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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이 님의 서재입니다.

월야공자

웹소설 > 일반연재 > 무협

박이
작품등록일 :
2011.08.24 1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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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01.20 2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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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03.17 1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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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쪽

월야공자 제16화--3

DUMMY

월광검보에 수록된 7개의 검초 중 4번째 초식 월광칠영이었다.

월광검이 만들어내는 7개의 분신, 이것은 결코 단순한 허상이 아니었다.

그 하나하나가 모두 강력한 위력을 담고 있는 일종의 검기였다. 오로지 300년 전 최고의 장인인 진요자가 만든 월광검이었기에 가능한 초식이기도 했다. 지금까지 달빛을 머금은 월광검은 빛을 토해내며 무수한 잔상을 만들어내고 있었다. 이 잔상을 이용한 초식이 바로 월광칠영이었다.

이렇듯 잔상 속에 감춰진 7개의 검기가 채문범의 배후를 위협하고 있었다.

하지만 채문범의 얼굴에는 일말의 동요조차 보이지 않고 있었다.

그리고 여전히 움직이지 않는 듯 보이는 채문범은 몸이 스르륵 마치 물이 흐르듯 지면에서 옆으로 미끄러지고 있었다. 그와 동시에 검을 든 그의 우수가 천천히 움직이기 시작했다. 이렇게 채문범의 우수가 움직이는가 싶더니 주변을 어지럽혔던 진조범의 잔영이 마치 거짓말처럼 사라졌다.

채문범은 더없이 평온한 표정으로 진조범을 바라보고 있었다.

반면 진조범은 옆구리를 움켜쥔 채 도저히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그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리고 진조범의 손이 있는 옆구리에는 채문범의 검이 만들어놓은 상처가 선명하게 각인되어 있었다.

채문범의 평온한 모습에 진조범이 부르르 몸을 떨었다.

‘ 도저히 상대가 아니다.’

이런 진조범을 향해 채문범이 담담하게 말했다.

“ 지금이라도 물러난다면 내 길을 열어 주리니.”

이것은 진조범의 자질을 아까워한 채문범이 할 수 있는 최대한의 배려였다.

하지만 진조범은 대답대신 지그시 이를 악물었다.

자신이 달아나는 것을 허락한다는 것은 곧 다른 이들을 죽이겠다는 뜻이었다.

이를 용납할 생각이었다면 애초에 이 대결을 시작조차도 하지 않았을 것이다.

어려운 상황에서도 자신을 믿고 따라와 준 사람들이었다. 그런 사람들을 단지 일신의 안위를 위해서 모두 버리는 선택을 진조범은 차마 할 수 없었다.

다시 진조범의 발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이를 악물고 피를 흘리면서도 발을 움직이는 진조범의 모습에 채문범이 다시 한 번 안타까운 표정을 지었다.

‘ 죽음으로써 신의를 지키려 함인가? 어째서 맹주가 그렇게까지 저 아이를 경계했는지를 가히 짐작할 만하구나. 그러나..........’

진조범이 움직임과 동시에 채문범이 검을 지그시 움켜쥐었다.

한 사람의 무인으로서 채문범은 자라나는 후학에게 할 수 있는 한 최대한의 호의를 베풀었다. 그러나 진조범이 이런 자신의 호의를 거절한 이상 진조범의 재능은 아까우나 이곳에서 그의 목숨을 거둘 수밖에는 없다는 생각을 굳히고 있었다. 이것은 한 단체에 속한 무인으로서 어쩔 수 없는 선택이기도 했다.

이어지는 진조범의 저항은 사실 무의미한 것이었다.

진조범과 채문범의 차이는 단순히 의지만으로는 극복할 수 있는 수준이 아니었다.

당사자인 진조범 역시도 이점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진조범은 포기하지 않았다. 아니 포기할 수 없었다. 자신의 죽음이 끝이 아닌 또 다른 죽음의 시작임을 너무나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끝까지 저항하는 진조범의 모습에 채문범이 다시 감탄스런 표정을 지었다.

이것은 단순히 진조범의 굴하지 않는 불굴에 투지에 대한 감탄이 아니었다.

최초의 일검은 어디까지나 채문범이 사정을 둔 것이었다.

진조범의 재능이 아까워 차마 그대로 죽이지 못하고 한 번 더 기회를 주고자 함이었다.

그러나 진조범이 그 기회를 포기한 이상 언제까지 사정을 둘 수는 없는 일이었다. 이후 채문범은 진조범에게 연이어 살수를 펼치기 시작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진조범은 좀처럼 쓰러지지 않았다.

이미 몇 군데 심각한 상처를 입었음에도 진조범은 계속해서 채문범에게 저항하고 있었다.

이것은 단순히 투지만으로는 설명할 수 없는 것이었다.

최초의 일격조차 제대로 감당하지 못했던 진조범이 지금까지 버틸 수 있었던 이유는 가까스로 치명상만은 피해내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치명상을 피하고 있다는 것, 이것은 진조범이 이런 생사의 갈림길 속에서도 성장을 거듭하고 있다는 뜻이었다.

그것도 짧은 순간 채문범이 실감할 수 있을 정도로 그야말로 장족의 발전을 이루고 있는 것이었다. 바로 이점이 지금 채문범을 또 다시 감탄하게 만들고 있는 것이다.

