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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쓰는 프로게임역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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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르에
작품등록일 :
2020.07.06 18:45
최근연재일 :
2020.08.10 20:39
연재수 :
31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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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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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10 20: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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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30화

DUMMY

30화






“왜 고민하고 그래? 당연히 수락할 줄 알았는데? 1군 대우라고. 커리지 뚫기 전엔 리그 참여는 못 하겠지만, 연봉만으로도 적지 않다니까? 지원도 빵빵하게 나갈 텐데 뭣 때문에 그러는 거냐? 네가 원하던 일 아니야?”


김철규가 계약서를 내밀었지만, 눈에 들어올 리가 없다.


‘마씨랑 한 솥밥을 먹는다라···.’


아무리 생각해도 내키지가 않으니.


‘본인 뿐 아니라, 브로커 짓을 하면서 다른 선수들까지 조작에 참여하게 만들었지···. 그 때문에 스타판이 넘어지고.’


마씨가 벌일 승부조작 사건은 스타판에 직격탄을 날린다.

조작으로 빚어진 물의에 휘말릴까 스폰을 약속한 기업들이 줄줄이 발을 빼게 되고, 게임리그를 보는 사회적 시선은 최악으로 치닫는다.


결국, 리그가 폐지되는 상황까지 야기시키게 되는 거다.


‘같은 팀이 되면 막을 수 있을까?’


나는 고개를 저었다.


‘···마재운 혼자 한 것도 아닌데 막을 수 있을 리가 없지.’


‘하이투 스파키즈’의 원종수라든지, 은퇴하고 참여할 최기람이라든지 그 외에도 많은 이들이 얼기설기 엮여 만들어낼 사건이다.


결국, 내가 어떤 팀을 선택하는지 따위는 그 사건에 영향을 줄 수 없다는 거다.


‘게다가, 그 일이 일어나는 건 2009년도. 지금 그 사건 때문에 거절하는 건 너무 바보 같은 일이야.’


이런 고민자체가 너무 앞서간 일이라는 결론.


‘그냥 내 이득만 생각하자.’


내가 고려할 것은 팀리그에서 우승할 전력이 되는가, 개인리그에 대한 지원이 빵빵한가, 더 좋은 대안이 될 팀은 없는가. 그 정도뿐이다.


‘JC엔투스는 개인리그에서 우승한 선수에게 인센티브를 100% 줄만큼 대우가 좋았지. 철규가 내만 계약서도 흠 잡을 곳 없고. 서제훈, 박영만, 이주형, 변형태··· 선수층도 괜찮아. 하지만 우승권을 노리기엔 조금 아쉬운 건 사실인데. 솔직히 보자면 SCT1나 KDF가 베스트야. 심성전자 칸도 더 좋은 선택지고. 손병구나, 허연무가 자리 잡으면 기세 자체가 바뀔 테니까.’


그런 관점에서 바라보자면, 김철규의 제안이 구미가 당기진 않는다.


JC의 대우야 부족함이 없겠지만, 전력이 부족한 건 팩트니까.

거기다 싫은 선수와 함께 생활해야 한다는 점도 걸림돌이다.


하지만.


‘아직 데뷔 전인 S급 선수들을 영입할 수 있다면? 그리고··· 정말 싫은 사람은 빼고 갈 수 있다면?’


김철규를 통해 선수단 구성에 입김을 줄 수 있다면 이야기는 또 달라진다.


“너한테 영입 권한이 있는 거냐?”

“승인자가 있긴 하지만, 거의 내 생각대로 된다고 보면 된다.”

“승인자가 누군데?”

“아부지.”

“···너 제대로 낙하산이잖아?”


난 황당한 눈으로 녀석을 쳐다봤다.


“흠흠, 낙하산은 무슨. JC가 아무리 대기업이라고 해도 나만큼 스타판에 대해 잘 아는 사람 없다. 그래서 내가 학교까지 그만두고 뛰어든 거지.”

“···뭐 그렇다고 치고. 어쨌든 너한테 실권이 있다는 뜻이지?”

“어. 그렇지.”


겸연쩍은지 헛기침을 하는 녀석을 바라보다 한 가지 제안을 했다.


“야, 그럼 선수 한 명만 빼줘.”

“그건 무슨 개소리야? 선수를 빼? 누구를?”

“마재운 선수.”

“···이게 오냐오냐 해주니까 미쳤구나? 마재운은 우리 팀 에이스야. 그 선수를 왜 빼?”


내 직설적인 말에, 김철규가 쌍심지를 킨 채 소리쳤다.


황당한 소리라는 건 나도 안다.

