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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로니스 님의 서재입니다.

별빛의 세계

웹소설 > 일반연재 > 라이트노벨, 판타지

마로나스
작품등록일 :
2018.05.21 12:07
최근연재일 :
2018.08.20 09:44
연재수 :
65 회
조회수 :
6,335
추천수 :
8
글자수 :
365,412

작성
18.07.02 16: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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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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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1쪽

4. 세계의 규칙(完)

일상 액션 라이트노벨 시작합니다.




DUMMY

별빛의 세계

4. 세계의 규칙

by 마로나스








그건 망상이기도 했고, 몽상이기도 했으며, 환상이기도 했다.


전부가 망상이고.


전부가 몽상이고.


전부가 환상이며.


전부가 현실이었다.


마치 영화를 보듯이, 자각몽을 꾸듯이, 혹은 유령에 홀린 듯이.


지나쳐가는 모든 것을 보았다.


흘러가는 모든 것을 보았다.


지나쳐가고 흘러가고, 붙잡고 싶어도 그저 내버려둘 수 밖에 없는 그것을 보고만 있을 수 밖에 없었다.


"나는 오빠를 좋아해. 그러니까."


"···미안."


"거절하는 거야?"


"당연하잖아. 나는···."


혼란스러워 보이는 그의 모습이 보인다.


"네 오빠니까."


"오빠라도 상관없어. 가족이어도 상관없어! 어차피 그런 건! 이 세계에서의 '관계'잖아! 오빠와 나는. 본래부터 그런 관계 따위···필요 없었을 터야!"


"그래. 그건 확실히 기억하고 있어. 우리는 과거에도―전생에도 분명 이런 관계로 있을 수 있었지. 하지만···. 그러지 못했기에 이 세계에서 이런 관계가 될 수 있었던 거야. 그리고 이 세계의 기준으로써도, 내 본심으로써도 네 마음은 거절할 수 밖에 없어."


"···끝까지."


소녀는 울부짖는다. 분노에 찬 목소리로 자신의 오빠를 향해.


"끝까지 오빠로만 남을 생각인거지?!!"


"······."


"나는···나는 이렇게나···이렇게나 오빠를 사랑하는데···!"


"가족으로써라면 나 역시 널 사랑해. 하지만···연인으로써는. 사랑한다고 할 수 없어. 못해."


그건 어떠한 의미로 당연한 것이다.


다른 세계라면 모를까. 지금 이 세계의 룰에 의하면.


자기 가족을, 자기 동생을.


사랑하여 연인이 되는 이야기는 극히 드무니까.


사랑한다면 용서할 수 있는 이야기는 여러가지지만.


이것만큼은 어떻게 할 수 없는 이야기다.


이 세계의 규칙으로써는.


딱히 이상한 일이 아니다.


오히려 당연한 일.


자기 동생을, 연인으로 삼는 건.


그런 일은.


수년을 소녀의 오빠로써 지낸 소년이 인정할 수 없을 터다.


그리고 그렇기 때문에 소녀는 분노한다.


자신의 사랑을 인정받지 못함에 분노하고, 자신을 거절하는 소년에 분노하며, 자신을 선택하지 않아주는 소년을 향해 외친다.


"알았어···알았다고···!"


"······."


"하지만···내가 이대로 포기할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지? 오빠는?"


소녀의 표정이 기괴하게 일그러진다.


환희? 열정?


아니.


그건.


절망의 반전으로 이루어진 일그러진 희망의 미소다.


"···나는 절대로···오빠를 놓지 않아. 누구에게도···그 누구에게도!! 넘겨주지 않아!!!"


그렇게 외친 소녀는.


자신을 거절한 소년을 향해.


검을 찔러넣었다.


신성력으로 만들어진.


적빛의 검은, 그보다도 진한 붉은 피를 머금고 흘러내리기 시작했다. 단숨에 심장을 관통한 검은 흔들리지 않은 채 더욱 힘을 주어 소년의 몸을 관통했다.


허나 그런 동생의 행동에도 소년은 아무런 말도 하지 않은 채, 작게 웃고 있을 뿐이었다.


이런 결말을.


이런 상황을.


소녀의 행동을 알고 있었으면서도 피하지 않았다.


"···마왕이···."


"나는 절대로 오빠를 넘겨주지 않을 거야. 절대로···!"


"용사에게 죽는 건, 당연한 일이야···."


"그러니까···. 나는 반드시."


"그러니···유린."


"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


비명이 터져나온다.


멀리서나마.


