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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로니스 님의 서재입니다.

별빛의 세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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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로나스
작품등록일 :
2018.05.21 12:07
최근연재일 :
2018.08.20 09:44
연재수 :
65 회
조회수 :
6,476
추천수 :
8
글자수 :
365,412

작성
18.08.08 2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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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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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6. 환상이 된다.

일상 액션 라이트노벨 시작합니다.




DUMMY

별빛의 세계

6. 환상이 된다.

by 마로나스









"유린을 너무 믿지 말라고 했었지."


나는 조용히 집을 향하는 길을 걸어가며 엘이 내게 했던 말들에 대해서 곰곰히 생각해보았다.


엘은 내 일상을 파괴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그녀의 말에는 어째서인지 진심이 느껴지지 않았다. 아니 진심이긴 한데 조금 이상한 느낌이었다.


미래에서 나를 죽이고, 과거로 돌아왔다는 사실과는 다르게 너무나도 평온했다. 비틀린 광기도 없었고, 지나칠 정도로 무거운 감정을 가지고 있지도 않았다.


마치 내가 들은 이야기가 전부 거짓말이라도 되는 것처럼.


하지만 미래에서 넘어온 유린이나 아지의 말이 거짓말일 수는 없었다. 이쪽에는 진실을 보는 능력을 가진 세연이 있으니까.


"···조금 자세히 알아볼 필요가 있겠지만···. 그전에."


나는 내 뒤를 쫓아오는 기척에 작은 한숨을 내쉬었다. 그리고 그대로 몸을 돌리자, 내 뒤를 졸졸 쫓아오던 이가 놀라 다급히 모습을 숨기려고 하지만, 그것보다도 빠르게 다가서서 그녀의 목덜미를 붙잡았다.


"굳이 그렇게 도망치듯 숨을 필요가 어디에 있니, 동생아."


"윽···."


내 뒤를 쫓아온 이가 누군지는 당연히 알고 있었다. 그저 들키고 싶지 않아하는 것 같아서 일부러 내버려두었을 뿐이다.


애초에 양이도, 나도.


서로의 위치를 언제든 알 수 있으니까 이렇게 은근슬쩍 뒤를 쫓아오는 걸 눈치채지 못하는 게 이상한 거겠지.


"그래서 열심히 수련 중이라고 생각했던 우리 동생이 왜 여기 있는 걸까?"


"수, 수련중이었어!"


그래. 수련중이었니?


나는 양이의 목덜미를 여전히 들은 채로 질문을 이었다.


"그런데 그게 왜 하필이면 하늘 공원일까? 내가 알기로는 우리 양이는 조합에서 준비한 훈련실에서 연습한다고 들었는데?"


"그, 그러게? 아하하···. 나도 참, 길을 좀 잃어버렸나봐."


길을 잃어서 조합이 아닌 하늘 공원까지 올 수 있다니.


그것 참 귀여운 변명이었다. 뭐, 동생을 딱히 혼낼 생각도 없었고 슬금슬금 뒤쫓아오는 게 귀여워서 내버려두었을 뿐이니까.


"그래서 어디까지 들었니."


하지만 그래도 물어볼 건 확실하게 물어보아야만 했다.


"···그게···."


말을 잊지 못하는 동생의 모습에 나는 목덜미를 잡고 있던 손을 놓았다. 그와 동시에 가벼운 소리와 함께 바닥에 착지한 동생은 볼을 부풀리며 말했다.


"난 고양이가 아닌데."


"고양이가 고양이가 아니라고하면 누가 고양인데?"


"···재미없어. 오빠."


"그렇지만 잘못은 네가 먼저했으니, 벌이라고 생각합시다?"


"윽···."


나는 그렇게 말하고선 동생의 머리를 조심스럽게 쓰다듬었다. 갈색 머리카락이 부드럽게 넘어가고, 흐트러진 머리카락을 겸사겸사 정리해주면서 나는 말했다.


"처음부터 다 들었을테니 묻는 건데, 너는 어떻게 생각해?"


"뭘 말이야?"


"유린을 믿지 말라는 천왕의 충고와···."


"진실과 사실은 다르다는 뜬 구름잡는 소리?"


이럴 때는 예리했다. 이름 그대로 고양이와도 같은 동물적인 직감인지는 몰라도 생각만 많은 나와는 달리, 동생은 여러가지 의미에서 나보다 나은 점이 많았다.


"그래. 그 부분이나 전반적으로 네가 본 천왕의 느낌은 어때?"


"그러네. 그에 대해서는 나 역시 할 말이 많다고 봐. 아 그리고 오빠는 당연히 내가 뒤쫓아온 걸 눈치챘을 테지만, 저쪽은 내가 이야기를 듣고 있단 걸 눈치채지 못할 정도로 기척을 숨기고 있었으니 들켰을 걱정은 하지 않아도 돼."


처음부터 엿들을 작정을 하고 뒤쫓아왔단 뜻이군. 내가 걱정된 것도 있겠지만 말이다. 나는 양이의 머리에 주먹을 쥐어 살짝 때리고선 말했다.