‘ 이대로 10년만 지난다면, 아니 5년, 아니 3년만 더 지난다면 정말 제대로 된 승부를 결할 수 있을지도.’

채문범은 자연스레 이런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이것은 어디까지나 생각뿐이었다. 진조범이 결코 오늘 이 자리에서 죽음을 피할 수 없다는 것을 채문범은 확신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어느새 두 사람의 교전을 시작한지 한 시진을 넘어서고 있었다.

두 사람의 대결을 지켜보던 30여명의 무인들도 진조범의 처절한 몸부림에서 쉽게 눈을 떼지 못하고 있었다.

하지만 거기까지였다.

이제 진조범은 검을 들고 서있기는 했지만 더 이상 움직일 여력이 남아있지 않았다.

검을 들고 자신을 바라보는 진조범의 모습에 채문범의 눈빛이 가볍게 일렁였다.

‘ 아직도 눈빛 하나만은 살아있는가?’

이렇게 한줌의 희망도 남아있지 않은 상황, 생명의 불꽃마저 희미해져가는 상황에서도 진조범의 눈빛만은 여전히 전의를 불태우고 있었다.

‘ 결국 이제 내가 할 수 있는 일이라곤 고통을 덜어주는 것뿐인가?’

채문범은 이렇게 생각하며 검을 지그시 움켜쥐었다.

순간 진조범의 뒤쪽에 서 있던 무인들이 검을 빼어들었다. 채문범이 그들의 뒤쪽을 힐끔 쳐다보았다.

‘ 중도 저 아이가 왔는가?’

20년의 세월, 젊은 원중도가 중년의 나이가 되었지만 채문범은 한눈에 원중도를 알아볼 수 있었다.

20년 전 원중도가 있었기에 맹주의 곁을 떠날 수 있었다. 젊은 원중도는 그만큼 채문범에게 강한 인상을 심어주고 있었다. 그리고 과거에 생각했던 그대로, 아니 그 이상으로 원중도가 왕신림을 잘 보필해 왔음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그런 원중도의 등장에 채문범의 검 끝이 미세하게 떨렸다.

채문범도 원중도가 자신을 찾아올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

하지만 결국 원중도가 발견할 수 있는 것은 진조범의 시체뿐이라고 생각했다.

채문범은 자신의 생각보다 대결이 길어졌기에 원중도가 이곳에 도착할 수 있었다는 사실을 비로소 깨달을 수 있었다. 그리고 원중도가 수하들을 뚫고 자신의 앞까지 도착하기 이전에 일을 마무리 지을 것을 결심했다.

‘ 맹주가 원망스럽군.’

자신이 그토록 총애했던 원중도를 진조범에게 보낸 맹주의 선택이 원망스러웠다.

결심을 굳힌 채문범의 몸이 빠르게 움직였다. 진조범은 두 눈을 부릅뜨고 다가오는 채문범을 바라보았다. 진조범은 상대가 이렇게 자신의 숨통을 끊기 위해 다가옴에도 움직이지 않는 자신의 몸을 원망해야만 했다.

‘ 아이야, 더 이상의 고통은 없을 것이다.’

이런 생각과 동시에 채문범의 검이 빠르게 움직였다.

“ 대주, 아니 되오이다.”

멀리서 이를 확인한 원중도의 음성이 벌판을 쩌렁쩌렁 울리고 있었다.

순간 쉬~익.

바람을 가르는 소리와 함께 진조범의 목을 노리고 접근하던 채문범의 검이 그 궤도를 바꾸고 있었다.

챙, 챙, 챙, 챙, 챙.

연이어 다섯 차례 쇠의 충돌 음이 주변을 울렸다.

자신의 검에 막혀 바닥에 떨어지는 비도를 확인한 채문범이 흠칫 놀라며 말했다.

“ 천살비도(天殺飛刀)!”

놀라는 채문범과 함께 비도를 확인한 진조범 역시 흠칫 놀라고 있었다.

비도에서 풍기는 은은한 향기, 과거 진조범이 왕신림의 거처로 향할 때 그의 앞길을 막았던 비도에서 풍기던 향기와 똑같은 향기가 코를 찌르고 있었다.

‘ 설마.............’

순간 허공에서 아리따운 여인이 가벼운 발걸음으로 지면에 내려서고 있었다.

그녀의 등장과 동시에 30여명의 무인들이 재빨리 허리를 숙였다.

“ 주군을 뵙습니다.”

채문범과 함께 등장했던 30여명의 무인들, 이들은 왕신림이 아닌 이 여인을 이렇게 주군이라 칭하고 있었다. 그녀의 등장에 채문범이 의아한 표정으로 그녀를 바라보았다. 그러자 그녀가 고개를 가로저으면서 말했다.

“ 할아버지, 그는 죄가 없어요.”

그녀가 채문범을 할아버지라 칭하자 원중도가 화들짝 놀라는 시선으로 그녀를 바라보았다. 그리고 그녀의 등장으로 진조범이 우려했던 모든 일이 현실이 되었음을 한눈에 파악할 수 있었다.

“ 다련 아가씨.”

원중도가 자신을 부르자 왕다련이 가볍게 고개를 끄덕이며 이에 화답했다.

“ 저를 알아보시는군요. 중도 아저씨.”

원중도가 가만히 고개를 끄덕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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