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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현실 님의 서재입니다.

후천적 재벌 증후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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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모전참가작 새글

이상현실
작품등록일 :
2024.05.08 10:01
최근연재일 :
2024.06.23 06:10
연재수 :
51 회
조회수 :
12,333
추천수 :
195
글자수 :
317,785

작성
24.05.25 06:10
조회
2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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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글자
12쪽

21. 씨앗을 물어다 주는 새.

DUMMY

***


새벽 6시.


‘여긴... 꿈인가?’


익숙하면서도 다른 이질감이 주위를 맴돈다.


마치 그림과 현실의 경계와도 같은 기분.


흐릿한 풍경들 속 흐르는 숫자들은 시선을 바로잡았다.


‘이건?’


“드디어 이곳에 오는군.”


발걸음 소리가 들려옴에 고개를 돌렸다. 그곳엔 덥수룩한 수염에 남루한 복장의 사내가 곰방대를 태우고 있었다.


“당신은 누구죠?”

“나는...”


띠링!


[자격이 충족되지 않았습니다.]


자격?


두터운 안내창이 사내의 입을 가림에 정보가 끊어졌다. 그리곤 짐작이 가는지 턱에 손을 괴었다.


“흠... 예상은 했다만... 뭐 어쩔 수 없지.”

“당신. 대체 뭐야? 그보다 예상?”


쩌적!


윽!!


한동안 괜찮았던 두통이 머리를 짓누른다. 그와 더불어 우리가 서있는 이 공간에 틈이 형성되었다.


이건 또 뭐... 윽!!


헤아리지 못할 두통이 머리 속을 뒤집는다. 마치 머리에 바늘방석을 두른듯한 기분.


사내는 그런 나를 바라보곤 그대로 쪼그라 앉았다.


“보아하니 오늘은 여기까지인가...”


기다려... 아직 물어볼게...


“한 가지 조언을 하자면, 그 힘을 너무 사용하지는 마. 언젠가 너의 목숨을 앗아갈 테니깐.”


앗아간다고? 아니 난 그런걸 묻고 싶은게 아니라...


큭!!


정신이 난도질 당하는 것 마냥 두 손이 저절로 머리를 짓눌렀다.


아파. 아파. 아파...


“많이 답답할거야. 물어볼 것도 많겠지.”


쩌적. 쩌저적!


사내가 말을 꺼낼수록 두통도 진해졌다.


진정될 기미가 보이지 않자 사내는 내게로 다가와 한쪽 무릎을 꿇곤 나와 시선을 마주쳤다.“


“진정 다시 만나고 싶다면... #!@^&2”


고통이 너무 심해서 그럴까?


그가 뱉는 말 중 일부가 끊겨 문맥을 이해하기 어려웠다.


대체 내게 뭘 말하고 싶은 거야?


“... 그럼 다음을 기대하지.”

“아니 잠깐!!”


띠링!


[허가되지 않은 자의 침입이 확인되었습니다.]

[사용자를 강제로 사출합니다.]


***


“아니 잠깐!!”


... 벌떡!


정신이 들었을 땐, 나는 식은 땀으로 적셔댔다.


지근!


“윽!!”


그리곤 능력을 얻은 이후의 상황이 압축된 듯 마냥 다량의 정보가 머릿속을 맴돌았다.


방금 그건 대체...


[그 힘을 너무 사용하지는 마. 언젠가 너의 목숨을 앗아갈 테니깐]


단순한 꿈이라 치부하기엔 두 손은 파르르 떨렸다.


설마... 이 힘에 리스크라도 있는건가?


... 아니야.


그건 나중에 생각해보자.


일단은 내가 할 수 있는 범위에서 최대한 활용해보는 거야.


“... 안내창.”


