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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말랑 님의 서재입니다.

나는 틀리지 않았다

웹소설 > 일반연재 > 공포·미스테리, 추리

완결

김말랑
작품등록일 :
2021.11.04 17:43
최근연재일 :
2021.12.12 19: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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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11.29 0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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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4화

DUMMY

64화




나의 말에 일동들은 침묵했다. 어떤 이들은 주먹을 휘두르다 말고 나를 바라보았다. 정적이 이어지는 와중에 빡빡머리의 사내가 한 걸음 나에게 다가왔다.

그의 비열한 웃음이 터져 나왔다.


“훈련했다고, 뭐라도 되는가 싶은데. 꼬마야.”


민머리를 손으로 매만지는 그는 짜증나는 어투로 말했다.


“우리들은 여기 훈련을 다 거쳐온 사람들이야. 그러니까, 너 같은 아무것도 아닌 녀석과 비교가 안된다는 거지.”


그는 훈련생들을 향해 바라보았다. 표독스러운 눈빛이, 그들을 탐하고 있었다.


“무릎을 꿇으면, 목숨은 살려준다.”


뱀처럼 날름거리는 혀. 그는 실실거리며 웃고 있었다.


“그렇지 않으면 팔과 다리 중의 하나는 날아갈 것이야.”


압도적인 말투와 덩치, 그리고 뒤에 있는 수많은 인원은 그의 말에 힘을 실어주는 듯 뒤의 인원들이 어깨를 쭉 펴며, 주머니에서 작은 칼들을 하나씩 꺼냈다.


“시간은 없다. 꿇어라!”


그의 외침이 방 전체를 울렸다.


털썩


어떤 이들이 무릎을 꿇었다. 그것이 시작이었다. 우후죽순 다른 이들마저 무릎을 꿇고, 머리를 조아리고 있었다.

충성의 의미였으며, 복종의 의미였다.


“그렇지, 그렇지.”


비열한 웃음 속에서, 창문석은 입술을 깨물었다. 그의 다리는 굳건하게 서 있었다. 오히려 지지 않으려는 듯 입술을 피가 나도록 악물었다.

창문석은 고개를 돌려 다른 이들을 보았다.


“너네는, 자존심도 없냐?”


창문석의 말에 민머리의 그는 실실 거렸다.


“죽음 앞에, 자존심이 무슨 소용이지?”


육중한 덩치에 비해 상당한 빠르기, 그는 창문석을 어깨로 밀쳤다. 살과 살이 부딪히는 소리가 나며, 창문석이 튕겨져 나간뒤에 바닥으로 나뒹굴렀다.

창문석은 곧바로 자세를 잡고 일어났다.


“좀 치네.”

“그렇지, 그렇게 나와야지.”


민머리는 재밌다는 듯, 그렇게 웃음을 지었다.


“어이, 꼬마. 잘 보고···.”


그 순간이었다. 민머리의 머리에 칼날이 강하게 박혔다. 파직, 거리는 소리와 함께 그의 눈이 풀렸다.


쿵-


주변에 먼지가 일렁이며 육중한 몸이 그대로 바닥으로 쏠렸다. 바닥에 쓰러진 그는 육중한 몸을 부르르 떨며, 그대로 기절하듯 잠들었다.


창문석은 놀란 눈으로 날라온 칼의 방향을 바라보았다.


내가 던진 방향이었다. 칼날은 정확하게 명중했다.


“시끄러워.”


나는 귀를 파면서, 중얼거렸다. 정말로 거슬리는 소리였다. 그들이 어떤 녹을 받아먹었는지 잊었던 모양이었다.

방호수의 존재라는 것을 생각지도 않은 체, 목숨을 구걸하다니.

옆에 무릎을 꿇고 머리를 조아리는 녀석의 옆으로 갔다. 그의 옆에 있는 벽에는 진검들이 진열되어있었다. 대련하는 검은 아니었지만, 실제로 베는 감각을 훈련하기 위한 진검이었다.


쨍그랑!


