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문곰곰 님의 서재입니다.

연예계 싹쓸이 부활보다 쉽다!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판타지

문곰곰
작품등록일 :
2023.05.20 23:05
최근연재일 :
2023.07.18 22:29
연재수 :
36 회
조회수 :
5,778
추천수 :
325
글자수 :
176,239

작성
23.05.24 22:11
조회
228
추천
10
글자
10쪽

04. 시한폭탄 (3)

DUMMY

“야!!! 넌, 너도 남자면서! 묶···으란 소리가 나오냐?! 무슨 그런 흉악한! 그게 무슨 해결책이야!”


···뭐래?


“묶어서 무릎 꿇리잔 건데요.”

“···어?”

“사과할 생각이었음 진작 했겠죠. 어차피 안할 거 강제로 시키자고요.”

“아···, 난 또···.”


매니저는 계속 다행이라고 중얼거렸다.


‘지금 중요한 건 그게 아닐텐데.’


혼자만의 세상에 빠진 매니저를 뒤로 하고 생각에 잠겼다.


어떡하면 조문혁을 깔끔하게, 확실히 정리할 수 있을까.


사과로는 해결 못한다.


친 사고가 몇 갠데.

석고대죄도 어림 없을 거다.


탈퇴로도 해결 안 된다.


그놈은 분명 또 사고를 칠 거고.

그때마다 ‘전 블랙밤 멤버 문혁이 사고를 쳤습니다’ 하고 언급될 거다.


···블랙밤이 그때까지 유지될 지는 모르겠지만.


‘재계약 할 지 나도 의문이긴 한데.’


공중분해 되면 원인의 팔 할은 조문혁 때문이라고 본다.


아무튼.

탈퇴도 별 효과 못 볼 거다.


점점 사고치는 텀이 짧아지고 있다.

어쩌면 곧 또 칠 지도 모른다.


그때는 연예면이 아니라 사회면에 뜰 수도 있고.


‘이참에 제대로 손절치는 게 나을 수도 있어.’

‘쓰레기는 빨리 버려야 냄새 안 배요.’


쓰레기를 처리하는 방법은 두 가지다.


태우거나.

묻거나.


···매장시킬 수 있을까.


블랙밤에서 뚝 떼내 처리할 방법이 분명, 있을텐데.


고민만 깊어졌다.


***


블랙밤이 이렇게 자주 언급된 적이 있던가?

아마 데뷔 이래 지금이 가장 핫할 거다.


끝없이 쏟아지는 글 속에서 조문혁만큼 자주 언급되는 멤버가 하나 더 있다.

바로 나, 계하태다.


[ㅇㄹㄷ 예고편본사람??? 태하머임? 저래도됨..?]

[돌직구쩐다 방송에서 저격하는거 첨봄ㅋㅋㅋ]


저건 좀 아니지 않냐 하는 사람들과,


[오ㅏㅏ 근데 방송에서 저격할만해,,,]

[쟤 아직도 은퇴안한거 실화냐 쟤네팬들 비위도 좋타....]


그럴만 하다는 사람들,


[제발 정신차리라는 친구 이사람 맞지????? (문혁 논란 뉴스 링크) 댑악.. 어케 아직도 연옌임? 퇴출안해?]

[니들 이거봄? 인성터진 ㅈㅁㅎ 모음집 (링크)]


온갖 반응이 뒤섞여 시끄러웠다.


이 상황에서 즐거운 건 <우리들> 제작진 뿐이다.


제작진은 내 발언을 나노 단위로 쪼개가며 세 가지 버전의 예고편을 만들었다.


셋 다 예고편답지 않게 조회수가 쭉쭉 오르고 있다.

숏츠용 버전은 조회수 60만회를 달성했다고 한다.


이러다 금방 백만뷰 찍을지도 모르겠다.


‘화제성 하난 대단하네.’


예고편 공개 직전.

기가 막힌 타이밍에 사고를 3연타로 쳐버리니 제작진은 얼마나 신날까.


그래서일까.

덜어낼 것 같던 분량까지 전부 살려 편집으로 이어붙여놨다.


삐-처리를 하고,

눈으로 욕하는 얼굴을 담고,

테이블 아래 꽉 쥔 주먹도 한 컷 들어갔다.


이렇게 보면 내가 미친X 같은데, 편집본 마지막에 반전이 들어가 의문을 폭발시킨다.


세 버전 전부 다, 지연오로 끝났다.

“멋있어요.” 라며 엄지를 치켜들고 웃는 얼굴로.


[여노 웃는 걸 뒤에 왜 넣어? 악편 미쳤나]

[어그로 심하네; 딴 얘기 리액션 따다 여기다 붙여버린다고?]


분노한 제로스 팬분들과,


[본방보고 게시판 털러가도 안 늦음]

[ㅇㅇ막상보면 별거아닐걸ㅋㅋㅋ... 열받긴한데 참는다 극성이라고 ㅈㄹ할까봐]

[욕쳐먹을거 뻔히아는데 일부러 저럴리가^^ 백퍼ㅂㄹㅂ쪽이 어그로]


일단 가만히 있겠단 반응까지 섞이며-

우리는 현재 가장 뜨거운 감자다.