띠링


+++


[현재 보유하고 있는 주식]


[IT]

[삼풍전자 : 1,114주 (1주 : 44,860 > 46,900) (↑)]

[KS 하이닉스 : 259주 (1주 : 77,000 > 81,000) (↑)]

[NEXT 게임즈 : 900주 (1주 : 11,000 > 11,300) (↑)]

[NADER : 641주 (1주 : 156,000 > 164,000) (↑)]

[CACAO : 743주 (1주 : 134,480 > 143,400) (↑)]

[CN 소프트 : 183주 (1주 : 545,000 > 611,000) (↑)]


+++


삼풍과 하이닉스는 전통적으로 강세였기에 큰 부담은 없었다.


NEXT는 잠시 주춤 거렸지만, 그건 NADER, CACAO 그리고 CN이 미친 듯이 성장한 탓에 그렇겠지.


그럼 친환경은?


+++


[친환경]

[화한에너지 솔루션 : 5023 주 (1주 : 19,150 > 18,120) (↓) ]

[LX 화학 : 309 주 (1주 : 323,400 > 299,500) (↓) ]

[삼풍 SDI : 447 주 (1주 : 224,000 > 249,000) (↑) ]


+++


흠. 이건 조금 떨어졌네.


아쉽긴 하지만, 성급하게 굴지는 말자.


아직 친환경에 대한 이미지는 자리잡지 못했으니깐.


그래서 총 얼마를 벌었냐?


[적금 : 100,000,000 (통장 5개)]

[투자한 금액 (IT) : 289,470,280 > 387,997,700 (↑)]

[투자한 금액 (친환경) : 295,592,950 > 291,075,360 (↓)]

[순수익 (세전) : 94,009,830]


공매도처럼 이미 수중에 들어온 것은 계산하지 않나보군.


9400만이라...


솔직히 더 벌 수는 있었지만, 워낙 큰 사건이 벌어진지라 한동안은 추이만 살폈었다.


그중 눈여겨 볼만한 사건은 지난 칠월. 정확히는 한 달전.


일본 정부에서 수출통제 실시하는 바람에 반도체 및 디스플레이 생산하지 못할 뻔 했지.


제품의 핵심인 불화수소, 불화 폴리이미드, 리지스트를 받을 수 없었으니깐.


예전의 나였으면 바로 손절치고 나왔겠지만, 올해의 움직임은 조금 달랐다.


‘생각보다 더 떨어지지는 않았어.’


삼풍은 신재품을 선보여 타격을 줄였으니 그렇다 쳐도 KS까지 회복했다는 것은 이상해.


심지어 다음날이면 다시 오르는 경우도 있었지.


어째서일까?


이런 흐름은 처음이다.


보통 악재로 인한 하락이 시작되면 패닉셀이 발생할텐데?


...공매도 세력이 조금은 쓰라리겠어.


얘들은 가격이 떨어져야지 돈을 버는 구조인데.


꼬르륵.


음. 일단 밥부터 먹고 생각하자.


벌컥.


방문을 열어 나오니 부엌에선 보글거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안엔 머리를 뒤로 묶은 아내가 간을 보고 있었다.


“어? 일어났어?”

“뭐야?”

“뭐긴 뭐겠어? 아침 준비 중이지.”

“아침? 벌써?”

“응. 오늘부터 나영이도 같이 먹기로 했거든.”


대체 언제부터?


“어제 나영이랑 얘기 해봤는데 아침밥을 잘 안 먹는다고 하더라고.”

“그래?”

“응. 그래서 왜 안 먹냐고 물으니깐. 자기는 요리를 해본 적이 없다 그러데? 그래서 요리도 알려줄 겸 같이 먹기로 했어.”

“흠... 억지로 시키는 건 아니지?”

“... 뒤질레?”


하하. 농담도 참.


스킁.


“살려주세요.”

“... 곧 나영이 오니깐 봐주는거야.”


삭막한 눈초리가 사라질 쯤.


와이프가 한 마디를 덧붙였다.


“아참! 자기야. 두부가 다 떨어져서 그런데 편의점 좀 가줄레?”


