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쥬운입니다

천재 배우로 전직을 명 받았습니다

무료웹소설 > 작가연재 > 현대판타지

쥬운 아카데미 작가
작품등록일 :
2020.11.27 17:58
최근연재일 :
2021.01.19 21:40
연재수 :
57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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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40,1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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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437,739

작성
20.12.18 19: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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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8쪽

Act 24. 그 이름 - (4) [수정]

DUMMY

처음 보는 하얀 천장에 한세강은 천천히 몸을 일으켰다.


“여긴?”


그녀가 있는 곳은 바로 병실이었다.

은은한 소독약 냄새가 문 너머로 흘러들어온다.

이불을 걷어 옷을 확인하니, 옷도 환자들이 입는 환자복으로 갈아 입혀져 있다.

그리고.


“이건···”


온화하고 따뜻한 가을 하늘을 연상시키는 향긋한 내음.

해바라기와도 비슷한 생김새를 가진 노란 꽃다발이 옆의 탁자 위에 놓여있다.


“루드베키아잖아.”


해바라기와 비슷하지만 조금 다른 생김새.

영원한 행복이라는 꽃말을 가진 꽃.

그리고 남들에게는 설명한 적 없는, 한세강 본인이 가장 좋아하는 꽃.

한세강은 무의식적으로 꽃다발을 향해 손을 뻗었다.


사락.


향긋한 가을 내음과는 달리, 만져지는 꽃잎은 진짜가 아니었다.

생화가 아니라 만들어진 조화.

한세강은 자연 그대로의 꽃은 좋아하지만, 꽃다발의 꽃은 생화를 좋아하지 않았다.

그 순간만을 위할 뿐, 시간이 지나면 점점 시들어버리기 때문이다.

허나 여기까지 아는 이라고는······


“설마···”


딱 한 명 뿐이지 않은가.

더 이상 자신에겐 관심 없는 줄 알았는데.

아직 자신을 잊지 않은 것일까?


“···응?


문득 꽃다발 안으로 시선이 향한다.

정확히는 꽃다발 안에 붙어있는 명함 크기의 조그만 쪽지이다.


- 쾌유를 바랍니다. -


“······솔직하지 못한 녀석.”

“선생님!”


때마침 병실 문을 열고 누군가 모습을 드러낸다.

익숙한 얼굴이 한세강의 눈동자를 가득 채운다.

꽃다발을 보낸 그 녀석과도 묘하게 닮은 아이, 정지혁이다.


“몸은 좀 어떠세요? 어디 불편하시거나 편찮으신 곳 없으세요? 혹시 어디 아프시면······”

“난 괜찮다, 괜찮아. 그보다 여긴 어디니?”


정지혁의 얼굴이 착잡하게 물들어간다.

조용히 눈치만을 살피던 그는 결국 한숨을 내쉬며 입을 열었다.


“시간이 지나도 선생님이 물 밖으로 나오지 않으셔서 제가 호수로 들어갔어요. 물에 빠진 선생님을 구하는 데 성공했지만, 의식이 없으셔서. 바로 병원으로 후송되셨어요. 다행히 응급조치가 잘 돼서, 특별히 이상도 없다는데, 의식이 없으셔서 모두 걱정하고 있었어요.”

“다들 무척 놀랐겠구나.”


정지혁이 씁쓸히 시선을 내렸다.

덩달아 한세강의 마음에도 미안한 감정이 번지기 시작한다.


드륵!


이를 구제하듯 때마침 병실 문이 열리며 익숙한 얼굴이 나타났다.

담담했던 표정이 순식간에 무너지고. 그녀의 얼굴에 경악의 표정이 어리기 시작한다.


“하윤이니?”

“선생님!”


화들짝 놀란 하윤이 헐레벌떡 침상을 향해 달려온다.

일어서려던 몸이 멈추고 안도의 표정이 어리기 시작한다.

