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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이 님의 서재입니다.

월야공자

웹소설 > 일반연재 > 무협

박이
작품등록일 :
2011.08.24 17:05
최근연재일 :
2015.01.20 2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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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
11.03.15 1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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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쪽

월야공자 제16화--2

DUMMY

원중도가 막사를 떠나던 그 시각 채문범의 뒤를 쫓던 진조범이 발걸음을 멈췄다.

“ 역시 함정이었는가?”

진조범이 이렇게 중얼거리는 순간 채문범 역시 발걸음을 멈춰 세우고 천천히 돌아서며 진조범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와 동시에 두 사람의 주변에서 30여명의 무인들이 또한 그 모습을 드러내고 있었다.

등장한 30여명의 무인들은 하나같이 그 기도가 범상치 않았다.

위기의 순간 하지만 진조범은 입가에 가벼운 미소를 머금고 있었다. 이것은 적어도 이들의 포위망을 뚫고 탈출할 자신이 있다는 뜻이었다.

지금은 보름달이 훤한 밤이었다.

월영보의 위력이 한껏 발휘되는 시간이기도 했다.

진조범이 지난 보름을 참으면서 굳이 보름달이 뜨는 오늘밤을 기다린 것도 바로 이런 경우를 우려했기 때문이었다.

이런 진조범을 향해 채문범이 가벼운 미소를 지으면서 말했다.

“ 달아날 생각인가?”

진조범이 당연하다는 듯 살짝 비웃음을 흘리면서 말했다.

“ 그럼 이대로 여기서 죽어 주리라고 생각하셨소이까?”

채문범이 이해한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 이곳까지 나를 추적해온 실력이며 진중이 흔들릴 것을 우려해 홀로 움직일 수 있는 배짱, 그리고 사세가 불리함을 깨닫고 물러날 줄 아는 지혜까지 갖췄으니 과연 맹주께서 우려하실 만도 하구나.”

이렇게 채문범이 맹주를 언급하자 진조범의 얼굴에서 여유가 사라졌다.

“ 기어이 맹주는............”

진조범의 말에 채문범이 이를 인정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 과연 대단하구나, 역시 맹주의 추측대로 거기까지도 짐작하고 있었구나. 하지만 어쩌겠느냐, 시절을 잘못타고 난 것을.......”

채문범과 대화를 나누는 와중에도 진조범은 계속해서 자신의 배후를 확인했다.

채문범이 데려온 무인들은 확실히 범상치는 않아 보였다. 그러나 맞상대를 피하고 오로지 달아나는 것에 주력한다면 탈출하는 것이 결코 불가능한 일이 아님을 다시 한 번 확신할 수 있었다. 이렇게 달아날 기회만을 엿보는 진조범을 향해 채문범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 확실히 이곳까지 나를 추적해온 네 솜씨라면 달아나는 것이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닐 터, 허나 과연 이후의 일은 어찌될 것 같은가?”

진조범이 흠칫 놀라는 시선으로 채문범을 바라보았다.

채문범이 진조범의 예상이 맞는다는 듯 계속해서 고개를 끄덕였다.

채문범은 진조범이 이 자리를 벗어난다면 진조범을 따랐던 모든 인물들을 배신자로 간주하고 처단하겠다는 뜻이었다.

지금 이 자리에 모습을 드러낸 무인들은 단순히 진조범을 포위하기 위해 모습을 드러낸 것이 아니었다. 진조범이 이 자리에서 달아날 경우 진조범을 따르는 사람들을 주살하기 위해 모인 사람들이었으며, 채문범이 이들을 진조범에게 보여주는 이유는 그것이 결코 불가능한 일이 아님을 확인시켜주려는 것이었다.

“ 어떤가? 모두를 버리고 달아나겠느냐? 허면 나는 너를 잡을 수 없을지도 모르겠지, 확실히 그것 역시도 나쁜 선택은 아닌 듯하구나.”

진조범이 지그시 입술을 깨물면서 말했다.

