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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손으로 톱스타

웹소설 > 작가연재 > 현대판타지, 판타지

한지훈
작품등록일 :
2019.05.15 18:32
최근연재일 :
2019.06.18 20:00
연재수 :
7 회
조회수 :
3,202
추천수 :
66
글자수 :
26,295

작성
19.06.18 20:00
조회
5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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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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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쪽

02. 기브 앤 테이크(2) <수정>

DUMMY

내손으로 톱스타 007화



02. 기브 앤 테이크(2)



“흔히들 말하지. 탈출은 지능 순이라고. 임직원들은 일찌감치 제 살길을 찾아 움직이고 있고 간판 아티스트들도 계약 해지만을 기다리는 처지야.”

“저는 7년 계약인데요?”

“그러니까 하는 말이야. 너 그 계약 기간 다 채우기 전에 MK는 망하고 없어질 것 같으니까. 그럼 MK를 인수한 다른 회사에서 그 계약을 받아 가겠지. 계약서를 새로 쓰면 계약 기간은 더 늘어날 테고.”

“눈칫밥도 엄청 먹겠죠?”

“눈치만 주면 다행인데 대놓고 차별할 수도 있지. 아무래도 팔은 안으로 굽는 법이니까.”

이성아가 성인이 되면서 나 스스로에게 한 가지 다짐한 게 있다.

이성아와 관련된 일은 제대로 상의하자.

어리다는 이유로 멋대로 쥐고 휘두르지 말자.

결정은 이성아가 하되 이성아가 최선의 결정을 내릴 수 있도록 돕자.

그래서 훗날 그 어떤 유혹이 찾아와도 이성아가 나를 믿고 흔들리지 않게 만들자.

처음에는 남의 일처럼 여기던 이성아도 어느새 MK 엔터테인먼트에 남아 있어서는 안 된다는 사실에 공감했다.

“오빠는 어떻게 했으면 좋겠는데요?”

“난 네가 계약을 파기하고 기획사를 옮겼으면 좋겠어. MK 엔터테인먼트가 망한 다음에 옮기는 건 너무 위험하거든.”

“그런데 회사에서 계약을 해지해 줄까요?”

“계약서 쓸 때 별도의 부대 조항 달아 놨으니까 크게 어려울 건 없을 거야. 그래서 네 의지가 중요한 거고.”

“저야 나갈 수 있으면 나가고 싶은데 그 조항이라는 게 뭐에요? 설마 이성아는 박건호거, 라고 써 놓은 건 아니죠?”

“그랬겠냐? 그냥 데뷔하기 전에는 언제든지 계약 해지할 수 있게 해 놨어. 위약금을 달라고 할지는 모르겠지만 너한테 많은 돈이 들어간 건 아니니까 그 정도는 내 선에서 해결할 수 있고.”

처음 이성아를 데려갔을 때 MK 엔터테인먼트의 반응은 썩 호의적이지 않았다.

아이돌을 준비하기에는 나이가 많고 배우를 시키기에는 어딘지 아쉽다고 판단한 것이다.

그럴싸하게 포장만 하고 팔아먹을 상품을 원하는 이들의 눈에 이성아는 흙이 덕지덕지 묻은 원석에 지나지 않았다.

그 흙을 털고 원석을 잘 다듬어 보석을 만들어 볼 생각 같은 건 하지 않았다.

그래서 나는 언제든 계약을 파기할 수 있다는 조건을 요구했고 회사에서도 그 조항을 역이용할 수도 있겠다고 판단했던지 흔쾌히 받아 줬다.

나중에 독립할 때 이성아를 데려가면 되겠다고 떠들어대면서 말이다.

계약서 들고 해지하겠다고 나서면 MK 엔터테인먼트에서도 딱히 할 수 있는 게 많지 않았다.

끽해야 얼마 되지도 않은 투자금 회수 정도일 테고 그건 그동안 받지 못하고 쌓아만 뒀던 보너스에서 까면 그만이었다.

“그럼 저는 오빠만 믿고 기다리면 되는 거죠?”

“일단 그렇긴 한데······ 더 듣고 싶은 거 있어?”

“아뇨, 아뇨. 어차피 오빠가 알아서 잘해 주실 텐데요 뭘.”

이미 충분히 들었다고 생각한 걸까.

더 이상 머리 아픈 건 사절이라며 이성아가 남겨둔 케이크를 잘라 먹기 시작했다.