평온을 찾은 한세강과 달리 그녀의 얼굴엔 반가움과, 걱정이 한가득이다.


“몸은 좀 어떠세요? 어디 불편하시거나 편찮으신 곳 없으세요? 혹시 어디 아프시면······”

“난 괜찮다, 괜찮아.”


한세강은 빠르게 이어지는 하윤의 말꼬리를 잘랐다.

중간에 괜찮다고 하지 않았다면, 계속해서 상태를 확인했을 것이다.

이윽고 그녀의 목소리가 촉촉하게 젖어들기 시작했다.


“제가 얼마나 놀랐는지 아세요? 갑자기 선생님이 병원에 입원하셨다고 해서 정말······ ”

“폐를 끼쳤구나.”

“폐라뇨! 그런 말씀 마세요.”


그녀가 당치도 않다는 듯이 고개를 가로저었다.


“선생님 이분은···.”


갑작스러운 상황에 적응하지 못한 정지혁이 조심스럽게 질문을 건넨다.

질문의 대상인 하윤이 황급히 매무새를 가다듬자, 지켜보던 한세강의 입가에도 미소가 번진다.


“둘은 초면이겠구나. 이쪽은 내 제자인 하윤이다. 요새 한창 잘나가는 배우지. 실력도 좋고, 발도 넓어서 이 바닥에선 꽤 유명하단다.”


황급히 매무새를 가다듬은 연하윤은 조신하게 설명을 덧붙였다.


“처음 뵙겠습니다. 연하윤이예요. 이름이··· 정지혁 맞죠?”

“제 이름은 어떻게?”


정지혁의 얼굴에 당혹감이 어렸다.

하윤의 눈꼬리가 길게 휘어지며 예쁜 미소가 번진다.


“요새 한창 유명하신 분이시잖아요. 거기에 호수에 뛰어들어서 선생님 구해주셨다고 들었는데, 우리 선생님 구해주셔서 정말 감사드려요.”


연하윤은 환하게 웃으며 거듭 감사 인사를 건넸다.

한세강은 부드럽게 미소를 지으며 병상에 올라온 정지혁의 손을 마주 잡았다.


“그거야말로 내가 할 말이구나. 구해줘서 정말 고맙다”


마주 잡은 손을 타고 따뜻한 온기가 전해진다.

요동치던 눈동자가 잠잠해지며 그의 입가에도 미소가 번지기 시작한다.


“별말씀을요. 당연한 일이었는걸요.”


태연하게 웃던 정지혁의 손이 바빠지기 시작한다.

정지혁은 옆에 있던 종이 가방을 뒤지며 화제를 돌렸다.


“참, 선생님 식사 아직이시죠? 병원 밥은 영 맛이 별로여서, 죽을 좀 사왔습니다.”


정지혁이 환하게 마주 웃으며 종이 가방에서 죽을 꺼내고 그를 본 연하윤이 침상에 연결된 탁자를 올린다.

고소한 죽 냄새와 그로부터 뻗어 나온 따뜻한 온기가 온 병실에 가득 찬다.

한세강은 피식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괜찮다. 너희야말로 잘 챙겨 먹었니? 혹시 나 때문에 끼니도 거르고 그런 거 아니지?”

“예, 잘 챙겨 먹었어요. 전 괜찮으니까 얼른 드세요. 죽 식겠어요.”

“잘 챙겨 먹었어요. 오기 전에도 잔뜩 먹고 온 걸요?”


잔소리로 들릴 수 있는 걱정에도 두 남녀는 기쁘게 웃으며 대답한다.

마치 남매와도 같은 반응에 절로 미소가 번진다.


“그래, 그러면 됐다. 절대 끼니는 걸러선 안 된다. 배고프면 잘 될 것도 안 되는 법이야.”

“예, 알겠습니다.”

“넵! 저희도 잘 챙겨 먹을 테니까. 선생님도 절대 끼니 거르시면 안 돼요!”


