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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쓰는 프로게임역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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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르에
작품등록일 :
2020.07.06 18:45
최근연재일 :
2020.08.10 20:39
연재수 :
31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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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285
추천수 :
586
글자수 :
172,839

작성
20.07.25 2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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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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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
글자
12쪽

20화

DUMMY

20화





“지수 누나···?”


당황스럽기 짝이 없다.


‘우연이라고? 이런 게 가능한가?’


아무리 생각해봐도 불가능한 일이었기 때문이다.


서울에서 열린 대회라면 그러려니 하겠다.


하지만 이 곳은 대전.

거기에 더해 조퇴까지 하고 온 참이다.


‘말도 안 되지.’


문득 신상태가 핸드폰을 만지작거리고 있던 것이 떠올랐다.


‘아, 상태가 알려준 거구나.’


확신할 수밖에 없다.

정말 우연이라면 신지수도 나만큼 놀랐을 테니까. 그런데, 그녀는 그저 능청스런 미소만 띄우고 있었다.

정황상 100%다.


그렇긴 한데.


“우연이라도 이렇게 보니까 반갑네. 그치?”


열심히 오리발을 내밀고 있으니 집어내기도 그렇다.

나쁜 짓 한 것도 아니니, 그냥 넘어가야지 뭐.


생각을 마치곤, 손을 마주 흔들어주며 인사를 나눴다.


“대전에서 만날 줄은 몰랐는데요? 정말 대단한 우연인가 싶을 정도로 신기하긴 하지만 반갑네요.”

“그, 그러게! 호호, 우연이 아니라 인연인 건가?! 나 접수 좀 하고 올게!”


호들갑 떨며 인사를 마친 신지수가 카운터로 향한 사이, 김철규가 옆구리를 콕- 찔렀다.


“저 분은 누구셔?”


아, 김철규는 모르지.


“그냥 아는 누나.”


신상태와의 약속을 떠올리며 얼버무렸다.


“···혹시 그 때 말한 다단계?! 옥장판이라도 샀냐? 여기는 어떻게 알고 온 거야? 예쁘긴 진짜 졸라 예쁘네···.”


김철규는 흥분한 얼굴로 물었다.

녀석도 남자라 그런지 예쁜 여자가 나타나니 진정이 안 되는 모양이다.


‘나도 처음엔 그랬었는데.’


나는 피식- 웃고는 심드렁하게 대꾸했다.


“옥장판은 무슨, 그런 거 아니야. 그냥 나랑 스타 붙어보고 싶어서 연락한 거라더라.”

“···와, 진짜? 시X, 스타 잘하면 저런 여자가 말 걸고 그러는 거냐? 개 부럽네···.”

“좋다고 연락하는 것도 아닌데 뭐가 부럽냐.”

“내가 연락하고 지내는 여자는 엄마뿐이다. 너는 몰라, 인마···.”


그나저나 신지수의 접수가 꽤 오래 걸린다.

벌써 5분 째.

절차가 복잡한 게 아닌지라, 내 경우엔 1분도 안 걸렸었다.


‘무슨 문제라도 있나?’


그냥 가버리면 그만이지만, 그래도 그건 예의가 아닌 듯 해 카운터 쪽을 기웃거렸다.


“접수하려면 번호도 적어주셔야 한다니까요?”

“다른 사람들은 안 적었는데 왜 저만 적어야 해요?”

“그냥 좀 주면 안 돼요? 전 그 쪽 마음에 드는데.”

“싫어요. 전 그 쪽 마음에 안 들거든요.”


그곳엔 치열한 실랑이가 벌어지고 있었다.


‘와, 철벽을 넘어 철옹성이네.’


거절 당해놓고도 계속 치근덕거리는 알바도 대단해보이지만, 더 대단한 쪽은 신지수였다.

나였으면 귀찮아서라도 아무 번호나 불러줬을 거 같은데, 끝까지 팩폭으로 대응하고 있었으니까.


‘저 누나 성격 진짜 대쪽 같네. 뭐, 나랑은 상관없는 일이니 신경 끌까?’


따지자면 친한 사이도 아니다.

지켜야 할 의리도 없는 이상, 게임 한 판하며 손이라도 풀고 있는 게 나을 터, 나는 적당한 빈자리를 찾았다.


그런데,


꽈악-

신지수가 팔짱을 끼며 달라붙었다.


“···?”

“자기야~ 어디 갔었어?”


말을 맞춰달라는 신지수의 눈빛.


저 치근덕대는 친구를 떨쳐버리기 위한 상황극인가보다.

그건 알겠는데, 정말 확실히 알겠는데.


“···.”


말이 나오질 않는다.

팔을 감싸고 있는 보드라운 촉감, 은은히 풍기는 향기, 따스한 온기. 그 모든 것이 내 말문을 막는 장애물이었다.

한 마디로 말하자면, 떨려서 입을 뗄 수가 없다는 거다.


그래도 이대로 얼어붙어 있으면 안 되겠단 생각에 온 힘을 짜냈다.


“화, 장, 실.”


