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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말랑 님의 서재입니다.

나는 틀리지 않았다

웹소설 > 일반연재 > 공포·미스테리, 추리

완결

김말랑
작품등록일 :
2021.11.04 17:43
최근연재일 :
2021.12.12 19: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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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5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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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14,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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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11.27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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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쪽

58화

DUMMY

58화




나는 방호수가 있는 곳으로 따라 걸었다. 그는 가장 앞에 있는 차량으로 들어가자, 앞에 있는 인원이 먼저 와서 차 문을 열었다.


“같이 타지.”


방호수의 말에 나 역시 고개를 끄덕이며, 차 안에 들어갔다. 이상한 향수 냄새 같은 것이 나를 자극했다. 안은 밝은 갈색으로 되어있는 가죽시트가 가장 눈에 띄었다. 널찍한 차량의 내부를 나는 신기하듯 바라보고 있으니 방호수가 나를 곁눈질 했다.


“처음 타보냐?”

“네.”

“뭐, 신기하겠지.”


어린아이를 보듯, 방호수는 나를 힐끔 쳐다보더니 운전수에게 말을 걸었다.


“대련장으로 대리고 가.”

“알겠습니다.”




차량이 쏜살같이 지나갔다. 짙은 선팅이 되어있는 어두운 차 안에서 나무들이 지나가는 모습을 나는 바라보고 있었다. 그러면서 생각이 들었다.


‘이 사람을 믿어도 되는가?’


분명, 나머지 아이들은 다 죽었다고 했다. 나를 포함한 두 명. 그 애가 있어서 나의 능력이 발현되지 않았나 싶었다. 아니면, 정말 나는 개조된 것인가. 두 손을 쳐다 보았다. 피가 묻어있었지만, 상처는 없었다.

이상할 정도의 치유능력이었다. 나는 고개를 돌려 방호수를 쳐다보았다. 방호수는 묵묵히 앞에 있는 운전석에 시선을 고정 한 채, 입을 꾹 다물고 있었다.


‘저자가, 내 동생들을 다 죽인 걸까?’

‘혹은 내 엄마도.’


만약에 기습을 한다면, 지금이 적정기였다. 무더기로 있는 사람들이 아닌 나를 제외한 총 두명. 이 정도면 해볼만 했다.


“그 생각 그만둬.”


방호수는 나를 보지는 않았지만, 내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귀신같이 맞추었다. 나는 놀랐다. 생각보다 굉장한 사람들이 많았다는 생각을 했다. 혹시 옆에 눈이라도 달린 것은 아닌지.


“너네 엄마나, 나머지 인원은 내가 죽인게 아니야.”


방호수의 말이었다. 자신이 죽인 것이 아니라는 말에 대한 진실은 알 수 없었다. 나는 그를 빤히 쳐다보았다.


“그러면요?”

“우리 구역은 아주 작아. 아주.”


방호수는 나를 보며, 한숨을 내쉬었다.


“네가 아는 일 처리와 많이 달라. 우리 세계는. 일종의 하청업체라고 할 수 있지. 말이 어려울지도 모르겠지만. 일종의 청소부와 같아. 먼저 청소해주는 놈이 장땡이듯. 우리는 우리 구역만 맡는다. 다른 쪽으로 넘어가면, 일이 커져서. 그리고 우리 구역은 너도 알다시피 시골이야.”


그의 말대로 나는 창밖을 바라보았다. 한참 동안 차량이 움직였는데도 높은 건물이라고는 눈에 찾아볼 수 없었다.


“우리 구역에서는 우리 인원들이 맡는다. 다른 구역에서는 다른 애들이 처리하는 거고. 저기 높으신 윗분들이 그렇게 지시를 내려왔어. 아이들을 잡아라. 그러면 돈을 주겠다. 근데, 돈 때문에 다른 구역으로 침범하는 건 미친 짓이야. 걸린 돈이 크다 보니, 큰 세력들은 다른 곳에 와서 두리번거려도 상관없지만, 우리가 다른 구역을 넘어가서 한다는 것은 일종의 자살행위다. 우리 전력은 생각보다 많지도 않고, 강하지도 않아. 다른 쪽으로 넘어가면, 우리 전력손실이 돈보다 더 크게 일어나게 되지. 과장을 붙여 말하면, 우리 전력의 반이 날아간다.”


