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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말랑 님의 서재입니다.

나는 틀리지 않았다

웹소설 > 일반연재 > 공포·미스테리, 추리

완결

김말랑
작품등록일 :
2021.11.04 17:43
최근연재일 :
2021.12.12 19: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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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5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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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614,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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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12.07 19: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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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87화

DUMMY

87화



시간이 흘렀지만, 경찰 조사는 지진 무진했다. 가끔 감시카메라 쪽에서 찾아보는 것 말고는 아무것도 없었다.

아예 관심이 없는 듯 그렇게 잊히는 듯싶었다.


오현주는 아예 입을 열 생각이 없는 듯 보였다. 나를 보면 죽일 듯이 바라보는 것 외에는 어떠한 반응도 보이지 않고 있었다.


“질기네.”


나는 그녀를 바라보며 혼잣말을 했다. 이미, 묶여있는 시간이 꽤 흐른 뒤였다. 경찰에서도 이렇다 할 반응이 없다면,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없었다.


차라리 죽인 다음에 반응을 지켜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지금 방호석을 통해서 알아보는 일도 있었지만, 방호석 역시 정신적으로 단단히 망가져 버린 듯 보였다. 지금 이 이야기를 털어 놓는다고 하더라도 유의미한 결과를 얻기 어려웠다.


“죽여야 하나, 말아야 하나.”


나는 오현주를 바라보며 그렇게 말을 이었다. 오현주의 눈이 커다랗게 떠졌다.


“이미 문자메세지로 너 돈 안받는다고 했으니, 그럴 일은 없고.”


“읍, 읍!”


전과 똑같았다. 먹을 것을 넣어주려고 입마개를 풀려는 순간 아마 괴성을 지를 것이 눈에 선했다. 하지만, 추위와 고통에 힘이 빠졌던 것인지 그보다 저항이 덜한 것이 느껴질 정도였다.


“그냥 죽여야겠지, 아무래도?”


반응이 없다면 그것으로 마찬가지였다. 나는 천천히 칼을 빼었다.


[선아님.]

“네.”


운전사의 전화였다. 운전사는 폭넓은 인맥으로 상황을 파악하고 있었다. 창문석의 두 번째 유산이기도 했었다.




“왜 그러시죠?”

[최주언이 움직이려는 모양입니다.]

“그래요? 담당 사건은 아니라고 들었는데.”

[아마, 신경 쓰신 덕분이지 싶습니다.]


김기태가 지나간 곳에, 오현주가 사라졌다. 떡밥을 물어버린 것이었다.

그제야 안도감이 들면서 나의 입가에 미소가 감돌았다.


“그래요? 다행입니다.”

[네. 파트너도 온다고 하니 신경 쓰시면 될 것 같습니다.]


이제, 최주언이 오기를 기다리기만 하면 되었다. 나는 오현주를 바라보며 칼을 거두었다. 오현주가 안도감으로 숨을 내쉬는 게 느껴졌다.

나는 오현주를 바라보며 웃음을 지었다.


“명줄은 기네요.”


오현주를 일으킨 나는 낡은 폐가의 벽에 몸을 기대게 했다.


“이러면 조금 나을까요?”


그리고 그녀의 입에 가려진 붕대를 천천히 풀면서 말을 이었다.


“입을 열면, 바로 죽입니다.”


알겠다는 듯 오현주는 연신 고개를 끄덕였다. 잡혀 온 순간부터 물 한 모금이나, 먹을 것을 하나 먹지 못했던 탓이었을지도 모른다.

힘이 빠져버릴 대로 빠져버린 오현주는 입을 풀자, 거칠게 숨부터 쉬었다.


“헉, 헉.”

“많이 급한 모양이네.”

“지랄.”


오현주는 나를 노려다 보고 있었다. 그리고 낮은 목소리로 내뱉는 욕설에 나는 미소를 지었다.


“입을 열었으니 죽여야겠다.”


