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김말랑 님의 서재입니다.

나는 틀리지 않았다

웹소설 > 일반연재 > 공포·미스테리, 추리

완결

김말랑
작품등록일 :
2021.11.04 17:43
최근연재일 :
2021.12.12 19:53
연재수 :
105 회
조회수 :
5,507
추천수 :
27
글자수 :
614,810

작성
21.11.28 20:50
조회
18
추천
0
글자
13쪽

63화

DUMMY

63화




이리라는 사람의 말에 의하면 현승그룹이라고 했다.


‘이미 모든 것을 알아버린 건가?’


나는 이를 악물며, 이리를 쳐다보았다. 이리는 무표정한 얼굴을 들며, 아까 내가 찔러넣었던 칼을 마주 들었다. 칼날은 나를 향하고 있었다.


“금방 끝내드리겠습니다.”

“너 까짓건, 나의 몸 하나 건들지 못한다.”


나의 말에는 힘이 실려 있었다. 팔을 다쳤는데도, 저렇게 움직일 정도면 현승그룹에서 만든 인원일 수도 있다. 선아처럼. 내가 모르는 내막이 있었다. 나는 주먹을 머리맡으로 올렸다. 그리고 주머니에 있는 휴대폰을 힐끔거리며 쳐다보았다. 그리고는 녹음기 버튼을 눌렀다. 이리는 나를 무표정하게만 바라보고 있을 뿐이었다.

오히려 다행일지도 몰랐다.

녹음기의 버튼이 눌리자마자, 주머니로 휴대폰을 집어넣은 나는 이리를 향해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덤벼.”





이미 승패가 정해진 것일 수도 있었다. 이리라는 비서가 선아와 같은 능력을 지니고 있다면 패배는 이미 정해진 사실이었다. 하지만, 그 사실을 알고 있었음에도 이렇게 허무하게 당할 줄 몰랐다.


순식간이었다. 나의 주먹을 피하지 않았다. 맞으면서 다가온 이리의 칼날 덕분에 배에 서너 차례의 구멍이 뚫려버렸다. 피가 바닥을 잔뜩 적시고 있었다. 부들거리는 팔은 피 웅덩이를 떨리는 손으로 매만지고 있었다.

그리고 그 위에서 내려다보는 이리의 모습을 나는 올려다보며 물었다.


“이렇게까지 하는 이유가 뭐냐? 난 다 처리했다고 했을 텐데···.”

“그분의 뜻입니다.”

“이현승?”


나의 말에 무표정이었던 이리의 눈썹이 살짝 꿈틀거렸다.


“감히, 그분의 존함을 말씀하시다니.”


칼이 위에서 아래로 빠르게 내려왔다. 그리고 그 칼날은 나의 어깨를 관통했다. 비명이 터져 나올 법한 것을 입술을 깨물며, 신음을 겨우 참았다. 칼을 다시 빼어낸 이리는 칼자루를 움켜쥐었다.


“최선혜의 행방에 대해 찾는다고 들었습니다. 저희가 모를성싶습니까?”

“······.”


그의 무덤덤한 말과 함께, 칼에 묻은 피를 옷으로 닦는 이리는 나를 향해 내려다보며 말을 이어갔다.


“이미, 최선혜는 저희가 접수했습니다. 뭘 알고 싶은지는 모르겠지만, 선을 넘으셨습니다.”

“그래, 알겠다.”


나는 미소를 지었다. 이미, 끝난 뒤였다. 피가 빠지면서 온몸에 나른한 감각만이 남았다. 정신 역시 희미해지고 있었다. 아까 주머니에 있던 휴대폰을 조심스럽게 꺼내 들었다. 휴대폰의 불빛마저 시야에서 어지럽게 흔들리고 있었다.

버튼을 누르는 손이 떨리고 있었지만, 마지막 힘을 쥐어 짜냈다.


‘나 대신에 복수를.’


믿는 번호에 연락을 넣었다. 그리고는 이리를 향해 웃었다.


“꺼져라.”

“다음 생에 만나길 빕니다.”




**



방호수가 가고 나서도 계속 수련에 수련을 거듭한 창문석과 나는 거친 호흡을 토해냈다. 잠깐의 쉬는 시간이었다. 칼에 대한 경험은 갈수록 늘어나는 듯했다. 창문석의 칼날은 매서웠다. 그를 보면서 배울점이 많았기에, 항상 그에게 감사하는 마음 뿐이었다.


“뭐야?”


탈의실에서 옷을 갈아입은 창문석은 휴대폰을 꺼내들었다. 그리고는 인상을 찌푸리며, 안에 있는 내용물을 확인하는 듯 했다.


“형님이 왜···.”


