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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미나스 님의 서재입니다.

사이킥 이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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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미나스
작품등록일 :
2018.10.30 21:27
최근연재일 :
2019.04.14 18: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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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11.30 1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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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평화를 위해

DUMMY

한라산 국가기밀연구소에서 이길조는 초능력 발현 장치 제작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었다. 김태훈의 배신으로 큰 타격을 받았다. 덕분에 자신의 시간을 장치 완성에 쏟아붓고 있다. 원래 이 시간에는 산책을 즐기면서 사색을 즐겨야 할 타임인데 빌어먹을 배신자 놈, 속으로 열심히 씹어대고 있었다. 연구소가 CIA에 의해 완전히 털린 것도 그 녀석 때문일 거다. 어쩐지 보안에 관해 허술한 면을 보이더니 작전이었던 것 같다. 정말 믿는 도끼에 발등 찍혔다.

연구소가 털린 후 당시에 관련자들을 소집해 연구소는 텰 린 적이 없고 김태훈은 퇴사한 것으로 말을 맞췄다. 권기욱이 알면 난리 나기에 그 꼴이 보기 싫어 다들 쉬쉬하기로 한 것이다. IA도 표면적으로 입을 다물 것이다. 자신들도 기를 쓰며 훔친 기술을 노출하고 싶지 않을 것이다. 당연하다. 고인 물 같은 인류의 역사를 크게 변화시킬 발견이기 때문이다.

이길조는 지금 바빴다. 권기욱 때문만이 아니라 본의 아니게 라이벌이 된 미국 정부보다 먼저 초능력 발현장치를 완성해야 역사상 최초라는 타이틀을 거머쥐어야 한다. 마음이 급한 것이다.

지금 그의 앞에는 2.2미터 높이의 관같이 생긴 대인용 캡슐이 서 있다. 가상현실 게임이 나오기를 바라는 사람이 있다면 그 외관은 꿈에 그리는 형태일 것이다. 다만 그 기능은 전혀 다르다. 사람의 뇌를 스캔해 시상하부에 존재하는 원시 감각기관을 찾아 집중적으로 전하를 쏘는 첨단 기술이 들어가 있다. 어찌 보면 무식하기 짝이 없는 방식이다. 예전 실험과 마찬가지로 전기고문에 가깝다. 원래 이길조가 생각한 방식은 아니었다. 그가 생각한 것은 뇌에 흐르는 전류를 자연스럽게 원시 기관에 집중시키는 방법이었다. 다만 그 기술을 응용하려면 사람의 뇌가 정보를 처리하는 메커니즘의 해석이 절대적으로 필요했다. 아쉽지만 그 메커니즘의 알고리즘을 밝히지 못했기 때문에 그 원시적인 방식을 고수할 수밖에 없었다.

지금 캡슐 안에는 누군가 들어가 있다. 최고급 방음장치가 내부를 감싸고 있어 비명이 안 들리지만, 캡슐의 최종테스트와 더불어 초능력 발현을 위해 누군가 모르모트를 지원한 것 같다. 캡슐에 들어간 후 꾀 시간이 지난 것 같다. 경보 사이렌이 켜지면서 캡슐 문이 열린다. 그 안에서 유유히 한 사내가 나온다. 일반적으로 보기 드문 군복을 입고 있다. 또 그의 상박 쪽에 검은색 여우가 그려진 부대 마크가 달려있다. 딱 봐도 초능력 발현장치가 성공을 거둔 것 같다.

그날 밤 이길조는 김창렬, 안위준과 같이 바에서 칵테일 한잔 걸치면서 여유를 부렸다. 보통 김태훈과 술자리를 가졌지만 배신하고 다른 곳으로 가버렸다. 쓸쓸했다. 그래서 그나마 안면 있는 전직 경찰 두 명과 함께 있는 것이다.

김창렬이 칵테일을 원샷하더니 이길조에게 말했다.

“이 형 축하해 드디어 세계평화를 위해 공헌했잖아. 오늘 역사는 크게 변한 거야.”

이길조는 술에 취했는지 히죽거리면서 답했다.

“젠장, 그놈의 세계평화 어찌 되든 상관없어. 난 인류 진화의 선봉장으로서 부끄럽지 않고 싶었어. 넌 내 마음 죽어다 깨어나도 모를 거야. 고독한 과학자의 마음을 말이야.”

“내가 왜 이 형 마음을 모른다는 거야? 우리 사이가 그렇게 얕은 사이였냐고? 이 형 덕분에 목숨도 건지고 초능력 영웅이 되고 안기부로 출세까지 했어. 그러니 이 형 마음을 모를 리가 없잖아!”

“말은 잘하는군. 그럼 알아서 잘하라고 이 등신아!”

“아이고, 알겠습니다. 충성!”

김창렬이 혼자 홀짝홀짝 칵테일을 마시던 안위준의 머리를 툭 치더니 말한다.

“짜식아! 넌 큰 형님한테 할 말 없냐? 이 은혜도 모르는 자식아.”

안위준은 마지못해 한마디 했다.

“하면 되잖아요. 충성!”

