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쥬운입니다

천재 배우로 전직을 명 받았습니다

무료웹소설 > 작가연재 > 현대판타지

쥬운 아카데미 작가
작품등록일 :
2020.11.27 17:58
최근연재일 :
2021.01.19 21:40
연재수 :
57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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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40,1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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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589
글자수 :
437,739

작성
20.12.14 22: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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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7쪽

Act 20. 룰렛

DUMMY

아무런 전조도 없이 화면을 가득 채운 룰렛.

이리저리 고개를 돌리는 미어캣마냥, 혹시나 누가 볼세라, 나는 이리저리 주변을 살폈다.

다행히 김수아도 윤혜선도 찍힌 사진을 확인하며 열띤 토론을 이어가고 있다.


지금이다.

나는 은밀하게, 조용하게 손가락을 움직였다.


- 첫 업적 보상은 룰렛의 결과에 따라 다르게 지급됩니다. -

- 룰렛의 기회는 1번, 선택된 결과는 번복할 수 없습니다. -


겨우 한 번이라는 생각이 들지만.

룰렛의 내용을 확인하면 그런 불평불만은 쏙 들어갔다.


‘이게 다 뭐야?’


룰렛에서 가장 많은 지분을 차지하고 있는 것은 무려 절반의 칸을 차지하고 있는 1만 코인.

그리고 40개의 칸을 잡고 있는 3만 코인.


‘일단 무조건 이득이다.’


현재 보유 중인 코인은 3500코인.

가장 낮은 보상인 1만 코인만 하더라도 지금 수중 코인의 약 3배에 해당하는 양이다.

3만 코인은 무려 10배 가까이나 된다.


‘대박이다!’


룰렛의 핵심은 마지막 남은 10칸이었다.

남은 10칸엔 상점 1회 무료 이용권에 카테고리 해방권과 같은 특별한 이용권이 남은 칸을 차지하고 있다.

그러나 이용권이 차지하는 칸은 각각 1칸씩으로, 결국 특정 이용권이 나올 확률은 고작 1%에 불과했다.

머릿속이 맹렬하게 돌아갔다.


‘확률이 너무 낮긴 한데.’


각각의 확률 1%, 총합 확률 10%.

확률이 마냥 낮은 것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높은 확률은 절대 아니다.

과연 성공할 수 있을까?


‘어차피 기회는 1번, 못해도 중박이야.’


딱히 실패랄 것도 없다.

이왕 이렇게 된 거 내 운을 믿고 과감하게 돌려보는 수밖에.

그렇게 손가락이 화면에 닿은 그 순간.


“지혁 씨.”

“예?!”


예상치 못한 목소리에 당혹성이 터져 나왔다.

황급히 뒤를 돌아보니, 김수아가 미안한 표정을 짓고 있다.


“미안해요. 제가 놀라게 했나요?”

“아, 아닙니다. 잠깐 뭣 좀 확인하고 있었습니다.”

“그래요? 메인 사진 하나 정했는데, 지혁 씨 의견을 듣고 싶어서요. 잠깐 이쪽으로 와줄래요?”

“네, 알겠습니다.”


김수아는 엷은 미소를 끝으로 다시 카메라 쪽으로 향했다.

그녀의 모습이 사라지고 나자 몸에 긴장감이 풀리며 절로 한숨이 새어 나온다.


“후우. 깜짝이야.”


딱히 죄를 지은 것도 아니지만, 너무 크게 당황했다.


띡, 띡, 띡.


불현듯 귓가를 스치는 의문의 소리.

마치 무언가 걸리는 듯한 소리가 고막으로 파고들었다.

이윽고 안색이 창백하게 질렸다.


“설마!”


시선이 황급히 스마트폰의 화면으로 향했다.


띡.


룰렛은 이미 돌아가고 있었다.

김수아에게 불렸을 때, 손가락이 화면을 긁은 모양이다.

