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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미나스 님의 서재입니다.

사이킥 이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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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미나스
작품등록일 :
2018.10.30 2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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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4.14 18: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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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11.24 09: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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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옥의 왕

DUMMY

그레이트 머스탱이 모처럼 긴장했다. 느껴지는 전하의 농도가 지금껏 만나온 녀석들과 달랐기 때문이다. 이때까지 일반인이 상대였지만 이번 상대는 확실히 초능력자였다. 누군가의 의지에 따라 그 범위를 넓혀가는 전하의 움직임 보통이 아니었다. 몇 초 후 거센 돌풍이 병원 전체에 들이닥쳤다. 매서운 돌풍에 유리창이란 유리창은 다 깨지고 검고 작은 생물이 쓰나미처럼 밀려들었다.

가까이에 눈앞을 스치며 날아가는 것들은 파리였다. 어디서 날아들었는지 동네 파리는 다 몰려든 것 같다. 그레이트 머스탱은 소름이 돋았다. 커다란 파리 한 마리가 왼팔에 붙어 엉덩이를 들썩들썩하는 것이다. 기겁해서 때려잡고 보니 더 놀랐다. 덥수룩한 털에 줄무늬까지 거기에 채찍 같은 주둥이 놈은 체체파리였다. 파리목 집파릿과의 아프리카산 흡혈성 파리다. 이놈에게 물리면 수면병을 일으키는 기생충에 감염되는데 이때 기생충은 중추신경을 타고 들어가 뇌로 들어가게 된다. 그러면 고열, 환각, 끝없는 수면에 빠져들어 죽게 만든다. 이번에는 오른쪽 허벅지에서 엉덩이를 들썩거리는 파리놈을 때려잡았다. 그레이트 머스탱은 소스라치게 놀랐다. 큼직한 등애처럼 생겼지만, 파리목 쇠파리과에 속하는 말파리였다. 지구상 최대의 해충으로 인간 동물 안 가리고 가장 역겨운 해를 끼친다. 이놈에게 물리면 물린 부위에 알을 놓는다. 알이 부화하면 애벌레는 피부를 뚫고 들어가 거기에 터를 잡고 성충이 될 때까지 생살을 갉아먹으며 산다. 매드 사이언티스트인 그레이트 머스탱은 이놈들의 악명을 잘 알고 있다. 그런데 어디서 날라온 걸까? 더군다나 자세히 보니 일반 파리들이 아니었다. 태반이 침 파리에 속하는 흡혈 파리였다.

유소라는 비명을 고래고래 지르면서 거의 실신 직전이다. 황급히 전하 방벽을 펼치며 유소라를 감쌌다. 그리고 김철중과 박철수에게 말했다.

“일단 여길 벗어나자!”

사이드X는 병원에서 철수하기로 했다. 병원 안은 난장판이었다. 파리 때에 피를 빨려 피골이 상접한 다른 사람들이 픽픽 쓰러져갔다. 뭔가 반격을 하고 싶어도 전하의 동도가 짙어 근원지를 알 수가 없었다.

왜 악마의 자식 똘마니가 베엘제붑이라 불렀는지 의미를 알 것 같다. 성경에도 등장하는 지옥의 파수꾼이자 파리의 왕 온갖 질병을 퍼트리며 사람들을 괴롭히는 고위 악마다. 어떤 게임에서는 하이엔드급의 동료 악마로 등장해 많은 사랑을 받았다.

제정신이 아닌 유소라를 세 명이 질질 끌고 병원 밖으로 나왔다. 그런데 저 하늘 어딘가에서 그 악마의 자식 똘마니가 소리치는 것이 들린다.

“하하하하 이 꼬맹이들아 베엘제붑님의 힘을 봤느냐? 이것이 악마의 자식 힘이다! 이제 너희들은 뒈졌다. 그전에 번개 머리 네놈은 내가 직접 죽여주마!”