하지만, 그 선수만큼은 내가 만들어갈 최고의 팀에 어울리지 않는 걸 어떡하나.

무조건 빼게 만들 거다.


“잘하는 건 알아. 근데, 팀워크는 안 좋지 않냐? 선수들하고 관계도 안 좋은 거로 아는데···. 특히 변형태 선수랑.”

“···뭐야, 너. 그런 걸 어떻게 알고 있어?”

“나도 프로팀 제의까지 받은 사람이야. 그런 소문쯤은 쉽게 들을 수 있다고.”


미래의 지식들을 이용하면, 적당한 이유쯤은 수십 개도 만들어 낼 수 있다.


“···뭐 그 소문이 사실이라 치자. 근데, 고작 그런 잡음으로 방출하는 게 말이 되냐?”

“말 안 될 건 뭐 있냐? 방출 안 하면 나는 계약 안 해.”

“차라리 너랑 계약 안하는 게 합리적인 방안이라 생각되지 않냐? 실력으로 보나, 인지도로 보나 너는 마재운 발끝에도 못 미치는데? 아무리 우리가 친구여도 그런 조건은 납득할 수 없다. 이 미친놈아.”


성질이 났는지, 김철규의 말이 조금씩 거칠어졌다.


녀석의 심정은 십분 이해가 간다.

무명에 불과한 ‘나까짓게’ 할 소리는 아니었으니까.


그렇기에 나도 조건을 걸 생각이다.


“내가 마재운보다 잘하면 가능한 거냐? 한 판 붙어서 이기면 들어 줄 수 있어?”


물론, 당장 붙겠다는 건 아니다.

실력만큼은 주작이 아닌 ‘진짜’니까.


‘지금의 나로선 넘볼 생각도 못할 정도로 실력 차가 날 거야. 하지만, 더 준비하면 충분히 이길 수 있어.’


길게도 필요 없다.

석 달 정도면 얼추 비슷한 수준은 만들 수 있을 거다.

전생에서 프로를 준비한 기간도 헛수고는 아니었으니까.


하지만, 김철규는 콧방귀를 끼었다.


“···네가 이겨도 안 되는 건 안 되는 거야 인마. 그런 복덩이 같은 선수를 어떻게 제 발로 차란 거야? 다들 미쳤다고 할 거야. 비난도 있을 거고. 떼 좀 그만 써라.”


프렌차이즈 스타를, 그 정도 조건으로 내쫓는 건 얼토당토않다는 거다.


‘미래에는 다들 잘했다고 할 텐데···.’


하지만, 아직 벌어지지 않은 일을 얘기 해봐야 미친놈으로 밖에 안 보일 터.

녀석을 홀리기 위해선 좀 더 현실적인 제안을 할 수밖에 없다.


“그럼 1+2는 어때?”

“그건 또 무슨 신박한 개소리냐?”

“1대 1이 아니라, 3대 3 위너스 리그 방식으로 붙는 건 어떠냐? 이긴 사람은 계속 플레이하고 진 사람은 탈락하는 방식. 마재운 팀은 수마GO 소속 프로게이머로 하고 나는 아마츄어들로 알아서 팀 짤게. 거기서 우리 팀이 이기면 마재운 방출하는 거로.”

“···흐음, 아무리 그래도 방출은 힘들어. 스타 선수를 내쫓을 명분이 없어서, 이미지만 나빠질 거다.”

“방출이 힘들면 계약기간 만료시 재계약 안하는 정도만 해도 괜찮을 거 같은데···. 종신 계약은 아닐 거 아냐?”


시큰둥하게 듣던 김철규가 내 말이 허투가 아님을 눈치 채고 눈을 휘둥그레 떴다.

녀석에게도 솔깃한 소리였기 때문일 거다.


“마재운 선수 계약이 올해 말까지긴 한데···. 그럼 서제훈, 박영만, 마재운 이렇게 팀을 짜도 된다는 거냐?”

“물론.”

“···그걸 아마츄어팀으로 이길 수 있다고? 만약 너네 팀이 지면?”

“지면 연봉 50%로 깎아서 영입제안 받아들일게.”

“이 새끼··· 그건 진짜 신박한 소린데? 그 두 명은 누군데?”


한껏 달아올랐는지 다급하게 묻는 김철규에게 나는 여유로이 답했다.


“허연무, 이영후.”


내가 꼬시려하는 선수들의 이름을.


“···그게 누구냐? 듣보잡인데···.”


물론, 김철규는 그들을 알 리 없다.

아직 나와 같은 무명에 불과한 선수들이니까.


