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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로니스 님의 서재입니다.

별빛의 세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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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로나스
작품등록일 :
2018.05.21 12:07
최근연재일 :
2018.08.20 09:44
연재수 :
65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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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5,4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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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08.20 09: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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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쪽

6. 환상이 된다.

일상 액션 라이트노벨 시작합니다.




DUMMY

별빛의 세계

6. 환상이 된다.

by 마로나스







노래를 부르기 시작한 나를 향해 이프리트가 불꽃을 휘감은 손을 움직였다. 나를 붙잡기 위해 뻗은 그 손의 크기는 하늘을 가리기에 충분했다.


그리고 동시에 거인의 몸을 휘감은 불꽃이 소나기처럼 떨어져내렸으나 모두 자색의 불꽃에 타들어가 사라졌다.


마력과 불꽃이 서로 동일한 크기의 힘에 의해 상쇄되어 사라진 것이다.


하지만 불꽃이 떨어지는 것과는 달리, 그 거대한 손은 나를 붙잡기 위해 움직였고 동시에 손가락이 내 몸을 휘감았다.


허나, 완전히 내 몸을 휘감기 전에.


수 천의 마법진이 세계에 새겨지며 엄청난 숫자의 사슬을 만들어내 이프리트의 팔을 붙들었다.


카가가가가각!!


화르르르르륵!!


"크어어어어어어!!!"


"소망을 노래하는 자에게는 원망을. 희망을 노래하는 자에게는 절망을."


이프리트의 괴성으로부터 나는 저 사슬이 기원으로부터 이어지는 노래가 끝날 때까지 버텨줄 것임 확신했다. 불꽃에 의해 녹아버리기도 전에, 계속해서 그 위에 새로운 사슬이 휘감아 이프리트의 팔을 봉쇄했기 때문이다.


그러는 사이 나는 노래를 이어갔다.


시작의 언어. 그것은 기원으로부터 이루어지는 단어다. 자기 자신의 기원으로부터 힘을 끌어낼 때 사용되는 단어이기도 했다.


마력은 기원의 해방으로부터 힘의 공급량이 늘어나지만, 단지 그것만이 전부는 아니었다.


기원은 마법사의 경지, 마력량의 공급량, 그리고 자신이 향하는 마도의 길의 끝을 가리킨다. 마도의 길을 걸어가는 자의 방향이라고도 할 수 있다.


그리고 자기의 기원이 무엇인지를 알게 되는 순간, 그 기원을 이용한 마법을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게 된다.


나의 제 3기원은【나는 소망을 노래하는 자.】그리고 제 2기원은【나는 희망을 노래하는 자.】


마왕이었던 내가 가지기에는 지나칠 정도로 밝은 기원이었다. 하지만 이건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내게 마법을 가르쳐준 스승님은 '별' 그 자체였으니까.


별을 바라보던 내게 소망과 희망이라는 기원이 주어진 것은 딱히 이상한 일이 아니었다.


나는 별이 될 수 없었고, 별의 모방품조차 되지 못했다. 그러나 별에 담긴 의미만큼은, 그리고 수많은 이들의 의지만큼은 아주 조금이나마 이해할 수 있었고 따라갈 수 있었다.


그렇게 해서 만들어진 것이 지금 나의 마도다.


그 기원에 담긴 힘을 끌어낸다. 그리고 세계로부터 빌려온다.


내 기원은 소망과 희망. 그것은 세계를 가득 채우는 이들이 가진 것들이기도 하다. 그러니까 빌려오는 것이다. 나의 것이면서도 나의 것이 아닌 그들의 소망과 희망이라는 이름의 마법을.


"언젠가는 사라지고 말지라도 나는 이곳에서 바라보고 노래하며, 길을 걸어가노라."


시작의 언어와 이어지는 선율이 마력을 머금고 세계에 울려퍼지기 시작한다. 그것은 노래이면서도 마법. 마법이면서도 노래였다.