그 모습을 지켜보고 있던 또 다른 소녀는.


비명을.


분노를.


슬픔을.


혹은 그 모든 감정을 담아.


미쳐버릴 것만 같은 충격에, 비명을 내지른다.


"함께 하지 못해서···미안···해."


"이곳이 아니라면 다른 곳에서라도, 나는 오빠를 가지겠어."


"···마지막까지, 네 연인이 아니라 동생의 오빠로써 남아서···."


"아하하하하···."


소년을 찌른 검이 마침내 사라지고.


소년은 그 자리에서 무너져내린다.


그 몸을 뒤늦게 달려나가 붙잡는 소녀를 뒤로하고.


소년을 찔렀던 소녀가 싸늘한 표정으로 몸을 돌렸다.


"이전에 했던 약속. 거짓말은 아니겠지."


"당연하지. 네가 이쪽으로 와준다면, 우리는 그의 존재를 너에게 넘겨주겠어."


"좋아. 그쪽으로 가겠어. 약속을 어긴다면 그 세계 째로 지워줄테니까."


그런 소녀를 집어삼키는 새하얀 날개. 그리고 사라지는 소녀.


소년과 함께 남은 소녀는 죽어가는 소년의 모습에 이를 악물었다.


"이럴 걸···알고 있었어?"


"···나는···양이의···오빠니까."


"···자기 자신이 죽을 걸 알면서. 이렇게 될 줄 알았으면서···."


"······."


"울고 싶다. 그런데···눈물이 나오지 않아."


"미안해···."


죽어간다.


이젠 정말로 시간이 없다.


영혼마저 상처입히는 힘으로 만들어진 검이다. 치료는 불가능.


이대로 나눌 수 있는 대화는 단 한마디.


그리고 남은 소녀가 듣고 싶은 대답도 한마디면 충분했다.


"끝까지···나를 선택한 걸 후회하지 않아···?"


"절대로 후회하지 않아."


소녀의 물음에 소년은 단호히 대답한다.


마지막 미소를 지어보이며.


소년은 말을 이었다.


"끝에는 결국 그 녀석의 오빠였지만 나는···널 사랑한 걸 후회하지 않아. 네가 준 사랑만큼 되돌려주지 못한 건···조금 후회할지 몰라도."


"···바보. 정말 바보야 너는."


"···그러게···."


"그러니까 나도 결심했어."


"······."


"미···안···이제 네 목소리가···들리지···않아···."


"난 널 지킬 거야. 설령 널 배신하는 일이 되더라도···."


소녀는 말했다.


죽어가는 소년을 향해.


자신의 결심을. 각오를.


후회할 일을.


"내가 사랑하고, 날 사랑해준 널 죽인. 그 녀석을 난···절대로 용서하지 못해."


"······."


"그러니까. 지켜봐줘. 은하야."


소녀는.


눈을 감은 채, 작은 미소를 지은 채 죽어버린 소년의 뺨에 자신의 손을 올리며 말을 맺었다.


"내가 죽을 때까지."


다시금 시간이 흐르고.


장면이 바뀌고.


흐름이 뒤틀린다.


사랑하던 이의 죽음으로 인해 소녀는 여인이 되었다.


누군가와 사귀는 일도 없이.


누군가와 대화하는 일도 없이.


누군가와 함께하는 일도 없이.


홀로 자신의 능력을 수련하고, 한계를 넘고.


과거를 바꾸기 위해 철저히 계획을 세웠다.


이 세계와 가장 닮은 세계를 찾고 그 세계로 넘어갈 계획을.


그리고 그 세계에서.


자신의 연인이 죽어버린 결말을 바꾸기 위해서.


또한 복수를 위해서 소녀는 움직였다.


소녀가 알고 있는 가장 닮은 세계는 자신이 살던 세계의 과거다.


시간순으로 나뉘어진 세계를, 시간순으로 차례로 뛰어넘어 돌아간다.


그러나 문제가 되는 것이 있다면.


그건 세계의 규칙.


환상을 관리하는 조합에서는 허락하지 않을 일이지만.


이미 소녀의 행동에 제지를 할 수 있는 이들은 없었다.


세계를 넘어서.


과거로 돌아가.


소년의 죽음의 원인이 되는 소녀를 자신의 손으로 죽인다.


소녀는 복수와 함께, 자신의 목적을 이루기 위해 세계를 뛰어넘었다. 그런 소녀의 행동에 후회는 없었고, 모든 일이 실패로 돌아가더라도, 실패를 상정한 계획이 실행된다.


