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쥬운입니다

천재 배우로 전직을 명 받았습니다

무료웹소설 > 작가연재 > 현대판타지

쥬운 아카데미 작가
작품등록일 :
2020.11.27 17:58
최근연재일 :
2021.01.19 21:40
연재수 :
57 회
조회수 :
740,168
추천수 :
16,589
글자수 :
437,739

작성
20.12.21 20:30
조회
12,819
추천
295
글자
19쪽

Act 27. 연출 - (3)

DUMMY

김현호.

20살의 나이에 성공적인 데뷔를 마친 그는, 뛰어난 액션과 연기력으로 자신을 드러냈다.

세상은 그의 실력을 인정해주었고, 27살의 어린 나이에도 불구하고, 그는 다수의 작품에 캐스팅되어 결과로서 자신의 가치를 증명했다.


확실히 실력은 나쁘지 않다.

어려서부터 복싱과 격투기를 배웠다더니.

움직임도 날래고, 자세도 제법 각이 나온다.

지켜보던 스태프들도 그의 실력을 인정하며 고개를 끄덕인다.

어느 정도 실력은 있는 모양이지만.


까강!


그게 전부다.


“어깨도 너무 많이 나왔습니다.”

“큭!”

“어깨가 나오면서 왼쪽이 텅 비었고, 무엇보다 칼을 쥔 손에 힘이 부족합니다.”


배우는 속도가 나름 빠르긴 한데, 내 눈에는 한참 부족했다.

힘이 없는 건지 부족한 건지, 칼을 쥐는 힘은 약해 빠졌는데, 어깨에는 힘이 과하게 들어가서 동작이 훨씬 커진다.


“너, 적당히 안 해?”


서로에게 칼을 겨누며 달라붙어 있는 와중에도 험한 말이 흘러나온다.

겨우 이 정도 실력으로 입만 살아 있는 걸 보니, 아직 정신 덜 차린 모양인데.

나는 뻗어 나온 그의 다리를 툭 밀었다.


“어?”


순식간에 중심을 잃은 그의 몸이 뒤로 넘어가는 사이 오른손에 있던 단검이 핑그르르 회전하며 역수로 쥐어진다.

이윽고 볼썽사납게 바닥을 구른 그를 향해.

날카로운 칼끝이 쇄도한다.


“힉!”


소녀 같은 비명이 김현호의 입에서 튀어나온다.

더불어 자세도 무너뜨리고 팔로 본능적으로 얼굴을 가리고 있다.

이윽고 팔 사이로 삐져나온 눈동자가 내게로 향한다.


“······너!”


이성을 잃을 뻔한 김현호는 황급히 표정을 갈무리했다.

그래, 보는 눈도 많은데 함부로 나댈 수는 없겠지.

배우는 이미지의 영향을 크게 받는 직업이니까.

나는 일부러 그를 향해 고개를 가까이 가져갔다.


“계속 그렇게 누워있을 겁니까? 고작 그 실력에?”


정확히 할 말만을 건네고 나는 다시 몸을 일으켰다.

김현호의 얼굴이 처참하게 일그러졌다.

순간적으로 주변의 시선조차 신경 쓰지 못한 것이 눈에 훤히 보일 정도다.

다시금 몸을 일으킨 그는 심호흡하듯 깊게 숨을 내쉬었다.


“다시 갑니다.”


휙!


내 대답조차 듣지 않은 채, 김현호는 나를 향해 그대로 칼을 찔러 들어온다.

아무리 소품이라곤 하지만, 날만 세우지 않았을 뿐이다.

정면으로 맞았다간 크게 다칠 수도 있다.

물론 정면으로 맞는다는 가정하에 일이다.


깡!


허공에서 칼과 칼이 부딪치며 날카로운 쇳소리가 울려 퍼진다.

성격이 개차반이긴 하지만, 김현호는 동작 하나만큼은 깔끔하게 이어졌다.

암기력도 꽤 괜찮은 게, 단시간에 많은 동작을 가르쳤음에도 불구하고 동선도 정확하고 까먹은 동작도 하나 없다.


“내, 내가 지금 뭘 보고 있는 거야?”

“···선배 방금 보셨어요?”

“뭐가 보이긴 했냐? 난 보이지도 않더라.”

“현호 씨 원래 동작 저렇게 각이 살았나?”