어떠한 음율도 없이 부르는 노래는 아무것도 전하지 못하지만. 노래에 담긴 마음은 세계를 변화시킨다.


세계에 변화를 주는 것으로 시작되는 마법. 나만의 오리지널 마법.


"소망을 노래하던 때에 가지고 있던 감정은 원망이 되어 사라지고, 희망을 노래하던 때에 가지고 있던 감정은 이제 절망이 되어 나를 짓누르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하늘은 아무것도 달라지지 않고 언제나 별빛과 함께 나를 내려다보았다."


언젠가 바라던 소망은 결국 원망이 되었다. 희망은 내가 가지기엔 너무나도 밝아서 손에 쥘 수 없었다. 결국 내가 가질 수 있던 건 절망 뿐이었다.


하지만 그게 무의미하지는 않았다.


바라던 소망은 오랜 시간이 흘러 이루어졌고, 가질 수 없었던 희망은 나의 끝을 고했지만 다음으로 이어졌다. 전해졌다.


"아무것도 이루지 못하더라도 여전히 그 자리에 있기에 나는 계속해서 노래한다."


분명 나는 아무것도 이루지 못했다. 그저 살아만 있었을 뿐이며, 원하던 것은 아무것도 손에 들어오지 않았다.


최악의 최악이라는 결말만이 내 손에 잡혔을 뿐이다.


그래도. 그렇다고 하더라도.


그것은 내가 살아온 흔적이며, 상처이며, 아픔이며, 고통이며, 슬픔이었다. 아파도 울지 못했고, 슬퍼도 울지 못했다. 그 대신.


나의 흔적을 저 하늘에 뜬 별에 계속해서 새겼을 뿐이다.


별이 되지 못했기에, 그 별에 나라는 흔적을 새기기라도 하고자 했다. 아직도 그것이 성공했는지는 모른다.


확신할 수 없고, 확인할 수 없는 일이다.


"노래하는 자는 여기서 다시금 노래를 부른다. 꿈이라는 이름의 노래를 별에 새길 때까지 부른다."


하지만 내가 시작한 일이다. 그렇다면 그 끝이 어떻게 될 지라도 계속해나갈 뿐이다.


별이 될 순 없어도, 별에 내 흔적을 새길 수는 있을 거라고 믿으며.


"크어어어어어어어어!!!"


이프리트의 괴성과 함께 엄청난 량의 불꽃이 재앙처럼 파도가 되어 나를 향해 치솟아올랐다.


이 주변을 전부 불꽃으로 뒤덮어 전소(全燒)시킬 생각이었다. 지금의 이프리트의 불꽃이라면, 세계를 불태우는 것도 가능하리라.


허나 그렇게 냅둘 내가 아니었다.


이미 늦었어. 이성이 없는 존재는 행동이 느렸기에 노래는 마법이 되어 펼쳐졌다.


키이잉···!


자색빛으로 덮인 세계에.


하나씩. 하나씩.


빛이 퍼져나간다.


"···크어어어어어어어!!"


방금 전까지만 해도 전혀 느껴지지 않았던 또 다른 마력이 해일처럼 하늘로부터 쏟아졌다.


오래 전 신이 물로써 인간을 심판했을 때와 같이.


하늘에서 떨어지는 자색빛 마력은 파도처럼 출렁거리며 이프리트의 붉은 불꽃을 꺼트리기 시작했다.


"크어어어어어어!!!"


나를 잡기 위해 뻗었던 손이 하늘을 향해 뻗어나간다. 그리고 자신의 몸을 보호하기 위해 양손을 교차해 막지만 무의미한 발악이었다.


쿠구구구구궁···!!


파아아아아앗···!!


하늘에서 쏟아지는 자색빛 마력은 이프리트의 몸을 전부 뒤덮고도 세계를 채우기 시작했다. 마력이 세계의 규칙을 덮어쓰기 위해 결계로 형성되고 있었다면, 지금은 결계가 펼쳐진 이 공간을 마력으로 채워진 바다가 되었다.


