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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말랑 님의 서재입니다.

나는 틀리지 않았다

웹소설 > 일반연재 > 공포·미스테리, 추리

완결

김말랑
작품등록일 :
2021.11.04 17:43
최근연재일 :
2021.12.12 19: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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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5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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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14,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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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12.11 17: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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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6화

DUMMY

96화





“홍연석 검사.”


김학례는 눈을 부라리며, 홍연석의 앞으로 다가갔다. 서류를 검토하고 있는지 안경을 쓴 홍연석이 정신없이 종이를 넘기며 만년필을 쥐고 있었다.


“홍연석 검사!”


외치듯 말하는 김학례의 말투에, 그제야 홍연석은 눈을 치켜뜨며 눈 앞에 있는 김학례를 그제서야 바라보았다.


“바쁘다고 이야기 하지 않았습니까?”

“그 말은 못 들었고.”


김학례는 홍연석의 방 앞에 놓인 소파에 몸을 던지듯 기댔다.


“앉으라고 아직 권하지도···.”

“그것도 내가 알 바도 아니고.”


퉁명스럽게 말하는 김학례는 홍연석을 보며 씨익 미소를 지었다.


“이건호가 죽었다면서요?”


만년필로 무엇을 적던 홍연석의 동작이 멈추었다. 홍연석은 김학례를 바라보며, 천천히 안경을 벗었다.


“그래서요?”

“그래서라니.”


김학례는 열을 내뿜듯 말을 이었다.


“이번 정리한다면서요?”

“당연하죠. 좋을 게 없으니까.”

“아, 아.”


김학례는 웃으면서 입을 내뱉었다. 목에서 나오는 울림을 반복하던 김학례가 홍연석을 뱀눈으로 바라보았다.


“계속 사건을 파고들면 당신에게 피해가 갈까 봐?”

“뭐요?”


홍연석도 자리에서 급하게 일어나면서 김학례를 바라보며 삿대질을 시작했다.


“당신이 지금 한 일들이···. 얼마나 심각한 범죄인지는 알고 말씀하시는 겁니까?”

“한 배 잖아. 당신.”


김학례는 홍연석의 외침에도 귀를 후비며, 건성으로 말을 이어갔다.


“어차피, 사건은 진행되고 있고. 어?”

“나는 이 사건에서 빠지겠습니다!”


홍연석의 외침에 김학례의 눈빛이 더욱 표독스럽게 변했다.


“장난하십니까?”


이것은 무언의 협박이었다. 홍연석이 골치가 아프다는 듯 이마를 짚었다.


“지금은 이야기할 기분이 아닙니다. 나가주시죠.”

“그러지 뭐. 대충, 감 잡았으니까.”

“그 감이 뭔지 모르겠지만, 지금 제 기분이 나쁘다는 것만 알아두시죠.”


홍연석의 냉랭한 반응에, 김학례는 말을 내뱉지는 않았다. 기분 나쁜 것을 표출하듯 그대로 나가면서 말을 이었다.


“당신과는 이제 끝이겠네요.”


김학례는 그 말을 마치며, 문을 벌컥 열었다. 그리고 동시에 아까 보았던 강혜선이 보이기 시작했다.


“뭐야?”


김학례는 잔뜩 인상을 찌푸리면서 앞에 있는 강혜선을 바라보았다. 왜 엿듣고 있었는지는 알지 못했지만, 기분이 나쁘기 시작했다.


“에라, 재수가 없다 했네!”


강혜선을 보며 눈길을 흘린 김학례는 다시 자신의 사무실로 발걸음을 옮겼다.

차로 걸어가는 내내 분노가 치밀어 올랐다. 지금 자신이 만들 수 있는 것은 단 하나의 선택지 밖에 없었다. 그 가면을 쓴 사람의 말 밖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현승 그룹에 부탁을 하는 것은 자살 행위에 불과했다. 그들은 갑중에 갑. 이것은 김학례 자신의 싸움이었다. 그리고 그 싸움에서 승리한 자가, 현승의 전폭적인 지지를 혼자 받을 수 있었다.