뭐. 산책하는 겸 나가볼까?


푸드더더덕!


마침 상태창 업데이트도 해야 하니 겸사겸사하면... 딱 되겠네.


걸음을 옮길수록 하품이 흘러나왔지만, 입에선 침이 맴돌았다.


***


“어서오세. 오! 인석이형!”


얘는 무슨 들어오면 항상 있냐?


“오늘도 대타?”

“네. 뭐 그렇죠. 이제 곧 퇴근이에요.”


너도 참 고생한다.


“유찬아. 그런데 두부는 어디에 있어?”

“저기 유제품 쪽에 있어요.”


여기?


“거기 조금 아래요. 형 근데요.”


어 왜?


“... 어께 위의 새. 그거 키우는 거에요?”


... 어깨?


“워이씨! 깜짝이야!! 언제 따라온거야?”

“삑!!”


삐삐도 놀랐는지 허공에 날개짓을 퍼덕거렸다. 그리곤 중심을 되찾자 참아오던 숨을 내몰며 세엑세엑 거렸다.


“와... 어께에 앵무새 올리는 사람 처음보네요. 그런데 얘 이름이 뭐에요?”

“... 삐삐.”

“풉... 이름이 삐삐레.”

“우리 딸들이 지었는데?”

“참 예쁜 이름이네요. 아이가 시적 감각이 뛰어나서 그런가?”


그 정도 까지는 아니야.


‘삑삑 거리니깐 삑삑이는 어때?’

‘삑!!!’


물론 삐삐는 받아들이지 못했지만...


아이들이 하도 노려봄에 어쩔수 없이 이름을 지었다.


“그보다 형. 벌써 아이가 있었어요?”


왜? 스물 다섯에 애가 있는게 이상해?


“... 이야. 역시 비즈니스맨 출신. 우리랑 생각하는 클라스가 다르네. 아! 혹시 저도 취직하면 연애할 수 있을까요?”

“... 수고해라.”

“아 인석이형!!!”


절규에 가까운 탄식을 뒤로 두고 집으로 도착했다.


삐삐는 오랜만의 외출이 반가웠는지 휘파람을 불렀다.


“다녀왔...”

“자기야! 지금 큰일났어!! 삐삐가 사라졌어!!!”


... 삐삐 여기있는데?


허둥지둥 거리는 와이프의 뒤로 울음을 터뜨리는 은서와 삐삐를 애타게 부르는 은희가 보였다.


이거 아주 개판. 아니 새판인가?


“삐삐는 여기...”

“안녕하세요오!”


획!


처음 듣는 하이톤 소리에 은서를 제외한 모두가 내 어깨를 바라보았다.


“안녕하세요오!”


삐삐는 고개를 빼꼼거리며 머리를 숙였다.


그보다 너 말 할 수 있었냐?


“삐삐 찾았다!”


와이프가 크게 외치니 은희가 반응을 보였다.


“삐삐? 진짜?? 언니 얼른 와봐!!”

“흐어어엉!! 삐삐이...”


은희의 손아귀에 이끌린 은서는 울음을 멈출줄 몰랐다.


“은서야. 뚝. 삐삐 찾았으니깐. 이제 울지마.”

“흐어어엉!!!”


약간의 소란이 지나간 뒤, 삐삐는 은서의 손에 올라가 쓰다듬을 받고 있었다.


“삐삐야. 다시는 함부로 가지마. 알겠지?”


삐삐는 그런 마음을 모르는지 머리 깃을 세우며 하품만 계속하였다.


저거 보니깐 사람처럼 행동하는 것 같은데...


“자기야. 삐삐는 왜 데려갔어?”

“내가 데려간거 아니야.”

“뭐? 그럼 스스로 탈출 했다는거야?”

“아마도?”


생각해보면 처음 만났었을 때, 삐삐는 케이지 속에 들어있지 않았었지.


“삑!”