“저건 가르치는 사람이 달라서 그래. 지혁 씨 봐봐. 현호 씨만 그런 게 아니라 다른 스턴트 배우분들도 마찬가지잖아.”


연습을 지켜보던 스태프들에게서 연달아 감탄이 터져 나온다.

웅성거리는 목소리가 커질수록 김현호의 칼이 더욱 속도를 더한다.


까강!


바닥으로 꺾어 내린 칼날이 진한 쇳소리를 토해낸다.

마지막 동작까지 막힘 없이 이어진 동작을 전부 확인하고 나서야, 나는 그를 향해 뻗었던 칼을 회수했다.

칼을 갈무리하는 김현호의 입가에 진한 조소(嘲笑)가 어렸다.


“이래도 부족합니까?”


조금 실력이 있는 것은 인정하겠지만, 겸손이라는 눈곱만큼도 찾을 수 없는 저 모습이 그나마 있던 실력마저도 전부 깎아 버린다.

인정하는 말을 기대했던 모양인데.

내 눈에는 한참 멀었다.


“네, 아주 많이 부족합니다.”

“무슨!”

“어깨에 힘이 과하게 들어갔는데, 칼을 쥔 손힘은 너무 약합니다. 그렇게 쥐면 이렇게!”


까강!


“악!”


날카로운 쇳소리와 함께 김현호의 손에 있던 칼이 튕겨져 날아간다.

쏘아지듯 튕겨져 나간 칼은 화살처럼 지면에 박혔다.


“나이프 파이팅 도중에 이렇게 칼을 놓칠 수도 있습니다. 연기 도중에 이런 사고가 발생했다면 대형사고입니다.”

“큭!”


김현호가 분하다는 듯이 낮게 이를 간다.

연기 도중에 칼을 놓쳤다는 수치심 때문인지 그의 얼굴에 붉게 달아오른다.


지켜보고 있던 스태프들은 물론 스턴트 배우들마저 마른 침을 삼켰다.

나는 조용히 입술을 김현호의 귓가에 가져갔다.


“···그러니 실전 때, 제대로 하는 편이 좋을 거야. 그따위 알량한 실력 가지고 자만 떨지 말고.”

“이 새······!”


또다시 김현호로부터 낮게 욕지기가 튀어나오려 한다.

나는 그의 말이 끝맺음을 짓기도 전에 그로부터 멀어지고 목소리를 키웠다.


“그럼 다들 준비하시고 이따 뵙도록 하겠습니다. 촬영 전에 마지막으로 리허설 한번 하고 시작할 테니. 바로 실전 들어간다고 생각하고 준비해주시기 바랍니다.”


아무렇지 않게 다른 이들에게 연습의 끝을 알리며, 나는 마지막으로 김현호를 향해 눈을 흘겼다.

참지 못한 입꼬리가 비웃음을 자아내며, 그에게로 싸늘한 한 마디가 흘러나왔다.


“그럼 기대하고 있겠습니다, 선배님.”


***


딱, 딱, 딱.


앞에 있는 이빨이 연달아 손톱을 물어뜯었다.

이빨과 손톱이 부딪치며 딱딱거리는 소리가 울려 퍼진다.

소리의 근원이라 할 수 있는 김현호는 지금 상황이 굉장히 마음에 들지 않았다.


“그 자식은 대체 뭐야!”


갑자기 툭 튀어나온 정지혁이라는 이름의 배우.

아니, 배우가 맞는지도 모르겠다.


“지, 진정하자, 현호야. 밖에 다른 사람들 들어.”

“내가 지금 진정하게 생겼어!”


땀을 뻘뻘 흘리는 매니저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김현호는 더욱 언성을 높였다.

자존심으로 똘똘 뭉쳐있던 그에게 지금의 상황은 단번에 그의 이성을 조각낼 만큼 수치스러웠다.


“대체 뭐 하는 놈이냐고!”


일일 무술 감독이라던 건방진 신인 배우.

하지만 그가 가진 실력은 결코 신인이 보일 만한 실력이 아니었다.


물 흐르듯이 자연스럽게 이어지는 동작.

연계는 물론이거니와 남들은 제대로 짚어내지 못할 디테일한 부분까지 하나하나 세밀하게 짚어내는데 귀신이 따로 없다.

