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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곰곰 님의 서재입니다.

연예계 싹쓸이 부활보다 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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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곰곰
작품등록일 :
2023.05.20 23:05
최근연재일 :
2023.07.18 22:29
연재수 :
36 회
조회수 :
5,784
추천수 :
325
글자수 :
176,239

작성
23.05.28 23:31
조회
206
추천
9
글자
10쪽

06. 타이머는 켜졌고 (2)

DUMMY

“요즘 기사로 자주 접하셨을 저희 멤버.”


장전,


“그 놈, 아주 나쁜놈입니다.”


조준-


“접근하면 바로 자리를 피하시고, 이미 엮이셨다면 빨리 끊어내세요.”


발사.


“당사자에게도 말하고 싶습니다.”


손바닥이 땀으로 가득 젖었다.


어차피 엎지른 물.

완벽하게 쏟자.


“인생 그렇게 살면 천벌받아. 사과는 스스로 해라.”


뺨에 와닿는 시선이 느껴진다.


대본에 없는 소릴 하고 있으니 혼나도 할 말 없다.


그저 이게 방송되길 바랄 뿐.


“그리고 부디 피해입힌 모두에게 사과하고 책임졌으면 좋겠습니다.”


허리를 깊게 숙여 사과했다.


“더이상 피해자가 생기지 않길 바랍니다.”


몸을 펴고 다시 한 번 고개 숙였다.


“또, 사적인 이야기로 시청자 여러분의 마음을 불편하게 해 죄송합니다.”


눈앞의 두 사람에게도 사과했다.


“돌발발언해서 죄송합니다.”


막상 저지르고나니 눈앞이 캄캄해졌다.


작정하고 온 거긴 한데···.


‘일단 선례가 있어서 저지르긴 했는데.’


위튜브 클립으로 본 적은 있어도 통으로 본 적은 없었다.


혹시 몰라 최근화 여러 편을 보고 왔다.


본 중에는 별 이야기가 다 있었다.


전세사기범에게 경고장 날리기.

계약금 먹튀한 전 소속사 사장 욕하기. 등등.


이야기 경중과 상관 없이 살아온 이야기면 뭐든 다 해도 괜찮다고 했는데···.


힐끗.

제작진 눈치는 나쁘지 않고.


“응? 아니, 괜찮아요. 그럴 수 있지.”


무례하다고 느낄 법도 한데, 선생님께선 내 등부터 두드려주신다.


조승호는 생수를 건넸다.


“물 마시고 진정해요.”


건네 받은 생수를 손에 쥐고 변명부터 했다.


“너무 답답한데 해결 방법이 안 보여서 그랬습니다.”

“나 같아도 그러지. 아이구, 표정 펴요. 나도 다 봤어. 그럴 수 있어.”


계속된 위로에 죄송하단 말만 나온다.


중간에 끊을 걸 그랬나.

조금 후회된다.


“피디님? 잠깐 끊었다 갈 수 있을까? 응. 태하씨? 고개 들어.”


고개를 드니 두 사람의 표정이 썩 나쁘지 않다.


“오죽하면 그랬나 싶어.”


조승호가 동조하듯 고개를 끄덕였다.


“우리야 이런 장면 하나쯤 있으면 시청률에 좋아.”


선생님은 내 손을 마주 잡고 말을 이었다.


“그런데 다시 한 번 생각해봐요. 아들 같아서 그래. 한 번 망가진 이미지 절대 안 돌아와.”


눈빛이 너무 따뜻해서, 순간 포기할까 생각도 들었다.


“건실한 청년이 나쁜놈 하나 잡겠다고 본인 앞길에 재 묻히면 어떡해.”


조승호도 내 곁에 바짝 다가와 말했다.


“그래요. 태하씨. 그 사람 오물이 태하씨한테 튈 수 있어요.”


모른 척 할 법도 한데.


오늘 처음 본 사람들이 날 더 걱정한다.


낯선 상황에 입 안이 쓰다.


어차피 상황은 이판사판이다.


물러서면, 그대로 끝난다.


“···너무 절박해서요. 이대로 묻히면, 아무도 막지 않으면, 계속 사고치고 다닐 테니까···. 다른 방법이 없어요.”


마주 쥔 손에 매달리듯 바싹 쥐고,


“제발 방영시켜 주세요. 어떤 이미지건 제가 감수할게요.”


어느 때보다 간절하게 말했다.


이후 촬영은 매끄럽게 진행됐다.


“-다음주에도 같이 먹어요.”

“목요일 밤엔, 일일식구~”


촬영이 무사히 끝났다.


마치고 나서 선생님께 식사 초대를 받았다.


“언제든지 따뜻한 밥 생각나면 연락해요.”


