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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미나스 님의 서재입니다.

사이킥 이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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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미나스
작품등록일 :
2018.10.30 21:27
최근연재일 :
2019.04.14 18: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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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6,7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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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11.19 12: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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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결국 털렸다!

DUMMY

김창렬이 탈의실에서 한참 웨이터 복장을 차려입고 있다. 바짝 세운 옷깃과 윤기가 흐르는 검은 구두, 이제 그에게 있어 웨이터 복장은 긍지와 자부심이다.


그가 거울을 보면서 옷매무새를 점검한다. 수염도 말끔히 깎았고 몇 분 전 얼굴에 덮은 마스크팩도 걷어낸다. 거울에 비친 광택이 흐르는 자신의 얼굴을 보면서 만족했는지 썩소를 지어본다. 겸사겸사 향수도 분무질한다.


옆에서 한참 보고 있던 안위준이 질린다는 표정으로 말한다.


“선배 요즘 하는 행동이 비호감이에요.”


김찰렬은 힘껏 느끼한 미소를 안위준에게 보이며 답했다.


“위준아 넌 영웅으로서의 자각이 없는 것 같군. 이제 만인의 영웅이 되어 주목받는데 옷차림이 그래서야 되겠니?”


초능력을 얻고 세계평화도 구하고 안기부로 출세까지 거기다 틈날 때마다 강아지처럼 뛰어와 도움을 요청하는 이길조를 보면서 그의 머릿속에는 영웅병이라는 희귀정신병이 자리 잡은 듯하다.


김창렬은 인스턴트커피를 정성스럽게 말아서 은쟁반 위에 올린다. 그리고 요염하게 쟁반을 들더니 새로 익힌 모델 워킹을 선보이며 목적지로 향했다. 그 뒤를 안위준이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따라나선다.


연구실내 숙소에서 여정을 푼 잭 나이프와 그의 동료는 회의실로 향했다. 수사와 관련해 협의하기 위해서다.


그러나 협의는 명목상 협의지 몇 마디 주고받고 끝낼 것이다.


잭 나이프는 회의실에 들어가 의자에 걸터앉았다. 그러다 유심히 주위를 살펴보니 맞은편의 이길조에게 한마디 던진다.


“김태훈씨는 어디 갔습니까? 늘 옆에 껌딱지처럼 붙어 있더니.”


“중요한 영업이 있어 출장 중입니다.”


이길조의 출장이라는 말은 거짓이다. 김태훈은 지금 폐쇄된 연구실 내에서 초능력 발현장치를 만들고 있다. 권기욱의 등살에 밀려 본의 아니게 감옥 같은 생활을 하고 있다.


원래라면 이미 완성했을 것인데 빌어먹을 CIA의 노골적인 산업스파이 행위에 국가기밀연구실을 비료개발 연구실로 탈바꿈한다고 많은 시간을 소비했다.


국가기밀 지키기가 눈물겹다. 덕분에 프로젝트가 한참 딜레이 됐다. 정말 거머리 같은 놈들이라며 이길조는 속으로 씹어대고 있을 것이다.


잠깐의 이야기가 오고 간 사이 김창렬이 회의실 문을 열고 들어왔다. 세뇌 시간이 온 것이다. 김창렬은 눈을 맞추기 위해 탁자를 돌아 잭 나이프의 맞은편에 서서 커피를 내려놓으려 했다.


김창렬이 눈을 가까이에서 맞추려는 것은 오차 없이 전하를 주고받기 위함이다. 거기다 뇌 신경계통에 세밀하게 접근할 필요가 있다.


그런데 잭 나이프의 이 상황을 보니 좀 이상했다. 커피야 그냥 옆에 와서 두면 되는데 꼭 불편하게 맞은편까지 가서 내려놓으려 하다니, 또 커피는 두 잔뿐이다.


이때 잭 나이프가 위화감을 느끼고 자리에서 일어서 급히 돌아선다. 그리고 급히 한마디 던진다.


“꼭 회의할 필요가 있나요? 수사협조에 관해서는 합의된 사항이니 번거롭게 또 확인할 필요는 없을 것 같은데. 안 그렇습니까?”


이길조와 김찰렬 덩달아 안위준까지 당혹스러웠다. 설마 눈치챈 걸까? 눈을 맞추지 않으려는 듯 뒤돌아선 모습을 보니 눈치챈 것이 확실했다. 잭 나이프는 그 말을 던지고 동료와 같이 황급히 회의실을 빠져나갔다.


잭 나이프의 예감은 상당히 날카롭다. 그의 동물적인 움직임도 이런 예민한 감각이 한몫한다.


특히 개구쟁이 같은 표정으로 상대를 농락하면서 약점을 찾아 집요하게 파고드는 성향과 위험 감지능력은 상대해본 적이라면 미친개를 떠올리게 만든다고 해서 광견병이란 별명이 붙었다. 어쩌면 잭 나이프의 뇌에는 제1의 감각기관이 살아있는지도 모르겠다.