오랜만의 담소는 그릇이 전부 비워질 때까지 이어졌다.

깨끗하게 비워진 접시처럼 가슴 속에 묻어뒀던 감정이 하나둘씩 사라져간다.


“자, 그럼 저는 슬슬 일어나 볼게요, 선생님.”


살살 눈치를 살피던 하윤이 씨익 웃으며 몸을 일으켰다.

반듯하게 허리를 숙이며 인사를 건네는 모습에 진한 아쉬움이 어린다.


“좀 더 있다 가지 그러니?”

“저도 그러고 싶은데, 저녁에 곧바로 촬영이 있어서요. 촬영 끝나면 또 올게요.”


바쁜 이를 계속 붙잡을 수도 없는 노릇.

더군다나 이번 작품에서도 주인공을 맡은 하윤의 위치를 생각하면, 더더욱 시간을 뺏을 수는 없다.

한세강은 아쉬운 표정을 뒤로하고 걱정 어린 한 마디를 건넸다.


“그래, 항상 몸조심하고.”

“오늘 정말 감사했습니다.”


정지혁 역시 허리를 숙이며 인사를 건넨다.

그를 지켜보던 하윤은 입가에 호선을 그리며 입술을 달싹였다.


“선생님 그럼 먼저 가보겠습니다. 지혁 씨 조만간에 작품에서 봐요.”


한차례 폭풍이 지나가듯 하윤은 곧 병실 밖으로 모습을 감췄다.

이윽고 둘만 남은 병실.

눈이 마주친 정지혁이 환한 미소를 머금는다.

덩달아 한세강의 입가에도 미소가 번진다.


‘설마 이렇게 될 줄이야.’


불과 얼마 전에 고성을 지르며 정지혁을 힐난했던 모습이 도저히 떠오르지 않을 정도다.


‘언제부터였을까?’


생각해보면 그때부터였던 것 같다.

첫 촬영의 순간.

정지혁에게서 첫 번째 제자인 한지호의 모습을 본 순간부터.


그의 연기가 가슴 속에 묻어두었던 추억을 되살리고.

상처로 가득한 마음의 약이 되어주었다.


“다 네 덕분이다.”


그의 얼굴에 잔잔한 파문이 일었다.

말에 담긴 뜻을 눈치챈 것일까?

덜컥 굳었던 손이 다시금 움직이고, 그의 얼굴에도 어느덧 미소가 번진다.


“아니에요, 선생님.”


부정하는 정지혁의 손위로, 한세강의 손이 겹친다.

갑작스러운 그녀의 행동에 정지혁이 의문을 표하기도 전에.

한세강의 입가에 부드러운 미소가 번졌다.


“전에 그랬지? 대한민국 최고의 배우가 되고 싶다고”

“기억하고 계셨어요?”


순간 정지혁의 눈동자에 이채가 스쳤다.

하긴 잠깐 쉬는 시간에 스쳐 지나가듯이 한 말이긴 하다.

하지만 한세강은 보았다.


그 꿈을 말할 때,

그의 눈동자를.

지난날, 처음 연기를 시작했을 때의 자신과 같은 눈동자를.

그건 간절함과 열망이 담긴 눈동자였다.


“연기 잘하고 싶니?”

“네.”


일말의 망설임도 없는 대답.

그 대답이 한세강에게 더욱 확신을 주었다.


“가르쳐주마.”

“···선생님?”

“이 바닥의 선배이자 스승으로서 내가 알고 있는 모든 것을 가르쳐주마. 그러니 어디 한 번 그 꿈.”


크기를 더한 눈동자가 반짝이는 순간.

한세강의 입가에 부드러운 미소가 번지기 시작한다.


“같이 이뤄보자꾸나.”


겨울만이 반복되던 얼어붙은 마음에.

한 줄기 봄볕이 드리우기 시작했다.

‘스승’이라는 이름을 완성시켜 주는, ‘제자’이라는 이름에 의해서.