조승호도 연락처를 줬다.


“언제 술 한 잔 해요.”


이상한 일이었다.


“그렇게 불쌍해보였나?”


***


얼마전 조승호와 주고받은 문자를 보며 뒤통수를 긁적였다.


- 앞으로 형이라고 불러

- 힘든 일 있으면 얘기하고


학연지연혈연.

뭐 하나 겹치는 게 없는데도 조승호는 유난히 친절하다.


동생 같다나 뭐라나.


조승호는 나를 자신이 속한 축구팀에 끼워넣기까지 했다.


정말 이상한 일이다.


“그건 그렇고, 아, 일 분 남았다.”


귀퉁이에 걸린 타이틀 아래 타이머가 줄어든다.


곧 일일식구가 시작됐다.


처음엔 거의 장금이처럼 비춰졌다.


“손맛이 남다르네요. 감독님, 이거 간 한 번 봐봐요. 아주 딱이야.”


카메라 감독님이 엄지를 치켜드는 장면도 나왔다.


밥상이 차려지고, 내 이야기가 나오면서 분위기가 달라졌다.


건실한 청년.

어린 나이에 열심히 살아온.


자막이 열심히 포장해준다.


걱정과는 달리 인터뷰는 거의 그대로 방영되었다.


“예쁘게 포장해주셨네.”


화면 속 나는 피해자와 팬들, 팀만 생각하는 훌륭한 리더였다.


나 살자고 한 방송인데 너무 포장돼서 좀 민망할 지경이다.


‘정말 가수는 이름대로 가는 걸까.’


요근래 하도 폭탄발언을 많이 했더니, 문득 그런 생각이 든다.


피해는 딱 조문혁과 사장만 보면 좋을텐데.


‘그럴 리 없겠지.’


신경전이 길어지면 시청자의 피로도 쌓인다.


이 논란 때문에 섭외되는 건 앞으로 몇 번 안 남았을 거다.


어쩌면, 이게 마지막일 수도.


***


일일식구 방영 이튿날.


회사에서 연락이 왔다.


- 너 대체, 뭘 어떻게, 아니 이게 말이 돼?

“네?”

- 섭외 들어왔다. 다섯 개나.

“···네???”

- 자그만치 다섯 개나 들어왔다고! 요즘 사람들 미쳤냐? 아니 왜 남 욕하는 새낄 좋아하지???

“···.”


이 인간 눈엔 그게 그냥 앞담화로 보였나본데.


- 하. 진짜 이해가 안 가네. 야. 일단 네 메일로 보내뒀으니까 빨리 확인하고 전화해.

“네.”

- 아씨. 사장이 다 거절하라고 난리야. 빨리 해.

“? 네.”


내 욕 하던 거 아니었냐.


섭외 거절은 왜 안한 거지?


목록을 보는 순간 알 수 있었다.


“···이건 거절 못하지.”


속 깊은 얘길 한다하는 토크쇼는 대부분 목록에 올라있다.


탑스타만 나가는 프로 빼고, 전부 섭외 요청이 들어온 상태다.


‘예상 못한 수확인데···.’


그게 무슨 상관인가.


조문혁 팰 기회가 더 생겼는데.


시간대, 성향, 분위기.

하나하나 고려해 결정했다.


“형. 문자 했는데요. 그렇게 두 개 나가고 싶어서요.”

- 요즘 제일 잘나가는 놈들이네.

“시청률 잘 나오면 좋은 거죠.”


매니저는 잠시 대답이 없었다.


- 너 진짜 회사랑 등질 생각이냐?

“회사가 저흴 먼저 버렸는데요.”

- 이거 완전 꼴통이네. 아무튼. 이렇게 나가고 싶다 그거지.

“네.”

- 어. 알았다. X발. 일단 밀어볼 테니까 안돼도 난 몰라.


전화가 뚝 끊어졌다.


“밀어보겠단 소리네.”


거절할 거면 연락도 안 했을 거다.


둘 다는 무리여도 하나 정돈 나가게 될 것 같다.


‘걱정 하난 해결됐고.’


남은 걱정을 해소할 차례다.


일일식구 본방할 때, 습관적으로 반응을 찾아봤었다.


- 얜 아직도 저러고 다니네

- 지들끼리 싸우지 왜 방송까지 나와서 저래?


- 오죽 답답하면 저러겠냐 나 같음 이미 개팼어;

- 사과도 안 하는데 들어쳐먹겠음?


반응이 정확히 반반으로 나뉘었다.


하지만 일일식구는 본방 시청률보다, OTT와 위튜브에서 더 강세다.


‘별명이 밥친구였지.’


밥 먹을 때 보기 좋은 예능.