솔직히 일일이라는 말을 듣지 못했다면 현직 무술 감독으로 착각할 정도였다.

그중에서도 가장 압권은···.


‘그 기세는 뭐냐고?’


떠올리는 것만으로도 오한이 들 정도다.

흡사 맹수를 마주하고 있는 것만 같은 기분이었다.

절대로 건드려서는 안 될 존재를 마주한 것만 같은 느낌.

7년이나 되는 긴 시간 동안 배우로 활동했기에 알 수 있다.

절대 보통 사람이 아니다.


“혀, 현호야 곧 촬영이니까 좀 진정하고 일단 촬영에 집중하자 응?”


수그러든 기세에 매니저가 조심스럽게 김현호를 타일러보지만.


“나더러 그냥 물러나라고?”


김현호의 눈빛이 서슬 퍼렇게 일렁인다.

초점을 잃고 광기로 번들거리는 눈동자가 매니저를 쏘아붙였다.


머릿속은 그로 하여금 몸을 사리라고 연달아 경고를 내뱉지만.

상처 입은 자존심을 생각하면 절대로 물러날 수 없다.

이름도 들어본 적 없는 듣보잡 배우 주제에!

하늘 같은 선배인 자신을 기만하고 함부로 대한 것은 절대로 그냥 둘 순 없다.


“무, 물러나라는 게 아니라. 여기서 이럴 게 아니라 촬영 시작하면 압도적인 연기력으로 망신을 주는 게 어떻겠냐는 거지.”

“···망신?”


김현호의 눈꼬리가 길게 휘어졌다.

한쪽 입꼬리마저 치켜 올라간 것이.

마치 못된 장난을 떠올린 아이와도 같은 모습이다.


“그래, 그 방법이 있잖아?”

“현호 씨 곧 촬영 시작입니다.”

“지금 갑니다!”


김현호 대신 대답한 매니저가 황급히 그를 향해 다가온다.

그의 눈치를 살살 살피며, 매니저는 조심스럽게 그의 이름을 부른다.


“현호야.”

“알았으니까 좀 닥쳐! 마침 좋은 생각이 떠올랐으니까.”


갑작스러운 고함에 매니저의 안색이 하얗게 질린다.

김현호는 뱀과도 같은 요사스러운 미소와 함께 의자에서 벌떡 몸을 일으켰다.

그리고는 매니저에게는 한마디 말도 없이 자리를 벗어난다.


“현호씨 준비됐어? 기분 좋아 보이네.”

“네, 좋은 생각이 떠올라서요.”


매니저에게 짜증으로 일관하던 것과는 달리.

말을 거는 스태프를 향해 작위적인 미소로 대답하며 김현호는 미리 약속된 곳으로 향한다.

오늘 촬영이 시작될 초소 인근의 풀숲.

자신이 도착하는 것을 확인한 조연출이 크게 소리를 지른다.


“감독님 준비됐습니다!”

“오케이. 모두 스탠바이!”


준비는 끝났다.

감독의 명령만을 기다리던 김현호의 눈동자가 유독 한 방향을 향한다.

의자에 앉아 자세를 잡고 있는 정지혁.

아니, 리태홍의 눈빛이 싸늘하게 일렁거린다.


‘그래, 어디 한번 보자고.’


멀리서 지켜보던 김현호의 입가에 비릿한 미소가 번진다.

분함과 치욕스러웠던 감정이 사라지고 그 자리를 기대감이 대신하기 시작한다.


“자, 시작하겠습니다.”


최성원의 목소리가 좌중을 갈랐다.

촬영장에 있던 모두의 눈동자에 각오가 물들었다.

모두의 시선이 그에게로 집중된 순간.


“레디, 액션!”


마침내 밝아오는 여명을 알릴 화려한 시작이 선언되었다.


‘실력 한번 봅시다. 일일 무술 감독님.’


김현호의 눈동자가 오롯이 그에게로 향했다.

이북에 있는 적국 군인의 옷을 입고 있는 그에게로.


***


“하아.”


북한 특작부대 소속 상위 리태홍.

자기 밑에 있는 병사 둘을 데리고 이남의 경계초소를 인질로 잡은 그는 태연히 의자에 기대앉아있었다.


이미 밖은 소식을 들은 한국군으로 가득했다.

당장 나가기라도 하면 총탄이 빗발칠 상황 임에도 그는 태연했다.