심지어 속도도 이미 줄어들 대로 준 상황.

룰렛의 화살표가 뭘 가리켰는지 확인하기도 전에.


- 축하합니다. -


새로운 메시지가 화면을 뒤덮었다.


- 룰렛 보상, 월 1회 임무 힌트 제공권이 지급되었습니다. -


“어?”


뜻밖의 행운을 담은 메시지가.


***


윤혜선이 찍은 프로필 사진.

메인 사진이 된 슈트 차림의 정면 사진을 중심으로, 정지혁의 프로필 사진은 세간을 떠들썩하게 만들었다.

얼마 전에 올렸던 인터뷰 영상이 화제가 됨에 따라, 사람들의 관심이 자연스럽게 프로필 사진에도 쏠린 것이다.

특히 윤혜선이 회장으로 있는 팬카페는 그녀의 사진으로 도배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덕분에 회사는 그야말로 축제였다.


“김 팀장, 이번에 프로필만으로도 대박 치고 있다며?”

“네, 솔직히 말씀드리면, 배우도 배우지만 이대로 모델로 활동해도 전혀 지장 없을 것 같아요.”


김수아의 입가가 기분 좋은 호선을 그렸다.

자신감 넘치는 그녀를 보자, 강석호의 입가에도 짙은 반월이 피었다.

단지 프로필 사진만으로도 이렇게 화제가 되었던 연예인이 있었던가?

적어도 그가 아는 범위 내에선 없다.


“그 정도야? 이번 사진 윤 작가 작품이지? 윤 작가도 이번에 아주 난리 났겠네.”

“윤 작가님 이번 사진으로 일이 계속 들어오고 있대요. 벌써 한 달 동안은 예약도 다 찼고, 지금도 계속 작업 의뢰가 들어오고 있다는데, 아마 한동안은 바빠서 쉬지도 못할 겁니다.”


사진이 화제가 되어 세간의 관심이 쏠린 만큼, 사진을 찍은 장본인인 윤혜선의 주가 역시 연일 최고치를 경신했다.

다만 너무 과도하게 일감이 몰려드는 탓에 팬카페를 제대로 운영하기 힘들 정도가 되는 웃지 못할 상황이 벌어졌다고.

강석호의 눈이 기대감으로 반짝였다.


“우리 정 배우는 어때?”

“지혁 씨요? 하아.”


돌연 김수아의 입에서 깊은 한숨이 새어 나왔다.

무슨 일이라도 있는 걸까?

난데없는 한숨에 불안감이 치솟았다.


“왜? 무슨 문제라도 있는 거야? 설마 사고라도 쳤어?”

“아뇨! 사고는요. 사고는커녕 너무 바른 생활 사나이라 그렇죠.”

“······엉?”


김수아의 입에서 의외의 단어가 흘러나왔다.

바른 생활 사나이?

하마터면 ‘네가 그런 소리를?’이라고 소리칠 뻔했다.


김수아 본인은 모르겠지만, 그녀는 이미 사내에서 유명하다.

깔끔하면서도 시원시원한 일 처리와 둘째가라면 서러울 정도로 철두철미한 자기관리, 그리고 그녀의 최강의 무기인 성실함은 사내 최고의 모범 사원으로 만들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그런 김수아가 한숨을 내쉴 정도라면, 대체 어느 정도길래?

이번엔 다른 의미로 불안감이 치솟았다.


“매일 하루도 거르지 않고 아침 운동으로 하루를 시작하고 연기 연습에 매진하고 있어요. 최근에 수라의 촬영이 전부 끝났는데도요.”

“세상에, 무슨 도 닦아?”

“그나마 수라 촬영 끝나고 조촐하게 회식 파티 다녀온 게 전부예요.”

“아직도 이 바닥에 그런 사람이 다 있네.”


강석호는 혀를 내둘렀다.

확실히 그만한 성과를 맛 봤다면 조금은 풀어지는 것이 대부분이다.