이런 프로는 본방 다음날부터 본격적인 반응을 볼 수 있다.


- 우리팀 병크는 병크가 아니엇음을,,,, (조문혁 만행 모음 캡쳐 첨부)

- ㅈㄴㅈㄴㅈㄴ불쌍하다 점심 개빨리먹었는대 서치하다 끝남 ㅅㅂ 나같아도 저격하겠음;

┕ ㅇㅇㅅㄱ 봣어?

┕ ㅇ.. 비계 ㄱ


조문혁을 욕하는 비중이 점점 늘었다.


[K돌 게시판 / 잡담]

[너네 일일식구 봄?]


나 원래 ㅇㅇㅅㄱ 걍 소소잼이라 봤거든

맛있는거 많이나와서 좋기도하고ㅇㅇ 대리만족?


근데요즘 불편한얘기 종종나와서 잘안보다가 최신화봤단 말임


쫌불편해서 체할까봐 걍 끄려다가

표정이 넘 그래서 어쩌다 다봐버렸는데


얼마전에 돌겟에서본 얘기같더라구

임신튀한 걔ㅇㅇ,,


찾아보는데 개빡치고,,

ㅌㅎ 점점신경쓰이는데,, 이거설마,,?


“나쁘지 않은데.”


아니.

오히려 괜찮은 편이다.


나에 대한 동정여론이 우세했다.


몇 번 더 방송을 타면 반대가 될 지도 모르겠지만.


미리 신경쓸 문젠 아니다.


- 야. 너 사장한테 죽을 준비해라. 너 땜에 나까지 까였다.


말과는 달리 두 프로그램 다 픽스됐다.


“죽기 전에 더 해야겠네요.”


나는 최선을 다해 조문혁을 깠다.


물론 녹화 내내 조문혁만 까는 멍청한 짓은 안했다.


MC가 요즘 힘든 일 있다면서요? 하고 신호를 주면.

그때부터 최선을 다했을 뿐이다.


그래서일까.


반응이 예상 못한 방향으로 흘러갔다.


- 얘 기존쎄 같지 (카메라 쳐다보는 태하 사진)

┕ ㅇㅇ ㅈㄴㅋㅋㅋㅋㅋㅋㅋㅋ 여태 어케 참음????

┕ (문혁 쳐다보는 태하 사진) 이거 삼년 전 사진인데 표정 자비 그잡채임ㅋㅋ,,, 참고로 저때도 말실수해서 팬들 사이에선 개같이 까임

┕ 보살이네.......


갑자기 삼년 전 사진이 밈화되어 짤로 쓰이기 시작했다.


- 아나과제하기시러팀플인데걍쨀까

┕ 우리 금쪽이 알아서 잘하자? (문혁 쳐다보는 태하 사진)


그 뒤로도 여러 예능에 나갔다.


모든 프로그램이 내게 호의적이진 않았다.


감정을 자극해서 심한 말을 유도하는 경우도 있었고.


“요즘 최고 화제의 인물인데, 기분이 어때요? 갑자기 확 유명해져서 막 들뜨고 그러나?”


그때마다 MC가 염효선 선생님이라고 상상하니 자연스럽게 행동할 수 있었다.


“하하. 앞으론 노래로 유명해지고 싶은 생각뿐입니다.”

“그렇지. 아이돌인 걸 내가 잊고 있었네?”

“안녕하십니까. 블랙밤 리더 태하입니다!”


하고 싶은 말은 다 했다.


매번 이게 마지막 방송이겠단 생각으로.


기회가 사라지고 나면 늘 후회가 남는다.


늘 겪었던 감정을 다시 겪고 싶진 않았다.


그리고.


띠리리릭---


반응이 왔다.


“야!!!!!!!! 너 미쳤냐?????”


작가의말

오늘도 감사합니다.

휴일이라고 신나게 먹어댔는데 배탈났습니다......역시 뭐든 적당히...

여러분은 평안한 휴일되시길 바랍니다.

다음화는 내일 올라옵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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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08. 범인을 찾아라 (2) +1 23.05.31 202 9 10쪽
7 07. 범인을 찾아라 (1) +2 23.05.29 214 9 13쪽
» 06. 타이머는 켜졌고 (2) +2 23.05.28 207 9 10쪽
5 05. 타이머는 켜졌고 (1) +2 23.05.26 224 9 14쪽
4 04. 시한폭탄 (3) +2 23.05.24 230 10 10쪽
3 03. 시한폭탄 (2) +2 23.05.22 237 11 11쪽
2 02. 시한폭탄 (1) +2 23.05.22 274 11 13쪽
1 01. 아이돌, 죽다. +9 23.05.20 456 11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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