그렇게 말하는 창문석은 휴대폰의 버튼을 눌렀다. 그리고 나오는 음성. 그것은 방호수의 음성이었다. 거의 죽어가는 듯, 힘없이 말들을 토해내는 방호수의 음성에 창문석은 인상을 찌푸렸다.


[최선혜···.]


나는 그 소리를 명확히 들었다. 그 소리를 듣자, 나는 창문석에게 가까이 다가가 휴대폰쪽으로 고개를 내밀었다.


“깜짝 아! 왜 가까이 오고 그래?”

“지금 이거 뭐에요?”

“형님이 보내신 문자인데, 무슨 소리인지···.”

“다시 한번 보여주세요.”


휴대폰 메시지함이었다. 내가 얼굴을 들이밀자 알겠다는 듯, 창문석은 말 대신에 휴대폰의 버튼을 한 번 더 눌렀다. 그리고 재생되는 음성들은 나의 인상을 찌푸리기에 충분했다.


‘현승그룹’


그들이 말하는 이름이었다. 그러니까, 이제 나의 복수대상이었다. 복수대상이 명확해졌지만, 방호수의 생사는 좀처럼 알기 힘들었다.

생각이 정리되지 않았다. 갑자기 일어난 일이어서 그런 것일 수도 있다. 그 순간, 누가 탈의실 문을 거칠게 열었다.

방호석이었다. 그가 오고 나서 한마디도 섞어보지는 않았지만, 방호석의 얼굴 표정은 눈물로 범벅되고 있었다.


그리고 탈의실로 오자마자, 그는 무릎을 꿇으며 흐느꼈다.


“혀, 형님이···.”


우리에게는 보스였지만, 그에게는 친형이었다. 하나밖에 없는 혈육. 그의 죽음을 누구보다도 먼저 안 것이었다.

창문석은 방호석에게 가까이 다가가며, 그의 어깨를 붙잡았다. 그리고 무릎을 같이 꿇었다.


“뭐? 다시 말해봐.”


창문석의 얼굴이 구겨졌다. 방호수에 대한 충성도는 내가 알기로는 그 누구보다 높았다. 그의 밑에서 일하게 되는 것에 항상 기대감을 가지고 있었다. 그렇기에, 그의 웃는 얼굴은 무너졌다.


“말해보라고!”


창문석은 방호석의 어깨를 흔들며 외쳤다.


“신호가 끊겼어···.”


방호석은 떨리는 손으로 목에 걸려있는 십자가를 부여 잡았다. 탁한 빛이었다.


“이 신호가 끊겼어···.”


십자가는 방호수의 생명줄이었다. 그가 이룩한 업적들은, 방호수가 없으면 돌아가지 않았다. 이 조직에서만큼은 방호수라는 이름은 보증수표였으며, 모든 이들이 그를 위해서 돌아가고 있었다. 그렇기에 그의 부재를 알 수 있게, 웬만한 간부들은 다 십자가가 달린 목걸이를 하고 있었다.


그 빛이 꺼졌다는 것은 곧, 모든 이들이 방호수의 죽음을 안다는 뜻이었다.


“어떻게···. 어떻게···.”


방호석은 얼이 빠진 채로, 같은 말을 반복하고 있었다. 방호석의 눈은 허공을 향하고 있었다. 흐리멍덩해진 그 눈빛은, 이미 재정상이 아닌 듯 보였다.

그리고 탈의실 바깥으로 들리는 소리.


“뭐야?”


창문석이 탈의실 문을 거칠게 열었다. 검은색 양복을 지닌 다른 이들이 이곳으로 걸어온 것이었다. 여기 안에 있는 인원들은 아직 방호수의 죽음을 모르는 듯 했다. 당연한 이야기였지만, 그들은 십자가를 맨 정식직원이 아니었으니까, 그럴수도 있었다.

다른 양복들의 뒤로 가장 덩치가 크고 빡빡머리를 한 인원이 그들 사이로 걸어나왔다.


“류일성 나와!”


류일성은 비릿한 미소를 지으며 앞으로 걸어 나왔다.


“방호수 형님이 사망하셨다!”


갑자기 사망한 소식. 다른 사람들이 그 말을 듣고 웅성거리고 있었다. 그 기세를 놓치지 않으려는 듯, 빡빡머리의 인원은 다시 목을 가다듬었다.


“갑작스러운 소란에 대비하기 위해, 앞으로 이 조직은 내가 운영하겠다!”


멀리서 그 말을 들은 창문석이 인상을 가득 구겼다.


“이미, 정해놓은 절차가 있는데도···.”


나의 눈은 창문석의 주먹으로 향했다. 창문석의 주먹은 불끈 쥐며, 떨리고 있었다.