그렇기에 회사 차원에서 너무 풀어지지 않게 관리해주는 것이건만, 정지혁은 달랐다.


그야말로 선비와도 같은 청렴한 생활을 이어나가며 착실하게 차기 작품을 준비하고 있다고.

다른 건 모르겠지만, 요즘 같은 세상에 보기 힘든 타입인 것만은 확실하다.

덕분에 더욱 믿음이 갔다.


“노력하는 자에게 기회가 온다더니, 정말이었잖아?”

“네? 뭐가요.”

“축하해.”


강석호의 입꼬리가 길게 늘어졌다.

더불어 눈꼬리 역시 짙은 호선을 그린다.


“우리 정 배우. 캐스팅 제의 들어왔어.”


***


“조금 눈 좀 붙이는 게 낫지 않겠어요? 어제도 늦게까지 대본 읽고 계셨잖아요.”

“괜찮습니다. 이 정도는 끄떡없습니다.”

“···너무 무리하시면 안 돼요. 오늘은 중요한 날이니까요.”


알고 있다.

그렇기에 더욱 잠들 수 없다.

오늘은 내 인생에서의 첫 대본 리딩 날이니까.


대본 리딩.

촬영 전에 주연, 조연 격 배우들이 한데 모여 대본의 대사를 읽으며 서로의 캐릭터와 대사에 담긴 감정선을 미리 체크하는 것으로.

감독과 작가 그리고 주요 배우들이 한자리에 모이는 만큼 굉장히 중요한 자리가 아닐 수 없다.


정해진 시간보다도 훨씬 이른 시간에 방송사의 사무실로 향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심장이 빠르게 격동한다.

솟구치는 긴장감은 기대감과 어우러져 심장 박동에 풀무질을 더한다.

너덜거리다시피 하는 대본을 쥐고 있는 손에서 땀이 배어 나온다.

새것으로 받은 대본이 너덜거릴 정도로, 이미 모든 씬과 대사를 외웠음에도 불구하고 긴장감은 좀처럼 가라앉지 않았다.


“긴장되죠?”


절묘한 타이밍에 김수아가 정확하게 맥을 짚고 들어온다.

그녀의 입가엔 진한 미소가 피어 있다.

마치 다 알고 있다는 듯한 모습이다.


“예, 긴장됩니다.”

“너무 긴장하실 것 없어요. 그렇게 딱딱한 자리도 아니고, 캐릭터와 특징, 성격 등을 파악하는 자리니까요.”

“팀장님도 가보신 적 있습니까?”

“저요? 소희 데리고도 자주 갔죠. 물론 그전에도 자주 갔고요. 저야 현장까지 들어가진 못하지만, 그래도 다들 나중에는 편하게 가시더라고요. 그러니 지혁 씨도 그렇게 긴장하지 않으셔도 괜찮아요.”


김수아가 부드러운 미소로 말을 건넨다.

그녀의 미소를 보고 있자니, 한결 마음이 가벼워진다.

잠시 대본을 더 확인하는 사이.


“도착했어요. 여기가 바로 KBT 방송국이에요.”


방송국의 크기는 내가 상상하던 그 이상이었다.

끝을 모르고 솟아오른 빌딩이 구름까지 이어져 있는 것 같다.

덕분에 절로 고개가 위로 향한다.

옆을 보니 김수아가 조그맣게 웃음을 터뜨리고 있다.


“방송국은 처음이세요?”

“네, 처음입니다.”

“앞으로는 지겹도록 오시게 될 거예요. 바로 가죠.”


김수아는 거침없이 건물 안으로 향했다.

여행사의 가이드를 따라가는 것처럼, 나는 묵묵히 그녀의 뒤를 쫓았다.

그녀는 내겐 복잡한 미로와도 같은 방송국을 거닐면서도 전혀 망설임이 없었다.

마치 제 안방을 걷는 것 같은 느낌이다.