이미 결정해 놓은 일, 이미 시작한 일이었다. 어차피 입을 가리던 붕대를 푸는 순간 죽일 생각이었다. 오현주가 눈을 커다랗게 뜨며 나를 바라보았다. 헝클어진 머리가 눈매까지 내려와서 귀신같이 보이는 오현주의 모습을 뒤로하고, 나는 가방에 준비해놓은 예전과도 같은 파이프를 꺼내 들었다.




“이게 뭔지 알아요?”


나는 그녀를 향해 질문을 던졌다. 오현주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몰라요.”

“이게 당신의 몸에 박힐 거야.”


벽에 붙인 것은 다 이유가 있는 법.

나는 오현주의 목을 팔꿈치로 누르며 다른 손으로 파이프를 깊게 박았다.


“끄아악!”


비명이 들리자, 나는 목을 누르던 것을 다시 입으로 막았다. 이미 장갑을 낀 뒤라, 상관없었다.

그녀가 저항할 생각도 없이 파이프가 오현주의 복부를 짓누르고 있었다.


“곧 형사님이 온대요.”


더 깊게 누른 파이프가 조금씩 살을 밀어내며 들어가고 있었다. 뼈가 닿는 느낌이 들 정도로 강하게 누르면서 나는 오현주의 귀에 대고 속삭였다.


“내 동료를 죽게 만든 복수에요.”


그녀를 보면서 말을 하고 있자 하니, 창문석의 얼굴이 떠올랐다. 그래서 그런지 나도 모르게 파이프에 힘이 더 실렸다. 오현주의 비명은 나의 입으로 가려진 상태였다. 오현주가 나의 손을 붙잡으려고 했지만, 장갑을 낀 나의 손에 유의미한 타격을 주지는 못했다.


“그깟 돈이 뭐라고.”


움찔거리는 오현주를 나는 멍하니 바라보고 있었다. 아직 숨이 붙어있는 것인지 자신의 몸에 깊게 들이박혀 있는 파이프를 매만지고 있었다.


“됐어.”


나는 그 모습을 그대로 바라보기로 했다. 오현주 때문에 창문석이 죽었고, 결국에는 방호석의 비서까지 죽었다.

나비효과라고 보기에는 너무나도 뻔한 결과였다. 돈을 좇아 가는 인과응보인 셈.


“마지막 자비에요.”


나는 그녀에게 마약이 담긴 마지막 주사를 들이밀었다. 그녀가 고통스러운 비명을 지르는 것보다 아무런 고통 없이, 바로 잠에 빠져들어 죽음을 맞이하길 바랐다.

게다가, 국과수의 검찰 당시에 마약에 취한 여성으로 나올 테니 일거양득의 결과였다.


오현주를 마무리한 뒤에, 나는 최주언이 온다는 곳으로 걸음을 옮겼다. 아마도, 이 거리에서 나타날 게 분명했다.


패딩을 걸쳐 입고, 주머니에 손을 쑤셔넣은 채 길목을 걸었다. 행여나 얼굴을 볼 수 없게 얼굴을 잔뜩 내려놓은 찰나였다.

최주언을 이 안까지 유인할 생각이었다.


좋은 미끼를 던져 놓는다고 하더라도, 물고기가 없으면 물지 못하는 것처럼. 나는 길목을 서서히 내려갔다. 내려가면서 행여나 그가 오길 기다리고 있었다.


‘최주언.’


생각한 것보다 덩치가 더 커다랗고, 굳은 입술과 매서운 눈이 나의 시야에 들어왔다. 나는 황급히 고개를 숙이며 빠르게 내리막길을 내려가고 있었다.

그 순간이었다.


툭-


의도한 행동.

최주언과 나는 어깨를 부딪히며, 몸을 살짝 틀었다.

생각보다 더 큰 체격이었다. 왠만한 사람에 밀리지 않을 정도였다. 최승훈이 최주언을 잘 키운 모양이었다.


