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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현실 님의 서재입니다.

후천적 재벌 증후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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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현실
작품등록일 :
2024.05.08 10:01
최근연재일 :
2024.06.23 06:10
연재수 :
51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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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331
추천수 :
195
글자수 :
317,785

작성
24.05.30 0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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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2쪽

27. 작은 흑막 (2)

DUMMY

***


- 일주일 후


병간호를 마치고 몸의 컨디션이 회복되었다.


먹어야 할 약은 늘어났지만, 아직은 해야 할 일이 남았다.


단순히 돈을 버는 것에서. 나와 비슷한 사람들을 찾아내는 것.


그들이 내게 도움을 줄지는 모른다.


하지만, 모르는 상태에서 덤벼드는 것보다는 조금이라도 알고 있는 게 더 낫겠지.


“자기... 무리하는 거 아니야?”

“괜찮아. 의사 선생님이랑 얘기 나눠보니깐. 약 잘 안먹어서 그랬데.”


“어? 형 약 먹어요?”


아. 맞다. 유찬이 쟤는 모르겠네.


“어. 요즘 스트레스 받아서 쓰러졌었다.”

“쓰러졌어요? 뭐 때문에요?”

“... 사실 복학하기 전에 머리를 크게 다친 적이 있었어. 그래서 내가 무리를 하면 몸에 제동이 걸려.”

“아아. 그거 공황장애 아니에요?”


공황장애?


“그 뭐냐... 사람이 극도로 긴장하면 가슴 부여잡거나 뒷목 잡고 기절하는 경우 있잖아요. 들어보니깐 그거 같은데?”


니가 그걸 어떻게 알아?


“... 저희 형이 UDT에 지원하려고 찬물로 목욕했는데... 공황장애 걸렸어요...”

“UDT?”

“네. 그 무슨 유X브에서 UDT출신 사람들이 올린 영상보고 지원했는데, 최종 면접에서 떨어졌거든요.”


그래도 최종 면접까지는 갔다라...


동생과는 다르게 형은 의젓 하나보네.


“괜찮을거야. 그 정도 정신력이면 극복해낼 수 있겠지.”

“아. 그건 이미 극복했어요. 그 경험을 바탕으로 대기업 연구소 들어갔거든요.”


연구소? 어디로 들어갔는데?


“BJ요.”


BJ? 거기 대한민국 10대 대기업 아니야?


삼풍기업의 계열사로 불리곤 있으나, 사실상 독립적인 곳.


올리버 Zero, 투세투르. 그리고 피피고와 같은 산하 브랜드를 적극적으로 진출 시켜 매출을 끌어들이고 있었다고 들었는데...


어떻게 들어간거지?


“유찬아. 혹시 너희 형 전공이 화학과야?”

“아니요. 자동차 정비인데요?”


... 얘가 거짓말을 하는건가?


“에이~ 유찬아. 아무리 그래도. 누나에게 거짓말 하는거 아니야. 어떻게 정비학과가 제약회사를 다녀? 그것도 아무 상관이 없는데.”

“아니 누나... 그게... 사람 인생이란 게 정말로 모르는 거더라고요. 제가 생각해도 저희 형은 철 없이 술 마시는거 좋아하고 그랬거든요? 그런데, 해병대 다녀오고 나니깐, 뭐라도 해야 겠다 싶어서 기업들에 지원했었는데, 가장 먼저 붙은 곳이 KN 자동차 인턴이었어요.”


KN?


거기 신입들 잘 안 뽑는다고 들었는데?


“오. 좋은데 붙었네. 그런데 왜 거기 계속 안 다녔어?”


민지의 말이 옳다.


보통 전공을 따라 들어갔으면 그곳에 계속 집중했을 텐데?


“저희 형도 마음 같아서는 거기 다니고 싶었는데... 형이 말하기론 인턴 경력도 가산점이 되지는 않는데요.”


가산점이 되지 않는다고? 왜?


“그 노조들이 하도 시위하고 그래서 현직자 자녀 아니면 거의 못 들어간데요. 인턴쉽은 가산점이 3점인데 자녀가산점은 10점이레나 뭐래나?”


조금은 아쉽네.


현세 기업이 인수한 이후로 높은 수익을 내기에 좋을거라 생각했는데, 오히려 반대였어.


실력에 바탕을 두어 뽑는게 아니라. 인맥을 통해서 뽑아대다니...


지금은 좋을지 몰라도. 나중엔 퇴보되는 구조다.


“유찬아. 그래도 인턴쉽이 없는 것 보다는 낫지 않아?”

“저희 형이 말하기로는 500명 뽑는데 인턴쉽한 사람들이 1500명은 넘는다 하더라고요.”


그 분이 왜 그렇게 말했는지 알 것 같군.


1500명 중에서 KN자녀가 있다면 가산점 13점이 기본일 테니깐.


“그래서 그 뒤로 UDT를 지원한거야?”

“네. 공체에서 떨어진 뒤로는 다시 방황하다가 나름 이름있는 제약회사에서 경력 쌓고. 올해 BJ에 입사했죠.”


머리를 썼네. 중고 신입으로 들어간다니.


