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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쓰는 프로게임역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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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르에
작품등록일 :
2020.07.06 18:45
최근연재일 :
2020.08.10 20: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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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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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2,8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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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24 17: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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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19화

DUMMY

19화





이틀 뒤, 학교.

나는 팔목을 이리 저리 돌리고 있는 중이었다.


‘하나도 안 아프네.’


냉찜질을 열심히 한 덕분인지, 통증이 완벽히 사라졌다.


‘잠도 잘 잤고, 컨디션도 좋아.’


삼십 줄에 들어섰을 때엔 몸이 무겁기 일쑤였는데, 지금은 그런 게 전혀 없다.

매일 매일이 상쾌 하달까?


‘왜 어린 게 최고라 하는 지 알 것 같네. 흐흐. 역시 몸이 재산이구나.’


여튼, PC방 대회를 씹어 먹을 준비가 되었다는 거다.


나는 김철규를 바라봤다.


혹시 출전할 생각이 있냐고 묻기 위해서다.

녀석도 프로를 목표로 하는 만큼, 작은 대회라도 경험을 쌓으면 도움이 될 테니까.


“야, 철규야.”

“······.”


바로 옆에서 부르는데도, 반응이 없다.


‘이 놈, 뭐 때문에 계속 멍 때리는 거지?’


녀석은 어제부터 이런 상태였다.

그 좋아하던 스타 이야기도 꺼내지 않은 채 자신만의 세계에 갇혀 있는 느낌.

무슨 일이라도 생긴 건가?


나는 슬쩍 녀석의 옆구리를 찔렀다.


“아, 어? 불렀냐?”


그제야 옆을 돌아보는 녀석.

표정을 보니 무슨 고민이 있는 게 확실하다.


“뭐 때문에 그러냐?”

“응? 뭐가?”

“너 고민 있잖아. 혼자 끙끙 앓지 말고 좀 내놔 봐라.”


김철규의 성향은 거침없는 편이다.

내가 고민들을 늘어놨을 때, 시원시원하게 답을 주었던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그런데, 김철규는 한참이나 말을 못 꺼내고 있었다.


‘이 놈··· 무슨 생각하는지 알겠다.’


자세히 보니, 전생의 내 표정과 몹시 닮아 있는 게 보인다.

그러니 모를 수가 있겠는가.


‘저 녀석, 진로고민하고 있네. 100프로다.’


예민한 문제니만큼, 조심스럽게 물었다.


“너 혹시 프로게이머 꿈··· 접으려고 하냐?”


제대로 맞췄는지, 김철규가 놀란 토끼 눈을 떴다.


“···어떻게 알았냐?”

“척 보면 알지. 갑자기 왜 그런 생각을 한 거야?”


내 물음에 김철규는 한 없이 진지해졌다.

자신의 미래가 걸린 일이라 그런지, 평소와 같은 장난기는 찾아 볼 수 없을 정도.


“그런 생각을 한 이유라···. 준혁아, 하나만 물어봐도 되냐? 솔직히 대답해줘.”

“그래, 얼마든지.”


“···내가 스타를 죽을 만큼 열심히 하면 널 따라잡을 수 있겠냐?”


순간 말문이 막혔다.


재능이 있냐고 물어보면 있다고 했을 거다.

프로게이머가 될 수 있겠냐 물어봤다면 그렇다 했을 거다.


하지만, 나를 따라 잡을 수 있냐고 묻는다면.


“아니, 그건 힘들 거다.”


재수 없는 말이라는 건 알지만, 내가 할 수 있는 가장 솔직한 답변이었다.

김철규는 수긍한다는 듯, 고개를 주억거렸다.


“나도 그렇게 생각한다. 그래서 안 하려고. 최고가 될 수 없다고 생각하니까 부질없게 느껴지더라.”


김철규는 씁쓸한 얼굴로 중얼거렸다.


‘후, 이렇게 될 줄은 몰랐는데.’


뛰어난 선수가 되기는 어렵겠지만, 녀석에겐 분명 재능이 있다.

노력도 재능이니까.


매일 밤늦게까지 게임을 하고, 자는 시간을 줄여가며 리플레이를 분석하는 녀석의 모습엔 분명 재능이 보였다.


그런데, 그 재능을 내가 막은 것 같아서 심란하다.


“왜 네 표정이 썩냐? 너한테 악감정을 가지고 있거나 그런 거 아니니까 신경 쓰지 마라. 그냥 내 한계를 알았을 뿐이다.”


녀석은 도리어 후련한 표정이었다.

이렇게까지 말하는 이상, 계속 풀 죽은 모습을 보이는 건 예의가 아니겠지.


“그래.”


억지로 웃음을 보이자, 녀석도 나를 보며 미소를 지어주었다.

나완 다르게 가식 없는 밝은 미소였다.