연예계에 관심 좀 있다 하는 사람들 대부분 <블랙밤 문혁>을 알게 됐을 거다.

포털 뉴스 연예면 첫 페이지에서 내려갈 생각을 안 하니까.


때문에 우리 팀 전체가 곤란해졌다.


***


오랜만에 불려온 사장실은 여전히 번쩍거린다.


“야 이 새끼야. 어쩔 꺼야? 어? 대답해봐!!! 입 붙었냐? 말 안 해?!?!”


사장이 이마에 핏대를 세우고 소리쳤다.


“···제가 왜 혼나야 합니까? 사고친 건 조문혁인데요.”


평소 같으면 주의하겠습니다, 하고 입 다물고 있었는데···

오늘은 안 되겠다.


“너 이 새끼 그걸 지금 말이라고 해!!!!!”


자리를 박찬 사장이 검지를 치켜세웠다.


“틀린 말도 아닌데요. 팬 욕하고, 선물 이용해먹고, 결혼 핑계로 지 팬한테 손댄 게 누군데요?”

“이거, 너 이게!!!”


삿대질하던 손가락이 내 가슴팍을 콱 찔렀다.


“사고친 건 조문혁인데 왜 절 혼냅니까?”


말하다보니 목소리에 점점 감정이 실렸다.


사장이 꽥꽥 소리지르며 감싸는 게 진짜 조문혁이라고?

이 상황에서?


블랙밤 TNT 소속이잖아.

망해도 타격없다 이거야?


“니가 리더잖아! 리더라는 새끼가 멤버를 방송에서 공개적으로 망신을 줘?!!!”


망신당하고 싶어서 안달난 놈이잖아.


“같은 팀이라고 이미 망신당할 만큼 당했는데요. 왜요. 사돈의 조카가 그렇게 소중하세요?”

“너!!!!!!! 이, 이!!!!!!!!”

“조문혁은 그렇게 사고쳐놓고 코빼기도 안 비치네요. 블랙밤 이미지 박살낸 것도 조문혁, 회사 이미지에 먹칠한 것도 조ㅁ···!”


쾅!

사장의 크리스털 재떨이가 내 볼을 스치고 지나가 벽에 부딪혀 박살났다.


“꼴도 보기 싫어!!!!! 당장 나가!!!!!!!!!!!!!”

“4인조도 괜찮으니까 조문혁이나 치워주세요.”


명패를 집어드는 사장을 매니저가 온몸으로 막아섰다.


“사장님 쟤 섭외 들어왔어요. 얼굴에 상처나면 큰일나요!!!”


사장의 터질듯 달아오른 얼굴을 똑바로 마주하고 사장실을 빠져나왔다.


귀 밑 쪽에서 뭐가 흐르는 느낌이 난다.

손 끝으로 문질러보니 피다.


“용케 얼굴은 안 긁혔네.”


산산조각난 재떨이 파편이 스쳤나보다.

흘러내린 피가 셔츠 목깃을 적셨다.


데뷔에 목말라 성급하게 선택했던 건 아닐까.


‘아니야.’


그때 데뷔 못했으면 십년을 그냥 버리게 됐을 거다.


부정적인 생각을 털어내려 고개를 흔들었다.


분명 이 모든 원인은 조문혁인데···.


왜··· 나만 초라해지는 것 같냐.


***


<우리들> 본방송날.


방영 하루전부터 SNS에서 심심찮게 언급되던 <우리들>은 당일이 되며 버즈량이 폭증했다.


[태리다가 보살이지.. 조ㅈㄹ 봐넘긴게 한두번임?? 달래다 지친거갖고 저격소리하는것들 니들이 조ㅈㄹ데리고 하루만잇어봐라;]

[우리 애는 잘못이 업읍니다... 우리애 소년가장이에오... 잘못은 저 새끼가 햇어오... (기사 캡쳐사진)]


이와중에 내 쉴드에 여념없는 팬들이 보인다.


‘고생만 하게 만들고···.’


덕질할 대상 한 번 잘못 고른 댓가가 너무 큰 거 아닌가.


마음이 울렁거린다.


[TNT엔터 블랑이네 소속사 아님??? 저기 일 왜 저렇게 함? 블랑이덜 케어 잘한다고 칭찬들었던거 같은데.. 저 정도로 문제있음 퇴출시키던가]

[팬덤이 한줌단이라 탈퇴하라고 압박해도 안 먹히는 것 뿐임,,, 우리도 쟤 싫어,,,]


반응을 계속 살피며 섭외 제안이 들어온 프로그램들을 살폈다.


죄다 조문혁에 대한 후속 반응을 따고 싶어 연락온 것들이다.


팬들과 팀 유지를 생각하면 거절하는게 맞다.

그런데···.


“사장이 끝까지 조문혁만 감쌀 것 같아서 문제지.”


방송에서 은근히 등 떠밀어 봤지만 소용없었다.


이게 다 믿을 구석이 있어서다.

이년 전 데뷔한 소속사 후배 그룹이 요즘 잘 나가거든.


블랑블룸.