이것을 해쳐가려면, 박팀장 같은 하수가 아닌 더 많은 것을 알고 있는 사람의 손을 잡아야 했다.


가면을 쓴 그 자는 자신이 잡을 수 있는 유일한 줄이었다.


“박팀장!”

[네, 부르셨습니까?]

“김기태 체포해.”

[네?]


영문을 모르는 듯 박팀장이 다시 말대답을 하기 시작했다. 차량을 타면서 김학례는 다시 인상을 썼다.


“까라면 까라고!”


아까, 홍연석에게 참았던 분노를 쏟듯이 고함을 외쳤다.


[하지만, 채포할 명목이 없···.]

“마약! 그 안에 마약 있잖아! 증거 보관실에!”


최근에 VIP에서 발견한 마약거래의 포착 증거를 박팀장을 통해 덮었었던 기억을 더듬었다. 그 정도의 양이면 손색없이, 김기태를 잡아 넣을 수 있었다.


“저, 정말이십니까?”

[그래! 그걸로 집어 넣으라고 이 새끼야!]

“알겠습니다. 바로 시행하겠습니다.”


김학례는 바로 통화를 끊었다.


분명, 그 사람은 김기태가 체포가 된다면 자신의 앞에 나선다고 했다. 그 정도의 마약이라면, 이건호의 사건은 물론이고 다른 사건까지 묻혀질 터였다.

그렇게 된다면, 홍연석은 물을 먹는 것이고 자신은 기회를 얻는 것이었다. 어찌보면 일석이조였다.


“좋아.”


김학례는 비릿한 미소를 지으며, 계속해서 차량을 달리고 있었다.


“뭐야?”


아까부터 자신을 따라오는 이상한 감각이 들었다. 같은 차량이 계속해서 자신의 주위를 맴돌고 있었다.


백미러로, 조심스럽게 확인하는 김학례는 어처구니없다는 미소를 토해냈다.


“내가 아무리 그래도 형사인데, 이런 장난질을 쳐?”


바싹 붙은 차량의 뒷모습을 바라보니, 아까 보던 강혜선 검사인 듯싶었다.


“그래, 한번 해보자는 거지?”


구태여 차량을 돌리며 따돌릴 필요도 없었다. 오히려, 당당하게 아무런 일이 없다는 듯 감추는 게 맞는 판단이라고 생각한 김학례는 그대로 자신의 사무실로 차량을 움직였다.




**




“최주언 형사님.”


카페에 들어서면서, 최주언이 나를 향해 손을 올렸다. 나는 반갑다는 듯 미소를 띠며, 최주언의 맞은편에 자리를 잡았다.


“오셨군요.”

“네, 시간을 좀 내서 왔습니다. 중요한 일이니까요.”


나는 앞에 있는 뜨거운 커피잔을 만지며, 손을 녹였다. 김학례를 만나고 나서, 어떻게 될지는 모르겠지만, 김기태가 먼저 들어간다면 현승 그룹에서도 어떻게 손을 쓸 수 없었다. 방호석에게도 전에 말한 것들로 인해서 교도소에서 편한 삶을 살아갈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김기태가 출소할 즈음에는 모든 것이 끝나 있을 것이다.


최주언을 바라본 나는 다시 미소를 지었다.


“생각이 많아서요.”

“괜찮습니다.”

“찾으셨나요?”

“네, 찾았습니다.”


최주언은 나의 앞에 종이를 내밀었다. 김학례의 사진들이었다. 그가 마약을 했던 컬렉션을 잔뜩 자랑하고 있었다.

이렇게 된다면, 그를 도와주는 것은 택도 없는 일.


“아.”

“누군지 아시겠습니까?”

“저도 잘 모르겠는데요.”


나는 사진을 보면서 그렇게 중얼거렸다.


“죄송해요, 잘 모르는 인물이에요.”


머리를 긁적거리는 나는 최대한 미안한 표정으로 최주언을 바라보았다.


“괜찮습니다.”