상태창에도 나오지만 이성아는 나를 믿고 따르는 편이다.

신뢰도가 무려 87퍼센트니까.

그래도 혹시 몰라서 부모님이 반대하시면 어떻게 할 거냐고 물어보니까.

“엄마 아빠는 연습생도 하지 말라고 반대했는데요?”

이성아가 우문현답을 내놓았다.

재수해서 대학가라는 부모님의 뜻을 꺾고 기어코 동의서까지 받아 온 이성아가 부모님 말에 휘둘릴 것 같진 않았다.

“대신 1년 안에 무조건 데뷔시켜 줄게.”

“걸그룹으로요?”

“그건 아니야.”

“칫. 나 되게 연습 열심히 했는데.”

“연습 열심히 했다고 걸그룹 시켜주면 네 또래 모든 애들은 전부 아이돌 하고 있을걸?”

이성아는 아직 걸그룹에 미련이 남은 모양이지만 상태창 속 능력치를 봐 버린 이상 더는 시간 낭비하게 둘 수 없었다.

“두고 봐. 나중에 배우로 뜨고 난 다음에 가수 데뷔할 거니까.”

이성아가 입술을 삐죽거렸다.

“어이구. 그러십시오.”

그래. 말로는 뭘 못할까.

그리고 배우로서 자리매김한 다음에 팬서비스 차원에서 잠깐 가수 활동을 하는 것까진 말리고 싶지 않았다.

“그런데 오빠. 오늘 연습은 어떻게 해요?”

케이크와 생과일 에이드를 깔끔히 비운 뒤 이성아가 나른한 얼굴로 물었다.

누가 봐도 연습하고 싶지 않은 표정이었다.

회사를 옮기자고 들쑤셔 놓고 이제 와 연습실로 등 떠밀고 싶지도 않았다.

“일단 집에 가 있어.”

“집에요? 연습은 빼먹고요?”

“그동안 팔자에도 없는 걸그룹 하겠다고 고생했잖아.”

“1절만 하죠?”

“아무튼 회사에는 내가 잘 말할 테니까 걱정하지 말고 집에서 푹 쉬고 있어. 계약 문제는 늦어도 사흘 안으로 마무리 지을게.”

“그럼 저 사흘이나 쉬는 거예요?”

“대신 자기 관리는 확실히 하고. 무슨 말인지 알지?”

“넵!”

씩씩하게 대답하는 이성아를 택시에 태워 보내고 나는 사우나에 들러 잠시 몸을 녹였다.

스타 공작소 때문에 밤을 꼴딱 새웠는데도 딱히 피곤한 느낌은 들지 않았다.

“그래도 잠깐 눈 좀 붙이자.”

직원에게 점심 이후 출근하겠다는 메시지를 보내고 수면실에 들어가 억지로 잠을 청했다.

아마 다들 팔자 좋다고 투덜대겠지만 꼬우면 팀장 하시던가.

어차피 회사 그만두기 전에 인수인계할 것들도 정리해야 텅 빈 사무실에서 조용히 야근이나 하면 될 것 같았다.


2


“커피 한 잔씩들 해.”

점심시간이 끝날 무렵 양손 가득 커피를 들고 사무실로 들어갔다.

“우와! 웬 커피에요?”

“잘 마실게요. 팀장님~”

자기들끼리 모여 쑥덕거리던 직원들이 과한 리액션과 함께 날 반겼다.

분위기를 보니까 내 호박씨라도 까고 있던 모양인데 그러려니 하고 넘겼다.

조만간 그만둘 회사이기도 하고 없는 데서는 임금님 욕도 한다니까.

괜히 속 좁은 상사로 기억되고 싶진 않았다.

커피 하나를 들고 구석에 있는 자리로 향했다.

현재 내가 일하는 부서는 콘텐츠 제작 개발 지원부.

이름만 들으면 뭔가 거창한 일을 하는 것처럼 느껴지겠지만 실상은 쓸모없어진 몇 개의 부서를 통폐합한 것에 지나지 않았다.

그래서 딸린 부서들이 많았다.

다른 기획사에서는 핵심부서 노릇을 하지만 뮤지스 해체 이후 규모가 축소된 A&R 팀.

저작권을 주로 담당하는 콘텐츠 관리팀.

자체 제작 드라마 두 편 말아먹고 유배지가 되어 버린 콘텐츠 개발팀.

