.06.01 23:27
최근연재일 :
2024.09.08 06:20
연재수 :
78 회
조회수 :
26,873
추천수 :
766
글자수 :
395,020

작성
24.08.27 06:20
조회
82
추천
2
글자
11쪽

Lv. 72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 (3)

DUMMY

Lv. 72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 (3)


정한은 침착함을 유지하기 위해 무던히도 애를 썼다.


들려오는 비명 소리의 주인은 남자.

확실한 건 규태와 진호의 비명 소리는 아니었다.


‘박 부장님이나 민규 씨도 아닌 것 같은데······.’


하지만 확실한 건 아니다.

비명이라는 게 대화할 때의 목소리와는 다른 경우가 태반이니까.


저들 파티가 6명이라고 해도 지금 같은 시대에는 인원수는 중요치 않다.

정한도 살인자 집단 5명을 혼자 상대하지 않았던가.


분신이 멀쩡한 걸 보면 어쩌면 저 비명은 그들과는 상관없는 일일지도 모른다.

분신이 감당하기 힘들 정도였다면 분명 신호를 보냈을 테니까.


정한은 머릿속에 떠오르는 오만가지 불길한 상상을 뒤로 하고, 실버의 뒤를 쫓았다.


한참 산길을 달리던 실버가 드디어 아스팔트가 깔린 산책로로 나왔다.

실버는 정한이 따라가기 힘들 정도로 빠른 속도로 아스팔트 길을 달리다가 파란 철문 안으로 뛰어 들어갔다.


‘이런 데가 있었나?’


정한은 낡은 신당으로 들어서며 주변을 살폈다.

돌계단과 몇 개의 비석, 그리고 이곳이 어떤 곳인지를 알리는 표지판 몇 개.

물론 그 설명을 읽어볼 정도로 여유가 있지는 않았다.


정한이 돌계단을 오르자, 위에서 다시 한번 비명 소리가 들려왔다.


‘젠장.’


초조함에 입술을 깨물며 돌계단을 뛰어올라간 정한의 눈에 가장 먼저 들어온 건 시뻘건 피를 뚝뚝 흘리고 있는 익숙한 모양의 스태프였다.


‘어?’


어둑어둑해진 신당 한쪽에 낯선 남자들이 무릎을 꿇고 앉아있었다.


“어, 왔냐? 우와. 이게 니들 펫이냐?”


규태가 태연하게 정한에게 손을 흔들었다.


“뭐야?”

“아, 이거? 이 새끼들이 자꾸 우리 사냥하는 데 방해하길래 잡았는데, 이놈들 악질이더라고.”


규태는 멀뚱멀뚱 서 있는 정한에게 작은 레이저 포인트 같이 생긴 물건을 던졌다.


“너 그런 거 본 적 있냐?”

“이게 뭔데?”


정한이 손에 들린 물건을 쳐다보자 금방 아이템의 정보가 확인됐다.


[레벨 판별기]

[선택한 대상의 레벨이 머리 위에 나타납니다. 단, 선택한 대상이 모험가일 때만 확인할 수 있습니다.]


“허······.”


모험가의 레벨을 확인 할 수 있는 도구였다.


“그거로 우리 같은 사람들 레벨 확인해서 뒤치기 하는 게 이 새끼들 수법이더라고.”


정한은 남자들의 머리 위를 살폈다.

모험가를 사냥하는 모험가라면 분명 붉은색 이름표를 가지고 있어야 할 텐데 남자들의 이름표는 하얀색이었다.


“확실해?”

“당연하지. 우리도 죽을뻔했어. 이 새끼들이 몹 몰이 해 와서. 그리고 지들이 분 거야.”


몬스터를 유인해 모험가를 죽인다면 적색 수치가 오르지 않을 가능성이 높았다.

이 또한 한때 게임해서 유행했던 악질 플레이 중 하나로 이미 증명이 된 방법이었으니까.


정한이 남자들에게 다가갔다.

그의 곁에는 성체화 한 산군이 함께였다.

거대한 호랑이와 늑대를 끌고 나타난 남자는 이미 반쯤 묵사발이 된 남자들의 공포심을 극대화하기에 충분했다.


“이 방법을 여기 있는 우리 형님들이 생각해 냈을 리는 없고. 패거리가 있나 보지?”


남자들은 사색이 되어 도리질했다.


“아, 아닙니다. 이 방법은 그······. 제가 옛날에 혈맹 성전이라는 게임을 오래 해서 알고 있는 겁니다!”

“그렇게 격하게 부정하니까 더 의심스러운데? 진호야 지팡이 좀 잠깐 빌려줘라.”


정한이 진호에게 손을 내밀었다.

진호는 이미 피가 뚝뚝 떨어지고 있는 스태프를 정한에게 건넸다.


“게임화된 게 이럴 땐 좋아. 죽기 직전까지 패도 힐 한번 해 주면 상처도 안 남고, 금방 낫잖아.”