말을 하면 들킬 염려가 있었다. 여차하면 내가 무대로 나와 최주언을 조종해야 했으니까. 그대로 고개를 숙이며, 나는 빠르게 걸어갔다.


“······.”


최주언이 뒤에서 나를 바라보는 시선이 느껴졌다. 그보다 나는 더 빠르게 발걸음을 빨리 했다. 최대한 눈치를 주지 않게, 여지를 주지 않게 하는 것이 나의 목적이었다.

그는 그대로 가던 길을 성큼성큼 걸어가고 있었다. 굉장히 무언가를 찾는듯한 눈빛이었다.


“아까 파트너가 있다고 했지.”


하지만 내가 볼때에는 파트너는 보이지 않았다. 아마, 나누어서 수색한 모양이었다. 파트너 까지 같이 가서 봤어야 했다.

나는 지갑을 하나 꺼내들었다. 아까 최주언과 부딪힐 때 주머니에서 하나 슬쩍한 것이었다.


“헨젤과 그레텔처럼.”


나는 골목길을 바라보며 중얼거렸다. 최주언은 이미 내가 원하는 방향으로 가고 있었다. 하지만, 파트너가 오기에는 시간이 걸렸다.

최주언은 아주 고통스럽게 사건을 알아야 했다. 물론, 경찰이 조사하여 이현승을 파악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 과정도 완벽해야 했다.


나는 조심스럽게 지갑을 최주언이 올라간 곳에 떨어뜨려 놓았다.


그리고는 다시 어둠속으로 몸을 숨겼다.




조금 후에 김유식이 뛰어오고 있었다. 최주언의 파트너인 모양.


“뭐야.”


김유식은 지갑을 바라보며, 조용히 읊조렸다. 그리고는 골목길의 방향으로 뛰어가고 있었다. 나는 건물 사이에서 숨어들어 그 모습을 조용히 보고 있었다.


“이제 시작이군.”


나는 시간을 바라보았다. 지금쯤이면, 오현주는 죽을 시간이었다. 최주언과 아마 비슷한 시각에 죽었으리라고 생각한 나는 김유식의 뒤를 천천히 밟았다.


“빠르네.”


최주언의 파트너인 김유식은 생각보다 걸음걸이가 빨랐다. 다음에는 이런 상황을 유의할 필요가 있었다.


점점 쌓여가는 정보 앞에, 나도 몸을 숨겼다. 더 빠른 지름길이 있었다. 폐가와 폐가를 건너는 지름길이었다. 아마, 최주언이 그 곳에 당도하리라고 믿고 있었다.



“역시.”


바라는 대로 최주언이 행동해주고 있었다. 머리를 쓰다듬어주고 싶을 만큼.


나는 문 뒤편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아무래도 좁은 골목길이라서 그런 것인지 아직 김유식이 도착하기 직전이었다. 나처럼 지름길이 아니면 꽤 먼 길을 돌아가야 했으니 당연한 결과였을지도 몰랐다.


“이, 이건···.”


최주언이 조심스럽게 다가갔다. 오현주의 시체를 목격이라도 한 것인지 휴대폰 불빛을 비추며 오현주를 향해 걸음을 가까이하고 있었다.


그리고 아마 봤겠지.

십자가의 모양을.


나는 최주언의 표정이 너무나도 궁금했다. 그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아버지의 죽음에 관해 그렇게 생각할텐데.


그것은 확실했다. 아버지의 죽음을 잊을 리가 없었다. 내가 그런것처럼.


이제 나의 시작이었다. 더 무언가 찾으려 해서는 안 됐다. 그저, 미궁처럼. 사건이 오리무중처럼 빨려 들어가야 했다.

분노에 빠져 사건에 앞가림을 가리지 않고, 그저 김기태만을 바라보는 해바라기 같은 사람이 되어야 했다.


조심스럽게 다가간 나는 최주언을 향해 뒤꿈치를 들며, 고양이처럼 조심스럽게 접근했다. 그리고는 무기를 조심스럽게 들어 올렸다. 무기는 둔탁한 나무인 각목이었다.


