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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쓰는 프로게임역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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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르에
작품등록일 :
2020.07.06 18: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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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8.10 20: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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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2 2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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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화

DUMMY

26화





-안녕하세요, 저희는 스타 택틱스 프로구단 심성전자 칸이라고 합니다. 전 코치를 맡고 있는 신석우고요. 정준혁 학생 전화 맞죠?


‘심성전자 칸이라면··· 손병구와 허연무가 있는 팀이잖아? 저번 PC방 대회를 보고 연락한 건가···?’


지금은 약체로 평가받지만 훗날엔 프로투스 라인이 강력하기로 소문이 자자할 구단.


게다가.


‘스타로도 이름이 높지만, LOL판으로 넘어가선 왕조 소릴 들을 만큼 강한 팀이었지. 전생엔 이 팀에 입단하는 게 꿈이었는데···.’


그런 곳에서 내게 먼저 연락을 하다니.

너무 놀라 입이 다물어지질 않는다.


“네, 제가 정준혁입니다.”


그렇지만, 금방 정신을 차리고 대꾸할 수 있었다.


[심박수가 일정 수치 이상 상승하였습니다! Courage 스탯이 평정심을 유지할 수 있게 돕습니다!]


‘담력’ 능력치가 생긴 덕분이었다.


-생각보다 침착하네요? 깜짝 놀라서 대답도 제대로 못하는 친구들이 태반인데. 연락 올 줄 알고 있었어요?

“그럴리가요. 제가 원체 침착한 성격이라 그래요.”

-으음, 내가 보기엔 침착하기보다는 능글맞은 쪽에 가까운 거 같은데요.

“네, 뭐.”


공사가 다망할 프로팀에서 내 성격이나 알아보자고 연락하진 않았을 터.


“그나저나 연락 주신 이유가 궁금한데요.”


나는 곧장 용건을 물었고.


-연습생 테스트를 좀 보고 싶은데, 해볼 생각 있어요?


기다렸던 질문이 튀어나왔다.

두 말하면 잔소리.


“네.”


나는 기껍게 답했다.


-그럼 지금 바로 하죠.

“지금 바로요?”

-왜요? 안 돼요? 아, 스케쥴 빡빡해서 지금 아니면 안 되는데.


그런데, 왜인지 코치라는 작자의 목소리에 날이 서 있는 느낌이 든다.

흐음, 기분 탓인가?


“아뇨, 안 되는 건 아닌데···. 어디로 가면 되는데요?”

-오긴 어딜 와요? 연습생 테스튼데 당연히 온라인으로 하죠. 실력만 보면 되는데 귀찮게 오프라인으로 할 필요 없잖아요.


점점 기분이 나빠지는 걸 보면, 착각은 아닌 것 같다.

그렇다고 찾아온 기회를 제 발로 걷어차는 건 바보 같은 일.


“아, 배틀넷이면 바로 가능해요.”


불편한 기색은 드러내지 않았다.

하지만.


-아이디 레전드 오브 라이트 쓰죠? 아시아 서버로 들어와요. 귓말 할 게요.

“예, 알겠습···”


뚝-


전화까지 일방적으로 끊어버리니, 이쯤 되면 궁금할 지경이다.


‘뭐지?’


먼저 테스트를 제안한 만큼, 내게 관심이 있는 거라 생각했다.


‘그런데 답도 안 듣고 전화를 끊는 태도를 보면 그렇지도 않은 것 같단 말이지.’


마치, 기대는 안하는데 한 번 찔러나 보는듯한 릐앙스였다.

그게 아니라면, 내게 악감정이 있거나.


‘뭐, 후자는 아니겠지. 만난 적도 없는 사람이 나한테 악감정 가질 게 뭐 있겠어.’


찝찝하긴 한데, 고민해봐야 답이 나올 문제는 아니다.


“어디서 온 전화길래 그렇게 심각해?”