정신없이 그녀의 뒤를 쫓다 보니, 마침내 목표로 했던 곳이 보이기 시작했다.


“다 왔어요.”

“대단하시네요. 길이 엄청 복잡하던데.”

“자주 오다 보면 금방 이렇게 돼요. 전 사내 카페에 있을 테니 끝나면 바로 연락해주세요.”

“네 알겠습니다.”


싱긋 미소를 건네고서 김수아는 천천히 멀어졌다.

홀연히 데려다주고 곧바로 사라지는 모습이 잘 훈련된 요원과도 같다.


‘하긴 군인 했으면 잘했을 것 같긴 하네.’


뒷모습을 보고 있자니 어쩐지 실없는 생각이 떠오른다.

하는 떠오르는 상념을 훌훌 털어버리고 앞에 있는 방문을 두드렸다.


“실례하겠습니다.”


문틈 사이로 뻗어 나오는 불빛.

정해진 시간보다 훨씬 이른 시간임에도 불구하고 방안엔 이미 선객이 있었다.


“오, 너튜버에서 요새 핫하신 그분이네. 이름이··· 정지혁 맞죠?”


익숙한 모습의 남자가 반갑게 맞이한다.

그가 내 이름을 알고 있듯이, 나 역시 그의 이름을 알고 있다.


“맞습니다. 만나 뵙게 되어 영광입니다. 이시환 선배님.”


모르려야 모를 수가 없는 이름이다.

영화, 드라마 가릴 것 없이 다작 활동으로도 유명하며 감칠맛 나는 감초 연기와 입담으로 예능에서도 종횡무진 활약 중인 그였으니까.

나는 공손하게 허리를 숙이며 인사를 건넸다.

아는 체를 하자 그의 입가에 핀 미소가 더욱 짙어졌다.


“아유, 그렇게까지 말 안 해도 괜찮은데, 나도 만나서 반가워요. 우리 잘해봅시다.”

“예, 잘 부탁드립니다 선배님.”


이시환은 생각보다도 훨씬 사교성이 좋은 사람이었다.

초면인 데다 화술에 서툰 나를 두고도 대화가 한 번도 끊기질 않았으니까.

거기에 누군가 들어올 때마다.


“오오 마침 왔네. 여기 이분이 이번 감독을 맡아주신 채진원 감독님.”

“허이구, 시환 선배 또 시작이네. 채진원입니다. 이 선배가 좀 말이 많죠?”

“많기는! 무슨 말을 그리 섭하게 해?”

“농담입니다 농담. 그 나이 먹고 삐치면 그것도 꼬장인 거 아시죠?”


이렇게 각각 소개도 시켜주고 분위기도 한껏 띄워준다.

그의 활약 덕에 주변을 가득 채우던 어색한 공기도 모조리 사라졌다.

대기실은 금세 화기애애한 분위기로 한껏 무르익었다.

정해진 시간이 점점 다가올수록 비어있던 의자도 빠르게 채워져 갔다.

남은 의자는 이제 겨우 하나뿐이다.


“선생님 빼고 다 오셨네요. 선생님도 거의 다 도착하셨다고 하시니, 선생님 오시면 대본 리딩 바로 시작하겠습니다.”

“네.”


채진원의 말에 일제히 대답한다.

시작이란 단어가 흘러나옴에 따라 무르익던 분위기도 점점 소강상태를 맞이했다.


“지혁이는 선생님 처음 뵙지?”


한참 웃고 떠들던 이시환이 불쑥 고개를 들이밀었다.

하지만 선생님이라 해도, 리딩 자체가 처음인 내가 알 길은 없다.


“선생님이라 하시면?”

“아, 리딩도 오늘 처음이랬지? 미안, 미안. 이번에 주로 네 상대 배우를 해주실 분인데, 연세도 연세지만, 까마득한 대선배님이셔서 대부분 선생님이라고 불러.”

“그렇습니까?”

