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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이 님의 서재입니다.

월야공자

웹소설 > 일반연재 > 무협

박이
작품등록일 :
2011.08.24 1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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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01.20 2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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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
11.03.14 1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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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쪽

월야공자 제16화--1

DUMMY

제16화 동병상련(同病相憐)


진조범은 자신의 막사 침상에 누워있었다.

어느덧 겨울이 성큼성큼 눈앞으로 다가오고 있었다.

어린 시절 경험을 통해서 진조범은 청해성의 추위를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단순히 막사에서 불을 지피며 이곳에서 겨울을 나는 것은 너무 힘든 일이었다. 그렇다면 겨울이 오기 전에 곤륜파를 점령하거나 아니면 일단 물러나 겨울이 지나가기를 기다려야만 했다.

하지만 이를 두고 점차 사람들의 의견이 분분해지기 시작했다.

목림방주 진사구는 하루라도 빨리 곤륜파를 제압하고 총단으로 돌아갈 것을 주장했다.

왕신림이 진조범을 위협한다는 것은 오로지 진조범의 추측에 불과하다는 것이었다. 실제로 진조범도 이 사실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 왕신림이 자신을 적대시하는 증거는 그 어디에도 없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은현각주 우초의 생각은 달랐다.

은현각주 우초는 신중한 인물이었다.

우초는 실제로 왕신림이 진조범을 적대시할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았다.

때문에 우초는 일단 물러나 겨울이 지나기를 기다리자고 주장했다. 더불어 진조범의 주장처럼 왕신림이 어쩌면 자신들을 향해 복수의 칼날을 갈고 있을 가능성 역시도 배제하지 않고 있었다.

그렇다면 역시 곤륜파의 점령이 문제가 아니라는 것이었다.

그래서 일단 물러나 겨울을 나고 계속해서 곤륜파를 공격하는 척 하면서 왕신림의 대응을 살펴보자는 것이다. 신중해서 나쁠 것이 없다는 것이 우초의 입장이었다.

패도회주 관일기는 이들 중 가장 호전적인 인물이었다.

때문에 목림방주 진사구보다도 오히려 급진적인 의견을 주장했다.

서둘러 곤륜파를 점령하고 총단으로 돌아가 여차하면 왕신림이 17개 방파를 상대로 복수극을 펼치고 있다는 사실을 다른 세력들에게 알리고 그들과 합심해서 왕신림을 치자는 주장까지 펼치고 있었다.

그러나 이런 관일기의 의견에 동조하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았다.

문제는 왕신림이 복수를 하고 있다는 증거가 어디에도 없다는 것이었다.

그것은 어디까지나 진조범의 심증이었다.

이런 심증만으로 과연 왕신림에게 등을 돌릴 세력이 있겠는가?

사람들의 의견이 분분한 가운데 진조범 역시도 쉽게 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있었다.

그러나 겨울은 이들을 기다려주지 않을 것이다.

결국 겨울이 오기 전에 어떠한 형태로든 결정을 내려야한다는 뜻이었다.

이런 고민 때문에 진조범은 막상 침상에 누웠으나 정작 잠을 이루지는 못하고 있었다.

계속해서 몸을 뒤척이던 진조범이 무언가 섬뜩한 기운을 느끼고 재빨리 자리에서 일어났다. 순간 한 자루의 비도가 진조범의 막사 천막을 뚫고 정확히 진조범이 일어난 침상으로 날아와 박혔다.

비도를 확인한 진조범은 그 즉시 밖으로 달려 나갔다.

이렇게 갑자기 진조범이 막사 밖으로 달려 나오자 밖에서 경계를 서고 있던 호위무사가 의아한 표정으로 진조범을 바라보았다. 이런 호위무사의 반응에 진조범의 표정이 차갑게 가라앉았다.

호위무사의 반응을 살피건대 전혀 다른 인기척을 느끼지 못한듯했다.

진조범은 차가운 한기를 느끼고 부르르 몸을 떨었다. 급히 나오느라 옷을 제대로 갖춰 입지 않았기에 때문에 추위를 느끼는 것은 사실이었다. 하지만 지금의 떨림은 단순히 추운 날씨에 의한 것만은 아니었다.

진조범의 본능이 위기가 다가오고 있음을 알리고 있었다.

이 위험에 대한 불안감 때문에 진조범은 자신도 모르게 몸을 부르르 떨었던 것이다.

하지만 진중의 책임자로서 이런 불안감을 밖으로 드러낼 수는 없는 일이었다. 때문에 진조범은 자신을 바라보는 호위무사를 안심시키기 위해서 가볍게 몸을 풀면서 하늘에 떠있는 달을 바라보았다.

월야공자 진조범, 밤이면 달을 바라보는 것은 이미 그의 오랜 습관으로 알려져 있었다.

때문에 다행스럽게도 진조범의 이런 갑작스런 행동을 호위무사들이 그리 어색하게 받아들이지 않는 듯했다.

진조범은 내력을 끌어올려 추위에 대항하며 한동안 그렇게 달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병사들의 관심이 점차 자신에게서 벗어나자 비로소 다시 막사 안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하지만 이것은 단지 시작에 불과했다.