그리고 복수도, 계획도 실패해버린 상황 속에서.


실패를 상정한 계획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래."


지금까지 흘러가기만 했던 이야기가 멈춘다.


세계를 넘었던 여인은.


지금 눈 앞에서 자신의 과거를 바라보았다.


"처음부터 실패를 상정하고 움직인 계획이었어."


"···넌 나의 미래···인거야?"


"그렇다고도, 그렇지 않다고도 할 수 있어. 미래는 결정되어진 게 아니거든. 관측한 시점에서 결과로써 작용하지만. 반드시 결과가 정해져있는 건 아니니까."


"···하지만 당신은 분명 미래에서···."


"그래. 나는 너의 미래야. 미래에서 과거로 넘어온 망령이지. 그렇지만 이 세계의 미래가 나라는 보장은 없잖아?"


"······."


"네가 내가 된다는 보장이 없으니까. 나는 그 말을 전부 긍정할 수 없는 거지. 뭐, 이런 이야기를 할 생각이 아니었지만 말이지."


"···계획이 실패했을 경우를 상정한 계획."


"응. 그래. 맞아. 지금 내가 너와 대화를 하는 이유는 바로 그거야."


눈 앞의 여인은 자신의 과거를 향해 말했다.


"큰 변화가 없다면 이 세계의 미래는 방금 네가 본 대로 흘러가겠지. 하지만 내가 이 세계로 넘어오면서 확실하게 세계의 흐름에 변화가 생겼어. 그 이유는 알거라고 생각해."


"세계의 규칙···이지?"


"그래. 세계의 규칙. 그 중 하나를 이용한 거야. 기억, 경험, 능력 대부분이 지금 너에게 흘러갔을 거야. 이렇게 대화를 나누는 게 그 증거. 그게 가능한 건 세계의 규칙 중 하나가 작용했기 때문이지."


세계의 규칙.


익히 들어서 알고 있다.


그리고 그 중 하나는.


"'완전히 동일한 존재는 하나 이상 존재할 수 없다.'"


여기서 '동일한 존재'는 영혼을 의미했다.


살아온 시간만이 다를 뿐이라면.


영혼은 같을 수 밖에 없다.


"···나는 실패해 죽어버렸지만. 죽어버렸기 때문에. 나는 너에게 이 기억을, 이 경험을, 능력을 넘길 수 있었어."


"그것 역시 노림수···. 세계에 변화를 주어서. 다른 미래를 맞이하기 위해서?"


"그래. 실패할 가능성이 높다면 그에 대한 대책은 당연히 마련해야 했으니까."


여인은 그렇게 말하고서는 씁쓸히 웃었다.


"나는 실패했어. 그리고 너 역시 실패할 가능성이 있을테지."


"···그렇게 되게 하진 않을 거야."


"···나라면 응당 그렇게 대답해야지. 당연한 걸."


"응. 당연해."


과거의 소녀는 긍정했다.


"나는 은하가 좋으니까. 은하가 죽어버린다는 결말은 반드시 피해주겠어."


"하지만 혼자서는 무리야."


"혼자서는?"


여인은 웃으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나는 사라져버릴 너의 흔적. 그렇기에 조언할게. 진실을 보는 능력을 가진 그 아이에게 너를 보여주도록 해."


"그건···싫은데···."


자신을 보여주기 싫은 건, 숨기고 싶은 일을 제외하고서라도. 그 소녀는 소녀에게 있어서 라이벌이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미래에 소년이 죽는다는 결말을 떠올린 소녀는 한숨을 내쉬었다.


"확정된 미래가 아니라면. 바꾸겠어. 반드시."


"그 결심이 너를 나아가게 할거야···. 그러니. 은하를 잘 부탁할게. '나'."


"걱정하지 말라고. 은하는 내 꺼니까. 반드시 지켜낼 거야."


"응···. 부디."


그것을 마지막으로 대화는 이어지지 않았다.


어느세 여인의 모습을 한 미래는 사라지고 없었고 소녀는 몽상이자, 망상이자, 환상이자 현실이었던 곳에서부터 깨어났기 때문이다.


"이토록 선명한 꿈을, 꿈이라고 해야할련지."


소녀는.


아니 유린은.


창문에서 새어들어오는 빛을 바라보며 침대에서 일어났다.


"그러고보니···오늘은 그날이구나."


은하와 약속한 날.


놀러가기로 한 날의 이른 아침이었다.


작가의말



2권도 이것으로 끝이네요. 다음 가장 격렬하고 충격적인 3권. 시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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