최주언은 괜찮다는 말을 하며, 그 사진을 다시 자신의 윗옷주머니에 집어 넣었다.

나는 구태여 안다고 말을 하지는 않았다. 최주언에게 모든 것을 알리는 것은 바보스러운 짓이었다. 일개 연구원이 높으신 경찰의 계급과 검사를 동시에 아는 것도 웃기는 행동이니 말이다.


갑자기 최주언의 휴대폰에 진동이 울리기 시작했다.


“죄송합니다.”


나를 향해 고개를 살짝 숙인 최주언은 전화를 받고 있었다. 누군가가 도움을 주는 사람이 있었던 모양이었다. 여러차례 대화를 나눈 최주언은 나를 바라 보았다.


“찾았습니다.”

“네?”

“김학례라고 합니다.”


내심 놀랐다. 생각보다, 정직을 당한 입장에서도 꽤 많은 것들을 알아가고 있었다. 내가 생각한 그 이상으로 능력이 좋았다.


“그러면, 그 사진은···.”

“VIP에서 가져온 사진입니다.”

“지금 전화를 거신 분은···?”

“검사이긴 한데. 말씀드리기가 조금 그렇네요.”


최주언은 나를 경계하는 듯 말을 대충 포장하면서 말을 이어갔다.


“그럼 VIP에 다시 오겠네요?”

“아마, 그럴지도 모릅니다.”

“그러면 바로 가셔서 대기하셔야 하는거 아닌가요?”

“그래야겠지요.”


최주언은 그렇게 말하며, 커피가 든 잔을 만지작거렸다. 뭔가 생각이 많은 듯 보였다.


“그럼 지금부터, 형사님이 대기하셔서 입구를 지키고.”

“VIP 말씀입니까?”

“네. 원래 범인은 사건 현장을 다시 방문한다. 이런 이야기도 있잖아요?”

“그게 통용되는 부분이 다르기는 합니다만···.”


최주언은 그렇게 말하고 있었다.


“밤에는 제가 지키고 있을게요, 그러면 되죠?”

“알겠습니다.”


그는 나를 경계하고 있었으나, 내가 바라는 대로 움직이고 있었다. 낮에는 어차피 아무도 오지 않을 것이었다. 김학례가 다시 VIP를 들르는 짓은 멍청이가 아니면 당연히 오지 않을 것이다. 게다가, 나와 만났을 때에는 사진이 없어진 줄도 모르고 있지 않았다.

하지만, 내가 김학례를 만난다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좋아요. 저는 이만 가볼게요. 너무 자리를 비우면 눈치가 보여서.”


나는 연구원처럼 바쁘다는 듯 시계를 바라보며, 최주언에게 곤란한 표정을 지었다.


“먼저 가보시죠.”

“네, 죄송합니다.”


최주언에게 꾸벅, 인사를 한 나는 바로 떠나면서 휴대폰을 열었다. 이제 김학례를 만나서 밤에 VIP로 이동을 하게 만들면 되었다.


“김학례, 감시하고 있지요?”

[아닙니다. 지금은 김유식을 감시하고 있습니다.]

“그래요?”

[네, 지금 어디로 떠나는 듯 보이는데. 정확한 건 가보고서 말씀드리겠습니다.]

“네.”


나는 통화를 끊고, 멍하니 하늘을 바라보았다. 하늘이 왠지 맑았다. 오늘 하루가 잘 풀릴 것 만 같은 그런 맑은 하늘이었다.



**



그날 밤, 김학례는 여전히 같은 곳에 차량을 주차했다. 그가 내리는 모습을 바라보고 나는 다시 가면을 썼다.


운전사의 보고도 이미 받은 터였다. 김기태가 이미 붙잡혔다는 소식이었다.


“안녕하세요.”

“아이씨, 깜짝이야.”


김학례가 가면을 보고 놀란 가슴을 진정시켰다.


“잘 해주셨어요.”

“뭘.”

“이제, 해주실게 하나 더 있답니다.”

“뭘, 또 더 해?”

“홍연석을 묻어야죠.”

“그건 내가 알아서 할거니까, 당신은 신경끄쇼.”