"으으. 동생에 대한 배려가 부족해! 정성도 부족해! 집사라면 좀 더 잘 해주셔야 한다냥!"


"네가 정말 고양이라도 되는 것 같이 말하는구나."


"한번 해봤어."


헤헷. 하고 웃어보이는 동생의 모습을 보며 나는 작게 웃어보였다.


정말로 귀여운 동생이지 않은가.


여동생은 정말이지. 최고야!!!


······.


···.


크흠. 조금 흥분하고 말았다.


"근데 오빠 그거 알아?"


"뭐?"


"일본에서는 고양이말투를 하면 귀여워보이지만, 한국에서 고양이말투를 하면 무섭다?"


"한번 해봐."


"이러면 됐냐?"


자, 잠깐만. 이건 무슨···?


"······."


"해보라고 해서 했는데 문제냐?"


"···아니 그건 아닌데···."


왠지 무섭다. 무섭기도하고, 방금 전까지만 해도 귀여웠던 동생이 지금은 완전 깡패나 양아치가 되어버린 느낌이었다. 동생은 귀여운 미소를 지어보였으나.


평소에는 귀엽게 느껴졌을 그 미소가 지금은 비웃는 것처럼 밖에 보이지 않았다.


"왜 무섭냐?"


"그런 건 아닌데···."


"그런 건 아니라는 게 어떤거냐?"


"그냥 본래 말투로 돌아와주세요···."


내 동생이 망가졌어···!!


"어어···"


"맞지? 무섭지?"


응. 엄청나게 무섭네. 하지만 그 이상으로 심장에 좋지 않은 영향이 갔다.


깡패나 양아치 말투로 말하는 동생도 귀여워! 속성에 눈에 뜰 뻔 했다. 뭐 반전 매력이라고나 할까. 물론 이건 비밀로 하도록 하자.


나는 침착함을 되찾고서는 그대로 걷던 걸음을 멈추고 섰다.


"응? 오빠?"


아직 겨울이 되긴 이르지만 쌀쌀한 날씨가 계속 되다보니 겨울에만 먹을 수 있는 특산품을 바로 옆에서 팔고 있었다.


"붕어빵, 팔고 있는데 어때?"


"먹을래!"


나는 환호서을 지르는 동생의 모습을 보며 붕어빵을 굽고 있는 아주머니에게 말했다.


"그런고로 1만원 어치만 주세요."


참고로 천원의 3마리다. 그게 1만원어치면 100마리···. 둘이 길을 걸으면서 먹기엔 지나치게 많은 량이 아닐까 싶지만, 양이의 식성을 생각하면 이 정도가 적당했다. 양이는 이렇게 먹어도 아침, 점심, 저녁배가 따로 있으니까 말이다.


"1만원어치? 둘이 먹을 거 아니니? 이렇게 많이 먹으면 집에 가서 밥을 못 먹을 텐데?"


"괜찮으니까 그냥 주세요. 저렇게 보여도 식성이 좋아서 분명 집에 도착하기도 전에 다먹을 거에요."


그런 나의 말에 아주머니가 양이를 의미심장하게 보다가 웃음을 터트렸다.


"하하하. 알겠어. 뭐 나야 많이 사주면 좋지."


그렇게 말하며 붕어빵을 굽는 손을 빠르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이미 만들어놓은 붕어빵이 20개 정도. 돈은 미리 냈기에, 나는 붕어빵을 하나 집어 동생의 입에 넣어주며 말했다.


"굉장히 오랜만에 먹지?"


"우웅!"


붕어빵을 입에 넣은 채 고개를 끄덕이며 긍정을 표하는 동생의 모습을 보며 나 역시 붕어빵 한마리를 집어 그 자리에서 먹기 시작했다.


그리고 30분도 지나지 않아 1만원어치의, 정확히는 100마리의 붕어빵은 순식간에 동생의 뱃속으로 사라지고 말았다.


그런 동생의 모습에 아주머니는 놀라면서도 웃어주었다.


"너무 많이 먹는 게 아닌가 싶었지만 정말로 다먹을 줄은 몰랐구나···."


"아하하···."


"자, 이건 서비스. 이번엔 정말로 걸어가면서 먹으렴."


"감사합니다."


몇 마리의 붕어빵을 더 넣어주시면서 하시는 말씀에 감사를 표하며 나는 봉지를 받아들었다. 동생은 입가에 묻은 팥들을 핥으면서 웃어보였다.


그게 또 귀여워서 나는 동생의 머리를 쓰다듬어버리고 말았다.


약간의 간식시간을 마치고 하늘 공원에서부터 집으로 향하는 버스를 바로타지 않은 채 나와 동생은 조금 더 주변의 길거리를 돌아다녔다.


어느 새 해는 기울어져가고 있었다. 점점 짧아지는 해의 주기를 가늠하며 나는 침묵하며 내 옆을 나란히 따라걷는 동생을 바라보았다.


"그래서 아까 물었던 이야기말인데."