한탄하듯이 말하는 방호수는 한숨을 더 크게 들이마셨다가, 내쉬었다. 그의 애절함이 엿보였다.


“너 때문에 어느 정도 날아가기는 했지만. 그건 어쩔수 없는 거고. 나의 실수였어. 미안해.”


사과였다. 일종의 사과라고 표현하자면. 나는 그를 바라보았다. 그 역시 올라가고 싶다는 욕망이 강하게 엿보였다. 그러니까, 내가 그들의 부하를 죽였어도, 나와의 손을 잡았던 거겠지.


“우리는 밑 중의 밑이다. 세력을 키우려면 강한 인원이 필요해. 바로 너처럼. 어디 속해있지 않고, 보석인 원석들을 찾아내는 것이 우리 첫 번째 일이다.”

“그게, 저고요?”

“그래.”

“저희 엄마는요?”

“찾아야지, 이제.”

“아까는 다른 구역에 가면···.”

“그 리스크를 감수하고 하는 일이다. 게다가, 어디서 벌어졌는지 알아야 찾기가 쉬울 텐데. 지역은 알고 있니?”


방호석의 물음에 나는 고개를 저었다.


“몰라요.”

“그럴 것 같았어. 아마 시간은 오래 걸릴 거야.”


시계를 바라보며, 방호석은 그렇게 말했다. 오래 걸린다.


“찾아는 주실 거죠?”

“그럼. 네가 나한테 충성을 맹세하면서, 내가 원하는 일을 해준다고 약속하면.”

“그래요, 그건 뭐.”

“충성이라는 건 생각보다 어려운 일이다. 그런데도, 용케 말을 하는구나.”


그는 웃으며 나에게 바라보았다. 그의 은 이빨이 어둠 속에서도 번쩍거렸다.


“찾을 수만 있다면 상관없어요. 저한테도 약속해주세요.”

“약속이라는 건 어려운 일이지만, 들어는 보겠다.”

“꼭 찾아서 알려주시는 거요.”

“꼭 약속하지.”




도착한 곳은, 낡은 건물이었다. 거의 무너져가는 오래된 상가 같은 건물 앞에 내린 방호수는 나에게 내리라는 손짓을 했다.


“여기다.”


방호수는 나를 바라보며, 말을 이었다. 손가락이 뻗은 곳은, 거의 무너져 내리는 폐가라고 해도 손색이 없는 건물이었다. 층수가 낮은 건물에, 손보지 않았는지 간판은 거의 썩어 문드러지고 있었고, 창문은 군데군데 깨져있거나 바람이 들어오고 있었다. 그리고 그것을 감싸는 낡은 철들은 이미 형태만 겨우 유지하고 있었다.


“여기가 어디예요?”

“대련장.”

“대련장···?”

나는 방호수의 마지막 말을 따라 불렀다. 대련장이라는 것은 무엇을 의미하는지 아직은 몰랐다.


“우리는 세력을 기르고 있어. 세력이란 우리 세계에서 두 가지로 통용되지. 돈과 사람이다.”


그는 손을 두 개를 뻗었다.


“돈. 우리는 사업을 운영하지만, 그리 만만치는 않아. 그 적은 돈으로 운영할 수 있는 것은, 돈에 돈을 버는 사업이 아니라. 사람을 기르는 사업이다.”

“그래서 사람을 모아서 뭐하게요?”

“다른 세력을 먹는 것.”


방호수는 살짝 웃어 보였다.


