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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eopold2 님의 서재입니다.

마나 수치 99.99999

웹소설 > 작가연재 > 판타지, 퓨전

완결

로쿤
작품등록일 :
2024.02.12 23:50
최근연재일 :
2024.04.04 16:05
연재수 :
55 회
조회수 :
52,459
추천수 :
1,138
글자수 :
284,751

작성
24.03.08 22: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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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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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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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배후

DUMMY

아이가 내 이름을 곱씹는데···


‘워뇽아! 워뇽아! 차워뇽!’


문득 해맑게 뛰어오며 내 이름을 부르던 자이라의 얼굴이 겹쳐졌다.

리자드맨의 혀가 두 갈래라서 발음이 저런 건가?

나는 머리를 젓고는 대답했다.


“그래 차워뇽.”

“워뇽이 아저씨!”

“욘석이? 누구 더러 아저씨래? 그건 그렇고, 네가 보기에는 얘 나쁜 놈 같아?”

“별로요. 그냥 겁쟁이 같아요. 근데 말이 너무 많아서 마음에 안 들어요. 아빠가 말 많은 놈들은 다 사기꾼이랬어요.”

“그렇다는데?”


마로잔을 내려다보며 말했다.


“거짓이 아닙니다!”

“말로는 태산인들 못 옮기겠냐. 네가 거짓말쟁이가 아니라는 건 앞으로 하는 행동이 증명할 거다.”

“억울합니다! 이건 전부 타로잔의 계획입니다!”


그때 스치는 얼굴이 있었다.

정확하게는 표정이.

우림 안의 문투스 기지 정문에서 실랑이를 벌이던 삼인조 중, 마로잔에 대해 침묵했던 이의 표정이 스쳤던 것이다.

진실.

누군가의 얼굴을 똑바로 쳐다볼 수 있게 된 후로 표정이 하나의 언어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했었다.

뇌피셜을 좀 돌려 보자면, 그때 녀석의 표정은 진실을 묵과하는 자의 표정이었다.

그런데 왜?

현재로선 거기까지가 한계였다.


“이래서 A급 던전이 어렵다고 했구나. 확실히 쉽지 않네.”


다시 움직일 때다.


“다시 올 테니까 연기 잘 하고 있어라. 마을 입구에 걸어 놓은 머리들은 싹 회수해서 땅에 잘 묻고, 장례도 치러 줘라. 혹시나 도망칠 생각일랑 하지말고. 오케이?”

“옙!”


대답 한번 우렁차네.


*


아이와 하늘을 날아 산중의 마을로 복귀하며 몇몇 의문점이 생겼다.

그러고는 뒤를 덜 닦은 느낌에 사로잡혔다.


“영 찜찜한데···”

“뭐가요? 그런데 더 빨리 날 수는 없어요 아저씨?”


아이의 적응력은 놀랍기만 하다.


“너 오줌 쌀지도 모르는데? 괜찮겠어?”

“에이, 무슨 그런 섭한 말씀을! 저 그런 애 아니거든요!”

“그럼 꽉 잡아라.”


촉촉한 손에 힘이 들어가는 것을 느끼자마자 최대 사거리의 마나를 응축했다.


쿠와앙!


소닉붐이 일며 천둥소리가 났다.


순식간에 문투스 기지의 창공이었다.

고도를 낮추다가 이상한 낌새를 느꼈다.


“음?”


바쁘게 움직이는 리자드맨들.

그리고 족장의 거처 앞쪽에 포박된 이들이 하나둘 눈에 들어왔다.


“엥?”


자이라가 가장 먼저 보였고.

에리얼, 크루엘라, 비스레인···

베스카까지 차례로 눈에 들어왔다.

그들 모두가 포박 당한 채 흙바닥에 무릎 꿇려 있었다.

포박 당한 동료들 옆에는 체격 좋은 리자드맨들이 무기를 들고 서 있었다.

엉뚱한 그림이라 상황을 이해하는 데 시간이 필요했다.

얼마간 생각이 정리된 뒤에야 비로소 바닥으로 내려왔다.


챱.


“타로잔.”


족장은 지금껏 보지 못 했던 표정을 짓고 있었다.

비열함.

그것이 그의 눈과 입술에 담겨 있었다.

동료들의 상태가 이상했다.

정신이 오락가락해 보인다.

그러던 중, 크루엘라가 기우뚱 넘어갔다.


“어엇!”


순간 마나를 응축해 몸을 떠받칠 뻔했다.


“클클클··· 둔한 녀석 같으니. 포박해!”


타로잔이 끈적한 웃음을 지으며 외쳤다.

리자드맨이 내 몸을 묶는 동안 레온은 내 옆에서 발을 동동 구르고 있었다.


“아저씨···”


레온이 족장한테 또르르 달려갔다.


“족장님! 용사님들한테 뭐하는 거예요!”


족장은 달려온 아이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말했다.


“다 우리 종족을 위한 일이란다. 저들은 이방인일 뿐이야.”


타로잔의 손에서 반짝이는 물건이 있었다.

