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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미댬의 서재

지구 서버 최강 플레이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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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미댬
작품등록일 :
2024.06.01 23:27
최근연재일 :
2024.09.08 06:20
연재수 :
78 회
조회수 :
26,874
추천수 :
766
글자수 :
395,020

작성
24.07.28 06:20
조회
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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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글자
11쪽

Lv. 59 서해 2인조 (2)

DUMMY

Lv. 59 서해 2인조 (2)


진호는 처음으로 정한과 단둘이 사냥하러 나온 걸 조금 후회했다.

지금까지 이동한 사냥터만 해도 벌써 손가락 열 개를 다 접고도 넘었다.


규태 일행과 함께 다닐 때랑 비교하면 그때는 그냥 산책 수준이었다.

진호는 저 멀리서 화려하게 날뛰고 있는 정한을 보며 그 자리에 주저앉았다.

매번 인간이 아니라고 놀라던 규태의 심정이 이제야 조금 이해가 됐다.


“아니 저 형은 지치지도 않나?”


자신도 체력이라면 어디 가서 빠지지 않는다고 생각했는데······.

정한과 비교하면 그냥 애들 재롱 수준이었다.


그래도 지금은 바닷가 근처라 다행이었다.

적어도 오르막은 아니니까.


“아니, 한국 동고서저 아니었어? 서해에 뭔 산이 이렇게 많아?”


오늘 오른 산만해도 다섯 군데가 넘었다.

왜 몬스터들은 대부분 산아니면 인적이 드문 곳에 있는 건지.

모래사장에 앉아 중얼거리던 진호가 자리를 털고 일어났다.

사냥을 끝낸 정한이 자신을 향해 손을 흔들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


‘엘리시온’의 정식 서비스가 지구에 오픈한 뒤로 세계는 많은 것이 변했다.

그중 변화에 가장 빠르게 적응한 나라는 의외로 일본이었다.

이는 그들의 문화적인 요소도 작용했다.

이세계 판타지물의 유행을 선도했던 나라다운 면모였다.


반면에 미국은 몬스터를 받아들이고 대응하는 정책은 빨랐지만, ‘엘리시온’ 자체를 받아들이는 건 조금 느렸다.

그들에게 이세계란 외계인밖에 없었으니까.


중국은 꽤 극단적이었다.

언론을 통제하고 국민들을 동원해 몬스터를 토벌했다.

몬스터는 미국이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 만들어낸 생체 병기 취급을 받았다.

덕분에 자국민들의 레벨이 빠르게 올랐으니 어찌 보면 긍정적인 효과라고 할 수 있었다.


그렇다면 한국은 과연 어떨까?


한국은 굳이 말하자면 반반으로 나뉘어 극명한 대립을 펼쳤다.

정한처럼 빠르게 적응하고 대응하는 사람이 있는 반면에, 아예 자신과는 상관없는 일이라고 여기는 사람도 제법 많았다.

문제는 이들이 대부분 기득권을 가진 이들이라는 것이었다.


정부에서 특수부대를 창설하겠다고 했을 때도 이들의 반응은 회의적이었다.

그저 미국이, 유럽의 몇몇 강대국이 그렇게 한다니까 어쩔 수 없이 찬성했을 뿐이었다.


그리고 이를 끝까지 반대했던 이가 바로 국무총리 박정범이었다.

박정범은 뒷좌석에 앉아 태블릿 피시로 외신을 살폈다.


“쯧. 쓸데없는 데에 낭비되는 예산이야. 아니, 애초에 세상이 게임처럼 변한다는 게 말이 되나?”


박정범은 태블릿 피시를 비서에게 건네며 눈을 감았다.


“하지만 이미 미국에서도 몬스들에게 적극적으로 군대를 파견하고 있습니다.”

“그러니까! 그게 문제라는 걸세. 애초에 몬스터가 뭐야, 몬스터가. 그런 거에 휘둘리니까 우리나라가 발전이 없는 걸세!”


비서는 말을 아꼈다.

괜히 이럴 때 박정범에게 말을 얹으면 주먹이 날아온다는 걸 숱한 경험을 통해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나라에 돈이 썩어나는 줄 아나? 괜히 특수부대 만든다고 국방부에서 뜯어간 예산이 얼마냐, 이거야.”


박정범을 태운 차가 때마침 올림픽 대로로 진입했다.

그는 한강 주변에서 삼삼오오 모여 몬스터를 사냥하는 사람들을 보며 또다시 혀를 찼다.


“하라는 일이나 공부는 안 하고, 저러고 있는 꼬락서니들을 보게. 저게 경제발전에 무슨 도움이 되겠나!”


비서는 속으로 혀를 찼다.


‘그런 양반이 가드들은 레벨 보고 뽑나?’


최근 박정범은 자신의 경호원들을 싹 갈아치웠다.

그것도 전부 최소 40레벨 이상으로.