“그게 우리가 커가는 방식이다. 지금까지 이렇게 명목을 유지하는 것도, 다 이런 방식이었어. 우리 인원들은 적지만, 강하다. 너는 특이케이스겠지만. 우리는 계속해서 세력을 늘리고 있다. 어느덧, 규모가 커지다 보면 인원은 자연스럽게 모일 거다. 그런 시기에 우리는 돈에 집중하면 되는 거고.”


그의 계획이었다. 군데군데, 나에게 말하지 않는 것들이 있었지만 나는 조금이나마 그의 진심을 볼 수 있었다. 게다가, 엄마를 찾아주겠다는 말은 그 누구도 나에게 해주지 않았다. 순경도, 형사도. 믿을 곳은 그곳뿐이었다.


“들어가자.”


부스러질 것 같은 양철 문을 연 방호수는 나에게 들어가라는 손짓을 했다. 건들면 바로 부서질 것 같은 철문 안으로 들어가니 성인 한 명이 옆으로 어깨를 좁혀 들어갈 정도로 높고 가파른 계단이 보였다.


“여기로요?”

“그래.”


나는 천천히 계단을 올라갔다. 좁고, 가파른 계단을 올라가자. 유리문이 하나 나왔다. 유리문은 커튼 같은 것으로 빛을 가리고 있었다. 아직은 환하게 비추는 것인지 커튼 사이로 빛들이 조금씩 새어 나왔다.

뒤따라온 방호수는 유리문을 당겨서 열었다. 환한 전등이 나를 비추었다. 갑자기 비추는 빛에 눈살이 찌푸려질 정도로.


“여기는 뭐에요?”

“대련장.”


아까 방호석이 했던 말을 기억했다. 분명, 운전수 앞에서 했던 말이었다.

흰색의 형광등 밑에 몇몇 사람들이 땀을 흘리며, 운동하고 있었다. 바로 눈에 들어온 것은 바닥이었다. 바닥 전체에 매트리스 같은 것들이 깔려있었고, 다른 인원들이 쇠봉 같은 것을 들며 운동을 하고 있었다. 한쪽에서는 샌드백이 여러 개가 매달려 있었다. 다른 이는, 권투 글러브를 끼며 샌드백을 강하게 내리치고 있었다.


“이번에, 전문적인 용병을 한 명 구했다. 이들이 몸을 가꾸면, 용병이 나머지 실전적인 기술들을 알려주게 될 거다.”


방호석의 눈은 그들을 자랑스러워하는 것처럼 보였다.


“저도 여기서, 이렇게 하는 건가요?”

“그래. 시간은 조금 걸리겠지만, 너라면 가능하겠지. 우리는 이제, 너의 어머니를 찾아볼 테니까. 너는 앞으로 여기서 먹고 지내면 된다.”

“엄마는 꼭 찾아주실 거죠?”


나는 계속해서 물어보았다. 강한 확답이 필요했다. 방호석의 눈이 살짝 찌푸려졌지만, 이내 풀린채 나의 머리를 부드럽게 쓰다듬었다.


“너의 충성심을 올리려면, 그 누구보다 빨리 찾아서 가져오는 게 맞지 않겠니? 내가 너라면, 엄마를 찾아준 사람에게 감사할 것 같은데.”


그의 말이 맞았다. 정말로, 찾는다면.


“그러니까, 조바심내지 말렴. 꼭 찾아줄 테니까.”


방호수는 그렇게 말한 뒤에, 목청을 높여 소리 냈다.


“방호석!”


그의 이름과 비슷했다. 실제로, 앞에서 뛰어오는 인물은 나와 나이 차이가 크게 나지 않아 보였다. 지금 고등학생처럼 보이는 앳된 얼굴이었지만, 몸은 수련했던 것인지 근육질의 몸이었다. 몸에 가득 땀을 흘리며, 우리에게 뛰어오더니 방호수를 향해 고개를 숙였다.


“부르셨습니까.”


방호석을 부르던 방호수는 다시 나에게 고개를 돌려 말을 이어갔다.