겉으로 보기엔 서로 연관되어 보이지는 않는다.


자동차에서. UDT. 그리고 제약.


하지만, 다르게 보자면.


그 분은 다른 분야의 사람들이 매력을 느낄 정도로 큰 아이덴티티를 가지고 있었겠지.


“혹시 너희 형님은 자격증 뭐 가지고 있었어?”

“단 한 개도 없었어요.”

“뭐? 그런데 그게 가능해?”

“대신 저희 형이 고등학생 때부터 아르바이트를 다녔어요. 그 경험을 바탕으로 KN에 산학인턴으로 들어갔고. 또 KN을 바탕으로 UDT 지원. 제약회사. BJ순으로 들어갔죠.”


... 왜 유찬이가 유연함을 지니고 있는지를 알겠어.


실제로 성공한 사람들을 가족으로 두었기에 그런거였어.


향을 감싼 종이엔 향 냄새가 난다는 말처럼. 유찬이네의 가족은 특유의 유연함을 지니고 있었기에 이런게 자연스러웠겠지.


‘능력이 있으면 뭘하나... 그 능력을 활용할 수 없는데...’


기억 속의 아버지는 이날 근심이 가득 차셨다.


때는 2008년.


서브프라임 모기지 때문에 주가가 박살을 내던 상황이었다.


벽장에 전시되어 있던 위스키 40년 산이 하루만에 동나버렸다.


어머니는 그런 아버지를 보곤 물었다.


‘여보. 무슨 일이세요?’

‘최상협... 그놈 말을 들어야 했어... 그놈 말만 들었으면...’


잠깐. 최씨?


“유찬아. 혹시 너희 아버지 성함이 어떻게 되셔?”

“최 상자 협자요.”


큰 행운이다.


아버지가 그토록 가지고 싶었던 그 능력을 얘가 가지고 있으니깐.


지금은 미숙하지만. 성장했을 때, 어떨지가 기대된다.


“유찬아. 너 만약에 말이야. 졸업하고 나랑 같이 일해볼 생각 없어?”

“네?”

“실은 내가 펀드 하나 설립할 예정이거든? 거기서 일할 사람이 필요한데...”

“혹시 다단계는 아니죠?”


그런거 아니야...


“그냥 투자하려는 회사를 선정해서 롱 할 건지 숏 할 건지 보고서로 작성만 해주면 돼. 아. 재무제표는 필수고.”

“어? 그 정도는... 괜찮은 것 같은데요? 연봉은 어느 정도에요?”


한... 2700 정도면 되려나?


“쓰읍... 차라리 다른 증권에서 일 하는 게 더 이득일 것 같은데...”

“대신 그 보고서로 성과를 내면 인센티브있어.”

“... 대충 얼마 정도요?”

“그 수익금의 1%를 줄게. 대신 일정 금액을 넘는다는 전제 하에.”

“콜! 딴말하기 없습니다!!”


오케이~ 쓸만한 노예 하나 획득.


이대로 비슷한 사람들 보이면 조금씩 시도해보자.


뚜벅뚜벅.


윤교수의 성난 발걸음소리가 들려옴에 모두가 힘을 함구하였다.


퉁!


그리곤 이전처럼 옆구리에 낀 두꺼운 전공서적을 던지다 시피 단상 위로 올렸다.


시선들이 한 곳으로 모이자. 윤교수가 말했다.


“OH... God...”


... 이번엔 또 뭔 일이야?


“우리 한국대가. 어쩌다가 이렇게 됐는지 도저히 모르겠습니다. 나 참... 어이가 없어가지고. 오늘 아침에, 제가 메일 하나를 받았거든요? 그런데, 첫 문장이 무엇이었는 줄 아십니까? 그딴 식으로 수업 할거면. 그냥 하지말라고. 아니 도대체 한국대 생이 이딴 문구를 쓰는게 말이나 됩니까?”


시작부터 흥분했는지 그의 얼굴은 시뻘겋게 물들어졌다.


그보다. 영어로 말하는 게 컨셉이었던건가?


한국말 잘하는데?


성난 그의 어투로 인해 듣는 학생들도 표정이 어두워졌다.


연설에 가까운 그의 푸념을 약 30분 동안 듣자 일부는 몰래 핸드폰을 만지작 거렸다.


그 중엔 나역시 포함이었다.


‘뭐 시간 때울만한 소식 없나?’


[오늘 ㅇㅇㅎ교수 왜 빡친거임?]

[CD폭격기 엔진과열 중인 이유 설명해 주실 분?]


[ㅇㅇㅎ교수 극대노 한 이유]


대학 커뮤니티 사이트에 눈 여겨볼 만한 소식하나가 올라왔다.


내용은 이렇다.


+++


[ㅇㅇㅎ교수 극대노 한 이유]


[억울해서 해명할려고 썼다. 오늘 교수님이 말씀하시는거 내 이야기인 것 같은데, 나는 분명 그렇게 쓴 적이 없어. 마음 같아서는 교수님께 보낸 매일 원본을 찍어 올리고 싶은데 그러면 사생활 침해니깐 거짓하나 보태지 않고 내가 쓴 내용을 그대로 올릴게.