코어 결정.


“그래도!”


아이가 항변하자 족장은 손짓했다.

그러자 주변에 서 있던 병사가 버둥거리는 레온을 끌고 갔다.


“아저씨! 아저씨이이이!”


레온의 절규가 차츰 멀어졌다.

아이는 온 힘을 다해 반항했지만 성체 리자드맨의 힘에 저항하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사실 어제, 사냥에 성공했다. 더 자세히 말하면 네 녀석들이 이곳에 도착하기 전부터 알고 있었다.”


그럼 평야에서 사냥감을 놓친 게, 다 퍼포먼스였던 건가.


“명배우 납셨군.” 내가 말했다.

“쿡쿡쿡···”


타로잔이 내 말에 끈적한 웃음을 묻혔다.

기분 더럽게시리.


“아직은 이것의 사용 방법까지는 모르겠더군. 당연할 게야. 우리 문명이 너희들보다 뒤쳐진 건 사실이니. 하지만 이게 엄청난 물건이라는 것쯤은 알겠더군.”


결정을 든 반대쪽 손에도 타로잔은 비슷하게 생긴 돌을 들고 있었다.

그의 목에 걸려 있는 목걸이와 비슷하게 생긴 돌이었다.


“하지만 미적 감각이라면 우리도 가졌다네. 이건 제법 비싼 값에 거래되는 보석일세.”


타로잔이 푸른 돌멩이를 내려다보며 말했다.


“그런데 보게나. 이 둘을 비교하면··· 이쪽이 너무 볼품없지 않은가? 일단은 장신구를 이 빛나는 돌로 대체할 걸세. 그것만 해도 커다란 값어치를 하겠지?”


타로잔은 머리가 비상하다.

내 생각보다 훨씬 더.

그의 이야기를 들으며 자연스레 알게 된 사실이 있었다.

예언자라고 했던 인물···

그건 타로잔 본인이었다.

체형은 물론 그의 목에 걸린 목걸이와 곳곳에 살갗을 뚫은 장신구가 그것을 말해 주고 있었다.


그보다···

타로잔은 어떻게 이 모든 것을 이토록 짧은 시간 안에 이해하고 또 설계한 걸까, 의문이 하나둘이 아니었다.

나는 주변을 둘러봤다.


“아.”


어떻게 된 일인지 조금은 감이 왔다.

하지만 그전에 확인이 필요하다.


“그럼 하수구에서부터 우리를 공격한 것도 다 네놈 짓이었냐?”

“음.”


타로잔이 턱을 한 번 끄덕였다.


“마을 앞에 매달린 리자드맨들의 머리도?”


타로잔은 또 고개를 끄덕였다.

대를 위해 소를 희생한다.

드라마에서나 보던 식상한 이야기였다.

어느새 내 몸은 완전히 포박되었다.

흠···

포박하는 솜씨가 나쁘지는 않았지만 이 정도로 동료들이 힘을 못 쓴다는 건 이해가 잘 안 갔다.

그 이유는 친절하게도 타로잔이 설명해 주었다.


“독을 탔지.”


그 말을 하고는 또 끈적하게 웃었다.

원래 저렇게 느끼하게 웃는 놈이었군.

기분 나빠···

나는 녀석의 웃음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그런데 너는 왜 독의 영향을 받지 않았는지 모르겠군.”


영향을 받지 않는 게 아니다.

이미 해독된 거겠지.

사실 나는 내가 독을 마신 줄도 몰랐다.


“식사 때마다 더 많은 독을 써야 했네. 그런데도 보게나.”


타로잔이 자리에서 일어나 동료들을 굽어보며 말했다.


“안 죽었어! 그 정도의 독이면 매머드도 죽일 만한 양이었을 텐데!”


족장이 몸을 일으켜 내 코앞까지 다가왔다.

그는 왜소했지만 리자드맨 치고 그랬던 것뿐.

나와 별반 차이가 없는 체격이었다.


“자네는 왜 이렇게 멀쩡한 거지? 설마 이것의 효능인가?”


타로잔이 코어 결정을 내 얼굴에 들이밀며 말했다.

나는 감탄했다.

정말이지 똑똑한 녀석이라고.

그나저나 다행이었다.

독 정도로 각성자를 해할 수는 없을 테니까.

한데 비몽사몽한 동료들한테 계속 독을 마시게 하는 건 참기가 어려웠다.

나뭇잎을 겹쳐 만든 그릇으로 계속해서 입에다 독을 흘려 넣고 있었다.


“네 입으로 말했었지.”


나는 타로잔의 눈을 보며 말했다.


“마로잔이 죽어 마땅하다고. 녀석이 정말로 네 동생은 맞는 거냐?”

“큭큭큭··· 어떤 것 같나?”

“몰라서 이렇게 묻고 있잖아.”


와···

인재는 인재다.

이 자식이 정치를 하면 미치도록 잘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쓸모없는 녀석은 내 동생이 맞다. 맹한 녀석이지. 하지만 큰 그림을 그리는 데 꼭 필요한 것 또한 사실이었네. 최초의 아이디어가 녀석을 보며 떠올랐으니까.”