‘굳센 녀석이야. 내가 프로를 포기해야 했을 땐 저런 표정은 지을 생각도 못했는데.’


무엇을 하든 잘 될 수밖에 없는 놈.

내가 본 김철규는 그런 사람이었다.


“뭘 하든 응원하마.”


내 말에 김철규가 씨익- 웃었다.

뭔가 할 말이 있는 것처럼.


“말이 나온 김에 하는 건데, 너 들어가고 싶은 팀 있냐? SCT, KDF, 심성전자 칸, 수마GO··· 쟁쟁한 팀 많잖아?”

“팀? 흐음, 대기업 스폰 붙은 곳이 좋긴 할 거 같은데. 딱히 생각해둔 곳은 없어.”


스타판은 실력이 전부다.

나만 잘하면 된다는 거다.

그러면 여러 오퍼가 들어올 테고, 나는 그 중 가장 좋은 조건을 고르면 되니까.


“근데 그건 왜 물어?”

“좀 더 확실해 지면 얘기 할 게.”


뭔가 있긴 하구나.

내가 간섭하기 보단 묵묵히 기다려주는 편이 좋겠지.


나는 원래 하려던 말로 화제를 돌렸다.


“그래라. 나 오늘 PC방 대회 참가 할 건데, 너는 안 할 거지?”

“PC방 대회? ···참가는 좀 그렇긴 한데, 따라 갈래!”

“응? 그냥 따라 온다고? 참가는 안 하고?”

“어. 내가 참가해서 뭐하냐. 우승도 못 할 텐데. 그냥 구경만 하게.”

“그럼 너 할 일 하는 게 낫지 않아? 시간 낭비잖아.”

“야, 구경도 재밌어. 그리고 이런 작은 경험이 다 피가 되고 살이 되는 거야. 너 앞으로도 그런 거 있으면 말해라. 나도 갈 테니까.”


김철규는 좋은 건수라도 잡은 것처럼 신을 냈다.

이렇게라도 스트레스를 풀려는 건가?


“뭐··· 그러던가.”


심심하지 않으니 잘 되었다 생각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진짜 이유는 상상도 하지 못한 채 말이다.


#


‘PC방 대회라···. 미리 준비해서 나쁠 건 없겠지. 잘하는 애 찾으면 눈도장 박아놔야겠다.’


김철규의 아버지, 김태진은 스타 택틱스 구단유치에 대해 긍정적으로 생각하는 듯 했다.

물론, 할아버지가 수락해야 될 일이긴 하지만 어느 정도 가능성은 있다는 뜻.


‘아직 어리긴 하지만, 구단주 못하라는 법은 없으니까. 흠흠. 그러다 잘되면 협회장도 하는 거고, 흐흐.’


자고로 꿈은 높게 잡아야 하는 법.

김철규는 가장 높은 자리를 바라보고 있었다.


자신은 최고의 지도자가 되고, 정준혁은 최고의 프로게이머가 된다면 더할 나위 없겠다는 생각을 하며 실실 웃고 있는데.


“P, PC방 대회 나가게?”


신상태가 대화에 끼어들어왔다.



“어, 상태야 너도 관심 있어? 같이 갈래?”

“아, 아냐.”


정준혁의 물음에, 신상태는 고개를 저었다.

그리고는 핸드폰을 매만졌다.


[정준혁, 오늘 PC방 대회 나간다고 함]


문자를 보내고 3초 정도 지났을까.


[미친 여자 : 오, 간만에 밥값 하는데? 시간, 위치 철저히 알아내서 보고하도록]


미친 여자라 저장 된 이는 그의 누나 신지수였다.


그녀는 정준혁에게 까인(?) 후, 수차례 문자를 보냈지만 제대로 된 답장을 받지 못했다.


‘정준혁이 이운열을 이겼다.’

그 말을 듣는 순간 정준혁에 대한 평가가 급격히 올라갔고, 신지수는 몸이 달아올랐다.

그러다 보니, 동생을 시켜 감시하기에 다다른 거다.


내키진 않았지만, 신상태 입장에서는 수락할 수밖에 없었다. 안 그럼 고래 싸움에 새우등 터지는 격이 될 테니까.


“주, 준혁아. 어디서 하는 대회야? 시간은?” “대전에 있는 아이ㅇ스 PC방. 저녁 7시에.”

“······?”


신상태는 물론 김철규의 얼굴에도 물음표가 떠올랐다.


학교가 끝나는 시간은 4시30분.

서울에서 대전까지 가는 시간만 감안해도 참가는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내, 내가 잘못들은 거지? 아니면 서울에 대전동이라는 곳이 있나?”


정준혁은 물음에 대꾸하는 대신 눈에 안약을 넣었다.

그 상태로 눈을 마구 비비기까지.

강한 자극에 눈알이 뻘겋게 충혈 되는 건 당연지사.