정한이 소매를 걷었다.


“근데 그거 아시나? 피 50퍼 이상으로 한 번에 깎기면 엄청 아프다는 거.”


정한이 지팡이를 야구 배트를 쥐듯 잡았다.

그러고는 테스트라도 하듯 허공에 대고 몇 번 휘둘렀다.


붕, 붕-.


지팡이가 대기를 가르는 소리와 지팡이에서 일어난 바람이 사내의 귓가를 간지럽혔다.

남자의 가랑이 사이로 물기가 비쳐 나옴과 동시에 지릿한 냄새가 코를 찔렀다.


“사, 사실대로 다 말씀드릴게요. 다 말할 테니까 제발 살려주세요.”


남자가 눈물 콧물이 범벅이 된 얼굴로 애원했다.


*


“아니, 사람을 얼마나 팼길래 겁만 좀 줬는데 반응이 저래?”


정한이 황당하다는 듯 주차장으로 가는 내내 규태를 타박했다.


“야. 그게 겁만 좀 준거냐? 너 사실 그쪽에 연줄 있고 막 그런 거 아니야?”

“그러니까요. 정한 씨 완전히 다른 사람 같던데?”

“영화에 많이 나오잖아요. 그런 장면. 그리고 할 거면 제대로 해야지. 애초에 처음 갔을 때부터 산군이랑 실버 보고 많이 놀랐던데요? 그 아저씨들.”


정한은 어깨를 으쓱하며 대수롭지 않게 말했다.


“그래도 멋있었습니다. 형님! 진짜 느와르 영화 같았어요.”

“그나저나 당분간 남산에는 못 오겠다. 저놈들 패거리가 보복하려고 눈에 불을 켜고 있을 거 아냐.”

“야, 설마 지금이 7, 80년대도 아니고 설마 진짜 그러겠냐?”


규태는 정한의 걱정이 과하다며 웃어넘겼지만 정한은 자신이 결코 과하지 않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지금이 더 위험하지. 형. 막말로 사람 죽여서 인벤토리에 넣으면 누가 알아?”


규태가 오만상을 찌푸리며 정한을 쳐다봤다.


“그러니까 조심해서 나쁠 거 없다고. 형이 저번에 말한 대로 차라리 저랩 던전을 가. 거기도 레벨은 오르니까.”


남자들에게 들은 조직의 규모가 생각보다 크고 체계적이었기 때문에 정한이 걱정하는 것도 무리는 아니었다.

규태는 사람을 공격하거나 죽이는 걸 꺼리니까.

물론 정한이 그렇다고 무고한 사람을 죽이는 살인귀는 아니었지만 규태는 조금 더 심했다.

사람의 형태를 한 몬스터도 못 죽이는 사람이 과연 진짜 사람을 죽일 수 있을까.

정한은 불가능하다고 생각했다.


‘물론 형수나 가족들이 위험해지면 어떻게 될지는 모르지만.’


그런 최악의 상황은 그다지 생각하고 싶지 않았다.


“근데 용케 잡았다? 레벨도 제법 높아서 쉽지 않았을 텐데.”

“희주가 있잖냐.”

“?”


정한이 무슨 소리냐는 듯 희주를 쳐다봤다.


“니 형수 요즘 결투에 미쳤어. 퇴근하고 집에 가면 매일 결투만 해. 그런데 저런 어중이떠중이들이 성에 차겠냐?”

“진호 씨도 같이하거든?”

“하긴. 오늘 보니까 진호다 잘하긴 하더라. 사제가 사람 패는 게 예사롭지 않아.”


진호가 부끄러운 듯 얼굴을 긁적였다.


“사장님 모르셨습니까? 원래 사제가 사람 제사 지내주는 사람이잖아요.”


규태가 별 미친놈을 다 본다는 표정으로 박 부장을 쳐다봤다.


*


“근데 진짜 형수랑 둘이 잡았어?”

“뭐가요?”

“아까 그놈들.”


집으로 돌아온 정한은 치킨을 마주하고 앉은 진호에게 물었다.

약속한 대로 주드에게 치킨 한 조각을 건넨 정한은 냉장고에서 캔맥주를 꺼내 진호에게 건넸다.


“아, 그거요? 원래 몹 몰이 하는 놈들은 지들도 당할 수 있다는 걸 생각을 잘 못하더라고요. 그리고 몹 몰이는 티가 나잖아요.”

“그래서 그렇게 죽이 되게 팼냐?”

“아니 그놈들 진짜 악질이라니까요?”


*


정한이 산군와 실버를 끌고 숲으로 사라진 뒤 진호와 규태들은 사냥을 시작했다.


“생각보다 빨리 잡네요. 경험치는 어때요?”

“정한이 버스 탈 때보다는 느리긴 한데 나쁘지 않네.”


처음에는 순조로웠다.

