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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킥 이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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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미나스
작품등록일 :
2018.10.30 2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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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4.14 18: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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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12.28 09: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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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계행성

DUMMY

고블린 무리가 그레이트 머스탱의 동태를 살피며 서서히 포위망을 좁혀왔다. 숫자는 대략 백 마리였다. 일부가 도망간 시민들을 쫓았지만 헛수고였다. 강렬하게 불꽃이 출구를 막아 전진하는 것이 불가능했다.


그레이트 머스탱이 보기에 놈들은 겁먹은 것 같다. 침략은 했지만 이렇게 강적을 만날 줄은 몰랐나 보다. 그렇다면 요리하는 것은 숙은 죽 먹기다. 일단 실험대 위에 올릴 적당한 고블린을 물색하는데 우두머리로 보이는 녀석이 없다. 분명 무리가 있으면 진두지휘하는 보스가 있을 법도 한데 허름한 팬티차림의 평범한 놈뿐이다.


몇 번 좌우로 훑어보다 일단 가까운 녀석부터 잡아 패기로 했다.


그런데 이놈들이 슬슬 도망 다닌다. 상위 포식자로 인식했는지 조금 전처럼 덤벼들지 않는다. 아마도 동료들이 픽픽 쓰러지는 것을 보고 절실히 깨달은 것 같다.


‘에잇 귀찮게 요리조리 잘도 피해 다니네.’


체술로 처리하려고 했던 당초의 계획을 바꿔 크게 한 방으로 가기로 한다.


“메테오 썬더 딥입팩트.”


필살기가 한층 업그레이드되어 굵직한 번개가 혜성 안을 가득 채웠다. 고블린 무리는 비명 한번 못 지르고 바닥에 드러누웠다.


혜성 안을 완전히 정리한 그레이트 머스탱이 자리에 앉아 뭔가 골똘히 생각한다. 그러다가 고블린 한 마리를 질질 끌고 와 자기 앞에 놓았다. 해부하려는 모양이다. 그는 자신의 손에 흐르는 전하를 움직여 빠른 속도로 손 주변의 공기를 진동시켰다. 귀가 멍하게 울릴만한 초음파 소리가 들리며 손끝에 공기로 된 커터칼을 생성시켰다.


한참 고민한 것이 해부용 절삭공구를 해결하기 위한 방도를 모색한 것이었다. 이 기술은 단순해 보이지만 전하의 떨림을 극한까지 올려 유지해야 하는 고난도 기술이다.


그레이트 머스탱의 이마에 근방 땀이 맺혔다. 그는 피가 튀지 않도록 전하 방벽을 적당히 두르고 재빨리 고블린의 배를 갈라봤다. 충격이었다. 사람과 구조가 전혀 달랐다. 몸속에 조그마한 돌이 있는데 몸 구석구석으로 전해지는 신경이 모두 이곳에 집중돼있었다. 특히 숨을 들이쉬는 폐나 소화기관이 있어도 그 돌을 감싸고 있었다. 다만 심장으로 생각되는 기관이 없었다. 뼈나 피부 근육은 확실히 사람보다 더 발달돼있었다. 뇌는 전두엽 같은 부위보다 시상하부가 더 도드라져있다. 한마디로 원시적이었다.


‘역시 외계인은 다른 것 같군. 하지만 전체적인 그림을 볼 때 지적인 문명인이 아니라 짐승에 더 가까운 것 같군.’


그레이트 머스탱은 중심에 있는 돌을 떼어내 봤다. 마치 잘 가공된 석영처럼 생겼다. 그런데 이 돌 같은 것에서 특별한 에너지가 느껴졌다. 마치 생명력 같았다.


해부를 마무리하고 물결치는 빛의 문을 본다. 사람들을 그냥 밀어 넣는 것을 봐서는 저 너머에 어쩌면 지구와 비슷한 환경의 행성이 기다리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더군다나 이기찬이라는 꼬맹이도 찾아야 했다. 우리에 갇혀있던 사람 중에 어린아이로 보이는 사람은 없었다. 어쩌면 저 빛의 너머로 보내졌을지도.