아무리 강렬한 불꽃이라도.


세계를 불태우는 불꽃이라도.


바다의 가장 깊은 곳, 심해에서는 불타오르지 않는다.


하지만 이건 바다가 아니다.


채워지는 것은 마력이지만 바다를 구현화하기 위해 만들어진 건 아니었다.


불꽃을 꺼트리는 건 물이 아닌, 마력.


그리고 마력으로 세계를 가득 채워버린 이 순간.


나는 내 앞에 떠오른 빛을 볼 수 있었다.


그 빛은 상냥하고, 따뜻했다. 천천히 손을 뻗어 잡는 순간 그대로 세계를 마력의 파도로 집어삼켰던 모든 현상이 일제히 사라졌다.


마력이 사라진 것이 아니다. 그저 전부 별이 되었을 뿐이다.


별. 아니 별이 되지 못한 것. 그러나 굳이 부른다면 별이라고 할 수 밖에 없었다.


"펜타그램(PENTAGRAM)."


불꽃의 거인, 이프리트의 몸을 자색빛 잔빛이 흩날리며 지워간다. 한번 시들었던 불꽃은 다시금 타오르기 위해 더욱 강하게 일렁거렸으나 별빛이 몰아치며 이프리트의 몸을 휘감더니, 그대로 하늘을 향해 뻗어나가 섬광으로 된 사슬이 만들어졌다.


그리고 그 섬광이 하나의 별이 되고, 그 별이 다섯이 되어 오망성을 이루었을 때. 다섯개의 빛을 집중적으로 받기 시작한 이프리트는 괴성과 함께 점차 빛이 되어 사라지기 시작했다.


키이잉···!!


콰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앙!!!


"크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


"마력으로 인한 강제 정화."


이것은 별이 가지는 힘.


절망을 몰아내고, 희망을 품은 별이 가지는 힘.


있던 것을 무로 돌리는 게 아니라, 환상을 정화하여 깨끗한 백지로 만들 뿐이었다. 물론 이 마법으로도 이프리트는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이것은 이프리트의 재생력을 지워버리면서, 동시에 이프리트의 존재를 묶어낸다.


다섯 개의 별은 하나하나가 강력한 쐐기가 되어 이프리트라는 이름의 재앙을 이 세계에 강제적으로 묶어내는 것이다.


하지만 가짜, 모방품조차도 되지 못한 별이라고 할 지라도 희망과 소망이라는 쐐기는 세계에도 영향을 미친다.


결계로 만들어진 세계 따위.


수용할 수 없다.


세계 자체가 부서질 것처럼 강하게 흔들리기 시작하는 것을 느낀 나는 차분히 왼손을 내밀었다.


진짜는 이제부터다.


이프리트를 묶어내더라도, 그 힘을 세계가 견디기에는 무리가 있다. 지금 당장이라도 부서질 듯한 세계가 그것을 증명해주고 있다.


즉, 113개의 숫자의 결계는.


오망성을 그리며 이프리트를 묶어놓은 빛이 세계에 존재할 수 있는 시간을 의미했다. 그리고 113이라는 숫자는 제 2기원까지 해방한 내가 계속해서 유지할 수 있는 결계의 숫자이기도 했다.


"영원히 줄어들지 않는 113초의 시간을 견뎌보아라. 이프리트."


내가 이 자리에 서 있는 것과 같이.


너도 함께 있어줘야겠다.


이프리트.


네 불꽃이 사라지고, 네 존재조차도 정화되고 재생되기를 반복하는 줄어들지 않는 113초의 시간.


쿠구구구궁···!!


당장이라도 깨질 것 같이 흔들리는 세계의 진동을 느끼면서 나는 이마에 흘러내리는 땀을 소매로 닦아내었다.