인원도 충분했고, 공격을 담당하는 사람이 셋이나 되었으니까.


아스팔트로 된 산책로에는 애초에 몬스터가 그리 많지도 않았다.


“좀 더 올라가 볼까요?”

“괜찮으시겠어요?”

“우리는 괜찮지. 너는?”

“저도 괜찮아요. 민규 씨, 마나 괜찮으면 더 올라가요.”

“네, 이거 때문에 힐 거의 안 해서 마나 널널합니다.”


그렇게 그들은 점점 산 정상을 향해 올라갔다.

퇴근하고 온 탓에 해가 뉘엿뉘엿 넘어가고 있었지만, 그들은 크게 걱정하지 않았다.

남산 산책로는 가로등이 잘 되어있으니까.


땅거미가 내려앉기 시작하고, 그들이 나타났다.

처음부터 그들이 몬스터를 끌고 온 건 아니었다.

그들은 처음엔 진호와 규태 파티가 사냥하는 몬스터들의 막타를 가져가는 식으로 그들을 방해했다.

그러다 사소한 다툼이 생겼다.


“저기요. 매너 합시다! 레벨도 높으신 거 같은데 적당히 하셔야지.”

“야! 진호야. 괜히 싸우지 말고 우리가 내려가자.”

“아, 놔 봐요. 형님. 거 인생 똑바로 사세요!”


게임이라면 흔히 있는 일이었다.

하지만 이건 현실이었다.


“뭐? 야 이 어린노무 새끼야, 레벨 낮으면 레벨에 맞는 데 가서 사냥하세요. 괜히 옆에서 깔짝거리지 말고.”

“나이 많이 처먹어서 좋겠다. 이참에 아예 저승길도 빨리 가지 그러냐!”

“야! 너 그만 해! 죄송합니다. 열렙 하세요.”

“아, 형님! 뭐가 죄송해요. 저 새끼들이 비매너 짓 한 건데!”

“뭐? 새끼? 야! 너 이리 와봐.”

“가자, 가자, 가자.”


규태가 진호를 끌고 감으로써 상황은 어찌저찌 무마되는 듯 보였다.


“쿠에에에엑!”

“키에엑!”


그들의 사냥터로 몬스터들이 몰려오기 시작하기 전까지는.


“갑자기 몹이 많아지지 않았어?”


변화를 가장 먼저 눈치챈 건 희주였다.


“형수님, 박 부장님. 광역스킬 쓰지 말아봐요. 민규 씨도 힐 하지 말고 뒤로 빠져요.”


이상하다는 것을 깨달은 진호가 바로 상황 파악에 나섰다.

게임 안에서 수년간 힐러 계열만 해 오던 그는 전사만큼이나 전장을 넓게 보는 시야를 가지고 있었다.

힐러의 죽음은 파티원의 전멸이었으니까.

반대로 힐러만 살아있으면 파티원은 언제든지 되살아날 수 있었다.

언제든 전장의 상황이 불리하다 싶으면 도망을 쳐야 했다.

그 덕분인지 진호는 금방 상황의 원인을 깨달을 수 있었다.


‘저 새끼들이?’


*


“몹 움직이는 거 보면 대충 어디 숨는지 보이잖아요. 어차피 이쪽에서 공격이나 힐 안 하면 어그로 끌릴 일도 없고.”


진호는 열 번을 토하며 맥주를 벌컥벌컥 들이켰다.


“진짜 게임이었으면 부활하는 데 가서 대기타면서 계속 죽였을 거예요.”

“너, 그 버릇 아직도 못 고쳤냐?”

“에이. 그래도 형님보단 낫죠. 형님은 한창 사냥하고 있을 때 가서 죽이셨잖아요. 이제 갔나 싶어서 사냥 좀 할라치면 와서 죽이고.”


진호가 기억하고 있을 줄 몰랐던 정한은 민망함에 괜히 말없이 맥주만 마셨다.


“근데 그런 적 몇 번 없는데?”

“그때 형님이 파티 사냥하다가 갑자기 시간 됐다고 가셔서 전 무슨 알림 맞춰놓은 줄 알았는데요?”

“그, 그랬냐?”

“그 사람 형님한테 그렇게 한 달 당하고 게임 접은 거 아시죠?”

“그래? 난 캐릭터 이름 바꾼 줄 알았는데.”

“이름 바꿨다가 장비 때문에 걸렸잖아요. 더러워서 게임 접는다고 했다던데요?”


정한은 그냥 입을 다물기로 했다.


[도움말 : 모험가에게 데미지를 주는 것만으로는 적색 수치가 올라가지 않습니다. 그러니 아무리 화가 나도 때리는 것에서 만족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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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2 Lv. 71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 (2) 24.08.25 85 2 11쪽
71 Lv. 70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 (1) 24.08.22 91 2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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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9 Lv. 68 산적 소탕 (4) 24.08.18 90 2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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