“그래, 이번에 새로운 애다. 맞다. 이름도 안 물어봤네. 이름이 뭐지?”

“없어요.”

“나이는?”

“몰라요. 정확히.”

“불리던 이름 같은 건 없고?”

“그다지···.”


번호로 불리는 이름은 굳이 불리기 싫었다. 나는 대답을 회피하자, 그는 알겠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면서 뒤따라온 인물에게 손짓했다.


“얘, 신원 만들어주고. 아무도 모르게.”

“예.”

“나이는 뭐 대충. 13살로 하지.”

“알겠습니다. 이름은 뭐로 정할까요?”

“뭐가 좋겠니?”


방호수와 옆에 비서같이 보이는 사람이 서로 대화를 나누다가 나를 바라보았다. 잠시 고민했다. 이름이라, 아직 생각도 해본 적이 없었다. 그냥, 그저. 아무렇게나 불려도 상관은 없었는데.


“그래도 평생 기록에 남을 이름이다. 빨리, 그리고 잘 결정해.”

“음···.”


나는 고민했다. 그러다가, 엄마의 이름을 가슴에 새기기로 했다. 평생 남는다는 말에, 그렇게 하기로 했다.


“선아로할래요.”

“그래.”


방호수는 고개를 돌려 비서와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뭐, 그렇다니까. 성은 알아서 거기서 맞추고. 아니면, 내 쪽으로 입양해오는 형식으로 해서.”


이야기들이 오고 가면서, 방호수는 아까부터 서 있던 방호석에게 명령하듯 말했다.


“얘, 데리고 가서. 전반적인 일들 알려주고, 훈련 시키도록 해.”

“알겠습니다.”


방호석은 나의 손목을 거칠게 잡았다. 마음에 들지 않았는지, 거칠게 잡아당기는 힘에 나의 몸은 방호석쪽으로 넘어지듯 끌려갔다.

겨우 몸의 균형을 잡았던 나는 방호석을 바라보았다. 방호석은 나를 노려보며, 입을 열었다.


“네가 형의 눈에 어떻게 들어왔는지는 모르겠지만. 네가 뭘 할 수 있다는 생각은 버려.”

“나는 훈련을 받는다고···.”


이미 방호수는 계단 밑으로 내려간지 오래였다. 방호석은 나의 두 어깨를 잡았다.


“꼬마가 배운다면 뭘 배운다고. 앞으로 우리 심부름꾼이나 하라고.”


퉁명스러운 그의 말투에, 나는 알겠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애초에 좋은 기대를 했던 적이 없었다. 먹여주고 재워준다는 것은 그들에게 얼마나 축복인지 모른다.

신발도 없이, 차가운 길바닥에서 밤을 새는 것이 얼마나 지옥인 것인지 아직 그들은 알지 못한다. 심부름꾼이라는게, 뭐 그리 어렵다고.


“그래!”

“뭐?”


이런 반응을 기대한 것은 아닌지 방호석의 얼굴이 구겨졌다. 나의 어깨를 잡은 두 손을 거칠게 밀자, 나는 중심이 무너져 그대로 매트리스 바닥에 우스꽝스럽게 나자빠졌다.


“키킥.”


다른 이들도 지켜보고 있었는지, 무거운 아령을 들면서 피식거리고 있었다. 아마, 달갑지 않은 모양새였다 이 모든 것들이.

나는 바닥에서 천천히 손을 디디며, 몸을 일으켰다. 그리고는 방호석을 똑바로 바라보았다. 머리가 하나 더 높은 키였지만, 상관없었다.


“나는 버틸 거야.”


방호석에게 으름장을 내놓듯, 나는 말을 이었다. 그것은 나 스스로 외우는 주문과도 같았다.


“나는 버텨야만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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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9 78화 21.12.04 13 0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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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4 73화 21.12.02 19 0 13쪽
73 72화 21.12.02 20 0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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