이길조는 새로 생긴 술친구들의 재롱이 마음에 들었는지 꾀 기대한 것 같다.

“자식들 그래 앞으로 잘 기어라.”

오늘 이길조는 몹시 기분 좋았다. 지원한 모르모트가 초능력 발현장치를 통해 초능력 각성에 성공했다. 지원했던 모르모트의 건강상에 아무런 이상 없이 단 몇 시간 만에 이룬 것이다. 예전처럼 맨땅에 헤딩하면서 몇 날 며칠을 헤매던 때를 생각하면 정말 대단한 결실이다. 자기 생각에는 그토록 원하는 인류 진화의 꿈을 이룬 것이었다.

한편 한서희 스토커를 잡기 위해 동분서주하는 사이드X의 전원이 프로세서777의 프로듀서와 면담 중이다. 금테안경을 쓴 깐깐해 보이는 남성의 이름은 노구식, 말라 보이는데 가느다란 금테안경이 어울리니 깐깐해 보인다. 거기다 단발에 컬러풀한 슈트가 개성적이다.

그가 금테안경을 한번 들썩이면서 한서희에게 말한다.

“그러니깐 요줌 서희양이 스토커에 시달리고 있고, 그것 때문에 사이드X 엔터테인먼트 관계자들이 경호를 위해 출입허가를 해달라는 것입니까?”

“네 방송에는 차질없이 임하겠습니다. 그러니 동료.. 아니 여기 관계자분들이 근처에 상주할 수 있도록 부탁드립니다. 아니면 무서워서 집중하지 못할 것 같아요.”

그런데 노구식이 대화 도중에 눈을 흘기면서 유소라를 본다. 그 눈이 마치 엑스레이처럼 몸 구석구석을 살피는 것 같아 소름 돋는 유소라였다. 오늘 유소라는 흰색 바지에 붉은색 계통의 꽃무늬 셔츠를 입었다. 그 위로 웨이브를 틀면서 내려온 머릿결이 돋보인다.

은근 노골적인 노구식의 행위에 한자리에 있던 그레이트 머스탱이나 다른 사람들도 불편함을 느꼈다. 그러나 노구식의 의도를 듣자 그 긴장감을 풀었다.

“좋습니다. 전원 임시출입증을 발급해 드리겠습니다. 다만, 조건이 있습니다.”

한서희가 대답했다.

“조건이라뇨?”

“실은 촬영을 앞두고 한 출연자가 갑자기 못 나가겠다고 일방적으로 통보를 했습니다. 원인은 모르겠지만 그 펑크 난 구석을 메꿔야 하는데, 유소라씨라고 했나요? 프로세서777에 한번 도전해보지 않겠습니까?”

노구식의 폭탄 요구에 사이드X의 전원이 깜짝 놀랐다. 김철중이 유소라를 대신해 한마디 하려고 입을 삐쭉거렸지만 노구식의 말은 끝나지 않았다.

”사이드X 엔터테인먼트 측에도 좋으면 좋았지 나쁜 조건은 아닌 것 같은데요. 이 프로그램에 얼굴을 비추는 것만으로도 상당히 매스컴 타며 홍보 효과도 누릴 수 있습니다. 어떻습니까?“

분명 아이돌 지망생이었다면 이런 로또가 없을 것이다. 그러나 생전 아이돌을 보기만 했던 유소라는 다른 말을 한다.

”저는 영웅이 되고 싶지 아이돌을 생각해본 적이 없어요. 나간다 해도 춤도 노래도 서툰데 창피해서 어떻게 해요.“

그 말이 곧 모든 약점을 드러낸 한마디였다. 영웅이라? 노구식의 머리에서 온갖 단어들이 떠오르면서 벗어날 수 없는 악마의 유혹 같은 대사를 만들어냈다.

”저런, 아이돌이야말로 이 시대의 영웅입니다. 힘만 센 영웅 이야기를 말하는 시대는 끝났어요. 이 시대에 절체절명의 위기에 있는 사람들을 구원하는 것은 찬란히 빛나는 아이돌입니다. 아이돌의 상큼한 미소만이 고통받는 영혼의 안식처입니다. 아이돌은 영웅, 아니 더 나아가 세상을 구원하는 메시아입니다!“

노구식의 열변에 유소라가 충격을 받은 듯 멍하게 있다. 마치 거의 모든 사고력이 마비된 것처럼 말이다. 승부는 끝났다. 노구식이 마지막 일격을 날린다.

”춤과 노래는 걱정할 것 없습니다. 필요한 것은 유소라씨 당신입니다.“

유소라의 입에서 더 이상 생각할 것도 없다는 듯 쿨한 한마디가 나온다.

”네 출연할게요.“

사이드X는 유소라의 의지를 존중해 아무도 막지 않았다. 당연히 막을 이유가 없었다. 잘된 일이었으니, 더군다나 근거리에서 한서희를 엄호할 수 있느니 일석이조였다. 김철중은 이 상황이 마음에 들었는지 오히려 손을 불끈 쥐며 야망을 드러냈다.