그레이트 머스탱은 잠깐의 고민을 마치고 자리에서 털고 일어났다. 그리고 적들의 침략 루트 앞에 서서 아무런 망설임도 없이 빛 너머로 발을 옮겼다.


빛의 너머에서 만난 세상은 놀라웠다. 지구랑 비슷한 광경이었다. 푸른 하늘에 갈대가 흔들리는 평원. 좀 다른 게 있다면 갈대가 자신의 키를 훌쩍 넘어 대나무처럼 서있다. 그것만 아니라 뭐든 지구의 것보다 컸다.


심장이 쿵쾅거린다. 인류 역사상 가장 위대한 발견이 아닌가? 많은 천문학자가 또 다른 지구를 찾기 위해 무단한 노력을 기울였다. 그런 것이 지금 너무도 쉽게 눈앞에 펼쳐져 있다. 매드 사이언트스트인 그레이트 머스탱이기에 잘 알 것이다.


일단 지금 이러고 있을 때가 아니다. 이기찬이라는 꼬맹이를 찾으러 왔다. 자신의 머리를 툭툭 치며 정면을 주시했다. 조금 전 처치한 고블린 무리의 열 배정도 되는 더 많은 고블린 무리가 자신을 보고 있었다.


고블린 한 마리가 와서 그레이트 머스탱의 옆구리를 툭툭 치더니 뭔가를 건넸다. 기다란 나무 손잡이가 달린 농기구 같았다. 그것을 받아들자 고블린은 한곳을 가리킨다. 거기에는 사람들이 열심히 밭을 갈고 있었다. 조금 전 잡혀 왔는지 지구에서 생활하던 복장 그대로였다.


이 고블린의 행동으로 봐서는 농사일하라는 식의 압박인 것 같다. 한마디로 노예 취급이었다.


지금 그레이트 머스탱이 서있는 곳은 나무를 얼기설기 엮어 건설한 고블린 군체 같다. 모양새는 얼핏 요새 같고 규모도 크다. 좀 조잡해서 탈이지만 말이다.


문제는 이 고블린들이 열심히 하늘에 제사를 올리고 있었다. 그레이트 머스탱이 서있는 게이트 방향을 향해서 연신 의식을 올린다. 가만히 보니 게이트 주위로 장식이 돼있다. 이 외계인들이 숭상하는 신이라도 되는 건지 꼭대기에는 묘한 조각상도 있다. 우락부락한 고블린 외계인 같다.


고블린의 의식을 보니 옛날에 사람들이 전쟁터로 나가기 전 승리하게 해달라고 천지신명께 비는 딱 그 모습이다. 그리고 제사를 올리고 있는 저 고블린에게서 감이 온다. 치렁치렁 걸치고 있는 모습이 분명 우두머리일 것이다. 꼭 고블린 주술사 같은 이미지다.

그레이트 머스탱은 바로 실행에 옮겼다. 그는 자신을 잡아끄는 고블린들을 무시하고 곧장 두목 같은 고블린에게 다가갔다. 그리고 쭈그려 앉아 있는 그 고블린의 머리를 발로 밟아 제사상에 처박았다.


효과가 있다. 고블린 놈들이 눈이 뒤집혀 그레이트 머스탱에 달려들었다. 하지만 이미 발밑에는 잔뜩 움츠린 전하의 무리가 요동치고 있다. 필살기였다. 초능력은 이 세상에도 통하는 것 같다. 전하의 무리가 아름답게 움직였다.


필살기로 일단 고블린의 머릿수를 줄였다. 작열하는 번개에 이미 바닥에 엎어져 있다. 그레이트 머스탱의 일격을 보더니 주춤하여 고블린 끼리 숙덕거린다. ‘기릭기기긱’ 거리는 소리를 내는데 전혀 알아들을 수 없다.