지금 조수석에 타고 있는 저 가드만 해도 그렇다.

레벨이 40대 후반이라고 했던가?

정부 고위 인사를 경호하기엔 너무 어린 친구였다.

이제 막 20살이 된 젊은 경호원은 대시보드에 발을 올린 채 핸드폰을 하고 있었다.


‘친구들이랑 있는 것도 아닌데······. 아무리 요즘 젊은 친구들이 그런 걸 신경 안 쓴다고는 들었지만······.’


비서는 저 어린 경호원만 보면 절로 두통이 일었다.

그런데도 그가 박정범과 같은 차에 탈 수 있었던 이유는 경호원 중 가장 레벨이 높았기 때문이다.


‘아무래도 내일 업체에 전화 한번 해서 주의를 줘야겠군.’


하지만 비서는 업체에 전화를 할 수 없었다.

올림픽 대로 위로 갑자기 몬스터가 쏟아지듯 나타났기 때문이다.

해일처럼 도로 위를 점령한 몬스터 떼가 점점 박정범이 타고 있는 차에 가까워졌다.


“미친······. 위험한 일 없다고 해놓고. 이 개 같은 새끼들.”

“뭐, 뭐야? 이거! 야, 너 빨리 나가서 처리하고 와!”


박정범이 젊은 경호원의 어깨를 거칠게 밀어냈다.


“아이, 씨발. 놔요!”


졸지에 아들보다 훨씬 어린 남자에게 욕을 먹은 박정범의 얼굴이 시뻘겋게 달아올랐다.


“뭐라고, 이 새끼야?”

“초, 총리님. 진정하십시오. 도망쳐야 합니다! 그 경호원님도 빨리······.”


비서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젊은 경호원이 차 문을 박차고 뛰어나갔다.

그는 몰려오는 몬스터들을 상대하기는커녕 박정범이 타고 있는 차 위로 올라갔다.

그러더니 다른 차 지붕을 겅중겅중 뛰어넘으며 도망치는 것이 아닌가?

비서는 자신들을 버리고 도망치는 젊은 경호원을 황망한 눈으로 쳐다봤다.


“너, 너 이 새끼 당장 이리 안 와? 날 지켜야지!”


박정범이 창문 밖으로 고개를 내밀고 경호원을 향해 소리쳤다.


“미쳤냐? 내가 꼰대 새끼랑 같이 뒤지게?”

“내가 너희 회사에 낸 돈이 얼마인 줄 알아?”

“그건 내 알바 아니고. 알아서 잘 살아 나가 보던가.”


비서는 정신을 차리고 서둘러 경호원이 열어두고 간 차 문을 닫았다.


“총리님도 진정하시고 창문 닫으십시오!”


그는 좀처럼 진정할 기미가 보이지 않는 박정범을 차 안으로 잡아당겨 창문을 닫았다.


“기사님! 빨리 저, 저 옆으로라도 빠지죠!”

“네? 저기서 떨어지면 큰일날 텐데요? 이 차가 아무리 비싼 차라도 저 정도 높이는 못 버틸 겁니다!”

“너 이 새끼 미쳤어?”


박정범이 비서의 멱살을 잡았다.


“어차피 여기 있으면 다 죽습니다! 최소한 뭐라도 해 봐야죠!”

“이, 일단 가보겠습니다!”


하지만 휴가철을 맞아 앞뒤로 꽉 막힌 올림픽 대로는 벗어나는 것조차 쉽지 않았다.

박정범이 자랑하는 고급 외제 세단이 소형차 수준으로 줄어드는 데는 얼마 걸리지 않았다.


“야! 이 씨발 놈들아! 이 차가 얼마짜린 줄 알아? 니들 다 해고야!”

“저도 여기서 살아 나가면 그만둘 겁니다!”


급기야 박정범이 운전기사의 목을 조르기 시작했다.

결국 안 되겠다 싶은 비서는 제 옆에 놔두었던 태블릿 피시를 들고 박정범의 머리통을 후려쳤다.

퍽-.


“뒤질 거면 너 혼자 뒤져!”


박정범의 이마가 찢어져 피가 흘렀다.


“피? 피! 너 이 새끼 미쳤어? 내가 여기서 나가면 가만 안 둬!”


하지만 그들은 결국 올림픽 대로를 벗어나지 못했다.

창문을 아무리 닫아놓았다 한들, 차량의 하부를 통해 들어오는 몬스터들을 막아내기엔 역부족이었다.

결국 그들은 좁은 차 안에 같힌 채 몬스터의 밥으로 최후를 맞이했다.


*


“헐. 형님. 이것 좀 보세요.”

“뭔데?”


주인이 떠난 빈집에서 저녁을 준비하던 정한에게 진호가 핸드폰을 들이밀었다.