은서가 볼로 부비부비거림에 삐삐가 빠져나왔다.


그리곤 뒤뚱거리는 걸음으로 달려가 스스로 케이지의 문을 열었다.


“어? 언니! 봤어?”

“아빠! 아빠! 삐삐가 스스로 문열었어!!”


... 앵무새들이 똑똑하다고 들었는데 이렇게 까지 똑똑할 줄은 몰랐다.


“뭐? 너희들이 넣은게 아니고?”

“응! 엄마! 삐삐가 스스로 들어갔어!”

“엄마! 엄마는 못봤어?”


와이프는 의심의 눈초리로 삐삐를 봐라봤지만, 삐삐는 그 안에서 볼을 긁적거렸다. 그리곤 곰곰이 생각하다 내게 물었다.


“... 자기야. 얘 말이야. 유X브에 올려보는 건 어떨까?”


... 유X브?


“응. 동물 Vlog라고 애완동물 일상을 올리기도 하거든. 요즘 애들 꿈이 1인 크리에이터라고 하니깐. 연습삼아 해보면 어떨까 싶어서.”


들어본 적은 있다.


최근 뉴스에서 동물영상만으로 월 1000만원을 얻은 크리에이터가 생겼다고.


헌데. 평범한 앵무새 영상을 보는 사람이 있기는 할까?


“삐익?”


... 뭐 안하는 것 보다야 낫겠지.


“그래. 그럼 한 번 해봐.”

“진짜지? 콜! 딴말하기 없음! 얘들아! 삐삐는 잠시 두고 손부터 씼자. 밥 먹어야지.”


“네에~. 언니! 얼른 가자.”

“삐삐야. 이번엔 가만히 있어야 돼. 꼭이야?”


아이들이 손 씻으러 가는 사이. 초인종 소리가 울렸다.


문을 열곤 기다리니 나영의 손엔 종합과일 세트가 들려있었다.


“어? 손엔 뭐에요?”

“아아. 이거요? 선물이요. 민지가 요리 알려준다고 해서...”


정말이었구나.


“어머머. 나영씨. 손에 뭘 들고 온거에요?”

“별건 아니고. 지나가는 길에 이걸 팔고 있어서요.”

“잘됐다아~. 애들 간식 뭐줄까 고민했었는데... 아차! 이럴 때가 아니라 얼른 들어와. 준비는 다 됐으니깐.”

“그럼. 실례하겠습니다.”


민지가 요리를 알려주는 사이. 은서와 은희도 따라와 설명을 흥미롭게 들었다.


서투른 자들이 부엌에 모이는 것을 보며, 나는 어린 시절이 떠올렸다.


이른 새벽에 일어나 요리를 준비했던 어머니의 모습을.


‘엄마. 힘들지 않아?’

‘전혀. 오히려 엄마는 기쁜걸? 온 가족이 모여 식사를 할 수 있게 되었으니깐.’


아버지는 뼛속까지 비즈니스 맨이라 대충 때우고 일하러 갔지만, 이 때문에 어머니는 설움을 느꼈다고 한다.


심지어 형이 태어났었을 때도, 아버진 회사에 있었으니깐.


오죽했으면 그날. 온 가족이 모여 아침먹고 싶단 소리를 했었을까?


그때는 몰랐지만, 이제는 조금 알 것 같았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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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 33. 새로 눈에 띄는 것들 24.06.05 86 1 16쪽
32 32. 인식의 전환 24.06.04 91 1 13쪽
31 31. 엇나가는 계획 (3) 24.06.03 101 2 13쪽
30 30. 엇나가는 계획 (2) 24.06.02 123 1 15쪽
29 29. 엇나가는 계획. 24.06.01 124 2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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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 27. 작은 흑막 (2) 24.05.30 143 2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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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 24. 앞으로 나아갈 시간. 24.05.27 214 2 13쪽
23 23. 하이리스크 하이리턴 24.05.26 242 3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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