믿는 구석이 있기 때문이다.


먼저 사격한 쪽은 정전 협상에서 불리하게 작용한다.

어느 쪽이든 총은 사용할 수 없을뿐더러, 바닥을 기는 2명의 인질.

바로 오늘 교섭에 쓰일 ‘교섭품’이다.


“거 아새끼들 잘 간수하라우. 오늘 중요하게 쓰일 교섭품이니.”

“예!”


마침 교섭품을 받아 가기 위해, 남쪽에서도 사람이 온다.

그러나 3명인 북한군에 비해 인원은 겨우 1명이다.


“현장 지휘관 한수호 대위다. 너희들은 지금 이쪽 영토를 무단 침범했다. 얌전히 투항하면 목숨만은 살려주겠다.”

“간나 새끼.”


리태홍의 입가에 짙은 조소가 피어났다.

웃고 있는 와중에도 연수종의 발걸음은 초소에 더욱 가까워진다.

이윽고 조소는 순식간에 모습을 바꿨다.

새로이 변한 미소엔 섬뜩함이 담겨 있었다.


“저 간나 새끼 이쪽으로 가져오라우.”


서슬 퍼런 명령이 하달된다.

명령을 받은 두 병사가 곧장 문 쪽으로 향한다.

허나, 남쪽에서 온 교섭관도 보통 인사는 아니었다.


“하, 이렇게 나오시겠다?”


병사들의 대검이 그의 머리를 겨눈 순간.

한수호의 손이 번개같이 움직인다.


오른팔을 종심 깊게 밀어 넣고 손목을 후려치자 한 명의 단검이 땅바닥으로 떨어진다.

옆에 있던 다른 병사가 재빨리 대검을 찔러 들어오지만, 결과는 마찬가지다.

한수호의 왼 주먹이 그의 얼굴을 강타함으로써 그는 중심을 잃고 뒤로 밀려났다.


칼을 떨어뜨린 병사들이 황급히 그를 향해 달려오지만, 그들은 한수호에게 닿을 수 없었다.

근처에서 매복해 있던 남측 군인들이 달려든 것이다.

한수호는 병사 둘을 다른 이들에게 맡기고 거칠게 초소 문을 열어젖혔다.


“······”


마침내 두 군인의 눈이 초소에서 부딪친다.

둘을 처리하고도 호흡하나 무너지지 않은 한수호을.

리태홍은 흥미로운 시선으로 지켜볼 따름이다.


“과연 남조선의 특전사는 좀 다르구만 기래.”


순간 리태홍의 눈동자가 한수호의 오른쪽 가슴팍을 향한다.


“남조선 특전사 한수호 대위라, 반갑소. 나는 공화국의 리태홍 상위요.”


리태홍의 입가에 진한 미소가 번진다.

왠지 모르게 서슬 퍼런 리태홍의 미소와는 달리 한수호의 얼굴엔 귀찮음이 스친다.


“쓸데없는 소리 말고 이쯤 하지. 서로 피곤한데 더 일 벌일 필요 없지 않아? 야밤에 서로 고생하지 말고 그만 돌아가서 잠이나 잡시다. 리태홍 상위.”


한수호가 귀찮다는 표정으로 대답하자, 리태홍의 한쪽 입꼬리가 치켜 올라간다.

단순한 비웃음이 아니다.


“기냥은 못 가디.”


명백한 살기를 담고 있는 비웃음.

칼날과도 같은 날카로운 살기를 담은 목소리가 초소 가득히 울려 퍼졌다.


“남조선 특전사 모가지는 들고 가야. 두 발 뻗고 잠잘 수 있지 안 간?”


스릉!


리태홍의 허리띠로부터 섬뜩한 예기의 단검이 뽑혀 나온다.


“······결국 피를 보시겠다?”


더 이상의 대화는 필요 없었다.


깡!


어둠이 깔린 초소 사이로 섬뜩한 쇳소리가 가득 울려 퍼진다.

서로의 칼날이 부딪치며 피어나는 불꽃 사이로 둘의 얼굴이 칼날에 담긴다.

어느 한쪽도 주저하지 않는 격돌.

먹이를 두고 다투는 두 마리의 뱀처럼, 서로의 숨통을 노린 칼날이 서로의 목덜미를 향했다.