핸드폰 안에는 도로 교통 상황을 보여주는 화면과 함께 앵커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오늘 오후 네 시경. 올림픽 대로 위에는 그야말로 참혹한 상황이 펼쳐졌습니다.


정한은 영상을 보며 얼굴을 찌푸렸다.

종합운동장역에서 봤던 그날의 기억을 떠올리게 하는 장면이었다.


“오늘 있었던 일이래요.”

“진호야. 규태 형한테 전화 한번 해 봐.”


진호가 서둘러 영상을 끄고 규태에게 전화를 걸었다.

스피커폰으로 전환한 진호가 정한의 근처로 다가갔다.


-너가 웬일이냐?

“형. 나야.”

-어? 정한이냐?

“어. 뉴스 봤어?”

-아아. 그거? 어. 안 그래도 너한테 전화하려고 했는데.

“형은 별일 없지?”

-난 오늘 집에만 있었어. 그러는 너는 밖이냐?


정한이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어. 진호랑 잠깐 나왔어.”

-야. 무서워서 어디 돌아다니겠냐? 너도 일찍일찍 집에 들어가.

“어어. 형도 괜히 돌아다니지 말고.”

-그려.


전화가 끊어지고 진호가 핸드폰을 주머니에 찔러 넣었다.


“너는 부모님한테 전화 안 해 보냐?”

“무슨 일 생겼으면 진즉에 연락이 왔겠죠.”

“그래도 해봐.”


진호는 썩 내키지 않는 듯 미적거렸다.


“빨리. 전화 안 하면 밥 안 준다.”

“아! 형님. 먹을 거로······.”

“쓰읍.”


결국 진호가 핸드폰을 꺼내 들고 옆방으로 향했다.

정한은 그런 진호의 뒷모습을 보며 피식 웃고는 꽃게를 손질했다.

한참 만에 돌아온 진호의 입은 오리주둥이처럼 삐죽 튀어나와 있었다.


“누구한테 전화했냐?”

“누나요.”

“뭐라셔?”

“아무 일 없대요. 오늘 집 식구들끼리 모이는 날이라서 그 시간에 다들 본가에 있었대요.”

“잘됐네. 먹자. 다 됐다.”


정한은 커다란 냄비에 넣고 삶은 꽃게를 건져 진호의 앞접시에 올려줬다.


“오. 이거 그거예요? 돌 게 잡고 나온 거?”

“어.”

“아니, 근데 기준을 모르겠네. 돌 게는 산에 있었으니까, 민물 게 아니에요? 왜 꽃게가 나오지?”


정한이 어깨를 으쓱하며 고개를 저었다.


“아까 바닷가에서 잡은 놈들은 오히려 이상한 잡동사니랑 럼주 주지 않았어요?”

“해적인가 보지.”

“오. 그런가?”

“뭘 또 그런가야? 납득하지 말고 빨리 먹기나 해.”

“넵!”


정한과 진호는 삶은 꽃게를 다 먹고 나서 그 국물에 라면까지 끓여 먹고 잠이 들었다.

툭툭-.


“왜?”


아직 어스름이 가시지 않은 이른 새벽.

정한은 자신을 깨우는 분신의 손길에 눈을 떴다.

분신은 입술에 검지를 가져다 대고는 밖을 가리켰다.

부스럭, 부스럭. 저벅, 저벅.


존재를 숨기려는 생각조차 없는 움직임에 잠기운이 순식간에 달아났다.

정한의 육감이 외부에서 접근하는 사람들을 감지했다.


‘주드!’


정한의 부름에 포르르 날아오른 주드가 바깥 정보를 읽어냈다.


“네! 플레이어님! 밖에 다섯 명 있네요. 전부 모험가입니다. 몬스터는 없고요. 그런데······.”

‘왜?’

“흠······. 적색 모험가네요.”


잔뜩 날을 세운 주드의 목소리가 경고하듯 낮게 으르렁거렸다.


‘그게 뭔데? 설마······?’

“모험가를 죽인 적 있는 모험가입니다. 레벨은 제일 높은 모험가가 67이고요. 적색 수치로 보니 한두 명 죽인 게 아닌 거 같은데요?”

‘뭐? 넌 여기서 진호를 지켜.’


정한이 분신에게 명령을 내리자, 그는 고개를 끄덕이고는 어둠 속으로 몸을 감췄다.

수많은 온라인 RPG 게임이 그러하듯, ‘엘리시온’에도 PK 모험가는 존재했다.

정한은 아직 잠들어있는 진호는 물론이거니와 밖에서 접근하는 이들이 눈치채지 못하게 기척을 감췄다.

은신으로 몸을 숨긴 정한이 조용히 건물 밖으로 향했다.


[도움말 : ‘엘리시온’은 다른 여느 게임과는 달리 한번 죽으면 부활할 수 없습니다. 그러니 생명의 소중함을 일깨워 보는 건 어떠세요?]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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