“아직 안 돌아가신 걸 수도 있잖아. 그런데도. 이게 말이 되나?”


창문석이 나와 방호석을 향해 반문하듯 외쳤다. 방호석은 훌쩍거리며 재자리에서 울먹거리고 있었다.


“넌 친동생이잖아. 말이라도 해봐.”

“······.”

“말이라도 하라고!”


창문석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분노의 찬 그의 얼굴을 처음 보는 나로서는 새로운 경험이었다. 당혹스럽기도 했고, 지금 이 상황이 정리가 되지 않았다.


“이 신호는···. 심장에 있어요. 그 신호가 없다는 건···.”


말을 제대로 잇지 못하는 방호석은 말을 더듬거렸다.


“정말로 죽었···.”


이미 문자메세지도 받은 터였다. 창문석은 탈의실의 벽을 세게 주먹으로 내리쳤다.


“씨발!”


욕이 나오면서 창문석은 밖에 있는 빡빡머리를 노려보며 말을 이었다.


“죽자마자, 이딴식이.”


방호수가 걱정하는 게 이런 것이었나 싶었다. 방호수가 있었기에 그들이 뭉쳤지만, 방호수가 없으면 진작 와해할 집단이었던 것이었다. 이미, 여러 세력이 결집해 있던 것을 하나로 뭉친 방호 수였다. 그러니까, 방호수가 죽는다면 모든 세력이 이권을 차지하기 위한 전쟁이었다.


“안되겠다.”


창문석은 어깨를 살짝 돌리더니, 주머니에서 작은 나이프를 꺼냈다.


“형님이 사라졌는데, 바로 이딴식으로.”


창문석은 씩씩거리며, 내가 말릴 사이도 없이 탈의실 문을 쾅! 하고 소리 나게 발로 차며, 다른 이들이 서있는 곳으로 성큼성큼 걸어갔다.


“형.”

“말리지마.”


창문석은 잔뜩 충혈된 눈으로 빡빡머리의 앞에 다가갔다. 옆에는 류일성이 비릿한 미소를 짓고 있었다. 애초에 저쪽 편이었던 모양이었다.


“어이, 꼬마.”


류일성이 나를 보며, 실실거렸다.


“저 새끼는 내가 죽인다.”


류일성이 칼날을 빼 들었다. 아니, 오히려 죽기를 기다렸던 것일 수도 있었다. 창문석은 빡빡머리를 향해 다가갔다. 그리고는 고개를 살짝 들었다. 서리가 내릴 정도의 매서운 눈빛으로 그를 노려본 창문석은 입을 열었다.


“네가 시킨 짓이냐?”

“이권 다툼을 위한 전쟁이다.”


빡빡머리의 입가가 묘하게 올라갔다.


“강한 놈이 먹는게 아니겠나?”

“이 새끼가, 은혜도 모르고···.”


창문석이 빠르게 날아올랐다. 그리고 발 끝은 빡빡머리를 향했다. 발이 정확히 그의 얼굴에 명중하듯 꽂혔다.

빡빡머리의 인원은 비틀거리며 뒷걸음질을 했다.


“이 새끼부터 죽여!”


그 때부터 전쟁의 시작이었다. 류일성이 가장 먼저 기다렸다는 듯이 칼을 꺼내들며 나에게로 달려왔다.


“넌 가장 마음에 안 들었어. 전에부터 지금까지 쭉.”


칼날이 매섭게 공기를 파고들며 나에게로 향했다.


“네가 죽는 상상을 하루에도 몇 번씩 하는 줄알아?”


류일성의 분노에 찬 칼날은, 나의 심장을 향하고 있었다. 나의 심장이 류일성이 뻗은 칼날에 박혔다. 심장이 다시 한 번 크게 뛰었다가 멈추었다.


나의 동공이 잠깐 커졌던 것이 느껴졌다. 거리가 가까워진 류일성은 나를 보고 비릿하게 웃었다.


“잘가라.”


팔에 힘을 준, 칼날은 더 깊숙이 나의 심장으로 파고 들어갔다.


몸에 통증이 느껴졌다. 그리고 깨달았다.

이 상황들이.

방호수가 죽었다는 이 상황이. 빡빡머리가 이 상황을 조정했다는 그 사실이 머릿속에 들어와 정리되기 시작했다.


“죽어!”


류일성이 나를 밀어붙이고 있었다. 류일성의 발걸음만큼, 나는 뒤로 밀려 나갔다. 그리고는 나는 눈을 번쩍 떴다. 류일성이 당황하는 표정이 그대로 느껴졌다.


“그래. 알았어.”


나는 그렇게 말하며, 류일성을 주먹으로 가격했다. 류일성은 몸을 휘청거렸지만, 아직 칼날을 박은 손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었다.