떨리는 목소리를 감추려다보니, 정체불명의 톤과 음색이 튀어나왔다.


‘시X. 기계음도 이것보단 사람 같겠네.’


“···남자 친구 있으면 있다고 하지, 아후 짜증나. 접수 완료 되셨어요.”


그래도 다행이었다. 통하긴 한 것 같으니.


“근데 진짜 남자친구 맞아요? 별로 안 친해 보이는데?”

“맞거든요? 우리 엄청 친한데요?”


신지수가 혀를 베- 내밀고 몸을 돌리자, 알바 놈이 나를 째려보는 게 느껴진다.


안 그래도 불편했는데, 이제 가시방석이 따로 없다.

빨리 자리를 옮기든 해야지 원.


“끝, 났, 으, 면, 가, 자.”


내 말투가 웃겨서 그런지, 신지수가 푸웁- 비웃음을 흘렸다.

누구 때문에 내가 이 고생을 하는데.


“그래, 가자~ 자기야.”


날 놀리려는 건지, 붙든 팔에 힘을 주는 게 느껴진다.

참으로 요망한 여자다.


그래도 별 일 없이 일단락 된 것에 안도의 한숨을 내쉬는데.


“복 받은 새끼···. 다 가진 새끼···. 개새끼···.”


김철규가 누구에게 하는지 모를 욕설을 낮게 중얼거렸다.


#


신지수는 얼굴을 가까이 갖다 대며 중얼거렸다.


“우쭈쭈, 그렇게 좋았어? 팔이 덜덜 떨리던데?”


아예 작정하고 놀리네.

후우, 내가 이래봬도 정신연령은 32살인데.

이런 걸로 놀림 받게 될 줄이야.


“···적당히 해요.”


이제 이러고 놀고 있을 시간은 지났다.

대진표가 나왔기 때문이다.


“전생에 나라를 구한 새끼···.”


아직도 정체불명의 욕을 뱉고 있는 김철규를 무시한 채, 내 이름을 찾았다.


‘저기 있군.’


다음 찾을 이름은 신지수.

하는 짓은 저래도 A-의 실력자라고 하니 솔직히 부담된다.


A-는 경험해 보지 못한 미지의 티어.

이운열보다야 당연히 못하겠지만, 이긴단 보장도 없다.

내가 이운열을 이길 수 있었던 것은 실력보다는 스킬빨이었으니까.


대진을 확인한 신지수가 신이나 소리쳤다.


“우리 반대 조다! 잘 됐네.”


‘후, 한 숨 돌렸군.’


대회는 256강 토너먼트로 치러진다.

결승은 3판 2선이고, 그 외의 경기는 단판제.


토너먼트인 만큼 나와 신지수가 맞붙을 수 있는 경우의 수는 단 한 가지.


“결승에서 보죠.”

“어, 꼭 올라와.”


정상에서 만나는 것뿐이다.


“대진표에 적혀 있는 좌석에 착석해주세요! 방은 A조 선수가 개설해주시면 되고 방제는 본인의 이름으로 만들어주세요! 첫 경기, 바로 시작해주세요!”


PC방에 설치 된 스피커에서 진행자의 멘트가 흘러나왔다.

이제 때가 된 것이다.


나는 주먹을 내밀었다.

신지수도 싱긋 웃으며 툭- 자신의 주먹을 맞대었다.


“잘 해라.”

“누나도요.”


나름대로의 응원을 마친 우리는 각자의 자리를 향해 움직였다.



그리고, 우리가 흩어진 자리.


“···아아, 이것이 소외감이라는 건가.”


김철규는 아무도 맞부딪혀주지 않아 민망해진 주먹을 내리며 중얼거렸다.


#


3시간 후.


256강이라 하면 오래 걸릴 것 같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토너먼트의 특성상, 7승만 해도 결승에 올라갈 수 있기 때문이다.

평균 경기 시간은 13분 내외, 준비하는 시간을 포함해도 3시간도 걸리지 않는다는 거다.


정준혁은 무난히 결승에 올랐고, 신지수는 떨어졌다.


4강에서 그녀를 이기고 올라온 이는 김민규.

조금 전, 신지수에게 들이대던 녀석이었다.


‘후, 여자 주제에 이만큼 해? 성격만 드센 게 아니라 플레이도 빡세게 하네. 아오, 가오상해.’


승리했지만 수세에 몰렸던 자체가 수치스러웠다.


‘만약 지기라도 했으면···.’


김민규는 아찔함에 눈을 질끈 감았다.


‘감독님이 리플레이 확인 하실 텐데. 그런 쪽이 또 어디 있어.’


사실, 그는 단순한 카운터 알바가 아니었다.

프로팀 ‘심성전자 칸’의 온라인 연습생.


그런 그가 카운터에 있었던 이유는, 이 대회의 스폰이 ‘심성전자 칸’이기 때문이다.


프로 구단들은 종종 이런 대회를 스폰하곤 했다.

가능성 있는 신인을 발굴해내기 위해.


허나, 실효성은 크게 없었다.