이길조는 난감했다. 세뇌 작전이 먹히지 않은 이상 장기전으로 가야만 했다. 빨리 해치우고 초능력 발현장치의 완성에 박차를 가하려 했다.


그러나 인생사 어디 마음대로 되는 게 있나? 결국, 버티기 작전으로 포기하고 돌아갈 때까지 감시와 집중간섭으로 자신의 연구성과를 지키기로 한다. 두려워 할 것 없다. 어짜피 자신의 손안에 비밀병기가 두 명이나 있으니깐.


반면 김창렬은 등을 보이며 사라지는 악당을 향해 투지를 불태우고 있었다. 이대로 놈들을 보내는 것은 한 명의 영웅으로서 용납될 수 없었다. 어떻게 해서든 놈을 막아 세계평화를 지켜야 했다. 어디까지나 이길조에게 세뇌당한 자기 생각이지만 말이다.


한편 동료와 같이 회의실을 빠져나온 잭 나이프는 한숨을 내쉬었다. 하마터면 조국의 숙원을 이루지 못하고 당할뻔했다. 그 웨이터 복장을 한 녀석이 뭔지는 모르겠지만 굉장히 소름이 돋았었다.


분명 자신이 잠입한 곳이 초능력을 연구소였다. 어쩌면 초능력자였고 전에 함께 왔던 동료들이 이상해진 것을 봐서는 어떤 인지능력에 관여하는 무시무시한 능력일 것이다.


더군다나 비밀연구실은 총 지하 8층으로 이루어진 큰 연구소다. 그런데 단층처럼 위장시켜 필사적으로 속이려는 것을 보면 여기서 시간을 끌어 봤자. 좋을 게 없다는 판단이 선다.


잭 나이프는 결의에 찬 눈빛을 동료에게 보내며 말했다.


“막스, 오늘 어떻게 해서든 자료를 빼내서 여길 뜨자. 여기서 오래 끌면 임무 실패 확률이 커진다.”


그날 밤 잭 나이프와 그의 동료 막스는 지니고 온 특수장비를 몸에 두르고 연구실 설계도를 다시 한번 확인한다. 이 핑계 저 핑계로 적의 코앞까지 무혈 입성했다. 이제 승부를 결정하는 것은 모두 잭 나이프와 막스에 달렸다.


이들의 계획은 간단했다. 엘리베이터를 타고 전 층을 오가며 중요기록장치를 해킹하면 되는 것이었다. 원래라면 말이다.


그런데 오늘 확인해보니 콘크리트로 엘리베이터 입구를 덮어버린 것 같았다. 비겁한 놈들 이렇게까지 준비했다니. 결국, 연구실의 비밀통로를 이용하기로 했다. 바로 환기구다. 다행히도 1층과 2층이 이어지는 환기 통로가 1층의 여자 화장실에 있었다.


미국에서 온 이방인 두 명은 행동을 개시했다. 모두가 잠든 사이 홀로 남은 경비를 처리하는 것은 식은 죽 먹기였다. 경비실에 수면 탄 한방 터트리는 것으로 해결했다.


물론 여자 화장실에도 혹시나 모를 사태를 막기 위해 수면 탄 하나 터트렸다.


방독면을 쓰고 진입한 곳에는 확실히 수직으로 떨어지는 환기구가 있었다. 이 환기구는 아래층으로 내려가서 다시 오른쪽으로 꺾이는 구조다.


잭 나이프는 산성 탄을 환기구에 부착하고 터트렸다. 내부에 폭발물이 있는 것은 아니다. 안전장치를 풀면 내부에서 화학반응을 일으켜 부글부글 끓으면서 강산성 물질을 방출한다. 주로 금속성 구조물을 뚫어 입구를 만들 때 사용된다.


구멍이 만들어지자 환기구 안에도 산성 탄을 터트렸다. 일은 순조로웠다. 구멍 뚫린 환기구를 통해 지하 2층에 도달했다.


지하 2층에 들어서자마자 인권유린에 쓰인 듯한 실험장치들이 즐비하게 늘어서 있다. 처음 보는 사람에게는 상상력을 자극하여 눈살을 찌푸리게 만드는 광경이었다.


일단 그들의 목적은 지하 10층에 있는 슈퍼컴퓨터다. 서둘러 10층으로 연결되는 엘리베이터로 향했다. 설계도에 나온 대로 건물 중심부를 가로지르는 구조다. 이제 엘리베이터를 타고 10층 버튼을 누르면 최종단계인 해킹과 탈출만 남는다.


그런데 잭 나이프는 의아했다. 최고 기밀시설의 보안이 이렇게나 허술하다니 아무리 생각해도 이해가 안 갔다. 각종 살벌한 보안장치들로 도배가 되어 있어도 모자랄 판에 흔하디흔한 레이저 보안장치하나 없었다. 혹시 속은 것일까 라는 생각도 들게 만든다.


잭 나이프의 입장에서는 당연할 것이다. 대한민국의 최소비용으로 최대효과를 뽑는 이념을 모르니 말이다. 보안장치는 사치일 뿐이었다. 이 산중에 기밀시설을 마련한 것도 다 그런 이유였다.