유리창을 주먹으로 부순 나는, 진검을 꺼내 들었다. 그리고 머리를 조아리는 그의 목을 향해 진검을 꽂아 넣었다.


푸슉!


칼날이 그의 목과 척추를 집어삼켰다. 그리고, 나는 칼을 그대로 꺼내 들었다. 진검에는 피가 흥건히 묻어있었다.


“마음이 바뀌었어.”


나는 웃었다. 이 상황이 너무나도 웃겨 보여서.

살인을 위해 키워진 사람들이, 목숨을 구걸하고 있었다. 정말로 아이러니했다. 죽음을 감수하고 남의 목숨을 뺏는 것이 아니었던가.

주위를 천천히 둘러보았다. 무릎을 꿇은 이들은 상당수였다. 창문석과 몇몇을 제외하면, 그 자리에서 다 무릎을 꿇고 있었다.


“다 죽일래. 그냥.”


칼을 들고 나는 검은색 양복이 모여 있는 곳으로 천천히 걸어갔다. 나의 발자국마다, 지나가는 곳에는 목이 잘려나갔다.

나의 지나가는 거리에는 비명 말고는 다른 소리는 전혀 들리지 않았다. 드디어 깨달았다. 이렇게 살아가는 방식이 맞는다는 것을.

모든 것을 지키려면, 그만큼 희생해야 한다는 것을.


내가 지나간 발자국의 수만큼, 시체들이 나뒹굴었다. 검은색 양복의 무리로 향해 나는 다가갔다.


“무릎을 꿇으면, 팔과 다리 중 하나는 살려주지.”


아까와 똑같은 말.

검은색 양복의 인물은 머리에 땀이 흐르는 것을 직감했다. 명백한 살의였다. 하지만, 그는 지금 쓰러져 있는 빡빡머리의 다음 서열. 자존심이 허락하지 못했다. 성인도 채 되어보이지 않는 꼬마였다.

분위기에 잠깐 압도된 것이라고 그는 생각했다.


그리고 그의 복부에 순식간에 칼날이 박혔다.


“커헉!”


나는 웃었다. 그들이 이런 고민을 하는 것 자체가 웃겼다.


“나는 시간을 많이 안 줄거라.”



그리고 시작된 학살극이었다. 전과 같았다. 나는 창문석과 훈련할 때를 느꼈다. 피할 수 있으면 피한다.

하지만, 피할 수 없을 때는 나의 몸을 주고 적을 벤다.


누군가가 나의 옆구리에 칼을 박아 넣었다. 나는 그를 향해 다시 얼굴에 칼날을 꽂아넣었다.

이것은 결투와 대련이 아니었다.

창문석과 웃으며 하던 훈련이 아니라, 학살이었다. 내가 배운 것을 지금 활용하고 있었다. 나의 칼춤에 따라, 피가 사방으로 뿌려졌다.


경악하는 표정들과 함께, 도망가려는 자들까지. 지금 이 상황은 아비규환이었다. 나 역시 검은색 양복들이 있는 곳으로 천천히 발을 옮겼다.

천천히, 한 발자국. 그리고 그 다음은 조금 더 빨리.

달리듯 문을 향해 뛰었다.


내가 달려오자마자, 문을 벌컥 연 검은색 양복의 인원 중 한 명이 경악스러운 표정으로 문밖으로 내달렸다.


“이, 이런 건 들어보지도 못했다고!”


단순한 정리라고 말했다. 분명. 하지만, 이게 단순한 게 아니었다. 모두 다 죽어 나가고 있었다. 그의 눈에는 공포감이 잔뜩 서려 있었다. 그 순간, 그의 머리가 고정된 것이 느껴졌다. 몸만 앞으로 나가는 모양새.

그는 몸의 균형이 뒤틀렸다. 순식간에 뒤로 쏠리는 머리에 나자빠진 그는 고통스러운 얼굴로 인상을 잔뜩 썼다. 머리를 매만지며, 찡그린 인상을 천천히 떴다. 누군가의 실루엣이 보였다.

누워 있는 그의 얼굴에는 꼬마의 얼굴이 보였다.


“씨···.”