노구식은 기뻤다. 완벽주의자였기에 당초에 확정한 출연 인원수가 펑크 나는 것이 용납되지 않았다. 때마침 나타난 유소라는 그에게 운명적인 만남이었다.

프로세서777의 촬영은 내일부터였다. 유소라는 짐을 가지러 가기 위해 급히 부산행 열차를 타고 내려갔다. 내려간 김에 사이드X 임시휴업 간판도 걸어야 했다. 서울에 남은 사람들은 한서희가 지내던 원룸으로 이동했다. 합숙을 위한 짐을 챙기러 간 것이다.

서울 강북구 외곽에 있는 허름한 빌라였다. 한서희는 평소대로 열쇠를 꼿고 손잡이를 돌리려 했다. 그때 그레이트 머스탱이 황급히 한서희의 손목을 낚아챘다.

”서희야 잠깐만.“

문고리의 사각지대에 날 선 압정이 교묘하게 붙어 있었다. 그것을 보자 한서희는 깜짝 놀랐다. 분명 스토커의 짓이었다. 박철수가 압정을 때서 유심히 보며 말했다.

”압정에서 약품 냄새가 나는군. 어떤 마취제가 잔뜩 묻은 것 같아. 이 스토커 굉장히 위험한 녀석이군. 방심하면 안 되겠어.“

그레이트 머스탱이 먼저 문을 열고 들어갔다. 살펴보니 별다른 특이사항은 없었지만, 확실히 누군가 왔다 간 흔적이 있었다. 예민하게 끌어올린 제1의 감각이 집안 곳곳의 사각지대에 놓여있는 압정을 확인했다. 더군다나 장판 밑으로 넣은 압정은 무심코 지나다 못 보고 밟을 수도 있었다. 정말 사이코패스적인 트랩이었다.

그레이트 머스탱은 한서희에게 말했다.

”서희야 미안하지만 여기 들어오면 안 되겠다. 압정이 잔뜩 숨어있어. 짐은 내가 챙겨서 나올게. 넌 거기서 기다려.“

한서희가 난색 했지만 조금 전 압정을 생각하니 뭐라 할 수 없었다. 짐도 그렇게 많지 않았으니 그레이트 머스탱에게 맡겼다. 스토커 같은 정신병자 하나 때문에 이러고 있는 상황이 참 이해가 안 갈 것이다.

김철중과 박철수는 바짝 벼르며 사주경계를 했다. 자신들의 감지범위를 바짝 넓히며 불순한 의도를 잡으려 한다.

한편 멀찌감치 떨어진 아파트 옥상에서 고배율의 DSL 카메라로 그 광경을 지켜보는 사람이 있었다. 뭔가를 잘근잘근 씹으면서 악에 받쳐 혼잣말한다.

”이년이 집에다. 남자를 들여? 이, 이 천한 것이 다 있나!“

다음날 프로세서777의 촬영이 시작됐다. 한껏 메이크업한 소녀들이 촬영을 위해 대기실에서 가볍게 몸을 풀고 있다. 오늘은 장시간에 걸친 촬영이 있는 날이다. 모두가 분주한 가운데 유소라와 한서희가 열심히 동작을 맞추고 있었다. 한서희는 아이돌을 준비해온 지망생답게 나름 춤 선이 있지만 유소라는 그렇지 못했다. 어제저녁에 급하게 춤과 노래를 맞췄지만, 학예회 수준이다. 초반 등급평가 때 최하위는 확정이었다. 그래도 한서희는 함께할 동료가 있어 즐거운 것 같다.

그런데 어제 한서희가 유소라를 가르치면서 발견한 것이 있었다. 유소라는 몸치 음치는 아니었다. 분명한 것은 운동신경도 좋고 몸을 쓰는 이해력도 높았다. 어쩌면 프로세서777 참가 중에 빛을 발할 것 같다는 느낌이 들었다. 다만 지금 유소라는 아이돌 지망생이기보다 세상을 밝히는 한 명의 영웅이 되기 위해 임하고 있는 것이 틀린 부분이다.

반짝반짝 빛나는 소녀들 틈에 그레이트 머스탱과 두 남자가 대기실의 구석에 진을 치고 있었다. 독특한 분위기와 의상 때문에 이벤트 회사에서 온 것처럼 보인다. 관계자인가 싶어 세 명을 향해 넙죽 인사하는 소녀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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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 진격의 사이드X 18.12.14 47 0 12쪽
24 김철중 앞으로 나서다 18.12.07 45 0 12쪽
23 위기 일발 18.12.01 37 0 11쪽
» 세계평화를 위해 18.11.30 34 0 12쪽
21 사이드X 엔터테인먼트 18.11.27 52 0 12쪽
20 승리의 축배 18.11.26 63 0 12쪽
19 지옥의 왕 18.11.24 45 0 11쪽
18 노숙자의 한숨 18.11.23 47 0 12쪽
17 어느 노숙자의 반란 18.11.20 46 0 11쪽
16 결국 털렸다! 18.11.19 55 0 11쪽
15 악마의 자식들! 18.11.17 49 0 11쪽
14 작전명 악마 나무 베기! 18.11.16 59 0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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