먼저 우위를 점하는 것은 리태홍이었다.

적절하게 바뀌는 그립과 동시에 리태홍의 칼끝이 한수호의 심장을 향한다.


까강!


한수호의 대검이 리태홍의 칼끝을 쳐낸다.

그리고 동시에 생겨나는 틈을 쫓아, 한수호가 좌우로 크게 대검을 크게 휘두른다.


스릉!


허공을 베어내는 소리가 날카롭게 울려 퍼진다.

리태홍은 상체를 뒤로 빼면서 그의 검을 피하고 휘둘러지는 틈 사이로 몸을 비집어 넣는다.

덕분에 횡으로 팔을 펼치던 한수호의 자세가 무너진다.


휘릭!


허공에서 팽이처럼 회전한 리태홍의 대검이 역수로 쥐어진다.

겹쳐진 양손이 한수호의 심장을 노리고 쇄도한다.

하지만 칼끝은 그에게 닿지 못했다.




한수호가 팔꿈치로 쳐내고 다시금 칼을 찔러 넣은 탓이다.

덕분에 상황은 다시 원점으로 돌아갔다.


***


한수호와 리태홍.

김현호와 정지혁은 각자가 맡은 역할에 완전히 몰입했다.


화려하면서도 복잡한 동작들이 한데 뒤엉키며, 최고의 한 장면을 자아냈다.

그를 뒷받침하듯 연달아 터져 나오는 칼의 쇳소리가 정점을 찍는다.

액션 영화 못지않은 화려한 나이프 파이팅이 펼쳐지는 사이 김현호의 머릿속으로 복잡한 계산이 오갔다.


‘슬슬 클라이맥스야.’


정지혁이 지도했던 액션도 이제 곧 종막을 향해 달려가고 있다.

이제 남은 것은 그의 칼에 상처를 입는 대신에 나는 그의 목에 단검을 붙이는 것으로 이번 씬은 마무리된다.

하지만.

김현호는 끌려갈 생각이라곤 추호도 없었다.


‘건방진 새끼. 모두의 앞에서 개망신 한번 당해봐라.’


갑작스러운 애드리브.

이런 고난도의 액션 씬에서 합을 맞추지 않은 애드리브라면 아무리 그가 날고 긴다고 해도 당황할 수밖에 없다.

물론 갑자기 웬 애드리브냐며 욕을 먹겠지만.


‘둘이서 상의했다고 하고 오리발 내밀면 그만이야.’


정지혁은 아니라고 부정하겠지만, 오늘의 일일 무술 감독은 바로 그다.

이유가 어찌 되었건 결국 감독이란 직함을 맡은 이상 책임을 피할 수는 없다.


애드리브가 성공하여 이대로 정지혁의 연기가 무너져 NG가 나게 된다면 더 좋다.

자기가 연출한 액션 씬에서 NG를 낸 것만으로 정지혁의 역량 부족이라는 오명을 벗을 수가 없게 된다.


‘이제 곧.’


움직이지 못하는 입꼬리 대신 속마음이 음흉하게 미소 짓는다.

그리고.

예정대로 정지혁의 칼이 복부를 할퀴려는 순간.


퍽!


김현호의 왼 주먹이 정지혁의 가슴팍을 후려친다.

덕분에 충격으로 밀려난 대검이 애꿎은 허공만을 가른다.

반동으로 밀려난 김현호는 기다렸다는 듯이 역수로 쥔 대검을 그대로 찔러 들어간다.

정지혁의 목덜미를 노린 칼끝이 한 마리의 뱀처럼 날카롭게 파고드는 찰나.


깡!


‘깡?’


들려서는 안 될 소리가 울려 퍼지고.


퍽!


복부에 갑작스러운 충격이 가해졌다.


“욱!”


덕분에 치밀어 오르는 구토감과 동시에 김현호의 상반신이 앞으로 굽혀진다.

그리고 상반신이 ‘ㄱ’자로 구겨진 순간.

섬뜩한 한기가 김현호의 목덜미에 닿았다.

밤하늘의 한기를 머금어 더욱 싸늘한 예기를 발하는 서슬 퍼런 단검이 김현호에 목에 붙어있다.


‘설마···’


구겨졌던 김현호의 시선이 다시금 천천히 위로 향한다.

그리고.

그제야 그의 모습이 보이기 시작한다.