“문투스는 원래 저 아래 마을 이름인가?”

“그렇네만. 그건 왜 묻나?”

“응, 그냥 궁금해서. 만약 네가 없다면 차기 지도자감은 있는 거야?”

“걱정해 줘서 송구하네만, 리자드맨의 수명은 자네 생각보다 길다네. 게다가 이것의 도움이 있다면 더 길어질지도 모르겠군.”


각성자가 일반종에 비해 오래 사는 건 사실이다.

캬···

대단한 녀석이다 타로잔은.

다만.


“휴··· 이쯤이면 듣고 싶은 이야기는 다 들은 것 같네. 오래 참았다.”


그 말과 함께.

몸에 살짝 힘을 주자 나를 포박하던 밧줄이 단숨에 터져 나갔다.

그리고 내 앞에서 알짱거리던 타로잔 녀석.

녀석의 두꺼운 목을 잡아 그대로 들어 올렸다.


“컥, 커어억!”


주변의 당황한 리자드맨들이 기민하게 움직여 나를 포위하고 창을 디밀었다.

나는 타로잔을 든 채, 뒤로 몇 걸음 물러났다.

리자드맨 병사들은 나를 포위한 채로 슬금슬금 따라왔다.

그래, 그렇게. 조금만 더 와라.


퍼엉! 퍼버벙! 펑!


나는 그들 몰래 응축했던 마나를 한 번에 폭발시켰다.

타로잔과 대화하는 내내.

곳곳에 마나를 응축해 두었다.

마나 폭발은 새로운 시도였다.


“음? 이것도 쓸만 한데?”


정말이었다.

폭발의 영향에 나까지 휘말린다는 단점은 있었지만.

뭐, 그건 차차 수정해 보기로 하고···

타로잔, 리자드맨들과 함께 공중을 날던 나는 재빨리 마나를 응축해서 동료들 옆에 착지했다.


툭- 투둑-


동료들에게서 뜯어 낸 밧줄을 들고 가서 얼기설기 타로잔을 묶었다.


“포박 솜씨는 리자드맨들이 나 보다 낫네···”


멀리 날아갔던 리자드맨들이 헐레벌떡 뛰어왔지만 상황은 이미 종료된 뒤였다.


“너희들은 정말로 얘를 지지하는 거냐?”


리자드맨 하나가 내게 달려들며 창을 휘둘렀다.


뻐억!


화가 나서 힘 조절에 실패하고 말았다.

녀석은 바닥에 사정없이 튕기다가 저 끝에 가서 턱이 돌아간 채 기절했다.


“헛수고 말고 이걸로 서로 포박해 주면 고맙겠어? 포박은 나보다 너희가 낫더라.”


리자드맨 병사들 앞에다 밧줄을 던지며 말했다.


동료들의 정신이 돌아오고 있었다.

가장 먼저 자이라가, 그 다음은 에리얼과 나머지 동료들도 하나둘 정신을 차렸다.


“정신이 좀 들어?” 나는 자이라에게 물었다.

“응? 나 왜 여깄냐.”


자이라는 그 말을 하며 입을 쩍 벌려 하품했다.

게슴츠레한 눈을 억지로 깜빡거리며 주변을 둘러본다.


“큭큭···”


녀석의 얼빠진 면상을 보니 웃음밖에는 나오지 않았다.

나는 다들 깨어날 때까지 느긋하게 기다렸다.

오늘이 사흘짼가···

그런 생각을 하면서.


타로잔의 넓은 오두막 안에서 동료들에게 그간 있었던 이야기를 들려 주었다.


“헐! 저 망할 할아범이 우릴 속였다구요?”


크루엘라가 양 주먹을 불끈 쥐며 벌떡 일어났다.


“한주먹 거리도 안 되는 놈이··· 으으으!”


정말이지 분해 보인다.

자이라는 그 옆에서 코를 후비며 앉아 있었다.


“혼자서 고생이 많았겠어요.”


에리얼이 말했고, 비스레인과 베스카도 비슷한 바이브였다.


“고생은요. 다들 별일 없으니 됐습니다. 이제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일단 뭐 좀 먹고요. 이제 여기 음식은 쳐다도 보기 싫으네! 실컷 처주무셨으니 요리는 내가!”


그렇게 말하며 크루엘라가 인벤토리를 열었다.


“호오?”


크루엘라가 연 인벤토리에서 냉기가 흘러 나왔다.

양쪽으로 나눠서 한쪽은 냉장, 한쪽은 냉동고다.

이런 것도 가능한 모양이다.

그나저나 다들 도대체 인벤토리를 몇 개나 가진 거야?


크루엘라와 베스카가 요리를 맡았고, 에리얼과 자이라, 비스레인은 바깥 상황을 정리하기로 했다.

나는 쉬라면서 어디에도 끼워 주지 않았다.


“왜요?”


베스카가 나를 보며 서 있길래 물었다.


“잠시 할 말이 있어요.”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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