“어때? 할 거야, 말 거야?”


하지만, 그들의 잠재력은 SSS급.

작은 계기 하나만 만들어줘도, 최정상에 오를 선수들이란 거다.


“너희 팀이 이기면 너 포함해서 선수 3명 계약하고 마재운 재계약 안하는 거고, 마재운팀이 이기면 너 연봉 50%로 계약하는 거고?”

“어. 나머지 선수 둘은 계약하든 말든 알아서 하고.”

“그래, 콜이다! 현 프로들이 만만해 보이나본데, 연봉 반으로 깎여도 나 원망 하면 안 된다?”


김철규의 생각은 다른 듯 했지만, 나는 자신이 넘친다.


“3달 만 기다려봐라. 마재운 박살내고 입단 하마.”


#


커리지매치란 협회에서 진행하는 대회로, 여기에서 입상하면 준프로게이머의 자격을 부여 받을 수 있다.


그렇기에 많은 지망생들은 커리지 매치에 도전장을 내밀기 마련이고, 그건 나 또한 마찬가지였다.


[프로게이머가 되기 위한 퀘스트 Final]

[2005년 5월 4일, 제 20회 커리지 매치에 참가하여 조 1위로 입상하세요!]

[보상 - 모든 능력치 2↑ / 준프로게이머 자격증 / 드래프트 참가 권한 / 지망생들의 선망]


보름 후 열릴, 20회 커리지 매치.

만 원의 참가비를 내고 신청을 마친 참이었다.


‘20회면 ‘최종병기’ 이영후, ‘올마이티’ 허연무가 동시에 나오는 매치···. 허연무가 이영후를 이기면서 우승하고 준프로 자격증을 따내지.’


스타리그 마지막 우승자인 허연무의 스토리를 살펴보다 알게 된 내용이었는데, 꽤 임팩트가 강해 정확히 기억하고 있었다.


‘훗날 이영후가 절대강자로 불리긴 하지만, 마지막 스타리그를 우승한 만큼 허연무도 밀리는 선수는 아니야. 둘 다 같은 팀으로 만들 수만 있다면 천군만마를 얻는 거다.’


좋은 동료를 얻음으로서 생기는 이점은 한 둘이 아니다.

강한 연습 상대가 생기니 실력 향상에도 도움이 되고, 로스터가 강력해지니 팀단위 프로리그에서 좋은 성적을 거둘 수도 있다. 상금과 인센티브가 느는 건 당연한 수순.


‘그런 만큼 저 둘은 꼭 영입해야 해. JC 1군을 조건으로 걸면 꼬시는 건 어렵지 않을 거야.’


이영후든, 허연무든 잘해봐야 연습생 신분일 터다. 아직 준 프로 자격증도 없는 지망생일 뿐이니까.


그런 그들이 1군 제의를 거절할 가능성은 제로라 봐도 무방.


‘진짜 문제는 마재운팀을 이길 수 있느냐는 건데···.’

.

지금 붙는다면 아예 가망조차 없겠지만, 그를 대비해 3달의 시간을 얻은 후다.

그 석 달 동안 무엇을 하느냐가 승부를 가른다는 뜻이다.


‘생각해봐야 뾰족한 수가 있는 것도 아니야. 일단 연습부터 하자.’


내가 잘해져야 한다.

올킬을 노리는 것도, 허연무와 이영후의 실력을 끌어올리는 것도 내 실력이 먼치킨이 되면 가능한 일이니까.


‘우선 커리지 전에 PGTOUR A+부터 찍는 거로 하자. 그 다음은 차차 생각하고.’


목표를 정했으니 실행해야 할 때.

나는 곧장 PC를 켜고는 PGTOUR에 접속했다.


그런데, 그 때.


-Sea.starry : 오랜만에 접속하네요?


예상치도 못한 인물에게서 귓속말이 왔다.


‘이운열···? 왜 나한테 귓말을···.’


이유야 어찌되었든 답장부터 해야 할 일.

나는 침착히 키보드 자판을 눌렀다.


-Legend of Light : 아, 예 요즘 일이 좀 많아서요

-Sea.starry : 게임 한 판 할래요? 하고 싶은 말이 있는데, 일단 한 판 하고 얘기했으면 좋겠는데 시간 괜찮아요?


하고 싶은 말이 뭔지는 모르겠지만, 연습상대로는 더 할 나위 없을 정도의 실력자가 제 발로 나타난 상황.


-Legend of Light : 네, 바로 할 수 있어요


나는 즉각 답장을 날렸다.


작가의말

휴재가 길었습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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