“남조선 특전사도 별거 아니구만 기래.”


싸늘한 비소를 지으며 자신의 목에 칼을 들이밀고 있는 정지혁···

리태홍의 모습이.

그와 동시에 이성을 붙잡던 최후의 인내심이 끊어진다.


“이 개새······!”

“컷!”


욕지기를 내뱉으려는 순간에 최성원의 목소리가 초소 가득히 울려 퍼진다.

갑작스러운 그의 목소리에 김현호의 정신이 퍼뜩 자리를 되찾는다.


“지혁 씨!”


최성원이 얼굴을 딱딱하게 굳히며 헐레벌떡 초소 안으로 들어오자.

이를 지켜보던 김현호의 입가에도 비소가 번진다.


‘그래, 당신이 이걸 받아들일 리가 없잖아.’


드라마 감독과 작가들이 가장 혐오하는 것 중 하나인 애드리브를 던졌으니.

이제 최성원이 책임을 물을 차례다.


“지혁 씨!”


허나 상황은 김현호의 예상과는 정반대로 흘러갔다.


“방금 애드리브 최고야!”

‘···뭐?’


조금도 예상치 못했던 말에 김현호의 얼굴이 벙찐다.

그의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최성원은 정지혁에게로 시선을 고정시킨 채로 온갖 칭찬을 늘어놓기 시작했다.


“내가 드라마만 4개 넘게 연출하면서 배우들이 갑자기 넣는 애드리브 정말 싫어하는데, 그 생각이 완전히 바뀔 정도야. 여태껏 내가 본 애드리브 중에 단연 최고야! 세상에 이런 애드리브는 또 언제 기획한 거야?”


최성원의 칭찬이 더해질수록, 김현호의 얼굴에는 황당함이 번진다.


“액션 연출 정말 처음인 것 맞아? 내 평생 살아생전 이렇게 생동감 넘치고 디테일한 액션은 처음 봤어. 박 작가도 아주 난리가 아냐, 아주 기가 막힌다고, 리태홍이 대본을 찢고 나온 것 같다 그러더라니깐?”


자신이 애드리브 넣을 때는 그렇게 학을 떼던 사람이, 저렇게 호평 일색이라니 도저히 믿기지 않는다.


까득!


차마 숨기지 못한 분한 감정에 어금니가 부서질 듯 갈린다.

그 시선을 눈치챈 것일까?

문득 조용히 상황을 살피던 정지혁과 시선이 마주쳤다.

그리고 그의 입가에 미소가 번진다.


“맘에 드셨다니 다행입니다. 사실 정말 많이 고민한 부분인데, 잘 됐다니 다행이네요. 여기 선배님이 도와준 덕분입니다. 그렇죠, 선배님?”


그 어느 때보다도 진한 비웃음으로 가득 차있는 미소가.


작가의말

금일을 기점으로 연재 시간이 20시 30분으로 조정되었습니다.

갑작스럽게 조정된 만큼 더욱 초심으로 돌아가 최선을 다하도록 하겠습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12

  • 작성자
    Lv.99 yeom
    작성일
    20.12.21 21:00
    No. 1

    재미있게 보고 갑니다

    찬성: 1 | 반대: 0

  • 작성자
    Lv.99 장금
    작성일
    20.12.21 21:01
    No. 2

    넌 지혁이한테 안된다 함부로 덤비지 마라 뒤진다

    찬성: 2 | 반대: 0

  • 작성자
    Lv.27 레쥬
    작성일
    20.12.21 21:40
    No. 3

    잘 보고 갑니다

    찬성: 1 | 반대: 0

  • 작성자
    Lv.99 책읽는학생
    작성일
    20.12.21 22:37
    No. 4

    ㅉㅉ.. 찐특전시한테 덤비넼ㅋㅋ

    찬성: 2 | 반대: 0

  • 작성자
    Lv.98 go******..
    작성일
    20.12.22 10:00
    No. 5

    재미있게 보고갑니다 건필하세요

    찬성: 1 | 반대: 0

  • 작성자
    Lv.24 이얍두루미
    작성일
    20.12.23 01:53
    No. 6

    이러면 내용이 바뀌는거 아닌가요? 원래는 김현호가 지혁이 목에 칼 대는 걸로 엔딩인데 바뀐건 반대잖아요... 그림이 아무리 좋아도 이게 오케이컷이 될 수 있나..?