그 때, 통화하는 걸 듣고 계시던 어머니가 슬쩍 기대감을 내비치며 물으셨다.


된다는 보장이 있는 것도 아닌데, 괜한 기대감을 심어드리고 싶진 않다.


“아, 아무 것도 아니에요. 게임 한 판 하자고 연락이 와서요. 그럼 들어가 볼게요.”

“연습하려는가 보구나? 엄마가 과일 깎아줄 테니 먹으면서 해.”

“네, 고마워요.”


새로 구입한 장비들을 바리바리 챙겨 방으로 들어갔다.


“여보, 나도 사과···.”

“당신은 손이 없어요 발이 없어요?!”


밖에서 부모님이 투닥거리는 소리가 들려왔지만, 신경 쓸 새가 없다.


‘바로 접속하라 했으니 서둘러야 해.’


발에 불난것마냥 장비를 교체해야 했기 때문이다.


‘게임 다시 설치하고 가면 너무 늦겠지. 본체는 못 바꾸겠다. 키보드, 마우스라도 손에 쫙쫙 들러붙어줬으면 좋겠는데.’


진정한 장인은 장비 탓 따위 안한다지만, 지금은 요행이라도 바라고 싶은 심정이었다.

테스트도 테스트긴 한데.


‘저 신 뭐시긴가 하는 코치 얄미워서라도 작살낸다. 그래도 무시할 수 있나 보자.’


조금 전에야 꾹 참긴 했지만, 플레이로라도 기분을 피력하고 싶기 때문이었다.

상대가 누구일지는 모르겠지만, 그간의 훈련 성과를 톡톡히 보여주리라.


#


심성전자 칸 연습실.

신석우 코치는 통화를 끊고 이를 갈았다.


‘이 놈 연락처 알아내려고 개고생 한 거 생각하면···.’


정준혁의 주 활동 무대는 사설서버인 PGTOUR였는데, 그걸 모르는 신석우로선 개고생을 할 수밖에 없었다.

정식 배틀넷 서버엔 죽어도 접속을 안 하니, 직접 수소문하는 수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찾은 게 기적이다, 진짜.’


신석우는 인터넷으로 PC방 대회 일정을 확인한 후, 감이 오는 곳에 전화를 걸어 우승자의 아이디를 물었다.


말 그대로 주먹구구식.

엄청난 노동력을 요하는 작업이었기에, 신석우는 꼬박 3주를 야근했다.

그러니 악감정이 안 생길래야 안 생기겠는가.


악연은 그것만이 아니었다.


‘그게 아니라도, 이 새끼는 민규 때문에도 좋겐 못 봐주지.’


김겨울 감독은 모르고 있지만, 정준혁이 방출 시킨거나 다름없는 김민규가 그의 외사촌이었다.


-날빌 때문에 진 거지, 실력으로 붙으면 내가 이기는 거였어. 형, 그 새끼 별 거 아니라니까? 연습생 시켜봤자 도움도 안 될 걸. 차라리 감독님께 잘 말씀드려서 날 다시 뽑는 게···. 아, 진짜! 얼라이 지뢰 쓰면 안 되는 건지 몰랐는데, 너무한 거 아냐?


대부분의 말이 비약과 거짓이었지만, 팔은 안으로 굽는다는 말이 괜히 있는 게 아니다.

신석우는 김민규의 말을 철썩 같이 믿었다.


‘얘기 들어보니 별로 잘하지도 않는 것 같은데 감독님이 왜 관심을 가지시는 건지 모르겠네. 어쨌든, 테스트 패스는 절대 못 시킨다. 그래야 민규를 다시 불러 올 빌미라도 생길 거야.’


물론, 테스트 결과를 보고 영입 결정을 내리는 이는 그가 아닌, 김겨울 감독이다.


하지만 테스트 자체를 진행하는 것은 신석우.

테스트가 공정하게 치러지지 않는다 해도 그 사실은 신석우 밖에 모르는 거다.