“쓰레기들은 정리하는 게 맞았어.”


이제 느꼈다. 두 번째로 사라진 느낌이었다. 처음에는 최선혜였고, 두 번째는 방호수였다. 방호수와 창문석의 따스함에 느껴, 무뎌진 고통이었다.

비어버린 심장 같은 허무한 느낌.

그게 다시 살아나고 있었다. 이제는 나에게 힘도 있었다. 그러니까, 모든 준비는 완료가 되어있었던 것이었다.

그들의 죽음이, 나를 더 강하게 만들었다. 아니, 나를 미치게 했다.


류일성이 찌른 칼날을 나는 빼내어 들었다. 그리고는 칼자루를 쥔 류일성의 손을 비틀었다. 당황하며, 류일성이 칼자루를 쥔 손을 떨어트렸다.

그 사이를 놓치지 않고 다른 한 손으로 칼날을 잡았다. 손에 피가 묻어나왔지만, 상관 없었다.

원래 이렇게, 만들어졌던 것이었다.

그러니까.


“죽어.”


나의 칼날이 류일성의 가슴을 파고들었다. 그리고는 다시 칼을 빼내었다. 순간, 류일성의 표정이 경악하듯 바뀌며 그대로 무릎을 꿇었다. 그리고 나는 그의 정수리를 향하여 머리를 크게 내리찍었다.


빠각


뼈가 둔탁하게 갈라지며, 나의 칼자루를 잡힌 손이 벗어났다. 하지만, 다시 주먹으로 칼자루를 내리쳤다.

머리가 닿는 곳이, 부러지며 그의 머리를 깊숙이 파고들었다.


나의 온몸에 다시 피가 뿌려졌다. 어렸을 때와 다른 감각이었다. 몸 가득히 복수심이 샘솟았다. 그게 나의 원동력이었던 것이었다.

나는 주위를 둘러다 보았다. 모두 멈춘 채로, 나와 류일성만을 바라보고 있었다.


“뭐해? 덤벼.”


나는 손을 까닥거렸다.


“내가 가기 전에.”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나는 틀리지 않았다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105 104화 (외전) 21.12.12 13 0 13쪽
104 103화 (완결) 21.12.12 18 0 17쪽
103 102화 21.12.12 9 0 13쪽
102 101화 21.12.12 7 0 12쪽
101 100화 21.12.12 7 0 13쪽
100 99화 21.12.12 6 0 12쪽
99 98화 21.12.12 7 0 13쪽
98 97화 21.12.11 10 0 12쪽
97 96화 21.12.11 13 0 13쪽
96 95화 21.12.10 10 0 13쪽
95 94화 21.12.10 11 0 13쪽
94 93화 21.12.09 12 0 13쪽
93 92화 21.12.09 10 0 13쪽
92 91화 21.12.09 9 0 13쪽
91 90화 21.12.08 12 0 12쪽
90 89화 21.12.08 14 0 13쪽
89 88화 21.12.08 12 0 13쪽
88 87화 21.12.07 12 0 12쪽
87 86화 21.12.07 14 0 13쪽
86 85화 21.12.07 11 0 13쪽
85 84화 21.12.06 11 0 13쪽
84 83화 21.12.06 11 0 13쪽
83 82화 21.12.05 12 0 13쪽
82 81화 21.12.05 16 0 13쪽
81 80화 21.12.05 16 0 13쪽
80 79화 21.12.04 13 0 13쪽
79 78화 21.12.04 13 0 13쪽
78 77화 21.12.03 17 0 13쪽
77 76화 21.12.03 13 0 12쪽
76 75화 21.12.03 15 0 13쪽
75 74화 21.12.02 16 0 13쪽
74 73화 21.12.02 19 0 13쪽
73 72화 21.12.02 20 0 14쪽
72 71화 21.12.01 16 0 13쪽
71 70화 21.12.01 16 0 14쪽
70 69화 21.11.30 15 0 14쪽
69 68화 21.11.30 16 0 13쪽
68 67화 21.11.30 16 0 13쪽
67 66화 21.11.29 14 0 14쪽
66 65화 21.11.29 15 0 13쪽
65 64화 21.11.29 17 0 13쪽
» 63화 21.11.28 19 0 13쪽
63 62화 21.11.28 18 0 14쪽
62 61화 21.11.28 18 0 13쪽
61 60화 21.11.27 18 0 14쪽
60 59화 21.11.27 21 0 12쪽
59 58화 21.11.27 21 0 13쪽
58 57화 21.11.26 25 0 13쪽
57 56화 21.11.26 21 0 13쪽
56 55화 21.11.25 23 0 13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