‘교수님 저는 회계학개론 수업을 듣는 학생 중 한 명입니다. 교수님께서 저희를 위해 다양한 이야기들을 섞어 말씀해주시는 이유는 저희에게 자극을 받기 위해서라는 것은 알지만, 제 개인적인 기준으로는 크게 도움이 되지 않는 것 같습니다. 그리고 수업방식 중 수기로 계산을 해서 결과값을 도출하라고 하셨는데, 계산기로 두들기는 현직자 분들과는 달리 왜 저희에겐 수기로 작성해야 하는지도 도저히 이해가 가지 않습니다. 혹시 이 방식을 진행해야 하는 이유를 들을 수 있을 까요? 들을 수 있다면 그 이유에 대한 답변을 꼭 듣고 싶습니다. 늦은 밤에 매일 보낸 것에는 죄송합니다. 편안한 밤 되십시오.’


참고로 난 메일을 오후 5시에 보냈는데 교수님은 새벽에 메일 보냈다고 그럼.]


- 댓글


익명 1 : 교수님에게 편안함 되십시오라고 명령조로 말하네.

익명 2 : 익명 1은 불편하게 생각하나봐? ㅇㅇㅎ교수님 수업 직접 들어보면 이것도 최대한 예의 바르게 쓴 거라 확신함.

익명 3 : 글쓴이가 예의 차렸다고 생각하는지는 몰라도 내가보기엔 왜 때를 쓰는 것처럼 보이는 거지? 한 반에 4~50명 정도 되는 학생들만 생각하는 게 아니라 분반까지 생각하면 약 150명 정도의 학생들을 상대하는 거잖아? 너 하나가 마음에 안 든다고 해서 나머지 학생들은 피해보라는 건가?

ㄴ 글쓴이 : 교수님께서 매주 내주신 과제 중에서 수기로 계산한 것도 찍으라는 내용이 있어 올렸습니다.

ㄴ 익명 3 : 이건 ㅇㅈ

ㄴ 익명 4 : ㅋㅋㅋ 중립기어 바로 풀어버리네

ㄴ 익명 2 : 사격 중지!! 아군이다!!

익명 5 : 저희에게 자극 받기라 써져 있는데 자극을 주기 위해서가 맞지 않나?

ㄴ 익명 6 : 속보. ㅇㅇㅎ교수. 알고보니 마초가 아니라 사디스트였다.

ㄴ 익명 7 : ㅋㅋㅋㅋ ㅁㅊ놈아. 너 명예회손으로 고소당한닼ㅋㅋㅋ

ㄴ 익명 5 : 명예회손 x. 명예훼손 o

ㄴ 익명 7 : -Wln-

익명 8 : 현직자입니다. 요즘은 계산기도 잘 안 쓰고 엑셀로 끝냅니다...

ㄴ 익명 6 : 화석 어서오고

ㄴ 익명 5 : 힝... 너무행...

익명 9 : 그런데 떳떳하다면 화끈하게 이름과 소속 밝히는게 옳지 않나?

익명 2 : 내가 전에 총대 매고 교수님께 말씀드려봤는데 D+줬다... 결석 단 한 번도 한 적 없었고. 졸았던 적도 없었다. 같은 동기들에게 너는 무조건 A 받는다라고 들을 정도로 시험 잘 봤는데 괜히 CD폭격기라 불리는게 아님.


... 진짜로 극과 극으로 평가가 나뉘나 보네...


그런데 누가 이 글을 쓴 거지?


설마 너냐? 유찬?


“와... 어떤 간 큰 새끼가 항의 한 거지? 심지어 전공인데...”


... 얘는 아니야.


자퇴할 생각이 아니고 서는 그럴 이유가 없지.


“anyway. 누구인지는 몰라도. 제가 하고 싶은 얘기는 바로 이겁니다. 전 들을 준비가 되었습니다. 만일 내게 하고 싶은 말이 있으면!! 뒤에서 속닥거리지 말고. Face-to-Face로. talking 합시다.”

“...”


지루한 연설이 끝맺음을 보이자 윤교수는 가벼운 기침소리를 내었다.


“크흠... 자. 그럼 수업 시작해봅시다.”


침묵을 유지한 체로 무거운 공기가 주위를 맴돈다.


펄럭거리는 종이책의 소리에 시끄러웠던 과거는 다시금 뭍혀진다.


마치 언제 그랬냐는 듯 마냥.


이의를 제기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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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 40. 터지기 전에는 늘 징조가 보인다. 24.06.12 55 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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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 32. 인식의 전환 24.06.04 91 1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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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 30. 엇나가는 계획 (2) 24.06.02 123 1 15쪽
29 29. 엇나가는 계획. 24.06.01 124 2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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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7. 작은 흑막 (2) 24.05.30 143 2 12쪽
26 26. 작은 흑막 24.05.29 163 1 14쪽
25 25. 시련은 있어도 실패는 없다. 24.05.28 202 2 16쪽
24 24. 앞으로 나아갈 시간. 24.05.27 214 2 13쪽
23 23. 하이리스크 하이리턴 24.05.26 242 3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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