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안녕하세요

다시 쓰는 프로게임역사

웹소설 > 작가연재 > 현대판타지, 게임

미르에
작품등록일 :
2020.07.06 18:45
최근연재일 :
2020.08.10 20:39
연재수 :
31 회
조회수 :
21,282
추천수 :
586
글자수 :
172,839

작성
20.07.18 23:53
조회
645
추천
19
글자
10쪽

13화

DUMMY

13화





2004 SKI 프로리그 그랜드 파이널 준우승 팀, 팬텍 엔 큐리어스의 연습실.


“형, 한가하면 저랑 한판 할래요?”

“나 지금 바빠.”


프로투스 안기호의 물음에 손사래 친 사람은 ‘천재테런’ 이운열이었다.


“뭐가 바쁜데요? 오늘도 그 피지투언가 뭔가 하려고요?”

“어. 여기 꽤 재밌던데?”


이운열은 특유의 장난기 섞인 미소를 지으며 손을 풀었다.


“사설서버라 해봐야 별 거 없을 텐데. 그냥 저나 애들이랑 연습하는 게 낫지 않아요?”

“스타는 모르는 사람이랑 하는 게 제일 짜릿해. 그리고 그거 아냐? 여기 서버 1위로 시즌 마감하면 돈 준다더라.”

“진짜요? 나도 해봐야 하나?”

“하든지, 어차피 1등은 내가 하겠지만.”


이운열은 자신 있게 말했다.


무섭게 치고 올라오던 최언성은 기세가 한 풀 꺾였다.

‘운영의 마술사’ 박대민, ‘투신’ 박승준 정도의 상대가 아닌 이상, 자신이 질 거란 생각은 들지 않는다.


그것을 증명하듯, 무패의 전적을 유지하는 중.

실력차가 난다 하더라도 날빌 같은 변수가 많은 스타판에선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다.


‘B+까지 한판도 안 졌네. 심심한데, 이 판은 부종으로 해볼까?’


그의 부종족은 저글.

부종족이라고 하지만, 아마츄어를 상대하기엔 차고 넘칠 실력이다.

방송 경기인 KPGA 4차리그 결승전에서도 썼을 만큼 자신 있는 종족이었으니까.


이운열은 여유롭게 매칭을 돌렸고, 어렵지 않게 상대를 만날 수 있었다.


‘종족은 프로투스고, 아이디는 Legend of Light···. 겉멋 너무 들어갔잖아? 혼쭐 좀 내줘야겠다.’


매칭이 잡히자, 안기호는 의자를 끌고 와 아예 자릴 잡았다.


“에이 할 것도 없는데, 형 겜하는 거나 좀 봐야겠어요.”

“봐봐야 별 거 없을 텐데? 금방 끝낼 거라서.”


이운열은 호기롭게 말하곤, 거침없이 마우스를 움직였다.


#


[대적불가의 거대한 적을 만났습니다!]


‘대적불가의 적? 누구길래 그런 메시지가 떠?’


‘마이 프로게이머’가 이길 수 없는 상대라 판단했다는 뜻.


심장이 쫄깃하게 조여 온다.

그런데, 그 감각이 나쁘지 않다.


‘절대 못 이긴다 이거지? 내가 한 번 보여준다.’


“준혁아···, 상대 승률 봤냐? 100퍼센튼데? 핵(Hack - 불법 프로그램)유저인가? 아니, 그럴 리가 없지. 피지 투어에선 핵 못 쓰니까. 그럼 실력으로 다 이긴 거라고···?”


덩달아 긴장했는지 김철규가 말끝을 흐렸다.


“나 집중 좀 할게.”


이 판은 설렁설렁 해서는 안 되겠다.


‘LOL 첼린져 승급전이라고 생각하고 해보자.’


나는 자세를 바로 잡았다.


#


김철규는 정준혁을 바라봤다.


‘게임에 완전히 몰두했네.’


쳐다보는 시선이 의식 될 법도 한데, 자신은 보이지도 않는 모양이다.


‘저건 노력한다고 되는 게 아닌데··· 자식, 타고났네.’


열심히 마우스와 키보드를 두드리고 있는 것이 마치 프로게이머가 되기 위해 태어난 놈처럼 보일 지경.

김철규는 혀를 내두르며 모니터 상황을 보기 시작했다.


‘맵은 로템···. 언덕도 있고 지형지물도 꽤 번거로워. 대규모 전장에서 강점을 보이는 프로투스 입장에서 좋은 맵은 아니야. 거리라도 멀어야 할 텐데···.’


실력 이상의 정확한 분석.

게임을 보는 눈은 정준혁 못지않게 성장한 김철규였다.

부족한 재능을 메우기 위해 수많은 게임을 분석했기에 가능한 일.

김철규도 부단한 노력으로 계단을 밟아오르고 있었다.


‘포지 더블넥···. 매번 하던대로네.’


정준혁의 플레이는 평소와 다름없었다.

날빌을 준비하는 편이 승률이 더 나올 텐데 말이다.


함께한 시간이 많아서 인지, 정준혁의 생각이 그려졌다.