"천왕에 대해 어떤 느낌이 들었냐고 물었었지."


하긴 바로 잊어버릴 만한 말도 아니었지. 그리고 지금의 상황에서 그녀의 말은 하나 같이 중요한 의미를 품고 있는 것 같기도 했고.


양이는 져물어가는 해를 향해 시선을 돌리고서는 입을 열었다.


"이건 오빠에게는 이상하게, 나쁜 말로 들릴 지도 몰라."


"······."


"하지만 그래도 나는 말하지 않으면 안될 것 같다고 생각했어."


"무엇을?"


"전생에 나는 오빠에게 길러졌으면서도, 결국 가족은 될 수 없었어. 오빠는 전생에 나를 구원해준 유일한 '인간'이었지만 동시에 마왕이었고, 나는 오빠에게 구원받은 목숨이었으면서도 결국 오빠를 향해 검을 든 용사였기에 우리들은 그런 처참한 결말을 맞이했어."


"그래서 나는 지금의 일상을, 지금처럼 오빠의 가족으로 있을 수 있는 지금을. 너무나도 행복하게 여기고 있어. 그리고 그렇기 때문에 아직은 이 일상을 손에서 놓고 싶지 않아. 아니, 이렇게 말하면 오해할테니까 확실하게 말할게."


양이는 해를 향해있던 시선을 나에게 돌리고서는 단호한 목소리로 말했다.


"오빠가 말하는 일상에는 나와 유린언니, 그리고 세연 등이 껴있는 일상일거야."


"···그래."


"하지만 내가 말하는 일상에는 유린언니나, 세연 등은 끼어있지 않아. 내 일상에 속한 건 오빠 뿐이야."


"······."


"사실 말하고 싶진 않았어. 오빠가 소중하게 여기는 일상이랑, 내가 소중하게 일상이 다르다는 것을. 하지만 지금이기에 말할 게. 나는 이기적이라도 나의 일상을 조금이라도 더 이어나가고 싶어. 오빠가 내 가족으로 남아있는 이 일상을."


"···그랬구나."


동생의 표정은 조금이지만 미안함이 담겨 있었다. 그러나 그 눈빛은 확고했다.


자신은 이기적이라도 좋으니까.


나와 함께하는 일상을 조금 더 이어나가고 싶다고 말이다.


그리고 동생의 일상에는 유린이나 세연 등이 포함되어있지 않았기에 이어진 동생의 말은 내게 더욱 큰 의미를 가지고 다가왔다.


"그래서일까. 그 천왕이 미래에서 와서 그런 건지는 모르겠지만. 나는 그 천왕의 말이 거짓이라고 생각하지 않아. 오히려 나 역시 생각하고 있던 것들인 걸."


"자세히 설명해줄래?"


"오빠는 오빠가 소중하게 여기는 지금의 일상에 이상하다고 느낀 적이 없어?"


"···이상하다는 건···."


"오빠와 나는 전생의 기억을 가지고 있어. 그 특이성은 결코 작지 않아. 그리고 전생부터 지금까지 특별함을 지닌 우리들은 기이할 정도로 운명의 실에 얽매였어. 오빠는 마왕으로써 살아왔기 때문에 잘 모르겠지만, 나는 그걸 잘 알아. 우리 같이 세계의 기둥이었던 자는, 세상을 멸망시킬 정도로 큰 힘을 가진 자는 기이한 운명에 얽매여있어."


"······."


"마치 강제적인 운명처럼. 혹은 잘짜여진 연극의 각본과도 같이. 응. 연극이라는 표현이 어울리네."


동생은 그렇게 말하다가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작가의말


---------------------
(결계의 바깥)
조합원 1 : ···자고 싶다. 매우 격렬하게 침대와 포근한 이불이 그립다···."

조합원 2 : 토끼 같은 며느리와 호랑이 같은 딸이 보고 싶어···.

조합원 3 : 너희들의 말에 태클 걸기도 힘들다···.

조합원 1 : 그래서···이 결계는 얼마나 더 유지해야하는 거야···.

조합원 3 : ···조합장이 나올 때까지?

조합원 1,2 : ···그러고보니 조합장···. 잠 못잔지 며칠째?

조합원 3 : 우리들보다 1주일은 더 못 잤을 걸···. 우리는 결계유지만 하면 되지만 저쪽은···. 쌓인 업무도 처리해야하잖아

조합원 1,2 :···아···.

조합원 4 : 돌아가면 나···. 고백할 거야.

조합원 1,2,3 : 플래그 새우지 마라. 이대로 야근으로 생을 마감하고 싶지 않아!

---------------------


@그럼 엘은 다른세계의 양이의 기억을 뺏어 자신에게 넣었다. 이런 짓을 한건가?
것보다...... 지금 단장님 야근 탈출 하려고 발악하는 건가?
- 열심히 발악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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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 4. 세계의 규칙 18.06.20 65 0 14쪽
39 4. 세계의 규칙 18.06.18 84 0 10쪽
38 4. 세계의 규칙 18.06.17 68 0 1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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