“선생님 오시면 말이랑 행동에 조심하······.”


이시환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닫혀있던 대기실의 문이 열렸다.

그리고 이시환이 등장할 때와 마찬가지로 익숙한 얼굴이 고개를 내민다.


“다들 일찍 왔구나.”

“선생님 오셨습니까?”


자리에 앉아있던 배우들은 물론 감독과 작가까지 모두 일제히 기상하여 허리를 숙인다.

나 역시 이시환을 따라 허리를 숙이면서도 조심스럽게 그 모습을 떠올린다.


배우 한세강.

무려 데뷔 60년 차에 빛나는 대한민국 대표 원로 배우 중 한 명으로.

지금까지 출현한 작품만 무려 50개가 족히 넘고, 수많은 연기상을 휩쓴, 배우계의 살아있는 역사라고 할 수 있는 명배우다.


연기 실력이야 이루 말할 것도 없고, 단지 이미지만이 아닌, 실제로도 오랜 세월 동안 수많은 선행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국민 어머니라는 호칭을 가지고 있기도 했다.

군생활로 인해 문화생활을 자주 접하진 못한 나 역시도 그 이름과 얼굴은 제대로 기억하고 있을 정도니, 이만하면 말 다 했다.


“요란스럽기는. 그러지들 말고 얼른 앉아라.”


살짝 눈을 찌푸리며 손을 젓는 한세강의 말이 떨어지고 나서야 모두 자리에 착석한다.

별 거 아닌 말임에도 불구하고 목소리에 실린 기운이 상당하다.

오죽하면 그 말 많던 이시환마저 입을 꾹 다물고 슬슬 눈치를 살필 정도다.


한세강은 비어있는 의자에 천천히 몸을 기댔다.

그녀가 자리로 앉자마자, 채진원이 그녀를 향해 천천히 다가온다.


“선생님. 괜찮으시다면 조금 이르긴 하지만 바로 시작할까 하는데, 선생님 생각은 어떠신가요?”

“잠깐 물 좀 마시고 해도 되겠니?”

“물론이죠, 선생님. 그럼 5분 후에 시작하도록 하겠습니다.”

“고맙구나.”


감독인 채진원 역시 조심스럽기는 마찬가지다.

한세강과의 대화를 마친 그는 이윽고 모두를 향해 다시금 입을 열었다.


“5분 후에 시작하겠습니다. 모두 핸드폰 무음이나 꺼주시고, 대본 준비해주세요.”


그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각자 스마트폰을 만지거나 대본을 읽기 시작한다.

하긴 이 많은 이들이 있는 자리에서 울렸다간 그만한 민폐도 없다.


‘차라리 끄는 편이 낫겠다.’


나는 안주머니에 있던 스마트폰을 꺼냈다.

리딩 중에 잠시 전원을 꺼두기 위함이었다.

하지만 나는 곧바로 전원을 끄지 못했다.

화면 위로 익숙한 메시지가 떠올랐기 때문이다.


- [긴급 임무]가 발생하였습니다! -

- 긴급 임무 : [스승] -

내용 : 당신의 연기의 지표가 될 스승에게 인정받으시오.

보상 : 2500코인

힌트 : [감정], [부모]

* 실패 시, 사용자 정지혁의 배역이 조연에서 단역으로 강등됩니다.


‘하필 지금!’


당장 5분 후면 대본 리딩이 시작된다.

하지만 이제 와서 임무라니.

그것도 하필이면 긴급 임무라 거절할 수도 없다.


‘침착하자.’


마음만 급해선 될 일도 실패한다.

나는 터질 것 같은 마음을 애써 진정시키며 메시지부터 확인했다.


‘스승?’


대뜸 스승에게 인정 받으라니.

심지어 누군가를 특정 짓는 단어도 없을뿐더러, 힌트라곤 [감정]과 [부모]뿐이다.


‘이걸 대체 어떻게 완수하라는 거야?’