“ 마치 그 밖에 다른 선택이 있다고 말씀하시는 듯 하오만.”

채문범이 진정으로 안타깝다는 표정으로 진조범을 바라보았다.

“ 어찌 이런 아이를 내손으로 죽여야 한단 말인가?”

말과 동시에 채문범은 자신의 검을 뽑았다.

검을 천천히 아래로 내리면서 진조범을 바라보는 채문범의 기도는 실로 범상치 않았다.

채문범은 계속해서 진조범을 향해 위협적인 기도를 내뿜으며 말했다.

“ 허면 나를 꺾어라, 그것이 가능하다면 지금 이 아이들이 너를 따를 것이다.”

진조범의 입장에서는 그야말로 파격적인 제안이 아닐 수 없었다.

하지만 서슴없이 이런 제안을 할 정도로 채문범이 강하다는 뜻이기도 했다.

비로소 진조범은 검을 쥔 채문범의 손가락이 여섯 개인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 육지(六指), 설마 육지검마 채문범!”

진조범의 말에 지금까지 담담하던 채문범이 살짝 놀란 표정으로 진조범을 바라보았다.

“ 설마 거기까지도 알고 있었더냐?”

하지만 놀람도 잠시뿐 채문범은 다시 평온한 자세로 진조범을 지그시 바라보고 있었다.

어느덧 진조범을 압박하던 그의 위협적인 기도마저도 자취를 감췄다. 그리고 마치 대지와 하나가 된 듯 그 호흡마저도 느껴지지 않고 있었다.

물아일체(物我一體)요 천추부동(天墜不動)이라.

자연과 하나가 되어 하늘이 무너져도 움직이지 않음이니, 정중동(靜中動), 단순히 멈춰 있는 듯하나 그 고요함속에 엄청난 힘이 요동치고 있었다.

이에 대응해 진조범의 검이 천천히 그 검신을 드러냈다.

진조범이 선택한 검은 왕신림이 하사한 명검인 청명이 아닌 자신의 무기인 월광검이었다.

진조범은 검을 뽑음과 동시에 진기를 끌어올리자 월광검에서 빛이 일어났다.

‘ 보검이로군.’

채문범이 이렇게 생각하는 순간 진조범이 검날을 비스듬히 비틀었다.

빛을 발산하던 월광검 달빛을 머금으며 그 빛을 더했고, 그 빛이 채문범의 눈을 어지럽혔다. 순간 진조범은 발이 빠르게 움직였다.

진조범은 채문범을 향해 접근하면서 검을 다시 한 번 비틀었다.

그와 동시에 채문범의 시야를 어지럽히던 빛이 한 순간 사라졌고, 진조범의 몸이 더욱더 빠르게 움직이고 있었다.

언젠가 소림의 속가제자 이영륜에게 선보였던 검초, 달을 베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켰던 월광검보에 수록된 빠름을 위주로 한 초식 월영참이었다. 달빛으로 시선을 교란하고 빠르게 채문범을 공격하는 진조범, 하지만 채문범은 여전히 일체의 움직임을 보이지 않고 있었다.

오히려 한순간 채문범의 지척까지 접근했던 진조범이 무언가에 놀란 듯 돌연 재빨리 자신의 몸을 비틀면서 바닥을 뒹굴고 있었다.

‘ 위험!’

진조범의 본능은 이렇게 말하고 있었다.

이를 지켜보던 30여명의 무인들의 얼굴에 한차례 비웃음이 스치듯 지나갔다.

채문범이 이렇다 할 움직임을 보이지 않았음에도 선공을 취하려던 진조범이 혼자서 몸을 뒤틀면서 바닥을 뒹구는 장면은 누가 봐도 어이없는, 그야말로 꼴불견이었다. 그러나 이런 30여명의 무인들과는 달리 채문범의 얼굴에는 다시 한차례 아쉬움이 번지고 있었다.

고수들의 대결은 그야말로 찰나의 순간에 승부가 나뉘는 법이었다.