우승자라해도 수준미달이 대부분이었으며, 괜찮다 싶으면 다른 구단에서도 눈독을 들였다.

남 좋은 일만 시키고 끝나는 일도 비일비재 했다는 거다.


그렇기에 스폰을 비밀리에 진행했다.

팀의 이미지 메이킹보다는 ‘선수 발굴’ 자체에 중점을 두기 위한 특단의 결정이었다.

거기에 더 해, 연습생들을 스태프 겸 선수로 출전시켜 쭉정이들을 걸러내기까지.


완벽한 계획.

구단은 그렇게 판단하고 진행했으나, 대회가 계속 될수록 생각지 못한 점이 있다는 걸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오늘도 우승은 껌인가?’


연습생을 이기는 녀석이 없었다.

벌써 7년이 넘은 판이긴 하지만, 연습생 수준만 되도 고인물 중에 고인물이라는 거다.


결국, PC방 대회는 연습생의 복지(?) 정도로 전락해버렸고 심성전자 칸 또한 이번을 끝으로 스폰을 마칠 생각이었다.


‘아쉽네. 꿀 더 빨아야 하는데. 뭐, 그래도 짭짤했지?’


김민규는 자신감에 차 있었다.

그가 참여했던 PC방 대회는 부산, 춘천, 일산, 대구. 총 4개.

당연히 모조리 우승했다.


이번도 그렇게 될 것이다. 의심할 여지조차 없다.


“결승 첫 경기 시작해주세요.”


Legend of Light : gg / gl


종족 선택 창.

김민규는 인사를 걸어오는 상대에게 답하지 않았다.


‘연습생도 못하는 놈 따위 어울려 줄 필요 없지. 걍 발라 주마. 재수 없는 놈.’


되도 않는 선민사상에 취했기 때문도 있지만, 주 이유는 상대가 신지수의 남친(?)이라는 것.

김민규는 최대한 압도적으로 승리하리라 다짐했다.


#


상대 종족은 테런.

나는 당연히 프로투스를 선택했다.


‘로템이라는 게 조금 걸리긴 하지만 더블하자.’


언덕이 많은 맵일수록 사거리가 긴 테런의 장점이 살아난다.

하지만 그건 어쩔 수 없는 일.


결국 찍어 누르기 위해선 더블넥 만한 게 없다.


그렇게 생각했고, 자신했다.

그런데,


두두두두두두-!


그 자신은 금세 깨졌다.



초반, 6기의 소총수와 마인바이크, 기갑탱크로 구성 된 병력이 내 앞마당으로 진격해왔다.

굉장히 빠른 타이밍.


그를 막아내기 위해선 시간과 자원을 투자해 병력을 뽑아낼 수밖에 없었다.


-My life for Aiur! [아이어를 위하여!]


질롯, 드라곤으로 앞마당 넥서수를 간신히 지켜내긴 했지만, 상황은 생각보다 좋지 않았다.

다수의 일꾼과 병력을 잃었기 때문이다.


‘이대로 추가 병력 오면 못 막을 수도···.’


상대의 빌드를 확인하기 위해 일꾼 정찰을 시도했지만, 가는 족족 마인 바이크에게 잘렸다.

어디에 지뢰가 매설 되어 있는지 모르는 판국이라, 병력을 밀어 넣는 것도 자살 행위.


결국, 정보를 얻을 수 있는 시점은 옵져브를 뽑은 이후가 될 것이다.


‘이럼 일꾼은 못 늘려. 테크 올리면서 병력을 더 뽑을 수밖에 없겠어···.’


테크든 병력이든 어느 하나 소홀히 할 수 없다.

병력만 뽑으면 옵져브 생산 타이밍이 늦어지고, 테크만 올리면 타이밍 러쉬에 쓸려 나갈 테니까.

더블넥의 이점을 잃는 셈이지만 어쩔 수 없다.


그런데 생각과 달리 테런의 러쉬는 ‘전혀’ 없었다.

마인 바이크만이 호시탐탐 기회를 엿보며 돌아다닐 뿐.


‘내 병력량 보고 멀티로 선회한 건가? 그럼 테런도 부유하진 않을 테니 할만 해. 일단 정찰부터 해야 뭐라도 될 것 같은데.’


부단히 테크를 올린지라, 곧 옵져브가 생산 되었고.


‘어디 한 번 보자.’


나는 고대하던 대로 테런의 진영을 샅샅이 볼 수 있었다.


그런데, 봐봐야 너무 늦은 시점이었다.


‘···이게 뭐야?’


두 번째 자원 멀티까지 돌리고 있는 테런은 6번째 군수 공장을 짓고 있었다.

내 게이트가 고작 4개임을 감안하면, 엄청난 격차.


그제야 알 수 있었다.


‘아 초반 러쉬 온 게 속임수였구나···.’


녀석이 사용한 전략은 FD. 즉 페이크 더블(Fake Double)이었다는 것을.


작가의말

즐거운 주말 저녁 되십쇼!

매일 작가의 말에 써야 하는 것들이 있는데, 오늘은 까먹었습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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