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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승태] 의 서재입니다.

퀸(Queen) : 어느 소녀 프로게이머의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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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한승태]
작품등록일 :
2016.04.07 23:09
최근연재일 :
2018.02.06 2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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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04.10 00: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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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쪽

피씨방(2)

DUMMY

시간이 지나고 사람들이 하나둘 떠나자 만화를 보던 승태와 구경하던 승아에게도 자리가 주어졌다. 승아는 자연스럽게 우주전쟁을 클릭했다.

웅장한 사운드가 반겨주었다. 지금 생에 우주전쟁 게임을 처음 하는 것이지만 해봤던 것처럼 편안함이 들었다. 그도 그럴 것이 하루 중 자는 시간을 제외하고 계속 해왔던 우주전쟁이다. 비록 한동안 하지 못했다고 해도 그 정겨움이 어디가는 것은 아니었다.

그런 승아를 보는 승태는 의문이 들었다.


“승아 너 그 게임 할 줄 알어? 그거 어려운데. ”

“할 줄은 모르는데 재미있을 것 같아서..”

“그래? 이런 시뮬레이션 게임은 어려울텐데...뭐 너 하고싶은대로 해.”


말을 마친 승태는 최근에 나온 악마왕2 를 시작했다. 오락실 게임에 빠져있던 승태를 피씨방으로 이끈 악마왕2는 말그대로 악마같은 게임이었다. 분위기도 악마같지만 화려한 그래픽이 승태를 빠져들게 했다. 3년전에 나온 악마왕 1탄과는 다르게 직업도 늘었고, 더 재미있었다. 그리고 꼭 했던 컴퓨터가 아니어도 서버에 캐릭터가 저장되는 롤 플레잉(RPG)게임이었기에 더 좋았다. 승태가 악마왕의 세계에 빠져들고 있을 무렵 승아는 우주전쟁을 시작했다.


우주전쟁을 회귀뒤에 처음 하는 것이기에 승아는 조금 떨리는 마음을 안고 접속했다.

승아에게 있어 우주전쟁은 단순한 게임이 아닌 즐거운 날의 회상이었다. 평범했던 자신을 특별하게 만들어준, 그리고 일생의 행복한 시간을 함께한 동반자. 그것이 우주전쟁이었다.


승아는 일단은 항상 하던대로 인공지능과 1:1로 방을 만든 뒤 유닛을 하나하나 생산해 가며 손을 풀기 시작했다.



손을 풀던 승아는 무언가 어색함을 느꼈다. 뭔가가 달랐다. 승아가 자주 하던 종족인 인간 종족으로 했는데 소총병을 보조하는 의무병은 있었다. 그런데 인간종족이 너무나도 약했다.

괴물종족의 사냥개에게 분명히 3번을 맞아야 죽는 소총병이 2번 맞으니 죽었다.


‘이상한데....아.. 패치!’


그랬다. 2005~8년에 우주전쟁 게임을 주로 하던 승아는 그 당시의 밸런스만을 기억하고 있었다. 실제로 우주전쟁은 처음에는 밸런스가 그다지 좋은 게임이 아니었다. 시간을 지나면서 계속적인 패치가 이루어져서 좋아졌을 뿐. 물론 그것도 승아의 과거인 미래에서나 가끔 논의되는 이야기이고, 그 당시에도 그때까지 나온 대부분의 게임보다 종족간 밸런스는 좋았다. 단지 약간의 차이를 느낀 것은 승아가 당시에 우주전쟁 게임만을 하던 프로게이머였기 때문이었다.


지금 버전은 괴물 종족이 확실히 좋았을 때였다. 사냥개의 공격력이 기본적으로 셀 뿐만 아니라 기본유닛인 사냥개를 생산하기 위해 건축하는 연못에 들어가는 자원이 승아가 활동하던때는 200이었지만 지금은 150이면 되었으니 말이다. 연못의 빠른 건축은 초반 사냥개 러쉬라는 이점을 괴물종족에게 주었다.


반면 승아가 하던 인간종족은 탄탄한 방어가 특징이지만 약했다. 초반방어가 탄탄하지 않았기에 방어가 탄탄해지기 전에 지기 때문이었다. 방어가 탄탄해지기까지는 많은 자원수급을 필요로 하는데 이는 게임중반 이후에나 가야하기 때문에 기계와 괴물종족에게 초반에 약간의 피해만 입고 시작해도 나중에는 자원의 격차를 이겨낼수가 없었다.