김학례는 나에게 냉랭한 반응을 보이고 있었다.


“아니죠. 지금 뭐가 사라졌는데요?”

“뭐?”


집 안으로 들어가려던 김학례가 나를 향해 고개를 돌리며 신경질 적으로 말을 던졌다. 나는 손을 베베 꼬며, 말을 이었다.


“아마도, 당신의 컬렉션?”

“뭐?”

“이미 털렸다고요.”

“어, 어떻게?”


김학례가 당황을 하며 말을 더듬었다. 그것은 보통일이 아니었다. 사진 하나로도 크나큰 파장을 불러일으킬 정도였다. 그 사실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김학례였기에 말을 더듬으며 당황한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건 나도 모르죠. 이 사건을 감추려면, 보통 사람이 필요한게 아닐텐데요?”

“······.”

“현승 그룹.”


나의 입에서 그 단어가 세어 나왔다. 본능적으로 김학례는 몸을 떨었다.


“너.”


손가락질하며, 김학례는 말을 더듬거렸다.


“어디까지 알고 있는거야?”

“글쎄요. 당신의 열렬한 팬이라서 그런가 보죠.”


나는 어깨를 으쓱거리며, 말을 이어갔다.


“그건, 검사도 경찰도 어떻게 하지 못하는 거 알죠? 현승만이 당신을 지켜줄 수 있어요.”

“거짓말이지? 당신.”


아예, 부정하고 있었다. 내가 김학례였다고 생각하면 당연히 나올 말들이었다.


“그럼 직접 가서 확인해 보시던가요.”

“······.”


김학례는 나를 바라보고 있다가 발자국 하나하나를 신중하게 걸었다. 집으로 들어가는 발의 방향이 그의 차쪽으로 바뀌었다.


“제기랄!”


장난을 치다가 들킨 어린아이처럼, 김학례는 바로 자신의 차량으로 뛰어들어가기 시작했다.

그리고서는 바로 시동을 걸었다.


“좋아.”


나는 김학례가 떠나는 장면을 보고, 바로 최주언에게 전화를 걸었다.


“형사님?”


앞으로의 일은 간단했다. 최주언이 김학례와 현승 그룹이 연관되어있다고 생각하게 만들면 되었다. 아마, 나의 말이라면 김학례는 자연스럽게 현승 그룹에 전화를 할 것이고, 이현승은 아마 사건을 수습하려 김학례에게 올 것이었다.


“좋아.”


나는 회심의 미소를 지었다.



**



내 생각이 현실로 맞아떨어졌을 때에는 기분이 좋았다. 최주언은 나를 차량에 놓고, 자신이 먼저 조사를 하러 간다고 떠났다. 아마, 김학례와 이현승이 만나는 장면을 볼 것에 틀림없었다.


최주언이 아는 골목은 클럽 안에서 통하는 길목밖에 모르는 듯 싶었다. 골목으로 들어가는 길로 나역시 발을 옮겼다.

먼저 도착한 나는 최주언이 있는 곳의 반대쪽으로 몸을 숨겼다.


이현승은 물론이고 김학례까지. 그들이 벌인 대화 내용은 최주언을 자극하게 충분한 내용이었다.

게다가, 이리까지.


이리라고 불리는 이 사람이 창문석과 비서를 죽게 한 장본인이었다. 그를 향해 실험을 해야 했다.

같은 링크인지부터.


최주언이 사라지는 모습을 바라보고 나서, 계속해서 몸을 숨기고 기다리고 있었다.

그리고 이리가 사진을 주어들고 있을 때, 나는 손을 흔들며 어둠속에서 모습을 드러냈다.


“안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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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1 80화 21.12.05 16 0 13쪽
80 79화 21.12.04 13 0 13쪽
79 78화 21.12.04 13 0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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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7 76화 21.12.03 13 0 12쪽
76 75화 21.12.03 14 0 13쪽
75 74화 21.12.02 16 0 13쪽
74 73화 21.12.02 19 0 13쪽
73 72화 21.12.02 20 0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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