마지막으로 다른 부서들의 뒤치다꺼리를 하는 지원팀.

조수연의 매니저를 그만두고 콘텐츠 개발팀으로 들어갔던 나는 콘텐츠 관리팀을 거쳤다가 작년 가을 지원팀장으로 발령을 받았다.

중국 자본 수혈 문제로 방귀깨나 뀌던 이사 둘이 제 식구들을 데리고 회사를 나가 버리면서 이렇다 할 연줄이 없던 나에게까지 기회가 찾아온 것이다.

그렇다고 자격도 없는 데 팀장 자리를 꿰차고 있는 건 결코 아니었다.

매니저 8년 차 짬이면 5대 기획사에 가더라도 대우를 받을 수 있을 정도고 전문성보다는 다양한 경험과 실무 능력이 우선시되는 부서의 특성상 나 이외의 적임자를 찾기도 어려웠을 테니까.

“지혜 씨. 나 찾는 전화 없었죠?”

“외부 전화는 없었고요. 권 실장님이 꼭 연락 부탁드린다고 하셨어요.”

“권 실장이 또 왜요?”

“민상우 씨 캐스팅 건 때문인 것 같은데 엄청 초조해하시더라고요.”

김지혜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민상우의 매니저, 권도현 실장이 나타났다.

저 양반이 또 뭘 부탁하려고 저러나.

주는 것 없이 받기만 하려는 양반이라 엮이고 싶지 않은데 권도현 실장은 여느 때처럼 철판을 깔고 앓는 소리부터 늘어놓았다.

“박 팀장님. 저 한 번만 살려 주세요.”

“이번엔 또 뭡니까?”

“최 PD 말입니다. 리딩 때 5분 늦은 거 가지고 또 난리입니다. 아주 제가 피가 말라요.”

대충 요약하자면 민상우가 새로 들어가기로 한 미니 시리즈, <열정으로 버텨>의 최상일 PD가 별것 아닌 일로 민상우의 역할을 줄이겠다고 으름장을 놓았다는 건데.

최상일 PD가 신인 배우 하나 잡아먹겠다고 권력을 남용할 사람은 결코 아니었다.

“정말 5분 지각한 것 때문에 그러는 겁니까?”

“리딩 준비를 소홀히 한 것도 좀 있을 겁니다. 하필 전날에 중요한 모임이 있어서요.”

슬쩍 찔러 보니 줄줄 흘러나왔다. 민상우에게 미니시리즈는 시기상조라고 그렇게 말했는데 내 이름 팔아먹고 <열정으로 버텨>에 집어넣더니만 대본 리딩 전날에 술을 푸게 만든 모양이었다.

컨디션이 엉망인 채로 리딩을 했으니 가뜩이나 부족한 연기력이 밑바닥을 드러냈을 테고 현장 분위기도 엉망이 됐겠지.

끼워 넣기는 넘어가도 발연기는 용납 못 하는 김진수 작가의 표정도 싸늘해졌을 게 뻔하고.

그 분위기 만회하겠다고 최상일 PD가 몇 마디 한 걸 가지고 나한테 쪼르르 달려온 거 보면 권도현 실장도 이 바닥에서 대성하긴 글러 보였다.

“그러니까 피치 못할 사정으로 밤늦게까지 술을 마시느라 리딩 준비가 다소 부족했는데 그걸 가지고 최 PD가 시비를 건다 이거죠? 감히 우리 MK의 대들보가 될 민 배우에게요?”

“아니, 뭐 그 정도까지는 아닌데······.”

내가 세게 나가자 권도현 실장이 냉큼 꼬리를 말았다.

보아하니 최상일 PD와 친한 날 이용해 대충 뭉개고 넘길 모양이었던 것 같은데 이 바닥 짬은 내가 권도현 실장보다 3년은 더 먹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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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02. 기브 앤 테이크(1) <수정> 19.06.18 391 11 9쪽
5 01. 나로 말할 것 같으면(4) +1 19.06.18 344 7 9쪽
4 01. 나로 말할 것 같으면(3) 19.06.18 317 9 9쪽
3 01. 나로 말할 것 같으면(2) 19.06.18 345 7 9쪽
2 01. 나로 말할 것 같으면(1) 19.06.18 445 7 9쪽
1 00. Prologue +1 19.06.18 751 10 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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