한참 밭을 갈고 있던 지구인들이 그 광경을 보고 환호성을 내지르다 지키고 있던 고블린들에게 두들겨 맞는다. 아직 까지는 고블린 수중이었다.


그레이트 머스탱이 본격적으로 전투에 돌입하기 위해 나서려는데 전하의 움직임에 특이점이 생겼다. 황급히 뒤로 돌아봤다. 조금 전 자신의 발에 밟혔던 고블린이었다. 그 주변으로 특정한 움직임을 보이는 저하의 무리, 놈은 초능력 외계인이었다.


초능력을 구사하는 고블린이 쥐고 있던 지팡이를 높이 들어 휘휘 흔들자 전하의 무리가 광범위하게 응답했다. 그리고 주위의 모든 고블린에게 전하 방벽이 생겼다. 이내 그 고블린을 중심으로 고블린들이 전열을 가다듬는다.


판타지에 보면 고블린을 통솔하는 고블린 왕이라는 존재가 있다. 딱 그놈 같다.

고블린 무리와 맞서는 소년이 살벌한 미소를 보이며 말한다. 적들이 알아듣지는 못하겠지만 그 웃음을 봐서 분위기는 충분히 감지할 것이다.


“야! 다 덤벼 이 벌거숭이들아!”


초능력 고블린 때문인지 싸움의 양상이 조금 변했다. 다른 고블린에게 버프라도 걸어준 것처럼 맷집, 위력 스피드 같은 것이 대폭 상승했다. 그렇다고 어려운 상대는 아니었다. 그저 한 대 때릴 것을 두 대 더 때리는 수준이었다.


그레이트 머스탱이 마음껏 날뛰었다. 간간이 체술을 섞어 터트리는 폭발이 그를 조금 더 돋보이게 했다. 분명한 것은 성장했다는 것이다. 예전에는 그저 폭발만 일으킬 줄 알았지 지금처럼 미적인 감각은 없었다.


싸움은 어느덧 막바지에 도달했다. 그레이트 머스탱의 이마에 땀이 송글송글 맺혔다. 어려운 것은 아니지만 역시 숫자가 많으니 그만큼 집중력과 체력을 소비했기 때문이다. 그가 고블린 왕을 노려본다. 일단 저놈은 무조건 생포해야 한다. 노려보는 것을 아는지 고블린 왕이 흠칫하는 것 같다.


그레이트 머스탱이 몇 남지 않은 고블린을 단번에 쓰러트리고 고블린 왕의 목을 붙들었다.


그리고 눈을 쏘아보며 말했다.


“나를 상대로 도망치지 않고 맞서 싸운 것은 칭찬하마.”


그레이트 머스탱은 고블린을 해부해봤기에 알고 있다. 고블린 왕의 신경계를 통해 뇌에 수면을 유도하는 파장을 불어 넣었다. 시상하부의 형태가 인간의 것과 유사했기에 가능하리라 봤다. 역시 예상대로 고블린이 수면에 빠졌다.


마지막 고블린이 풀썩 쓰러지는 것을 보고 멀찌감치서 구경하고 있던 지구인들이 몰려와서 그레이트 머스탱을 헹가래 치며 외쳤다.


“용사님 만세!”


꼼짝없이 노예 취급받다가 해방되니 몹시도 기뻤을 것이다.


한편 그레이트 머스탱은 고블린을 해부하고 얻은 그 돌이 신경 쓰였다. 생명의 에너지가 감지되는 것이 지나치기에는 아까웠다. 그래서 사람들을 시켜 자신이 잡은 고블린을 게이트 너머 혜성 안으로 옮기도록 지시했다. 생명의 은인이 되니 고분고분 말도 잘 들었다.