아이돌 오디션에서 3등한 멤버가 센터인 5인조 여자 아이돌이다.


데뷔 때부터 제법 입소문을 타서 코어팬을 끌어모으더니 최근 발매한 미니 1집이 음원차트 정상을 찍었다.


오래 머무르진 못했지만 사장이 처음 보는 일등에 꽤 흥분한 모양이었다.

회사에서도 기대 이상의 성적에 모든 지원을 몰아줬다.


“우리 앨범은 자꾸 밀리는 중이고···.”


이 상태면 재계약도 안 할 것 같은데.


애지중지하는 신인팀이 있는데 성적도 안 나오는 우리를 끌고 갈 리 없다.


연차만 찼지 내세울만한 성적이 없는, 멤버 중 넷이 미필인 남돌이라.


오죽하면 그렇게 아끼는 조문혁도 블랑블룸 때문에 사장한테 맞았단다.


연습실 복도에서 센터한테 잠깐 치근덕거리는 걸 목격한 사장이 그대로 조문혁을 뒤통수를 갈겼다던가.


서슬퍼런 눈에 조문혁이 성질 한 번 못 부리고 물러났다는 얘길 들었다.


‘이대로면 해체는 시간 문제다.’


조문혁의 다음 커리어를 위해서라도 사장이 해체 전 마지막 앨범 하나는 내줄 수도 있겠다- 생각한 건 한 달 전의 일이다.


불붙은 폭탄을 위해 손해를 감수하며 팔리지도 않을 앨범을 내줄 회사는 어디에도 없겠지.


나도 이제 노선을 정해야만 한다.


남은 멤버들과 다른 소속사를 찾거나.

혼자 다른 기획사를 찾거나.


보컬 트레이너가 되거나.

아예 다른 직업을 찾거나.


혹은 이번 기회에 회사가 달리 생각하도록 만들거나.


연예계 은퇴는, 내가 원하는 삶은 아니다.

무대에서 춤추고 노래하는 게 내 꿈이니까.


적어도 이 바닥에 남아있어야 기회가 생기지 않을까?


“하자.”


일단 조문혁을 치워버리자.


누가 화제거리로 쓸 생각도 못할 정도로 완벽하게.

다시는 얼굴 비출 생각도 안 들게.


확실히 묻어야 한다.


지금의 조문혁은 불 붙은 장작 그 자체다.

다른 논란으로 덮기엔 너무 눈에 띈다.


인터넷이 사라지지 않는 이상 사고 흔적은 유령처럼 떠돌테고.


방법은 하나다.


아예 부각시켜 버리는 것.


조문혁은 유명해지는 게 꿈이라고 입버릇처럼 말했다.

그간의 정을 생각해서 그 꿈을 이루어줄 생각이다


영원히 회자되도록.


그러려면 내 이미지를 너무 나쁘게 가져가지 않으면서 적당히 캐릭터를 잡아줄 프로그램이 필요하다.


면면히 살피다보니 시간이 훌쩍 지나있었다.


“···괜찮은 선택인가?”


고른 프로그램을 띄워두고 한참을 고민했다.


여태까지 내 선택은 나를 좋은 방향으로 데려간 적이 없다.

···이번에도 그럴거라고 지레짐작할 필요는 없지.


부디 이 선택이 괜찮은 선택이길 나는 기도했다.


작가의말

오늘도 감사합니다.

버스를 반대로 타서(...) 막 집에 도착해 정신없이 편집했습니다..

혹시 오타가 있다면 지적 부탁드립니다. 저도 다시 한 번 살펴야겠습니다...

십 분이나 늦었으니 다음화 분량을 훨씬 많이 가져오겠습니다.

오늘 원래 두 편을 올리려고 했는데 문장이 끝내 안 풀리는 부분이 있어 금요일에 마저 가져오겠습니다.

부디 재밌으셨음 합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2

  • 작성자
    Lv.6 말랑오리
    작성일
    23.05.29 23:18
    No. 1

    아... 보통 남돌은 팬덤싸움이고 여돌은 음원싸움인데 여긴 여돌이 둘다되면 차라리 가능성 있긴 하네... 팬들도 보통 저러면 논란 커진다고 하태 팀저격 싫어하는 반응 나오는데 어지간히 조문혁이 노답인듯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99 OLDBOY
    작성일
    23.06.23 21:23
    No. 2

    잘 봤습니다.

    찬성: 0 | 반대: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연예계 싹쓸이 부활보다 쉽다!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8 08. 범인을 찾아라 (2) +1 23.05.31 202 9 10쪽
7 07. 범인을 찾아라 (1) +2 23.05.29 214 9 13쪽
6 06. 타이머는 켜졌고 (2) +2 23.05.28 206 9 10쪽
5 05. 타이머는 켜졌고 (1) +2 23.05.26 223 9 14쪽
» 04. 시한폭탄 (3) +2 23.05.24 229 10 10쪽
3 03. 시한폭탄 (2) +2 23.05.22 235 11 11쪽
2 02. 시한폭탄 (1) +2 23.05.22 274 11 13쪽
1 01. 아이돌, 죽다. +9 23.05.20 455 11 12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