***


“세상에, 그럼 선생님께 연기 지도를 받기로 하신 거예요?”

“네, 퇴원하시면 당분간은 선생님 댁에 지내면서 연기를 배울 것 같습니다.”


한세강 내 꿈을 전폭적으로 지지했다.

만약 회사에서 호출하지만 않았다면, 당장이라도 연기 수업을 시작했을 것이다.

대한민국 최고의 배우 중 한 명으로 손꼽히는 그녀에게 연기를 배울 생각을 하니 입가에 미소가 끊이질 않는다.


“너무 좋아하시는 거 아니에요? 소희한테도 몇 번 들었는데, 선생님 꽤 엄하시다던데요”

“괜찮습니다. 오히려 그편이 더 좋습니다.”


대장장이가 명검을 만들기 위해서는 수천, 수만 번 철을 두드린다고 했다.

최고의 배우가 되기 위해서라면, 그 어떤 엄한 수업도 각오가 돼 있다.

아무렴 군대보다 더할까?

내 표정을 힐끔거리던 김수아는 예쁜 웃음을 터뜨렸다.


“정말 가끔 보면 어떻게 그런 연기를 보였는지 신기하다니까요.”

“어떤 거 말씀입니까?”

“이번에 방영된 <카네이션> 2화에서 나온, 병실 씬이요. 그거 덕분에 지금 여기저기서 난리인 거 알아요?”


드라마 카네이션의 방영 시각은 오후 8시 30분.

다소 이른 시각에 편성된 데다 저조한 1화의 성적으로 카네이션은 모두의 우려와 걱정을 한 몸에 샀다.

하지만 2화가 방영이 되자, 부정적이던 여론은 단번에 뒤집어졌다.


귀신이 된 아들과 어머니의 병실 재회 장면.

병실에서의 연기는 김수아는 물론 지켜보던 시청자들의 심금을 울렸다.


- 아, 보고 있는데 눈에서 계속 땀이 나네. -

- 부모님이랑 같이 보고 있었는데, 부모님이 옆에서 휴지 달라고 하심. -

- 진짜 저 실력에, 저 외모 가지고 왜 군인하고 있었던 건데! -

- 위에 댓글 다신 분, 저분 프로필 사진 보면 오열하실 듯. -


카네이션은 SNS는 물론 각종 커뮤니티에서 화제였다.

안방에서 드라마를 탐독하던 어머니들의 마음을 저격하는 데 성공한 것이다.

어머니에서 남편과 자식으로, 그들은 다시 주변 이들과 인터넷으로.

나무가 뿌리를 내리듯 퍼져나간 입소문은 주변을 온통 카네이션으로 물들었다.


“지금 시청률이 얼마나 되요?”

“채 감독님 말씀으론 시청률 15% 넘겼다고 들었습니다.”


입소문을 탄 카네이션은 1화에 5%라는 저조한 성적을 딛고 일어서, 단 2화 만에 시청률 15%를 찍는 기염을 토했다.

시청 시간대가 황금 시간대도 아니고, 겨우 2화 만에 오른 성적임을 감안하면, 대성공이라 하기 부족함이 없었다.

연일 헤드라인을 장식하는 수많은 기사가 이를 방증했다.


- KBT 신작 드라마 카네이션 어머니의 마음을 강타! -

- 어머니라면 공감할 수밖에 없는 이야기 카네이션, 안방극장을 점령! -


“잔잔하면서도 가슴에 와 닿는 감정 연기도 정말 일품인데, 마지막 한 마디가 정말 최고였어요.”


너무 금칠을 해준다.

조금 과한 감이 없지 않아 있는 탓에 내가 다 부끄러울 정도다.


“그거 애드리브라면서요?”

“어떻게 아셨습니까?”

“시환 선배가 완전 극찬하시더라고요. 연기도 연기지만 애드리브가 정말 기가 막혔다면서요.”

“별거 아닙니다.”