‘리플레이로 확인 할 수 없는 걸 조작하면 간단하지.’


그는 심성전자 칸의 연습생 중에서 꼴찌라 평가 받는 서준영에게 전화를 걸었다.


-야, 준영아. 너 아이디랑 비번 좀 불러 봐.

-예? 코치님? 왜, 왜요?

-우리 준영이 많이 컸네. 왜냐고 물어보기도 하고?


연습생에게 있어 코치란 하늘과 같은 존재.

그 중에서도 밑바닥인 서준영에겐 거절이란 선택지 자체가 없었다.


-···죄송합니다. 바로 문자 드릴게요.


통화를 마치자마자 도착한 문자.

그것을 확인한 신석우는 한쪽 입 꼬리를 스윽 올렸다.


‘오케이. 아이디는 구했고!’


스타는 상대적인 게임.

고수와 붙는다면 상대적으로 못해 보이기 마련이란 거다.


물론, 고수라는 점을 감안하면 패자에게 높은 점수를 주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그 고수의 아이디가 연습생 중 꼴찌의 것이라면?


이긴 쪽이 잘했다 생각하기보다는 진 쪽의 실수에 집중하게 될 수밖에 없다.


‘그럼 감독님도 관심 끄겠지. 그럼 누구한테 시킬까?’


신석우는 연습실을 주욱 둘러봤다.


‘너무 잘하면 티 날거고··· 그래, 쟤 정도면 적당하겠어.’


결정을 마친 신석우 코치가 한 선수를 불렀다.


“소범아! 일로 와서 게임 한 판만 해줘라.”


신석우의 픽은 테런 프로게이머 최소범 선수였다.


“네? 무슨 게임이요?”

“너 요새 열심히 하더라. 재평가 좀 해볼까 해서. 실력 좀 돌아왔으면 엔트리에 더 많이 넣어달라고 감독님께 말씀드리려고 하는데, 싫어?”


최근 입지가 흔들리고 있는 최소범 선수로선 혹할만한 멘트였다.


최소범의 별명은 ‘삼소범’이었는데, 3개의 멀티를 돌리면서도 군수 공장을 3개 밖에 안 돌리는 처참한 경기력을 보여준 것에서 유래 된 불명예스러운 별명이었다.


그 경기를 이기기는 했지만, 이후 또렷이 보여준 것이 없다보니 점점 엔트리에서도 빠지고 있는 실정.

최소범에게는 거절할 수 없는 제안이나 마찬가지였다.


“확실히 보여드릴 게요.”

“그래, 기대할게.”


코치의 입에서 기대한다는 말까지 나온 이상 최선을 다해야 하리라.


“FD라고 요새 프로들 사이에서 사기로 자자한 빌드 아시죠? 그걸로 다시 페이크 주는 빌드 만들었는데, 한 번 보여드릴게요.”


최소범은 작은 눈을 빛내며 말했다.


#


[방제 369369# 비번 동일. 접속하면 바로 들어와요 상대도 연습생이니까 너무 긴장하지 말고요]


코치의 문자를 받고는 방에 입장했다.


‘상대 종족은 테런. 아이씨, 손이 왜 떨리지?’


꽤 자신 있는 매치업이긴 한데, 이기고 싶다는 생각 때문인가 심장이 쿵쾅 거리고 손이 벌벌 떨린다.


그러자, 떠오르는 메시지.


[담력 스텟이 과한 긴장을 일부 완화시켜줍니다!]


‘후우, 이제 좀 진정 되네.’


정말 보물 같은 스탯이란 생각을 하며, 준비가 끝났다는 것을 알리기 위해 인사를 건넸다.


Legend of Light : gg/gl

Khan-Joon : gg


5, 4, 3···, 0.


테스트 1경기의 시작.


4기의 프루브는 물 흐르듯 갈리며 자원에 달라붙었다.

가벼운 손놀림에서 이어진 좋은 스타트였다.