    찬성: 2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28 쥬운
    작성일
    20.12.23 20:48
    No. 7

    안녕하세요 작가 쥬운입니다.
    먼저 내용 이해에 혼선을 드려 죄송합니다. 이얍두루미님께서 염려해주신 것처럼 해당 장면은 그 상태에서 마무리가 되는 것이 아닌 하나의 씬이 마무리 된 것으로 추가 씬을 촬영했는 내용으로 전개될 예정이었습니다. 허나 제가 지문 묘사에서 누락한 부분이 발생하여 읽으시는데 불편이 발생하게 되었습니다. 이에 대해 정말 죄송스럽게 생각하고 짚어주신 부분은 28회차 시작 부분에 추가 촬영이 이어졌다는 내용을 추가하였습니다..
    부족한 글에 애정을 가지고 주의 깊게 읽어주시고 잘못된 부분을 바로잡아 주셔서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99 포스아인
    작성일
    20.12.28 18:53
    No. 8

    즐감하고 갑니다

    찬성: 1 | 반대: 0

  • 작성자
    Lv.99 풍뢰전사
    작성일
    20.12.28 20:17
    No. 9
  • 작성자
    Lv.99 OLDBOY
    작성일
    21.01.01 22:17
    No. 10

    잘 보고 있습니다.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99 musado01..
    작성일
    21.01.12 12:56
    No. 11

    잘 보고 갑니다.

    건 필하세요^^*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99 푸른평원
    작성일
    21.01.12 14:58
    No. 12

    잘 보고 갑니다.
    건필하세요.^^

    찬성: 0 | 반대: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천재 배우로 전직을 명 받았습니다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28 Act 28. 연출 - (4) +12 20.12.22 13,104 291 20쪽
» Act 27. 연출 - (3) +12 20.12.21 12,820 295 19쪽
26 Act 26. 연출 - (2) +12 20.12.20 13,049 302 17쪽
25 Act 25. 연출 - (1) +14 20.12.19 13,424 297 19쪽
24 Act 24. 그 이름 - (4) [수정] +24 20.12.18 13,489 284 18쪽
23 Act 23. 그 이름 - (3) [수정] +16 20.12.17 13,455 268 19쪽
22 Act 22. 그 이름 - (2) [수정] +21 20.12.16 13,706 268 12쪽
21 Act 21. 그 이름 - (1) [수정] +21 20.12.15 14,293 258 19쪽
20 Act 20. 룰렛 +15 20.12.14 14,491 286 17쪽
19 Act 19. 프로필 - (2) +17 20.12.13 14,184 303 13쪽
18 Act 18. 프로필 - (1) +15 20.12.12 14,610 305 19쪽
17 Act 17. AND +14 20.12.11 14,590 309 15쪽
16 Act 16. 제의 - (3) +18 20.12.10 14,863 294 15쪽
15 Act 15. 제의 - (2) +13 20.12.09 15,433 298 18쪽
14 Act 14. 제의 - (1) +18 20.12.08 15,654 299 14쪽
13 Act 13. 불청객 - (3) +16 20.12.07 15,710 291 15쪽
12 Act 12. 불청객 - (2) +20 20.12.06 15,729 302 12쪽
11 Act 11. 불청객 - (1) +18 20.12.05 15,993 299 12쪽
10 Act 10. 첫 촬영 - (2) +20 20.12.04 16,636 323 17쪽
9 Act 9. 첫 촬영 - (1) +20 20.12.03 17,141 318 17쪽
8 Act 8. 오디션 - (3) +12 20.12.02 17,119 320 11쪽
7 Act 7. 오디션 - (2) +19 20.12.01 17,352 332 14쪽
6 Act 6. 오디션 - (1) +13 20.11.30 17,842 330 11쪽
5 Act 5. 뉴스 - (2) +12 20.11.29 18,225 328 12쪽
4 Act 4. 뉴스 - (1) +21 20.11.28 19,282 345 15쪽
3 Act 3. 튜토리얼 - (3) +21 20.11.27 19,554 379 15쪽
2 Act 2. 튜토리얼 - (2) +26 20.11.27 21,580 351 16쪽
1 Act 1. 튜토리얼 - (1) +25 20.11.27 26,038 381 12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