김수아는 굉장히 대단한 시선으로 바라보지만, 사실 그리 대단한 것은 아니었다.

한지호의 마음을 담아 꺼낸 말이었으니까.

김수아의 입술이 짙은 호선을 그렸다.

조그맣게 입을 벌린 모습 그대로 그녀는 살며시 웃음을 터뜨렸다.


“만약 정말 별것 아니라면, 지혁 씨를 모셔오길 정말 잘했네요.”

“네?”

“대표님께 건물 어디가 좋을지 미리 알아보라고 말씀드려야겠네요. 나중에 성공해서 다른 데로 가기 없기예요!”

“예? 예 알겠습니다.”


김수아의 목소리 톤이 조금 올라갔다.

거기에 어쩐지 묘하게 기분이 좋아 보이는데.

···기분 탓일까?

한세강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는 사이.


띠링!


익숙한 벨 소리가 둘 사이로 끼어들었다.

최근에서야 겨우 익숙해진 벨 소리에 김수아가 주머니를 뒤지기 시작한다.


“잠시만요.”


한참을 뒤적거리며 스마트폰을 꺼낸 김수아는 짐짓 굳은 표정으로 스마트폰을 귀에 붙였다.


“네, 김수아입니다.”


얼마간의 통화가 이어지는 사이.

불현듯 그녀의 눈동자가 미세하게 떨렸다.

무슨 일이라도 생긴 걸까?


“네, 알겠습니다.”


이윽고 전화를 끊은 그녀가 나를 향해 고개를 돌렸다.

딱딱하게 굳은 얼굴이 미처 감추지 못한 당혹감을 여실히 드러낸다.


“무슨 일입니까?”

“···저희 바로 가야겠는데요?”


영문을 모를 말에 절로 고개가 갸웃거려진다.

어디를 가냐고 미처 질문을 건넬 틈도 없이, 김수아는 벙찐 표정으로 말을 덧붙였다.


“대표님께서 찾으신답니다.”


***


“김 팀장! 거기에 우리 정 배우님! 어서 와요, 어서 와. 아주 좋은 타이밍이야.”


다소 경박스러운 모션과 함께 강석호의 입이 만개했다.

길게 늘어진 입꼬리만 봐도, 정말 좋은 일이 있는 모양이다.


“찾으셨다고 들었습니다.”

“그럼요 이 좋은 타이밍을 저 혼자서 만끽할 순 없으니까요. 일단 우리 앉아서 이야기할까요?”


어째 저번 만났을 때와는 이미지가 좀 많이 다르다.

대체 무슨 일이길래 이런 반응인지.

한껏 업 된 강석호는 손수 커피까지 타서 내어준다.


“저기··· 대표님? 혹시 무슨 일 있으셨어요?”


결국 참다못한 김수아가 총대를 멨다.

갑작스러운 김수아의 질문에도 강석호는 껄껄 웃으며 운을 떼었다.


“하하하, 그럼 좋은 일이 있었지. 김 팀장이랑 우리 정 배우가 가져온 소식이잖아?”


강석호의 입가가 능글맞은 미소를 그렸다.

김수아는 도통 영문을 모르겠다는 듯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저희가요?”

“그럼, 잠깐 기다려봐.”


또다시 강석호의 입가에 진한 미소가 지어졌다.

이윽고 그는 책상에서 무언가를 꺼내 들었다.


“바로 이거!”

“이건······.”

“대표님 설마?”


나만 눈치채지 못한 걸까?

전혀 감을 잡지 못한 나와 달리, 김수아의 눈동자가 화등잔만 하게 커졌다.


“우리 정 배우 앞으로 들어온 출연 제의입니다.”


복어처럼 부풀어 오른 눈동자가 강석호의 손끝으로 고정되었다.

심장이 빠르게 뛰었다.

하나도 아니고 무려 3건이나 되는 제의가 들어오다니.

직접 배역을 찾아 인터넷을 뒤지던 처음과는 사뭇 다르다.