나는 그의 얼굴에 다시 칼을 박았다. 피가 사방으로 튀겼다. 문을 나는 다시 닫았다. 출구는 이것뿐. 나는 그의 머리채를 잡고 문 앞으로 질질 끈 뒤에, 문을 닫았다.


쿵-


그 소리는, 웅장했다. 지금 있는 모든 이들이 들을 정도로 육중한 소리였다. 그다음 나의 말이 이어졌다.


“누구도 나갈 수 없다.”




한 시간이 채 지났을까, 나의 몸에는 온통 피투성이였다. 칼을 너무 많이 맞아, 회복도 더뎠다. 이렇게 많이 칼을 맞아본 날은 아마 처음이었을 것이다.

옷은 거지도 입지 않을 듯한 누더기가 되어버렸고, 피부들은 생채기들로 가득했다. 회복이 아직 덜 되어있는 몸에는 구멍이 잔뜩 뚫려 있었다.


고통스러웠지만, 견딜만했다.


나는 숨을 돌리며, 그들을 바라보았다. 정확히는 널브러져 있는 시체들을 바라보았다.


“사, 살려줘!”


무릎을 꿇은 인원들이 손바닥을 빌며 외쳤다. 아직 정리되지 않는 몇몇 인원들이 있었다. 나는 그들에게로 천천히 다가갔다. 그리고는 살짝 입가에 미소를 지었다.

피에 물든 나의 미소를 본 그들은 몸을 벌벌 떨었다.


“아까도 그렇게 했잖아.”


촤악!


그의 목과 몸이 반으로 갈렸다. 모든 이들이 정리되었다. 나는 나머지의 인원들을 바라보았다. 일어서 있는 몇 안 되는 인원 중에서 살육을 멍하니 쳐다보는 자들과 창문석처럼, 맞서 싸운 이들로 나뉘었다.

나는 손에 쥔 긴 칼을 떨어트렸다.

금속 파편 음이 바닥에 떨어지며, 기이한 소리를 내었다.

창문석 역시, 거친 숨을 내쉬며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나는 그들을 천천히 지나쳤다. 그들의 손에 피를 묻히지 않았더라도, 나는 그들을 방호수를 위해 싸운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탈의실 앞.

나는 탈의실의 문을 열었다. 귀를 막고 몸을 벌벌 떨고 있는 방호석이었다. 형의 죽음에 앞서서 이런 일들이 벌어졌으니, 당연히 패닉 상태일 수 밖에 없었다고 생각했다. 방호석은 몸을 떨며, 나를 바라보았다.

피투성이의 나를 보며, 방호석은 침을 삼켰다.


“끝났어.”


나는 그를 향해 손을 내밀었다.


“방호수가 이룬 모든 업적은 네 것이야.”


피로 얼룩진 손. 방호석은 눈물을 흘리며 나를 바라보았다. 충혈된 그의 눈은 나를 오롯이 향하고 있었다. 방호석의 생각을 정확히 읽을 수 는 없었다. 방호석은 침을 삼켰다. 그의 목넘김 소리가 나에게도 들렸다.

얼마 지나지 않아, 방호석은 피로 얼룩진 나의 손을 잡았다. 방호석의 손은 피로 물들었다.


“너는 방호수의 피가 들어 있어.”


나의 말에 방호석은 울먹거리며, 나의 손을 잡으며 천천히 일어섰다. 나를 향해 고개를 차마 들지 못해 숙인 그는 다른 손으로 떨어지는 눈물을 훔쳤다.

나는 방호석을 향해 살짝 웃어 보였다.


“여기는 정리가 되었어. 하지만, 나는 다 정리가 되지 않았다고 생각해.”

“······.”


방호석은 말이 없이 어깨를 들썩였다.


“나는 칼을 뽑았을 때부터 다짐했어.”


피냄새가 사방에 진동하고 있었다. 나는 입을 천천히 열었다. 아까 전에 휴대폰에서 들었던 이름.

현승 그룹. 그리고 방호수의 세력에 담겨있는 적폐들.


“복수하자.”