비도는 계속해서 보름동안 매일 밤 똑같은 시각에 진조범의 막사로 날아들었다.

적을 앞에 둔 상황, 진중의 경비는 당연히 그 어느 때보다 삼엄했다. 이런 상황에서 상대는 진조범의 막사까지 마치 제집 드나들듯 하고 있었다. 두말할 것 없이 이것은 상대가 그만큼 고수라는 뜻이었다.

허나 언제까지 상대가 마음대로 진중을 휘저으며 돌아다니는 것을 용납할 수는 없는 일이었다. 때문에 진조범은 어떠한 형태로든 상대를 대적할 방법을 강구해야만 했다.

그래서 진조범은 보름달이 뜨는 밤을 기다렸다.

그날도 어김없이 동일한 시각에 한 개의 비도가 진조범의 막사로 날아들었다.

이때 진조범은 이미 만반의 준비를 끝마친 상태로 상대의 등장을 기다리며 막사 밖에 몸을 숨기고 있는 상황이었다. 혹시나 상대를 찾지 못할 경우를 우려했지만 그것은 단순한 기우에 불과했다. 막사에 접근한 수상한 그림자를 발견할 수 있었고, 진조범은 그 즉시 그의 뒤를 추적하기 시작했다.

상대는 진조범의 추적을 의식한 듯 달아나는 속도를 올리기 시작했다.

진조범 역시 그런 상대의 움직임에 발맞춰 속도를 올렸다. 하지만 상대는 잡힐 듯, 잡히지 않았고 어느새 두 사람 모두가 진영을 벗어나고 있었다.

그렇게 두 사람이 진영을 벗어날 즈음에 원중도가 진조범의 막사를 찾았다.

원중도는 최근 진조범이 이 시간만 되면 밖으로 나온다는 소식을 접했다.

출정과 동시에 진조범은 월광심법의 연공을 잠시 멈춘 상태였다. 더구나 이곳은 적과 대치중인 전장, 이런 전장에서 연공은 더더욱 당치않은 일이었다. 때문에 원중도는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진조범의 막사를 찾은 것이다.

“ 주군, 중도입니다.”

이렇게 원중도는 몇 번을 계속해서 자신의 등장을 알렸다.

하지만 막사에서는 어떠한 대답도 들려오지 않았다.

무언가 불길한 느낌이 원중도를 엄습했다. 때문에 원중도는 진조범의 허락이 없음에도 조심스레 막사 안으로 들어갔다. 이때는 이미 진조범은 막사를 떠난 상황, 원중도는 텅 빈 막사를 확인하고 의아한 표정으로 고개를 갸웃거렸다.

‘ 주군께서는 대체 이 늦은 시각에 어디를..........’

이런 생각으로 원중도는 조심스레 주변을 살피기 시작했다.

이내 원중도는 진조범의 침상에 꽂혀있는 한 자루의 비도를 발견했다. 비도를 확인한 원중도가 화들짝 놀라면서 말했다.

“ 탈명비도(奪命飛刀)!”

일견하기에는 그저 무림인들이 사용하는 평범한 비도와 다를 바가 없었다. 하지만 검날의 끝이 미묘하게 살짝 왼편으로 기울어져 있었다.

원중도가 아닌 다른 사람이 보았다면 이 차이를 쉽게 알아내기는 어려웠을 것이다. 하지만 다른 사람은 몰라도 원중도는 결코 이 비도를 잊을 수 없었다. 바로 그가 한때 상관으로 모셨던 인물이 사용했던 비도였기 때문이었다.

“ 설마 육지검마 채문범, 그가 이곳을 찾아왔단 말인가?, 그렇다면 지금까지 주군의 우려가 진정 사실이었단 말인가?”

이렇듯 채문범의 등장이 의미하는 바는 실로 컸다.

20년 전 사라진 채문범은 이미 세상에 잊혀진 인물이었다.

그런 그가 지금에 와서야 이곳에 등장한 이유는 과거 진조범의 추측처럼 왕다련의 존재외에는 딱히 떠오르는 것이 없었다. 그렇다면 진조범의 추측대로 왕신림이 복수를 계획하고 또한 지금까지 실행해 왔다는 것도 사실일 가능성이 높다는 뜻이었다.

더불어 원중도는 채문범의 무서움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지금 자신이 이 사실을 주변에 알린다면 진중에 한바탕 소란이 벌어질 것이다.

적과 대치한 상황에서 진중을 어지럽힐 수는 없는 일이었다. 무엇보다도 상대가 채문범이라면 설사 원중도가 이 사실을 주변에 알리고 진조범을 찾으려 한다고 할지라도 그것은 거의 불가능한 일임을 원중도는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 과연 주군께서 그를 감당할 수 있을까?”

이렇게 말하는 원중도 스스로의 대답은 “아직은 아니다.”였다.

원중도는 지그시 이를 악물면서 소리 없이 진조범의 막사를 빠져나왔다. 혼자서라도 최대한 진조범과 채문범의 뒤를 추적해보려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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