시대에 따른 종족의 패치만이 이상했다면 승아가 놀라지 않았을 터였다. 컨트롤도 뭔가 이상했다. 이상스럽게 잘 되었다. 분명히 종족은 약해진 것이 확실히 느껴졌는데 손이 빠르게 움직였다. 손의 속도가 프로게이머치고는 느린 편이어서 힘들었던 승아였는데 우주전쟁 게임을 해본 승아는 손이 빨라진 느낌을 받았다.



‘손이.. 빨라졌다?!’


승아는 지휘소와 막사를 오가며 화면이 안보이게 움직였다. 그리고 당시 사람들이 잘 모르던 화면지정과 부대지정을 해서 연타해주며 불필요한 움직임도 줄였다.

그런 승아의 뒤에는 차례를 기다리며 구경하던 동네 학생들이 모여들었다.


“와. 쟤 쩔어!”

“손이 안보이는데?”

“저정돈 나도 해.”

“해봐. 니가 하면 내가 장지진다. 저거 지금 안보여? 그냥 헛손질이 아니라 지휘소랑 막사에서 병력 다 뽑아가면서 제대로 생산하고 공격가잖아.”


승아가 하는 게임을 보는 사람이 여닐곱명으로 많아지자 옆자리에 있던 승태 또한 옆자리를 보게 되었다. 그리고 승아의 진지한 표정과 빠른 손놀림, 그리고 학살당하는 괴물종족을 보았다. 그리고 입에서 나온것은 감탄이었다.


“와!”


승아는 오빠가 감탄했지만 무표정한 얼굴이었다. 겨우 이정도쯤이야.. 손풀기 연습에 지나지 않았다. 모두가 승아의 플레이를 보고 감탄했다. 승아는 주변에 몰린 중고등학생들 때문에 게임을 더 하기는 무리라고 생각했다.


“오빠. 가자.”

“벌써? 아직 1시간도 안했는데?”

“가자니까.”

“아 그래.”


불편했다. 아직 무언가 혼란스러웠다. 사람의 시선을 받는다는 것은 기쁘면서도 불편함을 주었다. 이 모순된 감정은 무엇일까. 프로게이머 시절, 잘나가던 시절에는 사람들의 시선을 받는 것이 좋았다. 모두가 자신을 위해 환호했었다.


- 여제 윤승아!

- 승아짱!!

- 우.유.빛.깔.윤.승.아!


여성부 우승당시에 사람들의 환호를 아직 잊지 못했다. 하지만 그 환호가 자신의 실력이 아닌 외모와 특이성을 향한 것이란 걸 알지 못했었다. 성적이 떨어지고 계속해서 눈으로 차마 보지못하는 실력을 보여주자 팬들은 외모를 보는 몇몇밖에 남지 않았다.

역시 프로게이머는 실력이 되지 않으면 인기가 떨어졌다. 리그 우승은 못하더라도 임팩트있는 경기를 보여줘야 하는데 그러지도 못했다. 그렇다고 안정적인 경기운영을 하지도 못한 그저그런 프로게이머 윤승아.


그뒤 이어진 힘든 시선들은 사람들의 시선을 꺼려하게 만들었다. 그리고 결혼 뒤 이어지는 상황들도 사람들을 꺼려하게 되었다. 그렇기에 시선을 받는것이 기쁘면서도 불편한, 이런 모순된 감정이 존재하는 것이리라.


그런 혼란된 존재. 아직은 그것이 윤승아였다.



.......

그렇게 오빠와 피씨방에 간간이 들리면서 승아가 알게된 사실이 있었다.


일단 어린시절로 회귀한 뒤에 확실히 손이 빨라졌다. 느낌상 거의 1.5배. 이건 공식적으로 측정할수 있는 방법은 없었다. 하지만 빨라진것은 확실했다. 몸이 느끼고 있으니까. 유닛을 뽑는 명령을 내릴때도 좋았지만 더 좋아진 것은 전투였다.


유닛간의 교전인 전투에서 피가 약간빠진 유닛을 뒤로 빼주는 컨트롤의 미세함이 확실히 좋아져서 머릿속에서만 가능했던 전투가 가능해졌다. 이대로라면 예전의 실력을 넘어선 실력을 이미 가졌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거였다.