이제부터 중요한 것은 빌드.


‘무슨 빌드를 쓰려나.’


1팩 더블, 2팩 초반 러쉬, 원팩 원스타 드랍, FD 등등, 테런이 선택할 수 있는 빌드는 다양하다.

물론 프로투스도 마찬가지다.


‘생더블, 사업드라곤, 굼벵이, 템플러, 캐리오까지··· 빌드는 수도 없이 많지.’


그 모든 빌드간에는 상대적인 유불리가 있다.

사업드라곤은 FD에 강하지만, 게이트 숫자가 적을 땐 원팩 더블 상대로 손해 보는 경우가 많다.

빠른 수송선, 굼벵이 빌드는 초반 견제로 이득보기 좋지만, 레이수를 뽑은 테런 상대론 자원만 날리는 꼴이 될 수도 있다.


이런 면에선 스타 택틱스는 가위바위보와 같다.


하지만, 그 말이 운으로 승부하는 게임이라는 말은 아니다.


‘생더블은 변수가 커. FD나 드랍에 휘둘리면 못 이길 거야. 일단 원게이트로 시작하자.’


스타 택틱스엔 유연한 빌드가 있고, 그를 통해 변수를 줄일 수 있다.


‘상대 위치는 2시. 내 위치가 8시니까 러쉬 거리는 멀어. 이 거리면 FD여도 게이트 하나로 막아낼 수 있겠다.’


그리고. 위치나 지형 등의 요소 또한 선택에 반영할 수 있다.


그 뿐만이 아니다.


‘소총수를 계속 뽑네. 일단 드라곤 사업부터 돌릴까? 그럼 FD도 수월하게 막을 수 있고, 강철참호 지어가며 멀티를 먹으려 해도 견제하기 좋아. 그러면서 내가 먼저 멀티 먹으면 빌드 싸움은 완전히 이기는 거고.’


가위바위보에선 상대의 생각을 읽기란 불가능에 가깝지만, 스타 택틱스는 유닛 하나하나가 어떠한 빌드를 선택하고 있는지 알려주는 근거가 된다.


이런 판단의 정답률을 올리기 김철규와 특훈을 한 것이었고, 꽤 많은 발전이 있었다.


‘지금까지 뽑은 소총수가 4기···. 여기서 멈추면 원팩 더블일 가능성이 높고, 더 뽑으면 FD다. 그게 아니면 자원 낭비하는 거고.’


연습생이라곤 하지만, 프로구단의 테스터.

하릴 없이 자원이나 낭비할 리는 없다.


‘이제 프루브 체력이 얼마 없네. 어쩔 수 없지. 잡히더라도 소총수 숫자 좀 보자.’


두두두두두두두두두-!

퍼엉-!


언덕 위를 밝히고는 장렬히 폭사하는 프루브.


상대가 생산한 소총수는 총 6기였다.

그렇담 유력한 것은 FD인데, 이상한 점이 하나 있었다.


‘병영을 계속 돌리잖아?’


FD는 십중팔구 소총수를 6기에서 멈춘다.

FD테런의 초반 러쉬는 올인이 아니기 때문이다.

상대의 멀티를 늦추고, 자신이 먼저 멀티를 먹는 견제성 러쉬. 그렇기에 소총수엔 6기까지만 자원을 투자한다.


그런데 상대는 거기서 멈추지 않았다.

처음 만나보는 FD 빌드의 변형.


하지만.


‘멀티를 가져갈 생각보단 피해를 주려는 거야. 저건 도박수다. 그럼 소총수 8기, 탱크 2기 타이밍에 튀어나오겠어. 철규가 보여준 리플 중에 저런 빌드 쓰는 프로게이머가 있었던 거 같은데.. 아마 최소범 선수였나?’


만나진 못했어도, 익히 아는 빌드다.


작가의말

카페에 죽치고 있었더니 냉방병에 걸렸나봅니다. 콧물이..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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