그리고 그 찰나의 순간에 승부를 가르는 가장 중요한 요인 중의 하나가 바로 위험을 감지하는 능력이었다.

시각적인 교란, 연이은 빠른 공격, 이것은 진조범이 기습을 통해서 채문범을 당황시키기 위함이었다. 하지만 이미 채문범은 이런 진조범의 움직임을 예상하고 있었다.

그리고 만약 조금 전 진조범이 그대로 채문범을 공략했다면 지금쯤 진조범은 그 스스로가 바닥을 뒹구는 것이 아니라 채문범의 검에 의해서 바닥을 뒹굴었을 것이다. 과거 무수한 사람들이 채문범의 검에 그렇게 생을 끝마쳤듯이 말이다.

그러나 채문범이 막 검을 움직이려는 찰나 진조범은 화들짝 놀라면서 몸을 비틀고 있었다. 다른 사람에게는 어이없는 행동처럼 보였겠지만 채문범은 내심 감탄하지 않을 수 없었다. 진조범이 탁월한 위기감지 능력을 가지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이런 능력은 단순한 재능만으로는 습득하기 어려운 것이었다.

통상 위기감지 능력은 무수한 실전경험을 통해서 많은 위기를 경험하면서 자연스레 갈고닦아지는 것이었다.

그러나 진조범은 지난 4년의 세월을 위기 속에서 살아왔다.

덕분에 실전경험이 거의 없음에도 불구하고 이런 감각을 키워올 수 있었던 것이다.

‘ 실로 범상치 않은...........’

채문범이 이렇게 생각하는 것도 무리는 아니었다.

채문범이 이런 생각을 하는 사이 바닥을 뒹굴던 진조범이 몸을 일으켰다.

그리고 재빨리 채문범을 경계하듯 그를 향해 검을 겨누었다.

연이어 진조범의 발이 빠르게 움직이자 진조범의 신형이 주변을 어지럽히며 무수한 잔상을 만들어내기 시작했다.

진조범은 달빛 아래에서 달빛과 호흡하며 한바탕 춤을 추기 시작했다.

또한 월광검이 이에 호응해 머금은 달빛을 사방으로 흩뿌리며 아름다운 검무를 만들어내고 있었다. 환한 보름달의 달빛 아래 오로지 월광검과 월영보만이 만들어낼 수 있는 아름다운 광경이었다.

위기를 직감하며 가까스로 이를 피해냈던 진조범은 우선 자연과 동화된 채문범의 자세를 무너뜨리지 않고서는 도저히 승산이 없음을 또한 깨달았다. 그래서 월광검과 월영보를 이용해 어지러운 광경을 연출하며 그 환영 속으로 스스로의 몸을 감추고 있었다.

그러나 진조범의 이런 현란한 움직임에도 채문범은 아무런 반응도 보이지 않았다.

정중제동(靜中制動), 부동(不動)으로 동(動)을 제압하려 함이었으니 채문범의 이 부동은 단순히 움직이지 않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었다. 상대방의 움직임에 현혹되지 않는 부동심을 의미함이니 이는 곧 단순히 눈에 보이는 것에 현혹되지 않는 심안(心眼)의 경지를 일컬음이기도 했다.

어느새 진조범은 채문범의 배후를 차지하고 있었다.

여전히 흔들리지 않는 채문범, 하지만 그 배후를 차지하고서도 공격을 하지 않을 수는 없는 일이었다. 아니 채문범을 상대로 이 이상 좋은 상황을 만들어내기란 불가능하다는 사실을 진조범은 너무나 잘 알고 있었기에 여기서 승부수를 던지지 않을 수 없었다.

결심과 동시에 진조범의 손에 들린 월광검이 7개의 분신을 만들어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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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 ' 61

  • 작성자
    Lv.33 니킥
    작성일
    15.02.18 03:55
    No. 61

    결국 채문범은 가만히 서 있는데 주인공 혼자 칼들고 지랄발광하는 건데 웃기느상황이네요

    찬성: 0 | 반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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