나는 조심스럽게 그를 향해 가까이 다가갔다. 조금 있으면 김유식이 도착할 것이었다. 빨리 처리하고 없어져야 했다.


최주언은 생각보다 반응이 빨랐다. 뒤에 보이지 않았는데도 반사적으로 숙였다. 하지만, 그것이 전부였다.


퍽-


나의 주먹이 최주언의 얼굴을 강타했다. 어둠속에서 가려진 나의 모습을 제대로 특정하기 힘들 정도로.

최주언은 몸을 비틀었지만, 나의 주먹이 다시 다른 곳에 꽂혔다. 그리고는 빗나갔던 각목을 다시 치켜 올렸다.


“너···. 뭐야···.”


최주언의 목소리가 들렸지만, 빠르게 처리해야 했다.


나는 그의 얼굴을 향해 각목을 세차게 내리쳤다.



타다다닥!


발소리가 들렸다. 사건을 수습할 여력은 없었다. 각목을 쥐고 나서 나는 폐가처럼 생긴 곳의 뒤에 몸을 숨겼다.

김유식이었다. 내 생각보다 더 빨리 왔었다. 그가 조금이라도 빨리 왔었다면, 나는 들켜서 모든 일을 망쳤을지도 몰랐다.


김유식은 최주언을 바라보았다. 최주언이 쓰러진 것이 내심 놀랐던 것인지 최주언에게 다가가서 어깨를 흔들었다.


최주언이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고 있었다. 김유식은 다시 몸을 옮기는 것이 느껴졌다. 나의 작품에 대해서 보는 듯 싶었다.

오현주의 시체를 본 김유식은 기겁을 하며 뒷걸음질을 쳤다.


“도대체···.”


공포감에 잔뜩 깃들어 있는 것인지 김유식은 그대로 뒷걸음을 치다가, 용기를 낸 것인지 다시 오현주의 옆으로 가는 것처럼 보였다.


“괘, 괜찮으세요?”


그 이후에 무언가 하는 듯 보였으나, 나의 시선으로는 이제 정확히 보이지 않았다.


“경찰입니다.”


오현주가 아직 살아 있는 모양이었다. 아니면, 지금 약에서 깼던 것일 수도 있었다. 생명줄이 질긴 듯 오현주에게 말을 거는 김유식이었다.


그리고 갑작스럽게 김유식이 고함을 지르면서 뛰쳐나왔다. 그리고 곧바로 최주언의 옆 자리에서 기절을 하고 말았다.


한동안 반응이 없는 김유식과 최주언을 바라보고 나는 조심스럽게 몸을 일으켰다. 각목의 파편을 수거하는 겸, 오현주의 상황도 바라봐야 했었다.


조심스러게 각목의 파편들을 주어 들고 나서, 오현주를 바라보았다. 어둠속에 이미 시야는 적응이 되었다. 앞에 비릿한 피 냄새가 나의 코를 자극했다.


“아, 토했구나.”


나는 오현주의 모습을 그대로 바라보았다. 피를 토하면서 바로 죽은 모양이었다. 창문석이 죽었던 대가를 혹독히 치른 듯 보였다.

나는 그녀를 무심히 바라보았다.


“인과응보지.”


아마 고통스럽게 죽이지 않으려고 했어도 그렇게 죽은 것을 보아하니, 아마 천벌이 맞나 싶었다.

이제, 방호석을 만나서 나의 계획을 풀어놓기만 하면 되었다. 이제 방호석이 가지고 있는 힘이 필요할 타이밍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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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1 80화 21.12.05 16 0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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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9 78화 21.12.04 13 0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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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7 76화 21.12.03 13 0 12쪽
76 75화 21.12.03 15 0 13쪽
75 74화 21.12.02 16 0 13쪽
74 73화 21.12.02 19 0 13쪽
73 72화 21.12.02 20 0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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