실제로 한라산 괴사건이 터지기 전까지 관련자들이 아니고서야 이곳에 국가기밀연구실이 있다는 것을 누가 알았겠는가?


엘리베이터가 2층에 멈춰섰다. 잭나이프는 막스에게 은신하라는 수신호를 보냈다. 그의 예리한 감각이 적의 냄새를 맡은 것이다.


문이 열리자 한 사람의 신형이 쑥 나온다. 잭 나이프는 주머니에서 마취주사기를 하나 꺼내 잽싸게 드러난 적의 목덜미에 꽂아 주입했다. 적으로 간주한 신형은 맥없이 쓰러졌다.


얼굴을 확인해보니 김태훈이었다.


‘쳇! 출장 갔다더니 여기 있었군. 거짓말쟁이들 같으니...’


잭 나이프와 막스가 김태훈을 질질 끌고 눈에 안 띄도록 숨겨놓는다. 둘은 전광석화처럼 10층에 도달했다.


도중에 누가 탈것 같아 엘리베이터 문 쪽 구석에 숨어 있었는데 아무도 타지 않았다. 일이 너무너무 잘 풀린다.


엘리베이터가 10층에 도달해 문이 열리자마자 막스가 잽싸게 굴러 나와 사주경계를 했다. 아무도 없었다. 별다른 보안장치도 없었다. 슈퍼컴퓨터가 있는 곳은 중앙에서 왼쪽 통로를 따라가다 만나는 첫 번째 문의 방이었다.


잭 나이프는 첫 번째 문에 도달해 귀를 기울였다. 안에서 세 명 정도 움직이는 소리가 들렸다. 문을 살짝 열고 수면 탄 한발 투척해 잠재웠다. 손쉬웠다.


막스가 경계 할 동안 잭 나이프는 천재 해커가 개발한 해킹프로그램이 탑재된 USB 메모리를 슈퍼컴퓨터에 꽂았다. 이내 잠금이 풀리고 슈퍼컴퓨터에 저장된 데이터를 열람할 수 있었다.


누가 정리했는지 분류별로 폴더관리가 참 아름다웠다. 잭 나이프는 마우스를 굴려 폴더를 통째로 USB 메모리에 옮겼다. 여기까지 걸린 시간 30분이다.


생각했던 것보다 너무 빨리 끝났다. 잭 나이프는 생각했다. 이 정도 허술하면 댄스 브레이크라도 추면서 탈출할 수 있을 것 같았다.


모든 임무가 이렇게 쉬우면 얼마나 좋을까? 임무만 다니고 싶을 정도다. 나름 손맛까지 있었다. 거기에다 임무 랭크도 터무니없이 높게 측정돼 있어 보상도 짭짤하다.


이렇게 허술할 줄 알았으면 전에 왔을 때 그냥 단독으로 잠입해 처리할걸, 괜한 수고를 했다는 생각이 든다.


이렇게 빨리 끝나면 꼭 탈출할 필요도 없어 보인다. 오면서 발각되지도 않았고 흔적만 좀 회수하고 숙소로 돌아가 환복하고 꿀잠을 청해도 될 것 같다.


다음날 놈들의 표정이 기대된다. 그러고 보니 그 터미네이터 놈이 안 보인다. 마지막 지점에서 최후의 결투를 상상했는데 조금 아쉽다.


다음날 연구실은 발칵 뒤집혔다. 당연했다. 기밀이 털렸으니 말이다. 이전 세뇌 작전도 잘됐고 비료개발 연구소로 위장도 완벽했다.


그러나 기만전술은 실패한 것이다. 이길조의 얼굴이 사색이 됐다. 침투 경로를 봐도 그들은 연구실의 내부 구조까지 상세히 파악해 일을 진행할 정도로 대단한 정보력을 가졌다.


어제 그놈을 세뇌 못 한 것이 가장 큰 실책이었을 것이다. 이렇게 대범하게 당일에 바로 도둑질을 하다니. 놈들을 너무 얕잡아봤다.


‘젠장! 이제 어떡하지?’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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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 세상의 등불 19.01.11 42 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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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 세상이 뒤집힌 날 18.12.25 48 0 12쪽
27 더스트 엘더 18.12.21 41 0 12쪽
26 박상우 진화하다 18.12.18 46 0 12쪽
25 진격의 사이드X 18.12.14 47 0 12쪽
24 김철중 앞으로 나서다 18.12.07 45 0 12쪽
23 위기 일발 18.12.01 37 0 11쪽
22 세계평화를 위해 18.11.30 33 0 12쪽
21 사이드X 엔터테인먼트 18.11.27 52 0 12쪽
20 승리의 축배 18.11.26 63 0 12쪽
19 지옥의 왕 18.11.24 45 0 11쪽
18 노숙자의 한숨 18.11.23 47 0 12쪽
17 어느 노숙자의 반란 18.11.20 46 0 11쪽
» 결국 털렸다! 18.11.19 55 0 11쪽
15 악마의 자식들! 18.11.17 49 0 11쪽
14 작전명 악마 나무 베기! 18.11.16 59 0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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