가뜩이나 시간도 부족한데 힌트는 더욱 부족하다.


“응? 왜 그래. 무슨 일 있어?”


내 표정을 읽은 것일까?

옆에서 대본을 확인하던 이시환이 고개를 갸웃거린다.

덕분에 인상을 찌푸리며 확인하던 눈동자가 길을 잃고 방황한다.


“아, 아닙니다. 중요한 메시지가 와서 확인 중이었습니다.”

“그래? 얼른 확인하고 핸드폰 꺼. 곧 시작하겠다.

“예. 바로 끄겠습니다.”


이시환의 눈동자가 다시금 대본으로 향한다.

일단 둘러대긴 했지만, 이젠 정말 시간이 없다.


이렇게 된 이상 방법은 하나뿐이다.

이런 식으로 쓰긴 싫었지만, 어쩔 수 없지.

나는 아껴두고 아껴두었던 비장의 카드를 꺼냈······.


‘잠깐만.’


화면으로 향하던 손가락이 허공에서 멈춰 섰다.

그리고 당혹감과 긴장감으로 굳어져 있던 머릿속이 맹렬하게 회전하기 시작한다.


‘그래, 어렵게 생각할 것 없잖아?’


스승(師).

자기를 가르쳐 올바른 길로 인도해주는 사람.

거기에 [부모]라는 힌트.


찢겨져 있던 퍼즐이 한 데로 모여들며 맞춰지는 기분이다.

너무 복잡하게 생각할 것 없었다.

스승이라는 경칭을 사용할 존재도, [부모]라는 힌트가 가리키는 대상도, 애초에 단 한 명에 불과했으니까.


여기 있는 그 누구보다 스승이란 존재에 걸맞으며, 이번에 참여하게 된 드라마 <카네이션>에서 ‘나’의 어머니 역할을 맡은 사람.

한세강.


스마트폰이 빛을 잃은 순간, 하나의 시선이 내게로 향한다.

나의 인생을 바꾸어줄 스승.

한세강의 시선이.


작가의말

정말 오랜 시간 지연되어 정말 진심으로 사죄의 말씀을 올립니다.

4시간 넘게 수정 작업에 매달린 끝에 내용이 대폭 수정되며.

드디어 독자님들께 자신 있게 보여드릴 수 있는 한 화가 완성된 것 같습니다.

늦은 시간까지 기다려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와 사죄의 말씀을 드립니다.

보다 나은 더 재미있고 독자님들께서 재미있게 읽어주실 수 있는 작품을 보여드릴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도록 하겠습니다.

기다려주셔서 정말 감사하고 또 죄송합니다.

- 쥬운 올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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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 Act 21. 그 이름 - (1) [수정] +21 20.12.15 14,293 258 19쪽
» Act 20. 룰렛 +15 20.12.14 14,491 286 17쪽
19 Act 19. 프로필 - (2) +17 20.12.13 14,184 303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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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 Act 17. AND +14 20.12.11 14,590 309 15쪽
16 Act 16. 제의 - (3) +18 20.12.10 14,863 294 15쪽
15 Act 15. 제의 - (2) +13 20.12.09 15,433 298 18쪽
14 Act 14. 제의 - (1) +18 20.12.08 15,654 299 14쪽
13 Act 13. 불청객 - (3) +16 20.12.07 15,710 291 15쪽
12 Act 12. 불청객 - (2) +20 20.12.06 15,729 302 12쪽
11 Act 11. 불청객 - (1) +18 20.12.05 15,993 299 12쪽
10 Act 10. 첫 촬영 - (2) +20 20.12.04 16,636 323 17쪽
9 Act 9. 첫 촬영 - (1) +20 20.12.03 17,140 318 17쪽
8 Act 8. 오디션 - (3) +12 20.12.02 17,119 320 11쪽
7 Act 7. 오디션 - (2) +19 20.12.01 17,351 332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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