고블린을 다 옮길 동안 그레이트 머스탱은 군체를 여기저기 살폈다. 일련의 사태와 관련한 어떤 단서를 찾기 위해서였다. 소년은 전하의 움직임과 형태를 주시하며 여기저기 둘러보다 중앙에서 높다랗게 쌓아 올린 주거형 탑과 마주쳤다. 느낌이 왔다.


총 3층으로 구성된 탑의 내부에는 놀랍게도 빼곡하게 벽화가 그려져 있었다. 꼭 뭔가를 알리려는 듯 일련의 묘사가 일관성이 있었다.


그레이트 머스탱이 3층에 올랐을 때 놀라운 그림을 보게 된다. 분명 고블린 과는 다르게 생긴 무언가가 한 쌍의 빛나는 문을 넘겨주는 그림이었다. 새빨간 눈에 검은 몸, 날개와 꼬리, 이마의 뿔이 흡사 신화에 나오는 데몬과 비슷했다.


한참 그것을 보다 소년은 낮게 중얼거렸다.


“이럴 수가, 악마의 자식인가? 그것치고는 또 너무 리얼하군.”


그레이트 머스탱은 스마트폰으로 벽화를 사직으로 찍었다.


그런데 3층 중앙의 불룩 솟은 것은 무엇일까? 꼭 공룡 알 같은데 틈이 있는 것을 보니 뚜껑이 덥혀 있는 것 같다. 뚜껑을 까보니 안에는 특이한 물건이 있었다. 책이었다. 책을 펴보니 난감했다. 글자도 아니고 검은 선과 점으로 빼곡하게 채워져 있었다. 일단 챙겼다. 뭔지 모르지만 이렇게 애지중지 보관한 것을 보니 분명 의미 있는 물건일 것이다.

그레이트 머스탱은 게이트 앞으로 발을 옮겼다. 그곳에는 사람들이 소년을 기다리고 있었다. 마침 또 이기찬이라는 아이가 생각나 모여있는 사람들에게 물었다.


“혹시 이기찬이라고 여기 있습니까?”


그의 말에 초등학교 6학년 정도 되어 보이는 남자아이가 앞으로 나왔다.


“제가 이기찬인데요.”


“아 그러냐? 네 엄마가 널 기다리고 있어 갈 때 나랑 같이 가야 해.”


그레이트 머스탱과 사람들이 외계행성에서 무사히 돌아왔다. 노획한 고블린은 혜성 안에 그대로 뒀다. 어차피 가져갈 사람도 없으리라 생각됐다.


도움을 구했던 여성과 만난 곳으로 이동하니 약속대로 여성은 그곳에 있었다. 이기찬이 자신의 엄마를 보더니 눈물을 쏟으며 달려갔다. 모자의 뜨거운 상봉이었다. 여성은 감사하다고 연신 머리를 숙였다.


그레이트 머스탱은 두 모자를 쿨하게 뒤로 하고 사이드X 본부로 향했다. 가는 길에 스마트폰을 들여다보니 17시 32분이었다. 꽤 시간이 지나 있었다.


그나저나 통신망이 언제 회복되려나? 스마트폰의 안테나가 아직도 사망상태다. 한서희와 유소라가 걱정되는데, 참 갑갑하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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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 진격의 사이드X 18.12.14 47 0 12쪽
24 김철중 앞으로 나서다 18.12.07 45 0 12쪽
23 위기 일발 18.12.01 37 0 11쪽
22 세계평화를 위해 18.11.30 33 0 12쪽
21 사이드X 엔터테인먼트 18.11.27 52 0 12쪽
20 승리의 축배 18.11.26 63 0 12쪽
19 지옥의 왕 18.11.24 44 0 11쪽
18 노숙자의 한숨 18.11.23 47 0 12쪽
17 어느 노숙자의 반란 18.11.20 46 0 11쪽
16 결국 털렸다! 18.11.19 54 0 11쪽
15 악마의 자식들! 18.11.17 49 0 11쪽
14 작전명 악마 나무 베기! 18.11.16 59 0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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