왜 이렇게 손이 빨라졌는지는 승아는 몰랐다. 어린시절이라 손목이 아직 유연해서 일수도 있었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지금 전생에 하지 못했던 컨트롤이 된다는 것이었다. 물론 손이 아직 작아서 부대지정이나 일부 유닛 컨트롤에 어쩔수 없는 손크기에 따른 피지컬적인 한계가 있긴 했다. 하지만 이것은 금방 커가면서 나아지리라 생각했다.


하지만 안좋아진 점도 있었다. 손목이 아팠다. 예전에 게임을 많이 했을 때와 같은 증상이었다. 아직 어린데도 불구하고 손목이 아픈걸보니 손목의 내구도가 확실히 낮아진 것 같았다.

단순히 손이 빨라져서 손목이 아픈 것인지, 아니면 회귀뒤에 손목의 내구도가 낮아졌는지 알수있는 방법은 없었다. 손목의 내구도는 숫자로 표시되지 않기에. 현실은 게임이 아니니까 말이다. 단지 확실한것은 게임을 세 판 정도 하는것이 손목에 무리가 가지 않는 한계라는 것. 시간으로는 대략 1시간에서 1시간 반 사이. 그보다 더 많이 게임을 할 경우에는 연필도 잡기 힘들 정도로 손목이 아파왔다. 승아는 여러번의 게임 끝에 자신이 게임할 수 있는 한계 시간을 알았다.

아마도 미래보다 더 빠른 시기에 우주전쟁을 시작해서 손목을 혹사시키는 것이 어린 몸에 부담을 준 것 같았다.


손목의 아픔이 느껴지자 승아는 몸 관리를 잘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이미 생각했던 키가 크는 것 또한 적절한 운동과 영양섭취로 관리를 해서 제대로 게임을 해보고 싶었다. 지금의 손 반응속도, apm이라면 충분히 프로게이머의 세계에서 살아남을수 있을 듯 했다. 실력으로 인정받고 싶었다. 내가 인형이, 마스코트가 아닌 프로라는 것을 증명해보고 싶었다. 그리고 그럴 여건이 갖추어졌다.


물론 손의 빠르기만으로 게임을 지배할 수 있는 것은 아니었다. 손의 빠르기로 유명한 게이머도 있었지만 그렇다고 게임을 항상 이기지는 못했다. 전략과 운영 2가지중에서 손의 빠르기가 필요한 부분은 운영이었다. 전략 시뮬레이션 게임인 우주전쟁의 특성상 자원을 모아서 유닛을 뽑고 그것으로 서로 싸우게 되는데 손이 빠르면 상대보다 빠른시간에 자원을 모을수 있고, 더 빨리 유닛을 뽑을수 있으며, 전투시에도 같은 유닛으로도 더 많은 이득을 거둘수 있게 된다. 이것이 운영이었다.


전략은 어떠한가. 승아에게 있어서 전략은 특기였다. 프로게이머 시절 전략을 쓸 기회도, 쓸 능력도 되지 않았지만 실제로 아마추어 수준에서는 정말 대단하다는 소리를 들었다. 팀에서 괴물종족을 하던 브레인 이라는 별명을 가진 게이머가 있었지만 그가 하던 전략은 전부 승아가 연습경기때 ‘이렇게 하면 어떨까?’ 하고 말해준 것들 뿐이었다.


승아와의 다른 점은 그는 전략을 듣고 그대로 실행할수 있는 실력을 가졌지만, 승아는 그러지 못했었다는 것 뿐. 그리고 그는 승아의 전략을 자신이 생각해 낸 것 마냥 이미지 메이킹을 해서 브레인으로 불리며 잠시 영광을 누리기도 했다.


이제는 그런 일은 없을 것이다.

전략에 능한 승아에게 빠른 손 피지컬이 주어졌고, 그리고 무엇보다 승아는 우주전쟁 판의 전략을 다 알고 있었다. 최소한 자신이 했던 시기 까지는..


윤승아는 회귀자니까.

승아는 오늘도, 오늘의 게임을 하기 위해 우주전쟁 넷에 접속했다.