그 외침 뒤로 공중에서 폭발 소리가 들렸다. 일순간 파리 때가 와해 되더니 하늘에서 두 신형이 툭툭 떨어졌다. 한 놈은 모르겠지만 다른 한 놈은 익히 알고 있는 놈이었다. 그놈은 반쯤 그을려 비틀거리며 한마디 했다.

“이 번개 머리 자식 내가 준 회중시계를 언제 내 옷가지에 넣어둔 거냐? 비겁하다!”

마지막 한마디 온 힘을 다해 내뱉고는 쓰러졌다. 그렇다. 오늘 낮에 박철수에게 건네준 회중시계는 원격 폭탄이었다. 최후의 수단으로 쓰려고 한 보험이었는데 박철수의 센스 덕에 큰 피해를 막았다. 오늘 그의 활약이 두드러지는 날이다. 정작 본인은 어리둥절할 뿐이다.

함께 떨어졌던 자가 좀비처럼 벌떡 일어섰다. 흰 팬티 하나만 걸친 우락부락한 남자였는데 머리에는 파리 얼굴 모양의 탈을 쓰고 있다. 거기다 온몸에 덥수룩한 체모가 잔뜩 있다. 또 왼손에 해골 지팡이까지 들고 있다. 흡사 신화에 나오는 베엘제붑과 비슷하다.

김철중이 의기양양한 미소를 짓더니 앞으로 나선다.

“드디어 상대할 만한 놈이 나온 것 같군. 너희 둘은 유소라나 돌보고 있어라. 여긴 내가...”

한참 똥폼잡던 김철중이 경직됐다. 뭔가 허전하다 했더니 항상 들고 다니는 철가방을 본부에 놓고 온 것이다. 요즘 본부에서 게임만 한다고 철가방들 일이 없어는데 그것이 화근이었다. 습관적으로 놓고 나온 것이다.

“아, 미안하다. 철가방을 본부에 놓고 왔다.”

김철중이 뒤로 슬슬 빠져 유소라 곁에 섰다.

“뒤를 맡긴다. 동지들!”

하는 수 없이 그레이트 머스탱과 박철수가 나섰다. 앞으로 나선 박철수가 한마디 한다.

“철중아 괜히 똥폼부터 잡지마. 넌 유소라나 보고 있어.”

김철중이 분한지 주먹을 불끈 쥔다.

그레이트 머스탱이 새로 등장한 괴한을 향해 말했다.

“네놈이 베엘제붑이냐? 진짜 비호감이네.”

베엘제붑은 별 대답도 없이 지팡이를 내질렀다. 그가 내지른 방향으로 소름 돋는 똥파리의 군체가 그레이트 머스탱을 향해 내달렸다. 하지만 닿을 일은 없었다. 불꽃의 폭풍에 똥파리들은 한 줌의 재가 되었다. 베엘제붑은 멈칫했다. 생각지도 못한 초능력자를 만났기 때문이다. 분명 저 푸른 코트의 꼬맹이 손짓에 불꽃이 일어났다. 흰 장갑에 그려진 육망성 예사롭지 않았다. 결국, 음성변조라도 한 듯 거친 음성을 내며 그레이트 머스탱에게 물었다.

“네놈 악마숭배자인가? 그럼 같은 동류군. 악마의 자식은 언제나 그대 같은 자에게 열려있다. 가입은 얼마든지 받아주마. 네놈이 원하는 지옥의 왕이 여기 있으니 마음껏 나를 숭배하도록!”

그레이트 머스탱이 분노했다. 치를 떨면서 말한다.

“육망성이 그려진 이 흰 장갑도 몰라보면서 동류인 척 으스대지 마라.”

소년은 오른쪽 손까지 빼 들고 말했다.

“이 오른손까지 빼든 것을 영광으로 알아라!”