‘요행 없이 실력으로 붙어보고 싶은 거냐. 참 너답네.’


아직 초반이지만, 이번 판은 틀림없이 명경기가 될 것이다.

저런 마음가짐으로 졸전을 할리는 없으니.


‘그래도 이기는 건 무리겠지. 상대는 아마도··· 프로게이머.’


100%란 말도 안 되는 승률을 설명할 수 있는 것은 그 뿐이다.


‘눈 한 번 안 깜빡거리고 패인을 찾아주마. 나도 너한테 도움이 되고 싶으니까.’


김철규는 눈에 힘을 빡- 주었다.


김철규의 생각대로 전황은 금세 불리해졌다.


#


“9올드로드 스위밍풀? 애들 상대로 너무하는 거 아니에요? 프로가 여지도 안 주려고 하네.”

“한 판 한 판 최선을 다 하는 게 프로다 인마.”


이운열은 투덜거리는 안기호에게 핀잔을 주며 여유로이 플레이 하고 있었다.


9올드풀은 2게이트 질롯러쉬를 상대로도 밀리지 않으며, 더블넥을 뚫어내기에도 적합한 빌드.

실력으로 밀릴 리 없으니 유연한 빌드를 택해 게임을 풀어가려는 이운열이었다.


“헹, 어딜 들어오려고?”


화려한 저글리 컨트롤로 프루브 정찰까지 막아낸 시점. 이운열은 승리를 직감했다.

그건 프로투스 프로게이머, 안기호도 마찬가지였다.


“이럼 진짜 끝났네. 더블넥하면 알고도 털리는 게 땡하이드란데, 모르면 절대 못 막지.”


자신이라 해도 막아낼 자신이 없는 러쉬.

아마츄어가 막아낼 리가 없다.


곧 한 부대로 불어난 하이드라는 프로투스의 앞마당으로 진격했다.


게이트와 포지, 그 뒤에 나열 된 다섯의 캐논.

훌륭한 심시티로 꽤 단단한 방어선을 구축한 프로투스였지만, 이운열은 침착하게 노출 된 게이트와 포지를 두드렸다.


-췩췩!


사거리업에 속업까지 마친 하이드라가 사거리 밖에서 공격하자 캐논은 침묵할 수밖에 없었고, 포지는 공업조차 마치지 못하고 터져나갔다.


“아, 진짜 공업은 됐어야 하는데!”


안기호는 저도 모르게 프로투스를 응원했다. 자신과 같은 종족이 밀리는 것을 보자 감정이 이입 된 것이다.


“넌 누굴 응원하냐?”

“햄, 원래 프로투스는 프로투스 응원하는 게 국룰이예요. 저글 망해라.”

“응~ 열심히 응원해 봐. 어차피 내가 이겨.”


더 이상 캐논의 앞을 막아줄 건물은 없다.

지금 러쉬를 하면 플투는 병력 뿐 아니라 일꾼까지 동원해도 막기 어렵다는 의미.


그야 말로 최적의 러쉬 타이밍이다.


그런데, 이운열은 그 이상의 타이밍을 바라보고 있었다.


“헐···.”


속업 된 올드로드들이 프로투스의 본진으로 움직이는 것을 보며, 안기호는 입을 떡 벌릴 수밖에 없었다.


이 타이밍에 올드로드가 대량으로 몰려온다면 프로투스 입장에선 폭탄드랍이라 생각하고 병력을 뺄 수밖에 없다.

기민하게 대응하지 않았다간 입구를 장악한 저글의 병력에 게임이 끝나버릴 테니까.


당연히 상대 프로투스 또한 그렇게 플레이 할 수밖에 없었다.

허나.


“이건 걸릴 수밖에 없지. 훼이크다, 욘석아!”


올드로드는 텅 비어있었다.

이운열이 블러핑을 건 것이다.


병력들이 빠지기 무섭게, 이운열의 하이드라는 앞마당 캐논으로 달려들었다.


그것을 본 프로투스의 병력이 언덕 아래로 내려오려 했지만, 그것도 쉽지 않았다.

두기의 하이드라가 길을 막은 채 변이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변이 중엔 200의 체력과 10의 방어력을 지닌 에그가 되는데, 굼벵이가 없는 프로투스로 뚫어내는데 상당한 시간을 투자해야했다.


“이러면 당연히 앞마당은 공짜고요~”


즉흥적으로 생각해낸 전략이 통하자, 이운열은 콧소리가 절로 나왔다.


이운열의 말대로, 프로투스의 앞마당은 무주공산이나 마찬가지.

하이드라리스크는 물 만난 물고기처럼 프로투스를 유린했다.


취익취익-! 펑-!


하이드라의 침 뱉는 소리가 멈춘 것은, 넥서수가 깨진 후.


이운열은 거기서 멈추지 않았다.

럴크 드랍을 통해 일꾼까지 다수 잡아낸 것이다.


“···아, 이 햄. 응원할 맛도 안 나게 하네. 보는 내가 다 괴롭다.”

“상대가 GG칠 때까지 방심하면 안 되지.


이운열의 자원은 본진 포함 3군데인 반면, 프로투스는 본진밖에 남지 않았다.