영원히 줄어들지 않는 113초의 시간. 본능이 없는 이프리트를 묶어둘 수 있는 시간이기도 했지만, 반대로 말하자면 나 역시 영원히 줄어들지 않는 113초의 시간 속에 갇혀있다는 뜻이 된다.


113개나 존재하는 가짜 세계 속에서 시간의 흐름이 강제적으로 뒤틀리고 인식이 바뀐다.


하늘에 뜬 별은 나의 이름이 새겨진 별, 빌려온 힘이기도 하며, 동시에 나 자신의 힘이기도 하다.


무엇이 무엇인지 알 수 없게 되고.


마력의 선만이 강하게 시야를 지배하고 있다.


"이거···."


그렇기에 알 수 있었다.


상.상.하.던.것. 이.상.으.로.


"위험한데···!"


콰과과광!!!


불꽃이 터져나온다. 다섯 개의 별이 그리는 오망성과 그로부터 떨어져내린 빛이 이프리트를 묶어두는 데에는 성공했다. 그러나 이프리트의 힘이 시간이 지남에 따라 강해진다는 점을 잊고 있었다.


다섯 개의 별이 집중해 이프리트를 정화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프리트는 그 힘을 부수기 위해서 저항한다.


처음에는 저항조차 못하고 불꽃 째로 정화되는가 싶더니, 지금은 미약하지만 불꽃을 피우며 그 몸을 움직이고 있었다.


이프리트의 힘에 세계가 삐그덕 거린다.


당연하다. 세계에 떠있는 다섯 개의 별의 힘을 빌려 나와 별을 중심으로 이프리트를 묶는 쐐기가 된 것이다. 이프리트가 한번 뭄을 움직이면, 그에 따라 묶어둔 쐐기도 같이 흔들리는 것이다.


"···!!


쿠구구구궁···!!


"크어어어어어!!"


굉음이 터져나오며 이프리트가 발버둥친다. 미약하게 타오르는 불꽃이, 아주 조금씩, 눈에 보이지 않을 정도로 커져가고 있고 그것은 세계의 수용력을 조금씩 넘기기 시작했다.


안 그래도 세계의 수용력에 영향이 가지 않도록, 마력의 양을 평상시에 최소한으로 제한하고 있던 것이다. 그것을 제 2기원까지 해방하고, 제한된 공급량을 한계치까지 이끌어내서 마법을 발현시켰다.


본래라면 이미 진작에 세계가 무너져 현실세계에 그 영향이 미쳤어야 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 세계가 유지되는 이유는 단 하나였다.


바깥과 안쪽을 차단하는 결계가 아닌, 가짜로 모방한 세계라곤 하더라도 그 '세계의 구축'이라는 부분의 개념이 담긴 결계는 그대로 유지되고 있었다. 그렇기에 세계의 수용력을 아슬아슬하게 넘긴 상태로 세계는 부서지기 직전의 상태로 억지로 유지되고 있었다


"크어어어어어!!"


거인의 왼팔이 억지로 들어올려지려고 한다. 힘으로 족쇄를 부스려고 하는 건가!


세계의 수용력도 한계인데다, 이프리트의 힘도 점점 강해지고 있다.


이대로 가다간 어떤 식으로든 최악의 결말이다.


거울의 세계가 부서져도 아직 113개의 가짜 세계가 남아있다.


허나 한번 부서지기 시작하면, 가차없이 부서지기 시작할 것이다.


이프리트의 힘은 시간이 지날수록 강해지고 있으니까.


그리고 그 힘은 세계를 멸망시킬 정도로 강해질 터였다. 그것을 억지로 막아두고 있는 지금 이프리트의 힘이 강해지는 순간순간마다.


영원히 줄지 않는 113초의 시간은 천천히 움직이기 시작할 것이다.


작가의말


금요일날 서코 준비로 바빠 못올린 점, 양해부탁드리며 한편 더 있습니다. 다음 편으로 고 하시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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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 4. 세계의 규칙 18.06.20 65 0 14쪽
39 4. 세계의 규칙 18.06.18 84 0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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