[서울 강남의 한 피씨방]


승아가 우주전쟁에 접속하던 어느 평일 오후. 서울 강남의 한 피씨방. 머리를 녹색으로 염색한 남자하나와 금색의 큰 원형 링 귀걸이를 왼쪽 귀만 뚫어서 하고 있는 두 남자가 같이 우주전쟁 게임을 하고 있었다. 둘은 회색바지에 흰 와이셔츠에 조끼를 입고 있었다. 그리고 조끼에는 어딘가의 소속을 나타내는 엠블렘이 붙어있었다.


그랬다. 그옷은 교복이며, 그들은 고등학생이었다.

둘은 일단 명목은 고등학생이었지만, 실제로는 학교에 이름만 걸어두고 나가지 않는 소위 불량학생이었다. 게다가 이들은 염색하고 귀를 뚫는 등 기성세대가 하지 말라는 외형적 꾸밈은 다 했다. 하지만 이들은 흔히 불량학생하면 떠오르는 이미지와는 다르게 남의 돈을 빼았는 소위 ‘삥’을 뜯거나 누구를 때리거나 하는 학생들은 아니었다. 단지 생각하는 그대로 학교에 가고 싶을 때만 가는 불량아들이라는 것이 문제일까.


녹색 잔디머리의 남자 정민의 책상에는 담배꽁초가 가득 담긴 종이컵이 2개나 있었고, 금색 귀걸이를 만지작거리는 남자 은호의 책상에는 컵라면 껍데기와 소세지 껍데기, 빈 캔등이 한쪽 구석에 겹겹이 있었다. 책상이 보여주듯 정민은 약간 신경질적인 외모로 계속해서 담배로 구름링을 만들고 있었고, 좋게 말해서 약간 통통한 모습의 은호는 계속해서 소세지를 까 넣으며 웃으며 게임에 몰두하고 있었다.

그런 은호를 보는 정민은 말을 던졌다.


“김은호 이 돼지색햐. 좀 작작 처먹어라.”


그런 정민의 말에 은호는 기쁘게 소세지를 우물거리며 대답했다.


“음음.. 에너지 섭취중이야. 이 에너지를 섭취해야 되거든 사람은.”

“그래. 사람은 에너지를 섭취하지만, 넌 뭘 그리 많이 처먹냐. 안 배부르냐?”

“어. 나 목마른데 콜라 먹을건데 너도 먹을래?”

“.........아니 난 됐다. 사양하지.”

“아 그래? 그럼 나 혼자 먹지 뭐.”


은호는 목이 마른 듯 카운터에 가서 옆에 있는 냉장고를 연 뒤 콜라를 집어왔다.

그런 은호를 피씨방 아르바이트생은 전혀 제지하지 않았다. 은호가 단골이었기 때문이고, 매상의 대부분을 올려주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형. 콜라 2개요.”

“응. 1600원이다.”


콜라를 1개가 아니라 2개를 시킨 은호는 하나를 방금 계산한 아르바이트생에게 내밀었다.


“형. 드세요.”

“아 은호야 매번 고맙다. 잘 먹을게.”


집이 좀 잘사는지 매번 많은 돈을 가지고 와서 계속 먹어가며 매상에 도움이 되는 은호는 피씨방 사장에게 있어서도 매우 고마운 손님이었지만 이렇게 자신을 챙겨주는 은호는 아르바이트생에게도 고마운 존재였다. 때로 짜장면도 세 개 시켜서 같이 시켜먹는 착한 부잣집 게임폐인 동생. 아르바이트생이 은호를 보는 관점은 그거였다.


은호와 정민, 둘은 오전부터 이 피씨방에서 버티고 있었다. 학교에 나가지 않은 채.

그리고 오늘도 둘이 기대하던 오후 시간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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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피씨방(3) +5 16.04.10 4,484 78 9쪽
» 피씨방(2) +2 16.04.10 4,473 79 13쪽
6 피씨방(1) +3 16.04.09 4,620 75 9쪽
5 어린 시절 +10 16.04.09 4,954 83 13쪽
4 소녀, 회귀하다 +6 16.04.08 5,456 80 11쪽
3 그 뒤.... +6 16.04.07 5,237 61 11쪽
2 여제 윤승아(2) +4 16.04.07 6,164 73 9쪽
1 여제 윤승아(1) +8 16.04.07 10,954 60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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