이어서 허공에 세레나데를 연주하듯이 양 손가락을 튀기기 시작했다. 광란의 불꽃 쇼가 양 손가락의 지휘를 받으면서 클라이막스를 향해 달렸다. 상대는 같은 초능력자 봐줄 필요도 없이 그동안 쌓인 스트레스를 맘껏 풀었다. 그 폭발 소리가 천지를 뒤흔드는 것 같다. 그레이트 머스탱은 그동안 놀고만 있던 것이 아니다. 착실히 무념무상 명상을 했고 또 이제는 소설 한 페이지 분량을 12시간 안에 암기해 12분 만에 입으로 읊어낸다. 이미 예전의 불꽃을 아득히 넘어서고 있었다.

그러나 베엘제붑은 멀쩡하게 서 있었다. 이어서 박철수의 분신이 급습했다. 출렁이는 뱃살을 걷어차고 엉덩이도 걷어차고 머리도 있는 힘껏 후렸다. 거기에 인정사정 안 봐주고 레일건을 얼굴에 날렸다. 그래도 베엘제붑은 꼼짝도 하지 않았다. 박철수의 공격이 하나도 닿지 않은 것이다. 두 사람의 공격을 훨씬 상회 하는 농밀한 전하 방벽 때문이다.

전하 방벽은 초능력자의 의도에 따라 운동하는 전하에 의해 대기를 응축시키게 된다. 대기중에는 다양한 원소들이 있다. 그것들이 전하가 운동하는 방향으로 몰리게 되면서 공기의 벽을 만드는 것이다. 초능력자가 강할수록 벽의 농도 또한 높아진다. 이것을 뚫기 위해서는 더 높은 에너지원으로 뚫거나 다른 초능력자가 전하의 움직임에 혼란을 줘 약하게 만들거나 와해시켜야 한다. 그레이트 머스탱과 박철수의 공격이 막힌 것은 베엘제붑의 초능력이 더 강하다는 의미다.

갑작스러운 강적의 등장에 한참 열을 올리던 두 소년이 멈췄다. 어떤 공격을 해도 소용없다는 것을 알았다.

뒤에서 구경하던 김철중이 소리를 높인다.

“어이 너희들 사이드X의 얼굴에 먹칠하는 거냐? 빨리 처리하고 본부로 가자.”

김철중의 재촉에도 그레이트 머스탱과 박철수는 어찌할지를 모르고 있었다. 맨날 평범한 건달들만 괴롭혔지 이런 강적을 만난 적이 없었으니 말이다. 베엘제붑이 멈칫한 두 소년을 보고는 반격해왔다.

또다시 시야를 빼곡하게 채우는 파리 때의 급습 피할 곳 없는 올라운드 공격이었다. 단순한 공격도 아니었다. 파리 한 마리 한 마리에 깃든 전하의 방벽 거기다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는 파리 때였다. 반격하고 싶어도 의지를 실은 전하가 자꾸 흐트러져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실로 무시무시한 공격이었다.

무자비한 파리 때의 공격을 아슬아슬하게 막아내고 있을 때 베엘제붑이 유소라에게 다가갔다.

“호오~ 제물로 손색이 없군. 기뻐해라 널 오늘 나의 제물로 삼겠다.”

그러면서 유소라를 끌어당겼다. 김철중이 저지하려 했지만 베엘제붑이 휘두른 해골 지팡이에 맞아 땅바닥을 굴렀다. 유소라의 비명이 자극적으로 울려 퍼졌다. 사이드X 창시 이래 최대의 위기였다.

한편 근근히 버티고 있는 그레이트 머스탱이 유소라의 비명을 듣고 머리에 피가 쏠리는 것 같았다. 혹여 한서희에게 차이고 나면 유소라는 그다음으로 점찍은 자신의 동반자였다. 물론 그레이트 머스탱 혼자만의 생각이다.

“제에에길~~!”