저글도 일꾼 수가 많지는 않지만, 단순 계산해도 자원 수급량은 두 배 이상 벌어졌을 거다.


“그래도 이건···. 후, 플투도 잘하긴 하는데 너무 기울었네···.”


안기호가 보기에 프로투스가 딱히 실수한 점은 없었다.

다만, 이운열의 저글이 너무 완벽했을 뿐.


“근데, 이 친구 GG 쉽게 안 치는 편이네. 왜 이렇게 질겨? 다 끝난 판인데.”

“그건 햄이랑 비슷하네요. 크큭.”


이운열 또한, 쉽게 패배를 인정하지 않는 타입이었다.

승부욕이 워낙 강하다보니 끝까지 해보지 않고서는 성이 차지 않는 것.


동질감 때문인지, 이운열은 상대의 그런 투지가 마음에 들었다.

마음에 든 상대에게 해줄 수 있는 것은 최선을 다하는 플레이 뿐.


“슬슬, 마지막 러쉬 오겠네? 준비 빡세게 할 테니 뚫어볼 테면 뚫어보라고.”


이운열은 병력을 쥐어짜며 마지막 싸움을 준비했다.


#


코세어로 몇 기의 올드로드를 잡아내며 확인 한 것은, 자신과 상대가 절망적일 정도로 격차가 벌어졌다는 것 뿐.


패색이 짙다는 건 진즉 알아차렸다.


하지만 GG는 치지 않았다.

질 때 지더라도 마지막 장면은 나 스스로 선택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맞다가 끝날 순 없지. 나도 한 대는 친다.’


쥐어짜내 모은 병력은 질롯 6기, 드라곤 8기, 아콘 1기.


하이드라만 해도 두 부대 이상에 저글리, 럴크까지 보강 되어있을 상대 병력에 비한다면 초라하디 초라한 병력 수다.


하지만.


‘나에게는 아직 4마리의 라이트닝 템플러가 남아 있어!’


조커라 부를만한 카드는 남아있다.

이순신 장군처럼 결연한 각오로 나아간다면 승산도 0%는 아니다.


‘적어도 1%는 되겠지. 어떻게든 이긴다.’


입구를 틀어막은 럴크를 몰아내며 병력들을 진군시키는데.


[당신은 뜨거운 투지로 스킬을 생성시켰습니다!]

[제로의 영역 - 자신을 제외한 모든 것을 3초 동안 느리게 만듭니다.]


기적과도 같은 일이 벌어졌다.


작가의말

1차 퇴고를 마쳤습니다.

늦게 올렸음에도 바로 바로 읽어주시는 참 독자님들, 그리고 언제나 빠르게 추천을 눌러주시는 추천 요정님들!

머리 숙여 감사의 인사 박습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1

  • 글 설정에 의해 댓글을 쓸 수 없습니다.

  • 작성자
    Lv.99 범패
    작성일
    20.07.28 10:42
    No. 1

    본인 제외면 장난 아니네요..ㄷㄷ

    찬성: 0 | 반대: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다시 쓰는 프로게임역사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공지 [잠정 연재 중지 공지입니다.] 20.08.13 323 0 -
공지 [휴재 공지] 20.08.06 156 0 -
공지 [주저리주저리] 20.07.06 176 0 -
공지 [연재주기] 20.07.06 634 0 -
31 30화 20.08.10 539 15 11쪽
30 29화 20.08.05 525 16 12쪽
29 28화 +4 20.08.04 542 18 14쪽
28 27화 (최하단 미세한 수정) +6 20.08.03 544 17 13쪽
27 26화 +2 20.08.02 539 17 13쪽
26 25화 +2 20.07.31 559 18 14쪽
25 24화 +2 20.07.30 569 17 12쪽
24 23화 +4 20.07.29 589 22 13쪽
23 22화 +5 20.07.28 601 19 13쪽
22 21화 +2 20.07.27 620 20 12쪽
21 20화 +4 20.07.25 622 22 12쪽
20 19화 +8 20.07.24 629 18 12쪽
19 18화 +1 20.07.23 618 18 10쪽
18 17화 +2 20.07.22 625 18 12쪽
17 16화 20.07.21 622 17 12쪽
16 15화 20.07.20 647 19 12쪽
15 14화(분량 추가) +1 20.07.19 651 18 12쪽
» 13화 +1 20.07.18 646 19 10쪽
13 12화 20.07.17 656 18 13쪽
12 11화 20.07.16 676 15 12쪽
11 10화 +3 20.07.15 699 21 14쪽
10 9화 20.07.14 694 20 13쪽
9 8화 +2 20.07.13 709 17 13쪽
8 7화 20.07.12 713 19 14쪽
7 6화 +3 20.07.11 743 20 14쪽
6 5화 20.07.10 795 20 11쪽
5 4화 +1 20.07.09 823 21 14쪽
4 3화 20.07.08 867 20 15쪽
3 2화 20.07.07 907 21 14쪽
2 1화 +3 20.07.06 1,040 23 13쪽
1 프롤로그 +1 20.07.06 1,246 23 5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