거울을 힐끔 보고 만족한 표정을 지은 후, 정준혁이 말했다.


“나는 이제 아폴로 눈병 걸린 거고, 조퇴할 거야. 철규야, 너는 어떡할래?”

“···미친 놈. 어떡하긴 뭘 어떡해?”


신상태는 정준혁과 똑같은 짓을 하는 김철규를 멍하니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제, 제 정신이 아니야.’


그리곤 이 곳의 상황을 신지수에게 알렸다.


[누나 얘네 이상해 조퇴하고 대회 간다는데?]

[미친 여자 : 어디서 하는 대회길래 그래?]

[저녁 7시 대전에 있는 아이ㅇ스 PC방이라는데 이 애들 정상이 아닌 거 같아]


정상적인 사고를 가졌으면 신상태처럼 생각하는 것이 당연하다.

그런데, 신지수 또한 정상은 아니었다.


[미친 여자 : 오케 땡큐]

[설마 가려는 거 아니지?]

[미친 여자 : 엄마한테 이르면 뒤진다]


아찔한 문자에 신상태는 눈을 질끈 감으며 생각했다.


‘우리 누나지만 진짜 미친 X이야···. 저 놈들도 그렇고.’


그렇다 해서 신상태가 그들을 나쁘게만 보는 것은 아니었다.

자신이 하는 일에 미친 사람들이 그 분야를 이끌어간다는 건 신상태도 익히 아는 바니까.


“힘내라.”


신상태는 또박또박 응원의 말을 내뱉었다.


#


아폴로 눈병 전략은 무난히 성공했다.


“아이고, 눈이 이래서 어떡하니. 준혁이 너, 오늘은 공부에 시간 쏟지 말고 푹 쉬어라.”

“예.”


선생님들 사이에서 내 이미지가 워낙 모범생이었기 때문이다.


“김철규, 너도 애들한테 옮기지 말고 집에서 푹 쉬고!”

“···쌤, 저랑 준혁이랑 너무 대우가 다르신 거 아닌가요.”

“호호, 기분 탓이야.”


김철규도 내 짝꿍이란 이유로 무사통과.


청량리 역에서 기차를 탔고, 몇 시간 걸리지 않아 대전에 도착할 수 있었다.

현재 시간은 6시. 아직 대회까지 1시간 가량 남았다.


“이야, PC방 졸라 크다.”


대회를 개최한 PC방은 150석이 넘었다. 이 시기에 찾아보기 힘든 대형 PC방이긴 하다.

그렇지만, 김철규가 입을 벌리고 놀라는 건 이해가 되지 않는다.


“너네 집보단 작잖아.”

“그렇긴 한데, PC방 치고는 크잖아.”

“···너 잘났다.”

“크큭, 그런 말은 아니었는데.”


이런 금수저 자식.

사고 자체가 다르다.

아무리 큰 PC방이어도 자신의 집보다는 작을 것이라 생각하는 사람이 몇이나 되겠는가.


여튼, 그렇게 이야기를 마치곤 PC방 카운터로 갔다.

전화통화로 신청을 해두긴 했지만, 참가비를 내면서 접수하는 절차가 있기 때문이었다.


“여기 참가비요.”

“네, 접수 완료 되셨어요.”


이 대회의 참가비는 3천 원. 조금은 비싼 편이다.

그런 만큼 보상도 확실하다.

우승 상금은 무려 70만원.

2020년도 시급으로 환산하면 150만원이 넘는 큰돈이다.


‘이렇게 굵직한 대회 몇 번만 우승하면 돈도 벌고 퀘스트도 깰 수 있어. 완전 도랑치고 가재잡고, 일석이조잖아? 흐흐.’


[여유 있는 생활을 위한 히든 퀘스트!]

[부모님께 의지하지 않는 생활력을 보여주세요! 여러 PC방 대회에 참여해 총 상금 500만 원을 획득 하십시오!]

[성공 시 보상 - 신규 스텟 (Courage - 담력) 생성]


퀘스트 보상인 담력은 프로게이머에게 있어선 필수 불가결한 요소다.

방구석에선 여포여도, 막상 경기 때 떠느라 실력발휘를 못하면 의미가 없으니까.


‘LOL판에도 그런 선수가 몇 있었지.’


대회 경험이 없는 내겐 더욱 간절한 능력.

그것을 보며 입맛을 다시고 있는데, 누군가 내 어깨를 툭 쳐 왔다.

익숙한 터치에 고개를 돌려보니.


“어? 여기서 만나네? 아, 이런 우연이 있을 수 있나? 헤헤.”


신지수가 능청스런 얼굴로 웃고 있었다.


작가의말

슬슬 인게임 내용이 나올 때가 되었습니다!

더 정확한 고증(?)을 위해 어제 스타 레더 4판을 돌렸습니다.
10년 만에 해서 그런가 쉽지 않더군요.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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