그간의 노력을 인정받은 기분이다.


“역시! 그런데 하나가 아닌 것 같은데······.”

“김 팀장 말대로. 이번에 들어온 제의는 하나가 아닌 총 3개입니다.”


테이블 쪽으로 다가온 강석호가 테이블 위로 3개의 봉투를 펼쳐놓았다.


“영화 조연 제의가 하나, 그리고 드라마 조연 제의가 하나. 마지막으로 드라마 단역 제의가 하나인데, 그중에서도 내게 정 배우에게 추천하는 건 바로 이겁니다.”


강석호는 자신 있는 표정으로 가운데에 있던 봉투를 들어 올렸다.

봉투 위로 큼지막하게 적힌 글자가 눈에 확 들어온다.


“<여명의 후예>?”

“유일하게 단역 제의인 작품이죠.”

“조연도 있는데 굳이 단역을요?”


김수아가 의구심을 표했다.

내 생각도 같다.

굳이 조연 제의가 있는데 단역을?

물론 단역 제의 자체도 굉장히 소중한 것이지만, 지성이면 감천이라고, 기왕이면 좀 더 비중이 큰 조연이 낫지 않을까?

강석호도 이런 반응을 미리 예상했던 것인지, 그의 입꼬리가 짙은 호선을 그렸다.


“물론 조연과 단역 사이면 조연이 더 낫겠지. 하지만 그건 동일한 조건일 때. 이건 같은 단역이라도 중요도는 거의 주연급이야. 이 작품 작가가 바로 박혜숙 작가니까.”

“세상에, 박혜숙 작가님이요?”


김수아의 입에서 경악이 터져 나왔다.

그녀의 반응을 보니 제법 유명한 사람인가 보다.

물론 나야 처음 듣는 이름이지만.

이해하지 못한 나를 보며 강석호가 설명을 덧붙였다.


“박혜숙 작가는 최근 5년 넘게 썼다 하면 대박을 터뜨리던 신예 작가입니다. 이 사람이 쓴 작품에서 시청률도 제일 낮았던 게 20%가 넘었고 캐스팅되었던 배우들 역시 모두 스타덤에 올린 사람이에요. 지혁 씨가 바로 그런 사람에게 제의를 받은 겁니다.”

“그, 그렇습니까?”


그런 사람이 갑자기 나를?

감추지 못한 얼떨떨한 표정에 도리어 강석호가 고개를 갸웃거린다.


“수아는 그렇다 쳐도 지혁 씨도 제의 온 거 몰랐어요? 박혜숙 작가에게 지혁 씨를 추천한 사람이 바로 하윤 씨라던데.”

“하윤 씨가 말입니까?”


그제야 비로소 의문이 풀렸다.

조만간에 작품에서 만나자더니. 그게 설마 이런 뜻일 줄이야.

나중에 만나면 제대로 감사 인사를 전해야겠다.


“두말할 것 없어요. 지혁 씨 단역이어도 이건 궤가 다릅니다. 절대 이걸로 해야 해요.”


김수아가 폭주하듯 연달아 <여명의 후예> 시나리오를 가리켰다.

차분함의 대명사인 그녀가 이렇게 반응할 정도라면 정말 기회임이 틀림없다.

하지만 그전에 먼저 확인하고 싶은 것이 있다.


“제의로 들어온 단역은 어떤 역할입니까?”

“그러니까··· 어디 보자.”


질문을 받은 강석호가 시나리오를 꺼내 살피기 시작한다.

잠시간 확인을 끝낸 그는 빙긋 웃으며 목소리를 높였다.

그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던 나는 이윽고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내가 맡게 된 두 번째 드라마.


“이름 리태홍. 북한군입니다.”


그 배역은 역할은 적국인 북한의 군인이었다.


작가의말

무료 배너에 제 작품이 올라갔네요.

매일 찾아주시고 애정해주시는 여러분의 덕분입니다.

항상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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