나는 방호석과 맞잡은 손에 힘을 세게 쥐었다. 그것은 나의 의지이기도 했다.


“죽이든, 뭐든. 상관없어. 다 밟고 올라가자.”


멀리서 창문석이 우리에게 달려왔다. 살아 있는 나머지의 인원도 마찬가지였다. 앞서서 빠른 걸음으로 달려온 창문석은 나를 보더니, 방호석에게로 시선을 옮겼다.

무슨 말인지 알았다는 창문석은 방호석을 향해 천천히 무릎을 꿇었다.


“형님을 모십니다.”


창문석 역시 감정에 벅찼던 것인지 목소리가 가늘게 떨려왔다.


“저도 복수를 하게 도와주십시오.”


탈의실의 문 뒤에 있는 인원들도 하나 같이 무릎을 꿇었다. 그들은 다른 말을 구태여 하지 않았다. 창문석과 같은 뜻이라는 의미일 것이라고 생각했다.

방호석은 떨리는 어깨를 겨우 진정시키며, 창문석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그 나머지의 인원을 바라보았다.

소수의 인원이었지만, 방호수에 대한 충성심은 어느 누구보다 높았다. 그리고 살아남은 자들이었다.


방호석 역시 나를 맞잡은 손에 힘이 실렸다. 방호석은 고개를 돌려 나를 바라보았다. 충혈된 눈이 다른 의미로 나에게 다가왔다.


“알겠어. 너.”


나를 보며, 방호석은 고개를 끄덕였다.


“우리가 다시 먹는다.”




건물의 끝. 이사진들이 한창 회의를 하고 있었다. 기다란 원탁 같은 곳에서 나이가 많은 이사들은 안경을 코끝으로 내리며, 서류들을 검토하고 있었다.

방호수가 죽었기 때문에, 누구를 다음 후계자로 임명할지에 대한 검토였다. 방호수가 입버릇처럼 자신은 작은 회사이며, 항상 세력을 확장해야 한다고 했지만, 시골 중에서는 가장 큰 세력임은 틀림없었다.

이사진 중 한 명, 검은색 양복에 화려한 색깔의 넥타이를 입은 사람이 책상을 두 손으로 소리 나게 내리치며, 벌떡 일어났다.


“지금 방호수가 죽었으니, 방호석은 너무 어려요, 아직 발전하고 있는 회사에다가, 이렇게 초를 치기보다는···. 방호수가 아무리 대단한 인물이라고 하지만, 우리가 더 굳건해 질라면은 더 큰 인물에게 힘을 실어주는 게···.”

“흠흠···.”


쾅!


한창 말을 나누고 있는 이사진들이 있는 곳의 문이 부서지듯 열렸다. 입구를 막은 경비원들 역시 문이 부서짐과 동시에 바깥으로 나뒹굴었다. 이사진들의 눈들이 커졌다. 안경을 다시 고쳐올 린 한 명은, 오히려 삿대질했다.


“여기가 어디라고!”


나는 귀를 후비며, 그 앞으로 나갔다.


“듣기 싫네, 거참.”


다들 흠칫거리는 것이 느껴졌다. 진한 피 냄새. 온몸에 피를 두르고 있는 나의 모습에 이사진은 입을 다물었다.


“방호수가 죽었다면, 그의 동생인 방호석이 이 일을 맡기는 게 좋을 것 같은데요.”


나는 방호석의 어깨를 잡았다.


“불만 있으신분?”


이사진은 외면하듯 고개를 돌렸다. 역시, 대답은 뻔했다.


“불만 없으시면, 그리 아는 줄 알겠습니다. 아, 참.”


나의 말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창문석은 도장같이 생긴 쇠를 가지고 왔다. 방호석이 방호수의 책상에서 찾은 것이었다. 방호수의 어깨에 있는 문신이었다.

창문석은 불로 도장을 붉게 달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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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1 80화 21.12.05 16 0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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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6 75화 21.12.03 15 0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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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4 73화 21.12.02 19 0 13쪽
73 72화 21.12.02 20 0 14쪽
72 71화 21.12.01 16 0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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