분노가 화산처럼 치솟는다. 지금 그레이트 머스탱의 눈에는 베엘제붑만이 보인다. 모든 신경이 한 곳에 쏠리고 홀로그래픽처럼 전하의 움직임이 보였다. 평소에도 전하의 움직임은 보였지만 지금은 달랐다. 그렇다. 처음 국가기밀연구실에서 초능력을 개화했을 때 그 느낌이다. 대기 중의 전하 무리와 일체화한 것처럼 전하를 움직이는 느낌 마치 손발을 움직이는 감각이다.

급속히 퍼져나가는 그레이트 머스탱의 의지가 베엘제붑의 의지를 잠식하면서 올라운드로 쇄도하던 파리 때가 와해 되어 흐트러진다. 베엘제붑이 멈칫하고 그레이트 머스탱으로 눈길을 돌릴 때 맹렬한 불꽃이 머리를 강타했다. 전하 방벽을 뚫고 그대로 직격당한 것이다.

벨엘제붑이 비틀거리며 주저앉았다. 갑작스러운 직격에 당황한 것 같다. 그레이트 머스탱이 손가락으로 쓰러진 적을 겨냥하자 연쇄 폭발이 작렬했다. 그 열이 얼마나 높은지 푸른색이다. 베엘제붑는 전하 방벽에 집중해 간신히 치명타를 모면했다. 너덜거리는 몸을 일으켜 세우고 급히 반격해 보지만 간신히 날린 파리 군체는 닿기도 전에 화르륵 타버렸다. 전세가 완전히 역전당했다.

그렇다. 그레이트 머스탱은 지금 사이오닉 버스트 상태다. 끓어오르는 분노가 집중력을 한 목표물에 고정하면서 일시적으로 한계를 초월한 것이다. 좀 더 다르게 표현하자면 모든 것을 내려놓고 앞뒤 분간 안 하고 죽음까지 불사한 반쯤 정신을 내려놓은 상태다.

지금 베엘제붑은 처음으로 죽음의 공포를 느꼈다. 자신이 세상의 정점이라 생각했는데 이런 적이 존재했었다니, 뇌리에 비상경보 등이 켜졌다. 조금 전까지 쨉도 안 되는 게 지금은 자신의 능력을 한 참 뛰어넘고 있다. 맞서다가는 죽는 게 확실했다. 이럴 때는 삼십육게 줄행랑이 최고다.

악마의 자식에는 규율이 있었다. 어떤 사람이 조직에 입단해 한 명의 일원이 되어 충성을 맹세한다면 그 사람은 일생에 딱 한 번 수장에게 구원요청을 할 수 있다. 이 규율은 엄격하다. 악마의 자식이 그 위세를 떨치며 이어질 수 있는 것도 이런 이유가 있다. 절체절명의 위기에서 메시아처럼 등장한 구세주에게 구원받는다면 이것만큼 사람의 뇌리에 깊이 새겨지는 것도 없을 것이다.

베엘제붑은 어떻게 해서든 살아서 돌아가야 했다. 악마의 자식 권위가 걸린 문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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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 한서희, 유소라 행방불명 19.01.01 44 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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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 진격의 사이드X 18.12.14 47 0 12쪽
24 김철중 앞으로 나서다 18.12.07 45 0 12쪽
23 위기 일발 18.12.01 37 0 11쪽
22 세계평화를 위해 18.11.30 33 0 12쪽
21 사이드X 엔터테인먼트 18.11.27 52 0 12쪽
20 승리의 축배 18.11.26 63 0 12쪽
» 지옥의 왕 18.11.24 45 0 11쪽
18 노숙자의 한숨 18.11.23 47 0 12쪽
17 어느 노숙자의 반란 18.11.20 46 0 11쪽
16 결국 털렸다! 18.11.19 54 0 11쪽
15 악마의 자식들! 18.11.17 49 0 11쪽
14 작전명 악마 나무 베기! 18.11.16 59 0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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